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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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잠시 후…
내가 일행과 합류하며 힐끗 바깥을 보았다. 그 곳에는 이 곳의 책임자로 보이는 고수들이 나타나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강대한 기도를 지닌 고수 둘이 있었다.
뜻밖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천지쌍살이었다. 그들은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눈을 부릅떴다.
” 이, 이럴수가…”
” 어떻게 여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귀찮아져서 말했다. 이젠 저들도 피라미에 불과하다.
” 기껏 목숨을 붙여뒀더니 이런 곳에 있었나?”
그랬다.
나는 천지쌍살 둘을 동시에 격패시켰지만, 그 후 전후사정을 알고 보니 천지쌍살은 효룡에게 있어서 형을 마음대로 조종시켜서 죽인 원수였다.
내가 천지쌍살을 죽여버리면 효룡은 평생 원수를 갚지 못한다.
그래서 살려줬다. 그 뿐이다.
그 댓가로 천살의 우수와 지살의 좌수를 잘랐을 뿐이다. 각각 외팔이가 된 그 자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고, 나는 남아있는 쌍살대 대원들을 태연하게 학살했다. 지살이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 이, 이놈…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냐!”
나는 힐끔 그들을 바라보았다. 천지쌍살 정도라면 지금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 비류연을 제외하더라도 염도나 나머지 인원으로 충분히 격패시킬 수 있었다. 나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고 일행을 돌아보았다.
효룡이 눈에 띄었다. 그는 환마동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거기에다가 섬뢰마검의 뇌검에 운나쁘게 쏘인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 원수가 눈 앞에 있다.”
순간 효룡의 안색이 처음으로 정상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엄청난 분노를 내포하고 있었다.
” 가서 죽여야겠지.”
충동질.
그의 목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천지쌍사아아아알! 형의 원수!”
누가 말릴 새도 없이 효룡은 쌍검을 뽑아들고 쌍살 중 천살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십 개의 도검이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지만 그는 상관치 않았다.
“저런 미친!”
염도의 입에서 상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진설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검과 검이 비명을 지르며 맹렬히 부딪쳤다.
효룡의 단독 돌격은 확실히 무모했다. 하지만 의외성이 있었다. 게다가 분노로 불타오르는 그의 검은 상상 이상의 거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 상상 이상의 거력에 밀려 천살이 연신 뒷걸음질쳤다. 천살의 뒤를 받치고 있던 수하들이 우르르 좌우로 비켜나며 길을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지살은 거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살은 오 장이나 연신 뒤로 물러나고서야 신형을 고정시킬 수 있었다. 효룡은 검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쌍검을 교차시켜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살은 외손 하나만으로 그 힘을 버티어 냈다.
둘이 대치하는 형국이 되자 효룡의 움직임은 적진 한가운데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도검을 번뜩이는 이리떼들에게 포위당해 잡혀먹기 딱 알맞은 이상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효룡!”
이진설이 쌍검을 빼들고 달려간다.
“설아!”
독고령이 다급하게 외치며 그 뒤를 쫓는다. 그 뒤를 또 누군가가 이으려고 하자 염도의 호통이 터져 나왔다.
“더이상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대갈성!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앞서 간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그에게는 앞의 세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짝!
염도의 오른손이 효룡의 뺨에 작열했다.
이진설의 짧은 경호성과 함께 효룡의 고개가 한쪽으로 심하게 돌아갔다. 그의 입가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이진설이 달려가려 했지만 그런 그녀를 뒤에서 독고령이 제지했다.
“그딴 무모한 돌격! 누구에게 배웠어? 죽고 싶어 환장했냐?”
염도가 대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 허락 맡고 달려들었냐? 그딴 식의 싸움 누구에게 배웠어?”
염도의 분노는 식을 줄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든 말든, 적들이 포위하고 있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지켜보던 이진설은 이제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지금 너의 무책임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위험 속에 몰아넣었는지 알고나 있는 거냐?”
“…”
“넌 지금 진설이를 죽일 뻔 했어!”
그 순간 효룡이 고개를 번쩍 들어 염도를 쳐다보았다.
“그, 그건…”
그러나 염도의 눈빛을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왜? 아니라고 말하고 싶냐? 억지라고 생각하냐?”
“아, 아닙니다.”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왜? 이제 인생이 권태롭냐? 공허해? 더이상 살기 싫어? 번거롭지 않게 이 몸이 죽여주랴?”
“노, 노사님!”
곁에서 지켜보던 이진설이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풀이 죽은 채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효룡을 보는것이 안쓰러운 모양이다.
“죄, 죄송합니다.”
푹 수그린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효룡이 대답했다. 그때 그의 어깨를 짚는 묵직한 손이 있었다. 조금 전 보여주었던 격렬함은 씻은듯 자취를 감추었는지 무척이나 평온한 얼굴이었다.
염도의 입에서 조용하고 자애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좀 차가워졌냐?”
왼쪽 뺨에 손을 갖다 대고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던 효룡이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죄송합니다.”
풀이 팍 죽은 목소리였다. 그러자 염도의 거친 손이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마치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걸 축하한다.”
“가, 감사합니다.”
목이 메어왔다. 반짝이는 눈물 한 방울이 그의 볼을 타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를 바라보는 이진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빌어먹을 불타는 개차반 놈아! 집에서 아궁이 불이나 땔 일이지 이곳엔 웬일이냐!”
뚱보 노인 지살이 외쳤다.
“어, 어떻게 알았지?”
염도가 어리둥절해 하며 반문했다. 폭언을 들은 것보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 더 황당한 모양이었다.
“누굴 해태 눈으로 아느냐! 그렇게 남들 눈에 확 띄는 피칠갑을 해놓고도 겨우 복면 하나로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냐!”
지살이 다시 한번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뭐 확실히!’
구출대 전원이 내심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의 붉은 머리칼은 이런 야밤의 횃불 속에서도 사람들 눈에 확 띄었다. 게다가 옷은 여전히 붉은색 일색, 붉은 허리띠에 찬 도마저도 중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날렵한 모습에 손잡이를 포함하여 도집 전체가 붉었다.
“쳇, 깜빡했군!”
염도가 발각의 원인이 된 죄인의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별 수 없지 하는 그런 태도였다.
“먼저 가라!”
염도가 말했다.
“하지만…”
“가라! 어차피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빚쟁이들이 끈질긴 것 같아서 말이야!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몰라서 가라고 하는 거다.”
말은 모용휘를 향해서 했지만 그의 시선은 천지쌍살 두 노인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노사님!”
모용휘의 시선이 염도를 향했다.
“뭐 그냥 만일이다, 만일! 물론 내가 저딴 늙은이에게 질 리가 없지 않느냐? 2전 1무 1승이다. 이번에도 물론 지지 않는다!”
염도가 태연하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외쳤다.
“뭘 꾸물거리냐! 어서 가라! 그리고 반드시 지켜라!”
“예!”
염도가 홍염을 들어올렸다. 화령신공을 운용하자 그의 애도가 불꽃으로 변해 거칠게 타올랐다. 무시무시한 열기가 홍염을 중심으로 뻗어 나왔다.
“뛰어!”
일렁이는 불꽃 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불꽃의 해일이 우측 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을 덮였다. 불티가 날리고 비명이 터져나오며 불꽃의 벽으로 둘러싸인 길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뚫린 불꽃의 통로 한가운데로 은설란을 업은 모용휘가 신형을 날렸다.
무사히 모용휘가 몸을 빼는 것을 보고서야 염도는 돌아섰다.
“자! 그럼 이쪽도 묵은 빚을 청산해 볼까!”
순간 천지쌍살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나에 대한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 내가 만약에 끼어들기라도 하면 그들은 도주조차도 하지 못한 채 학살당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다지 효룡과 염도의 복수전에 끼어들기가 싫었다. 이건 어쨌든 남의 싸움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 저들을 이긴다면 놓아주겠다. 이길 수 있다면 말이지.]끼어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천지쌍살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는 그냥 방관하기도 뭣했고 끼어들기도 싫었다. 그래서 천지쌍살한테 빚이나 만들어두는 셈이었다.
그 때 효룡이 말했다.
“저자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