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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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물론 종남파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니 새파랗게 어린 내가 장문인의 임무를 다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습격을 막고 내부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남제일검]이라고 하는 상징성이 필요했다.
‘ 나를 간판으로 쓰겠다는 말이군.’
내 얼굴빛이 안좋아질 때, 현검자가 말을 이었다.
” 그러나 아무리 얼굴담당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정파인의 검이 수라마도의 일색을 걷는 것은 차마 볼 수가 없다. 너의 검에 묻어있는 잔혹함을 깨우쳐 주겠다.”
” 잔혹함이라.”
나는 문득 우스워졌다. 나는 딱히 양심의 가책을 숨기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은 앞으로 9번이나 반복될 미래속의 하나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인형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 자들에게 굳이 인간성까지 부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나는 고요히 눈을 들었다. 살기는 커녕 긴장도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와 같이, 편안하게 검을 내뻗었다.
부우우우
간다.
육합귀진신공(六合歸盡神功).
그것은 종남파가 자랑하는 여섯 개의 절세신공. 그러나 그 근원은 종남이 아니다. 일찍이 도가의 정통명문이었던 전진파가 멸망한 이후, 종남파의 시조가 그 잔재를 수습해서 여섯 개의 공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진정한 기원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중에서도 구양신공(九陽神功)은 특별한 내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도(河圖)와 낙서(落書)에서 나온 뜻으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 이 가장 젊고 작은 것이고, 9 가 가장 나이 많고 넓고 늙은 것이다. 에서는 10이 되면 다시 돌아가 버리므로 9 를 가장 높은 숫자로 치는 것이다.
양강공력에서 최고봉이라고 자인하는 신공.
수많은 종남파 문인들이 선호하고 익혔지만 누구도 8성 이상은 성취하지 못했다. 그것은 구양신공에 존재하는 내공의 한계 때문이다. 팔성에 이르게 되면 강락경(强洛經) 때문에 내력이 강성해지지만 그 이상을 성취할 수 없다.
나는 수련을 하던 중에 태을신공이 극성에 달하게 되자 비로소 강락경이 뚫리는 것을 발견했다. 즉 육합귀진신공에는 수련순서가 존재했던 것이다. 태을신공, 현천건강기 중 어느 하나라도 극성에 도달해야 구양신공과 칠음진기의 벽을 뚫을 수 있다.
퍼엉!
” 아니!”
현검자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허공에서 가볍게 서로의 검기가 충돌한 순간 그의 팔이 저리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신중하게 내공을 배분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매화가면이 말했다.
” 대단한 양강지력(陽强之力)이군! 염도(炎刀)의 것이 극패(極覇)라면, 자네의 것은 만융(萬瀜)인 건가.”
그 말을 현검자가 받았다.
” 기공을 육 성까지 끌어올린 상태가 아니었다면 내 검이 타들어갔을 게야. 검염기와는 다른 무서움인가…”
쉬익
채채챙
현검자와 매화가면은 결코 둘이서 협공하지 않았다. 현검자는 제자리에서 순신(瞬身)을 번복하며 몸의 위치를 바꾸었다. 무당파의 제운종을 저렇게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내가 현검자의 일검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은밀하고도 빠르게 허공에서 덮쳐오고 있었다.
꽈앙
그의 일검을 추운축전(追雲逐電)으로 받아내는 순간 현검자의 검이 마치 수백 개나 되는 그물자락처럼 변했다. 그렇게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닌지 매화가면이 경호성을 터뜨렸다.
” 좋구나!”
내 전신이 투기로 이글거렸다.
그리고 현검자 필생의 절학에 마주쳐서 검정중원(劍定中元) 이호락(二號絡)이 펼쳐졌다. 유운검법은 총 18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열두 초식을 연환하는 것을 내 개인적으로 이호락이라고 불렀다.
끼리리링
양인의 검이 허공에서 불꽃 튀며 접붙더니, 이윽고 일그러져서 나비같은 형상의 검파(劍派)를 만들어 내었다. 현검자는 그 찰나의 순간에 면장(綿掌)을 날려서 내 옆구리를 노렸다. 나는 허공에서 몸을 반바퀴 돌리면서 마주 장력을 내뿜어 상쇄시켰다.
검정중원의 변화는 유운검봉(流雲劍峰)까지 무난하게 도도하게 흘렀다. 그러더니 갑자기 천하삼십육검의 천하도도(天河導禱)의 변화가 섞이며 허공 삼 장까지 검기가 충천하더니, 마치 번개가 내려치듯이 내려꽂혔다.
낙성검(落星劍)
둔중둔저(鈍重鈍猪)
현검자가 그 초식을 알아보는 순간 눈을 약간 크게 떴다.
나는 그의 입이 조그맣게 열리는 것을 확인했다.
제법이군.
동시에 현검자의 검이 잡다한 기세를 버리고, 하나의 정신 아래 혼(魂)이 되어 뭉쳤다. 역시 그 또한 검혼의 경지를 이룬 절세검객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무당파 궁극의 검결, 태극검해(太極劍解)가 삼정(三正)의 변화를 내포하며 뿜어져 나왔다.
대결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현검자와 더불어 삼백 초를 겨루고 나자, 다음에는 매화가면이 뛰어들었다. 그는 전에 없이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다.
” 자네 정도의 검객과 만나다니 노부의 복이군! 차륜전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이 성(二成)의 공력을 봉하고 상대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