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2)
먼치킨 길들이기 32화
쉔 티엔은 엄지로 당과가 묻은 키네미아의 입가를 닦아 주며 말했다.
“그리 고마우면 이 오라비를 한번 안아 주든가.”
함박웃음을 지은 키네미아가 총총 다가와 허리춤을 꼭 안자 쉔 티엔이 피식 웃으면서 키네미아를 안아 들었다.
“혜민원 뒤편에 위가식 정원을 만들었는데, 보고 갈 테냐.”
“네네!”
“그래. 가자.”
그가 키네미아를 안아 든 채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겼다.
찻잔을 정리하던 점원은 키네미아를 안고 목련실을 나서는 쉔 티엔을 보며 입을 벌렸다.
‘세상에, 저 인간이 누굴 안고 움직이다니.’
무심코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위가에서는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면서, 애들이 다가오면 발로 차기 일쑤가 아니었던가.
그뿐인가.
‘생각난 김에 휘리릭은 무슨.’
일주일 내내 잠도 줄여 가면서 달여 놓고서는…….
쉔 티엔은 위가의 황제에게도 그런 정성을 보인 적이 없던 인물이었다. 그냥 황제도 아닌 싱 카칸의 머리 꼭대기 위에 틀어 앉아 있던 자였는데…….
연금술사들 사이에선 그런 쉔 티엔은 처음 본다면서 ‘드디어 미친 건가? 아니면 알코올 중독의 새로운 증세인가?’라며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하여간 성격 참 못나셨어…….’
점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테이블을 치웠다.
9장 검의 법도
키네미아는 흐린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 방…… 왜 이렇게 됐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젤리와 쉔 티엔이 만들어 준 포션을 잔뜩 싸 들고 귀가한 키네미아의 다음번 목적지는 세이어와 라나의 방이었다.
세이어와 라나는 대공 성 안으로 거처를 옮긴 참이었다. 생각보다 일감이 많아지면서 미카엘라와 긴밀히 소통해야 했고, 그 외 등등의 이유로 대공 성 근처로 공방을 옮기면서 자매도 자연히 대공 성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으으음.’
그리고 얌전히 앉은 채 방을 구경하던 키네미아는 ‘그녀들의 센스가 이 세상 것은 아닌가 보다.’ 조용히 실감하는 중이었다.
방 곳곳에 사슴이며 멧돼지 같은 헌팅 트로피가 걸려 있었으며, 카펫은 호랑이 가죽, 소파에는 곰 가죽이 걸쳐져 있었다. 그것도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
길드 마크가 개구리 모양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 개구리도 귀엽게 데포르메된 개구리가 아니라, 진짜 리얼 현실감 100%의 눈이 튀어나온 개구리였다.
‘눈 둘 곳이…….’
연신 두리번거리던 키네미아는 소파 위에 걸린 곰 머리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아서 슬그머니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사이 자매는 키네미아가 가져온 미스릴을 살피면서 연신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정말 처음 보는 광물이긴 하네요. 굉장히 단단하고.”
“신기하다…….”
키네미아는 푸르스름한 돌덩이 같은 걸 보면서 눈매를 좁혔다. 역시 전문가라 그런지 뭔가 달라 보이긴 하는 모양이었다.
“미스릴이라고 이름 붙이셨다고요?”
미스릴을 만지작거리던 라나가 물었다.
“응응.”
“이런 광물은 어디서 얻으셨어요?”
이번엔 세이어의 물음이었다.
“던전에서 나온 거야.”
“오오, 역시 던전인가.”
“이런 게 나온다면 나도 가 보고 싶다, 던전……!”
“그러게 말이야.”
자매는 미스릴에 완전히 빠져 버린 듯 시종일관 눈을 반짝거리면서 미스릴을 닳도록 쓰다듬었다.
“대공녀, 이걸로 뭘 하실 생각이세요?”
“망치? 망치?”
망치라니. 흥분해서 망치 손잡이를 꽉 쥔 라나의 시선을 키네미아가 슬그머니 피했다.
“망치는 아니고…… 검을 만들고 싶어서.”
“검이요?”
“검이라…….”
세이어와 라나가 고심에 잠겼다.
원작에서 자매가 미스릴을 만지는 건 한참 후였으니, 지금은 좀 어려우려나.
키네미아는 우유를 홀짝이면서 말했다.
“베히모스라면 제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져와 봤는데…… 베히모스가 못 한다면 할 수 없이 다른 대장장이를 구해 봐야지.”
“……!”
“……!”
그러자 자매의 눈이 불이 켜진 듯 번쩍였다.
“저희가 제련하지 못하는 광물이 있을 리가 없죠.”
“대공녀께서는 딱 지켜만 보시면 됩니다!”
다른 대장장이를 구한다는 말이 호승심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사흘만 기다려 주세요!”
“아니, 이틀이면 됩니다!”
세이어의 말에 라나가 토를 달았다. 그러자 세이어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입을 벙긋거렸고 라나가 이에 대응하듯 입을 벙긋거렸다.
대충 입 모양을 보아하니 서로에게 거한 욕설을 날리는 중인 것 같았다.
“이틀 만에 되겠어? 처음 다루는 거잖아.”
“그 정도야…….”
“하루면 충분하죠!”
라나가 재차 토를 달자 세이어가 앞에 놓인 컵을 집어 던졌다. 라나는 이를 턱, 손으로 받아 내고는 세이어에게로 다시금 집어 던졌다.
줄곧 포물선를 그리며 오가던 컵에는 이제 오러까지 담겨 있었다.
저거 맞으면 바로 저세상행이다……!
불쌍한 키네미아는 소파에 몸을 잔뜩 붙인 채 와들와들 떨며 말했다.
“아, 알았어……! 둘만 믿을게!”
그만 싸워! 무섭다고!
“그러실래요?”
“성심과 성의를 다하겠습니다.”
그러자 둘은 언제 싸웠냐는 듯 온화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잠깐 생명의 위협을 느껴 목이 탔던 키네미아가 우유를 단숨에 들이켰다. 이를 본 라나가 물었다.
“대공녀, 우유 더 드릴까요?”
“아, 뭐 해! 재깍재깍 안 갖다 드리고.”
“이게 자꾸-”
“대공녀께서 우유를 못 드셔서 계속 콩 벌레만 해도 좋다, 이거야?”
콩……! 가만히 있다가 공격을 받은 키네미아는 무척 억울했으나, 그녀들은 키네미아의 항변을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그게 어떻게 내 책임이냐?!”
“그럼! 네 책임이지! 너 대공녀를 이렇게 낳으셨다고 대공녀의 부모님을 탓하는 거야, 지금?”
“뭐?!”
세이어의 날이 선 말에 라나가 사색이 됐고, 키네미아는 먹던 우유를 뿜을 것 같았다.
“그럼 정말 대공녀께서 콩 벌레만 한 게 내 책임이란 말이야?!”
아니야! 키네미아가 눈을 떨었다. 그녀가 팔을 허덕거리면서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말해 주려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말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내 라나는 제가 대공녀를 책임지고 키워 드리겠다느니 하면서 눈물을 훔쳤고, 옆에 앉은 세이어는 새침한 얼굴로 연신 부채질을 했다.
‘배 터지겠어…….’
우유를 토할 듯이 먹은 키네미아가 일어선 것은 이후로 20분 정도 더 눈치를 보고 나서였다.
“그럼 베히모스만 믿고 맡길게.”
“네, 저희만 믿으세요.”
“완벽하게 제련해 보일 테니까요!”
그 결연한 다짐과 함께 두 사람의 망치에서 엄청난 오러가 폭사하듯 터져 나왔다.
‘아앗…….’
눈부셔! 키네미아가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오러만 봤을 때는 제련뿐만 아니라 황궁 점령도 가능한 수준인 것 같은데.
키네미아는 계속 손을 흔드는 자매에게 들어가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렸다.
“빨리 시작하자. 미스릴이라니, 나 좀 떨려.”
“완전 기대돼!”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하던데, 검날도 그렇게 나오려나…….”
“크- 푸른 날이라. 찌릿찌릿하네.”
흥분을 참지 못한 세이어와 라나가 소리 내어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문득 라나가 키네미아의 뒷모습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왜? 뭐 있어?”
“……아니.”
라나가 고개를 저었다. 의아해진 세이어가 빼꼼 얼굴을 빼냈다. 키네미아는 벌써 코너를 돌았는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뭔데 그래?”
“아니, 검은 나비가…….”
“응?”
“검은 나비가 대공녀의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것 같았는데.”
미간을 찌푸린 라나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어제 잠 못 잤어? 어쩐지, 피부 상태가 별로더라니…….”
웃어넘긴 세이어가 라나의 등을 팡팡 치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게 은근슬쩍 욕하네?”
그 뒤로 라나가 욕을 속사포로 쏟아 내면서 따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