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9)
먼치킨 길들이기 79화
“아뇨! 싫어하지 않아요.”
“그럼 귀찮다거나…….”
핫! 키네미아가 잠시 멈칫거렸다. 물론 때때로 귀찮게 굴긴 하지만…….
이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싫거나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보단 뭐라고 하면 좋을까. 키네미아는 머리와 눈을 도르륵 굴렸다.
“오랜만에 만나니까 아직 낯설어서…….”
어떻게든 대답을 꺼낸 키네미아가 제가 꺼낸 말을 되뇌었다. 낯설어서? 그건 명확한 표현이 아니다.
같이 있으면 설레서? 신경이 쓰여서? 좀 더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찾았으나 딱 떨어지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뒤이어질 말을 기다리던 울프만이 입을 열었다.
“낯설어서? 그래, 그럴 만도 하지. 그때 이후로 5년 만이니까.”
“네에…….”
키네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만은 재차 손가락을 타다다닥, 타다다닥 튕겼다.
“너는 도통 묻지 않는구나. 궁금하지 않니?”
“네?”
“내가 왜 에이얀과 5년 동안 연락 한 번 하게 두지 않았는지 말이다.”
아…… 키네미아는 맹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저 사실 에이얀이 5년 동안 뭘 했는지 대충은 알고 있어요. 지클린에게 들었거든요. 아, 지클린은-”
“지클린이라면 그 정보쟁이 아니냐. 그자를 알고 있느냐?”
“아…… 네. 어쩌다 보니 연을 맺게 됐어요.”
“쉽지 않았을 텐데. 정보쟁이 주제에 의뢰를 까다롭게 받아서.”
울프만이 퍽 흥미롭다는 기색을 하다가 질문을 이었다.
“그런데 지클린이 에이얀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더냐?”
“에이얀이 5년 동안 마법사들을 세뇌하고 다녔다는 이야기요.”
“그걸 들었구나.”
“위험했다고 들었어요. 정신계 마법에는 페널티가 크다고…… 그래도 했다고…….”
“그 정도만?”
“네.”
울프만은 잠시 고민하듯 말을 줄였다가 운을 뗐다.
“넌 그걸로 충분하니?”
“나머지는 에이얀이 직접 말해 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내게 물어보면 답해 줄 수도 있는걸?”
장난스러운 울프만의 물음에 키네미아가 미소를 지었다.
“묻기 전까지 말씀해 주시지 않는 연유가 있으시겠죠.”
키네미아를 놀리려고 했으나 오히려 말문이 막힌 것은 울프만 쪽이었다.
“어떤 사이든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나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은 있을 테고…… 그러니 뒤에서 캐묻고 싶지는 않아요.”
“어른스럽구나.”
울프만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툴툴대듯 말했다.
“에이얀이 눈은 높아.”
“네?”
“네가 어여쁘단 소리를 했단다.”
“가,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키네미아가 하얀 볼을 발갛게 붉혔다.
“그래, 키네미아. 마탑에 온 김에 에이얀의 방이라도 보여 줄까?”
“예에? 제가 들어가도 되나요?”
“괜찮아. 그놈은 좋아할 테니.”
엥. 아무리 에이얀이라도 그것까지 좋아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마탑에 있는 에이얀의 방이라니. 아주 살짝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예의가 아니기에 정중히 거절할 말을 골랐다.
“그래도 저는-”
그러나 울프만은 키네미아가 거절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
눈을 감았다 뜨는 찰나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엥!
키네미아가 넓은 방 안에 서서 눈을 크게 떴다.
‘넓다…….’
거실인지 서재인지 모를 공간 안에는 책과 종이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화려하고 고풍스럽지만 벽에는 흔한 그림 한 장 보이지 않는 게 에이얀다웠다.
키네미아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방을 돌아보는 동안 울프만은 지저분한 방을 보며 팔짱을 꼈다.
에이얀이 아직 낯설다기에 좀 더 가까이 여길 방도가 없을까 해서 방으로 들여왔건만, 더 멀어질 것 같은데…….
방 꼴이 말이 아니구나. 울프만은 일단 에이얀을 위해 변명을 해 두기로 했다.
“큼……. 마법사들에게 이 정도는 더러운 것도 아니란다. 옆방 놈만 해도 책이 천장까지 쌓여 있어서 몇 번 깔리기도 하고…… 아! 저 맞은편에는 아예 발을 디디지도 못한단다.”
변명을 해 주려는 울프만의 필사적인 몸짓에 키네미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에이얀은 혜민원에서도 이렇게 지내요.”
“그런 방에 널 들인단 말이냐? 하여간…….”
아까까지 변명해 주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울프만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때 울프만의 어깨로 밤색 황조롱이가 날아왔다. 벤자민의 사역마였다.
무슨 일이 생겼나? 울프만은 날갯짓하는 황조롱이를 확인하곤 키네미아에게 양해를 구했다.
“키네미아, 미안하지만 여기서 잠시 놀고 있으렴.”
“네, 저는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키네미아가 손을 내젓자 감동받은 울프만이 키네미아를 꼭 안아 주고는 휙 사라졌다.
* * *
자욱한 연기 속에서 에이얀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저벅저벅 걸어왔다.
“자, 잡으셨습니까?”
눈만 굴리던 허링 후작이 그에게로 몇 걸음 다가갔다.
그러자 에이얀이 손에 든 것을 휙 던졌다.
얼결에 이를 받아 든 허링 후작은 제가 잡은 게 뭔지 확인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내던졌다.
“히이이이익!”
흙바닥 위로 사령술사의 머리가 데구루루 굴러갔다.
벤자민은 무심히 그걸 보다가 돌아서는 에이얀을 붙들었다.
“어디 가십니까, 에이얀 님.”
“다 끝났잖아. 돌아가야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복구도 해야 하고, 다른 곳에도 처리할 의뢰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워프해 버렸다.
‘젠장 할!’
곧장 울프만에게 사역마를 보낸 벤자민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는 맡기겠네.”
마법사들이 고개를 숙이자 그가 에이얀을 따라 이동했다.
* * *
“잠시만요, 에이얀 님!”
에이얀의 빠른 걸음에 맞춰 벌컥 문이 저절로 열렸다. 에이얀은 망토를 벗어 내던지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임무 안 끝났습니다, 에이얀 님.”
“무슨 소리야? 처리했잖아. 깔끔하게.”
“그래도 복구는 하고 가셔야죠.”
벤자민이 집요하게 달라붙자 에이얀이 비소를 흘렸다.
“벤자민, 자존심 좀 주워 줄까?”
“예?”
“떨어트린 것 같아서.”
에이얀이 손을 드니 시원한 물이 든 잔이 날아왔다. 그가 물을 들이켠 후에 웃었다.
“콧대 높은 마법사들이 자존심 빼 놓고 복구해 달라고 울면서 비는 것도 볼만은 해. 아, 물론 지겹게 굴지 않는 한에서. 알지?”
그러나 벤자민은 에이얀이 마탑에 입성했을 때부터 울프만의 곁에서 보좌역을 도맡아 온 인물이었다. 에이얀의 이런 도발과 개소리에 면역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제 뜻이 아니라 탑주님의 명이십니다. 파괴한 영지는 복구해 주셔야 합니다.”
흐응, 에이얀은 왜인지 필사적으로 달라붙는 벤자민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에게서는 난처하다는 기색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의뢰를 핑계로 마탑에서 멀리 떼어 놓으려던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발을 묶어 둘 필요까지야…….
“벤자민.”
“예.”
“무슨 개수작이야?”
“개수작이 아니라, 복구 요청입니다.”
“웃기지 말고.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벤자민의 대답을 기다리며 에이얀이 뒤를 돌아섰다. 그러다 한곳을 가만히 응시한 채로 굳은 듯 멈춰 버렸다.
대꾸할 말을 생각하던 벤자민이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에이얀 님?”
“응.”
돌연 에이얀이 나긋하게 대답했다.
“……?!”
뭐지? 그는 당황한 벤자민에게 자상하게 웃기까지 했다. 그는 도발하는 에이얀을 볼 때보다 불안해졌다.
“알았어. 스승님의 명에 따를 테니 나가 봐.”
“……?”
“아까 한 말은 전부 농이었어.”
“예?”
“뭐 해. 가 봐.”
“왜 갑자기 친절하십니까?”
“서운한데. 내가 언제는 안 그랬던 것처럼.”
안 그랬다. 벤자민은 혀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반박을 애써 참았다.
“꼭…… 복구하셔야 합니다…….”
“알겠다니까. 잠시 쉬었다가 바로 갈 거야.”
에이얀이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왜 저러지?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 에이얀의 생글생글 웃는 표정을 보면서 벤자민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예…… 그럼 그렇게 알고 전달해 두겠습니다.”
꺼림칙했지만 추궁할 수는 없는 노릇. 길게 숨을 내뱉은 벤자민이 허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