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69)
EP.170) 낮과 밤 # 11
170 – 낮과 밤 # 11
나는 나르미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르미는 우물쭈물 한참 고민하는 듯하더니, 과장된 느낌으로 좌우 번갈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니?”
고민하다 쥐어짜낸 답변이 되묻기였다. 아마 잠깐의 유예 시간을 벌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침착하게 다시 물어봐주기로 했다.
“나르미 님은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가 스스로 물어봐 놓고도 참 직설적인 질문이구나 싶었다. 내게 이런 말을 할 정도의 용기가 생겼다니.
최근 엘가와 있었던 많은 경험들이나 직업 ‘호색한’의 보정이 없었더라면 나도 우물쭈물 거렸었겠지.
“나는….”
나르미가 침대에 앉아 자신의 발을 꼼지락거렸다. 시선은 발끝에 고정. 그 시선은 어딘가 공허한 느낌으로 허공에 붕 뜬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나요?”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
나르미의 태도는 묘하게 소극적이었다. 그때 나는 나르미가 아직 남성 경험이 전혀 없는 순진한 여성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쌍둥이 언니 쪽인 미르나가 먼저 순결을 잃었지만, 나르미로서는 아직 그것을 알 리가 없을 테지.
말하자면 오늘 나르미에게 있어서는 이 모든 것이 첫 경험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이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
술도 마셨고. 정신도 없고.
무대와 배우 그리고 여러 기타 요건이 대부분 충족되어 있는 이 상황에서 나르미를 유혹하는 일이야 식탁보를 치우는 것만큼 간단한 일일 터.
그럼에도 나는 나르미가 자신의 의지를 직접 피력해주길 바랬다. 그것이 후환이 없고, 나르미에게 있어서 후회를 사지 않는 방법일 테니.
그래서 침착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언니 미르나의 때에는 침착함이 부족해서 여러모로 배려 없는 짓을 해버리고 말았으니까.
나도 나름 성장한다 이 말이다.
“나는….”
그때 나르미가 작게 자신의 입을 열었다.
“나는 사실 내 스스로 선택해본 적이 별로 없어.”
“그렇습니까?”
“지금까지, 언니의 말만 따라 살아왔었거든. 아마 이런 상황이 된 건 다 내 잘못일지도 몰라. 내가 평소 언니한테 내 이야기를 잘 안했으니까.”
나르미는 조곤조곤히 나름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언니도 나름대로 날 생각해서 했던 일들이겠지. 하지만 이젠 나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책임져야 할 나이라는 거. 요즘 확실히 알게 됐어.”
“책임요?”
“그래. 자유에는 책임이 필요하더라. 해야 하는 것도 많고.”
나르미의 붉은 눈동자가 나름의 결의를 담아 나를 바라봤다. 그 눈에 담긴 의지는 요 며칠 강한 업무에 시달리며 지쳐있었던 나르미와 또 달랐다.
나르미도 요 며칠 성장한 것이겠지.
“내 선택에도 책임이 따르겠지. 그걸 짊어지는 건 나고. 그렇지만 원래 그게 맞는 것 같아.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거잖아.”
어른이 된다라-.
나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던 것을 요 며칠 동안 나르미는 혼자 고민을 해낸 끝에 답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 그런 의미에서 태오야,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줘.”
어른으로 만들어 달라니.
여러모로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그래도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확실한 대답에 나름 상응하는 것이라 나 역시 만족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나르미에게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왜냐하면 나르미는 광염 교단의 신자. 신자들에게 혼인하지 않고 남녀 간의 일을 갖는 것은 큰 죄였으니까.
“기도는 드리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부부의 예를 간단히 올리거나-.”
내가 무어라 해명하려 할 때 나르미가 손바닥을 슥 들어올렸다.
“괜찮아. 나는 교회 열심히 안다니니까. 언니가 열심히 다니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녔던 거야.”
그렇군. 나르미는 언니에 비해 딱히 신앙심이 있진 않았구나.
이제 더 이상 우리를 막을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나르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나르미는 각오했다는 것처럼 후-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약간 맥주향기가 났다.
스윽.
나의 손이 닿은 것은 나르미의 어깨였다. 가느다란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무척 긴장하고 있는 표가 확연히 났다. 그런 어깨를 슬쩍 끌어안으며 나는 나르미와 입을 맞췄다.
“추릅, 츠릅.”
이미 각오를 한 것인지 나르미는 어색하게나마 나의 입맞춤에 호응하려는 듯이 입술과 혀를 움직였다.
물론 무척 서툴기 짝이 없어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았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 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서 나르미를 침대에 눕혔다.
풀썩.
마치 사냥꾼에게 붙잡힌 사슴처럼 얌전히 오들오들 떠는 모습을 보니까 문득 미르나와의 첫 관계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비좁은 밀실에서 허겁지겁 일을 해치웠었지.
얼른 미르나를 덮쳐서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야한다는 생각뿐이라 여러모로 서툴고 여유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미르나 입장에선 정말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다. 무드도 없고, 뭣도 없었지.
그런 의미에서 나르미에게는 가능하면 언니의 몫까지 정성을 쏟아줘야겠지 싶다.
“그럼 옷을 벗길게요.”
“으, 응.”
나르미는 매우 어색하고 수줍게 답했다.
그렇지만 나름 각오를 담고 있는 대답에 허락을 받은 나의 손은 이제 제법 대담하게 움직여 나르미의 몸에 걸쳐진 블라우스와 넥타이를 풀고, 셔츠의 단추를 열었다.
스르륵.
그러자 하얀 살결과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까만 브래지어가 보였다. 레이스가 달린 것으로 하얀 살결과 대비되어 꽤 보기 좋다.
나는 속옷을 슬쩍 위로 끌어 올렸는데, 덕분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보이는 알가슴과 동그란 젖꼭지가 세상에 드러났다.
출렁,
“…….”
나르미는 딱히 말이 없었다. 그저 긴장으로 붉어진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긴장되겠지.
곧 나르미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이, 이상하려나…? 리오네스 영애에 비하면 작지…?”
“아뇨, 모양이 예뻐서 좋아요.”
나는 그런 나르미의 가슴을 향해 천천히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그 벚꽃을 닮은 분홍색 젖꼭지를 입에 머금고 마치 아기처럼 빨았다.
주웁,
“으앗…!”
그러자 나르미는 알기 쉽게 반응했다. 내 입에 닿자마자 유두는 단단하게 일어서고, 그 허리는 튀어 오른다. 언니인 미르나의 때에도 느꼈지만 신체의 감도가 전체적으로 꽤 높다.
주웁, 쭈우웁. 할짝.
“앙…!”
나는 젖꼭지를 빨거나 혀로 살살 핥았다. 그럴 때마다 나르미의 반응은 움찔움찔. 미르나의 경우는 일부러 소리를 참기도 하고 그랬던가.
미르나의 금욕적인 태도도 꽤 꼴리고 좋았다만, 역시 나르미처럼 반응이 즉각적이면 그것도 꽤 흥분되고 도전욕을 불러오게 된다.
나르미로부터 끊임없는 신음이 흘러나오게 하고 싶다.
“츄릅, 추릅.”
“응, 하으, 으읏….”
내가 혀로 작은 유륜을 빙글빙글 돌리자 이내 참지 못하게 된 것인지 나르미가 나의 머리를 손으로 꾹 붙잡았다.
“그, 그만, 거기는 느낌이, 이상해…! 입으로는 말고….”
“입이 아니면?”
“…그으…, 차라리 손으로 해줬으면 좋겠어.”
혀는 자극이 너무 강했나. 그래서 나는 나르미의 요구에 따라서 입을 떼고 손으로 가슴을 감싸듯 붙잡았다.
스윽, 주물주물. 말랑말랑.
사실 나는 가슴을 손으로 잡는 것도 좋아했다. 가슴을 싫어하는 남자는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터.
특히 나르미처럼 모양이 예쁘고 볼륨감도 꽤 크고 따뜻한 것이라면 매일, 매 시간 만지고 있어도 질리지 않으리라.
주물주물.
나는 가슴을 전체적으로 마사지하듯 주물렀다. 자극이 너무 강할 수 있으니 젖꼭지를 만지는 것은 가능하면 피해준다.
슬쩍, 슬쩍.
하지만 손가락 사이에 가끔씩 닿는 유두는 이미 딱딱한 느낌으로 발기해 있었다.
“으응, 흐으응….”
그리고 내 손가락이 젖꼭지에 스칠 때마다 나르미 역시 알기 쉬운 느낌으로 반응해온다.
어느새 나르미의 몸에서는 따뜻한 체온에 의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고. 냉방 하나 잘 되지 않는 이 싸구려 여관방은 한껏 두 남녀의 체온으로 후끈거리는 상태.
“후으으-. 더워….”
이불 위에 누워 고생하는 나르미가 어쩐지 불쌍하게 느껴져서 일단 옷을 다 벗겨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옷을 벗겨드릴게요.”
* * *
나르미는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느낌에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가슴에 남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등과 허리 그리고 아랫배에서 무언가 꾸욱 꾸우욱 올라오는 기분이었는데. 그것을 억누르기 위해 온 신경을 다 쏟아야 할 정도였다.
원래 남자의 손길이란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경건한 신도인 미르나라면 남성의 손길이라는 것에 아주 질색을 했겠지만.
나르미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도 아니었고 호기심이 많아 여러 서적들에서 이미 남녀가 어떤 일을 벌이는 지 정도는 탐독해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음란한 엘프 메이드-같은 책들.
어쩐지 못된 짓을 하는 느낌으로 남들 몰래 매일 읽었던 책에 적혀 있던 일들을 자신이 지금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매우 술렁이는 기분이었다.
“으읏, 흐으….”
술렁이는 가슴과 바르르 떨리는 몸을 억누르며 진정시키는 것이 겨우.
그렇게 정신없는 나르미의 옷이 남성에게 전부 벗겨져서 알몸이 된 그때서야 나르미는 이 반요정이 여성을 다루는 것에 꽤 익숙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예쁘시네요. 저도 벗는 게 낫겠죠?”
슥슥.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마음을 달래주는 것에도 익숙하고, 당황하고 있는 자신에 비해 침착해 보이는 태도가 어딘가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오히려 경계된다.
리오네스 영애와 혹시 이런 일을 자주 했던 건가?
리오네스 영애의 얼굴이 문득 눈앞으로 스쳐지나간다.
남녀관계의 일이랑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그녀 또한 이 반요정의 앞에서 자신과 같은 걸 겪었을까. 조금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러나 반요정과 리오네스 영애의 일을 떠올리는 것은 어쩐지 조금 기분이 이상하고, 약간의 질투심이 생기는 것 같아서 생각을 비웠다.
여기 있는 건 리오네스 영애도 아니고, 언니인 미르나도 아닌 나르미 자기 자신이다. 나르미는 그것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살아있다는 감각을 격렬히 느끼고 싶었다.
격렬한 통증이라도 좋으니, 자신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증거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나르미는 다시금 반요정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끌어안고 그 귓가에 말했다.
“이, 이제 넣어줘.”
자신이 말해놓고도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자매의 몸을 공유하며 멋대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니. 언니가 들었다면 정말 화냈겠지. 화내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요정의 대답은 조금 예상 외였다.
“아직은 안 돼요. 이대로 넣게 되면 정말 아플 거에요.”
“…그, 그래?”
스윽.
반요정의 손이 종아리부터 천천히 허벅지를 향해 올라왔다. 천천히,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여유마저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덕분에 나르미는 남자의 온기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때서야 나르미는 이 남자가 자신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다. 그리고 그러한 배려심은 나름대로 나르미의 마음에 안정을 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스륵.
남자의 손이 천천히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와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에 닿았을 때, 나르미는 세상 느껴본 적 없는 기이한 감각에 이불을 꽉 쥐고 말았다.
“햑…!”
질꺽.
무언가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 그 온기와 모양 그리고 길이가 몸 안에서 생생히 느껴진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물고 있는 자신의 몸과 질내 또한 생생히 자각하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스륵, 스륵, 찌걱.
“아앙, 아앗…!”
나르미는 그만 자신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던 옆방의 여성처럼 소리를 크게 내지르고 말았다.
자신의 입에서 이렇게 강렬한 소리가 터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해서-. 문득 부끄러워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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