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2)
EP.3) 악의 꽃 아이라 # 3
003 – 악의 꽃 아이라 # 3
여왕 아이라는 웬만해서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녀가 생각하기로 ‘신뢰’라는 것은 인간의 앞에 붙을 수 없는 표현이라나.
그랬기 때문에 그녀의 눈에 들어서 그녀로부터 친히 상을 하사 받는 사람은 나 태오가 유일했다.
─물을 데우러 와라.
그것은 그녀가 내게 내리는 상을 뜻하는 은어(隱語)였다.
그녀는 그것을 하사하며 매우 보람을 느끼는 듯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녀가 내리는 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비누 맛이 가끔은 너무 씁쓰름하기도 했으니까.
그렇다고 내게 감히 여왕으로부터 내려오는 상을 거절할 권한이 있을 리 없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태오의 최후는 처형당했다는 것.
그 처형을 집행하는 주체가 변덕스러운 여왕 아이라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망할. 이렇게나 열심히 살았는데, 어떻게 내 편이 하나 없을까?
불만을 다스리며 나는 여왕의 넓은 개인 궁정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땅히 있어야 할 무장한 근위병들도 없고 삼엄한 경비나 장벽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개인 궁정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시녀 한 명 뿐.
“아이라 님께서 먼저 들어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름 모를 금발의 시녀가 그렇게 무뚝뚝하고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범한 메이드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사실 단검을 휘둘러 사람 목쯤이야 쉽게 따버리는 잠행요원이라는 걸, 나는 잘 안다.
이 녀석 한 명이 어지간한 근위병 여럿보다 강하다.
그런 그녀의 눈은 나를 경멸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자, 태오 님. 여기 제 앞에 서시죠.”
슥-.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시녀의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가벼운 검사를 맡았다.
혹 여왕에게 해를 끼칠 만한 물건이 있는 건지 없는지 확인하는데.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이다.
내가 그녀를 해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 반대면 또 몰라.
“안으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때서야 길을 비켜주는 시녀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달빛 아래 넓게 펼쳐져 있는 정원이었다.
백조와 이름 모를 새들이 아름답게 노닐고, 꽃과 형형색색의 열매들이 가득 펼쳐져 있는 왕궁의 정원.
그리고 그 중앙에는 뜨거운 기포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노천탕이 보인다.
“여왕 님, 그럼, 감히 실례하겠습니다.”
“아, 왔구나.”
노천탕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이곳은 왕의 개인 처소. 이곳에 먼저 있는 선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여왕 아이라다.
아이라는 뜨거운 김 사이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물 밖으로 참방, 참방-하고 빠져나온다.
덕분에 그녀의 상처하나 없는 깨끗한 나신이 내 얼굴 앞에 드러났다.
“…너무 빤히 바라보지는 말거라. 고귀한 나라고 해도 약간의 부끄러움은 느끼니까.”
“알겠습니다.”라고 적당히 고개를 조아리며 내 눈은 빠르게 움직였다.
감히 여왕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긴 다리, 잔털 하나 없는 깨끗한 몸에 가슴은 내가 보아왔던 여성들 중에서도 가장 크다.
아이라는 옅고 깨끗한 분홍색 유두나, 맨들맨들한 사타구니, 보지까지 숨길 것 없이 내게 드러냈다.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그만큼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일까?
“아무튼 딱 좋은 때에 왔어. 이제, 이 아름다운 몸에 비누를 칠해 봐.”
그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이라의 목욕 시간에 그녀의 몸에 비누를 칠한다는 것.
그게 아이라가 나에게 주는 상이었다.
절세미녀, 경국지색이라고 불리는 여왕의 알몸을 감히 알현하고 그걸 씻길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 상이다-. 아이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근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분하지만 아이라는 정말 예뻤다.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떠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이런 여자애가 왜 악녀인거야.
조금 더 친절한 여자애였더라면, 그런 여자애가 나를 의지해왔더라면 남부러울 게 없었을 텐데.
스륵, 스륵-.
아쉬운 생각과 달리 나의 몸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아이라의 몸, 손가락 끝, 가슴, 잘록한 배와 매끄럽고 탄탄한 허벅지, 무릎, 발끝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하얀 거품을 만든다.
“좋아, 깨끗하게 잘 칠 했구나-. 그럼-.”
여왕 아이라는 자신의 몸을 만족스럽게 쳐다본 이후에 말했다.
“─이제 핥아도 좋아.”
“…….”
아무리 해도 이것은 영 익숙해지질 않는구만.
“어서-. 태오, 네 여왕에게 너의 충성심을 증명해보거라.”
“네, 여왕 폐하.”
나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천천히 발끝부터 핥았다.
할짝, 할짝-.
“푸흐, 간지러워-.”
너는 간지럽겠지.
그렇지만 내 입에서는 역시 비누 맛이 난다.
쓰다. 맛있는 비누는 없나?
나는 왜 자꾸 맛있는 비누를 궁정에 비치하라 지시하는 걸 까먹는 거지? 이따 나가면 꼭 잊지 말고 지시해야지.
“그래, 역시, 잘 핥는구나. 태오, 그렇게, 구석, 구석-. 흐으, 으응…. 흐아, 다른 머저리들과, 다른, 네가 내 옆에 계속 있어야 해, 읏….”
여왕의 나긋한 목소리가 내 귀를 야릇야릇하게 적신다.
나 태오도 남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아무래도 할 수밖에 없다.
발기.
그렇지만 아플 정도로 딱딱해진 내 좆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할짝, 할짝-.
“후아…. 흐응….”
나는 그녀의 발목, 종아리와 무릎을 혓바닥으로 슥 훑고 지나갔다.
“흣-.”
계속해서 위로 올라간 나의 혀는 이제 매끄럽고 탄탄한 허벅지를 지나 깊숙한 사타구니 사이에 마침내 도달했다.
“…….”
여기는 보루 같은 곳인데. 괜찮은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보니 여왕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다.
뜨거운 탕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인지 붉게 물든 얼굴로 몽롱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
그걸 허가로 알아들은 나는 손을 움직여 깨끗하고 맨들맨들한 보지를 좌우로 활짝 벌린 다음에 혀를 내밀었다.
“할짝, 할짝. 추릅, 츠릅-.”
“으흐으, 흐, 간, 간지럽구나…. 으응…. 읏!”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세미녀의 보지를 빤다니.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정말 포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여자가 변덕으로 나를 목 베어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지금도 좀 믿겨지지 않는 구석이 있다.
내가 아이라의 보지를?
사실 아이라는 자신의 성적인 것에는 의외로 보수적이었으니까.
나와 여왕 아이라가 이런 관계가 된 지도 얼마 안 됐다.
내가 한 달 전, 어느 시녀에게 독살을 당할 뻔 한 뒤.
여왕은 자신의 이런 개인 공간에 서슴없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닦고 핥게 시켰다.
처음에는 손 끝, 발 끝 정도에 불과했지만 횟수가 늘어나다보니 점진적으로 이렇게 됐다. 내가 독을 마시고 앓아 누웠던 때에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아무튼, 여왕과 은밀히 밀회를 갖는 태오-.
이 소문은 알게 모르게 왕궁에 퍼져있고, 이미 궁정에서 귀 좀 밝다 하는 놈들은 나를 더러 “여왕을 유혹해서 붙어먹는 요승 놈-.”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억울해.
나는 붙어먹진 않았다.
그렇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겠지. 나 같아도 못 믿겠다.
스륵-.
억울한 마음을 화풀이 할 겸 여왕의 가랑이에 내 얼굴을 더욱 찰싹 붙였다. 오늘은, 클리스토리스를 핥아볼까?
“츠릅, 츠르릅, 할짝-.”
“흐읏. 뭐, 뭐지? 느낌이-. 흐으.”
그녀는 처음으로 느낀 낯선 감각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클리스토리스를 핥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니까 그럴 테지.
“츠르릅-.”
음핵을 혓바닥으로 살살 비비고 핥자-“흐으으-.”하고 폭군 여왕의 입에서는 녹아내리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태오-. 너밖에 없어-. 흐으, 흐읏, 오직, 너만, 나를 생각해주고, 나만을 위해주고 있어-. 흐응, 아아, 하아….”
“할짝, 할짝-. 츠릅, 츠르릅, 츠릅-.”
“그래도, 이건 느낌이, 이상…, 흐, 허리가…. 으흠, 아니-. 흐읏….”
내 얼굴은 이미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상태.
비누의 맛은 썼지만, 그녀의 애액은 의외로 달콤해서 핥을 맛 난다.
이게 여왕의 품격인가.
아이라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것이 보였다.
“으읏, 응크읏, 흐읏-. 뭐, 뭔가 이상해. 으, 흐으흠-. 여기까지-. 좋아. 태오, 거기는…, 이제 됐어.”
한참 몸을 꼬던 여왕 아이라가 나의 머리를 슥 밀어냈다.
조금 더 있으면 무언가 일어날 지도 몰랐는데. 아이라는 매번 이쯤 되면 나를 밀어낸다.
그래서 나는 항상 불완전연소였다.
보지를 적당히 빨다가, 아무것도 못한다니.
이거 완전 못된 년 아냐.
나쁜 년.
상을 줄 거면 좀 제대로 주던가.
이래서야 고문밖에 안 되지 않나?
하다못해 내 것을 빨아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아이라에게 “여왕 님, 제 좆을 좀 빨아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랬다간 분명 잘린다.
내 목이.
목이 잘린 죄수를 본 경험을 떠올리자, 방금까지 보지를 찾아 분기탱천했던 내 좆이 서서히 수그러들었다. 불쌍한 내 자지새끼.
“됐다. 오늘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씻어도 되겠어.”
아이라는 나를 물린 다음 자신의 몸에 물이 담긴 바가지를 끼얹었다.
촤아아-.
그리고는 비누와 거품이 묻은 곳을 다 닦아낸 뒤에 금실과 자색실로 멋지게 수가 놓인 목욕 가운을 자신의 몸에 덮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고, 그것을 빗으로 빗어준다.
여성의 머리를 빗는다니,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지만 그것도 몇 번 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
“자, 다 빗었습니다.”
“그래?”
아이라는 까만 비단 같은 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어보았다.
비록 폭군이라도, 씻고 난 이후 아이라에게서는 매우 좋은 향기가 났다.
아니, 사실 아이라에게서는 늘 좋은 향기가 난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네. 태오. 너 답지 않아. 발언을 허가해 주마.”
내가 손과 입을 수건으로 닦고 있을 때, 아이라가 나를 향해 넌지시 물어왔다. 이럴 때는 또 은근히 눈치가 좋다. 내가 할 말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나는 오늘-, 아니 최근 내내 갖고 있던 생각을 아이라에게 말하기로 했다.
“오늘 낮에 있었던 금융 대신과의 일 말입니다.”
“금융대신이 왜?”
“금융대신의 망발은 당장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말이었습니다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안에서도 나름 주워들을 수 있는 것은 있었습니다.”
“계속 얘기해 봐.”
나에게 상을 주고 난 이후의 아이라는 제법 마음씨가 너그럽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런 상태의 그녀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평소에는 못할 말을 속삭이곤 했다.
말하자면 태오 버전의 베갯머리송사다.
지금이 딱 그 타이밍.
나는 용기를 내 말을 꺼내기로 했다.
“이미 현명하신 아이라 님이시라면 전부 파악하고 계시겠지만. 현왕군자는 바닥의 진흙으로도 벽돌을 만드는 법입니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라도, 쓸모가 있다는 말이지? 나도 그 격언은 알아.”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벨모트 경과, 그를 위시로 한 많은 신하들의 제안 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고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흠-.”
“사람은 제가 고르도록 할 테니, 저 말고도, 다른 유능한 부하들을 곁에 두시는 것은-.”
콰아앙-.
그때 무언가가 바닥을 내리쳤다. 곧 돌바닥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정원의 아름다운 조각들이 박살났다.
노천탕에는 구멍이 나 물이 샜으며, 덕분에 주변을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던 새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하늘로 솟구쳐 버린다.
후두둑-하고 먼지가 떨어지는 아이라의 주먹을 보며 나는 그만 눈앞이 아찔해졌다.
“태오-!”
아이라의 호통은 엄청나게 커서 꼭 벽력같았다.
“다른 사람을 내 옆에 두라니,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너 하나면 충분 해. 그게 아니면, 뭐야-. 태오, 너, 내 곁에 다른 사람을 세워두고 너는 떠나고 싶다거나 그런 거니?”
“아니, 그건 절대 아닙니다.”
고오오오-.
노천탕의 물기가 전부 증발하는 것이 보인다. 그 수증기는 정말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라에게는 그게 가능했다.
아이라는 7위계의 마법사니까.
덩달아 왕국에도 몇 없는 소드 마스터다.
그냥 존나 강하다.
그것이 궁정의 대신들과 사람들이 섣불리 반란을 일으키거나 아이라를 숙청해 내쫓지 못하는 이유였다.
내가 그녀에게 쩔쩔 매는 이유기도 하고.
아이라가 말했다.
“다른 놈들은 모두 배신자 투성이에, 가면을 쓴 놈들 투성이야. 앞에서는 웃어도, 내 뒤에서는 내 등에 칼을 꽂을 궁리만 하는 쥐새끼들이지.”
“…….”
“내 오빠와 언니들이 죽었어. 어느 순간, 갖은 이유로 개죽음 당했다고. 내 부모님, 그리고 형제와 자매, 그들을 죽인 놈들이 분명 이 궁정, 왕국 어딘가에 있어-.”
“그건….”
“다음은 내 차례야. 내가 죽지 않으려면, 누구도 믿어서는 안 돼.”
아이라는 거의 병적이었다.
그리고 이 병적인 광증이 그녀를 폭군으로 만드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다.
아이라는 열 명이 넘었던 자신의 언니 오빠들이 모두 죽은 것에 어떠한 음모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또 그 음모가 자신에게 다가와 스스로의 목숨을 앗아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자꾸만 기행들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처형’엔딩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라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까-.
세간에서는 아이라 그녀가 왕위를 탐내 형제자매들을 전부 척살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는 것을.
사실 내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내 주변엔, 간신 놈들과, 내 위광을 힘입어 득세하려는 여우 새끼들 밖에 없었어. 가면, 가면-. 가면을 쓴 위선자 놈들-.”
아이라의 머리칼이 짐승처럼 쭈삣 곤두서는 듯하더니, 마침내 푹 가라앉았다.
“그런 놈들을 내 옆에 두라고 하지 마, 태오-. 너니까, 방금 같은 말을 한 번 넘어가 주는 거야.”
“죄송합니다. 제 무지를 용서해주세요.”
“그래. 용서할게.”
아이라는 그때서야 노기를 풀었다. 덩달아 수증기로 증발했던 노천탕의 물이 솨아아-하고 비처럼 내린다. 덕분에 홀딱 젖었다.
아이라는 “이래서야 다시 말려야겠네-.”라고 천진하게 웃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아이라는 내가 태오가 아니라는 것.
내가 위선의 가면 정도가 아닌 요승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괴상한 인간이라는 걸 전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녀에게 내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을 때.
과연 나는 어떠한 꼴을 맞이하게 될까-.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태오. 내일은 원정대가 돌아온데.”
“원정대 말입니까…?”
“그래, 남만의 야만족 놈들을 토벌하고 막 복귀 중이라는 보고를 들었거든.”
나는 보고를 못 들었는데.
내 지휘체계를 뒤흔들 사람은 아이라를 제외한다면 단 한 명.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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