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254)
EP.255)속의 새 # 10
255 – 새장 속의 새 # 10
앙그마르의 지고한 법률은 용병들의 사조직이나 귀족 개개인의 사병 제도를 용인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용병단과 기사단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
덕분에 많은 용자들이 자신을 높은 값에 고용해줄 단체나 주인을 찾아 바쁘게 공적을 쌓는다나.
그렇게 수많은 무력 단체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앙그마르 궁전의 근위대.
그리고 스파르탄 용병단과 보르자의 황금 군대로 일컬어지는 자들이었다.
특히 보르자의 황금 군대는 가장 복지가 좋고 역사와 실적이 깊어 그 소속된 자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고.
━궁수대-.
기릭, 기리릭.
지휘관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의 외침에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황금 군대의 화살이 노리는 것은 자신들을 향해 올곧게 달려오고 있는 검은 말의 기수이리라.
“보르자의 용자들인가. 여전히 전장의 냄새 하나는 잘 맡는 놈들이구나.”
검은 말의 기수 오팔이 말 위로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말을 탄다기 보다는 말의 등 위에 두 다리를 올린 채 서핑이라도 하는 듯한 자세였다.
어떻게 저렇게 달릴 수가 있지? 일찍이 초원을 호령했다는 긴 귀의 요정족답다.
━발사-!
피리리릭.
수많은 화살들이 어둠과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다. 동시에 오팔이 허리춤의 검을 꺼내들고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내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내 예민한 요정 귀를 가장 커다랗게 울린 것은 날카로운 금속성이 아닌 비명이었다. 생명의 숨통에 화살이 박혀 내지르는 단말마.
━푸히히힝…!
파바밧.
마침내 검은 말이 화살에 맞아 뒹굴고 그 위에 타고 있었던 오팔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 애초에 궁수대가 노렸던 것은 기수가 아닌 말이었으리라.
━1진. 앞으로!
지휘관의 우렁찬 지시음에 방패와 창을 쥔 전열이 단단히 방호벽을 쌓는 게 어둠 속에서도 환히 보였다. 금빛으로 번쩍번쩍하구만.
튼튼한 무쇠의 벽.
제 아무리 오팔이라도 단박에 돌파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터.
“태오 군, 아직 늦지 않은 모양이야! 상황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스텔라의 말대로 상황이 생각했던 것 이상 커지고 있긴 했었다. 리오네스 가문의 병력이 투입되는 것은 마지막 비장의 수였으니까.
그러나 오팔이 시내로 나가 어떠한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황금 군대에 의해 저지되어 일찍이 진압당하는 것이 몇 배는 낫다.
“저희도 가세하죠!”
나는 새들을 조종해 고도를 계속해서 낮췄다.
마침내 우리가 발에 땅을 내디뎠을 때, 추격자의 존재를 눈치 챈 것인지 오팔이 방진을 향해 덤벼들었다.
“비켜라, 애송이들아!!!!”
그의 포효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일찍이 만마의 장벽을 홀로 돌파했다는 무용이 전혀 거짓이 아닌 것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황금 군대를 향해 일점 돌파를 강행한다.
투카아앙-!
━그아악!
오팔이 방패에 격돌하자 마치 트럭에 치인 것처럼 병사들의 몸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 초현실적인 장면에 내가 잠깐 벙 찐 것도 잠시. 노련한 지휘관이 소리쳤다.
━구멍을 막아라! 포위해!
그의 외침과 함께 잘 훈련된 병사들이 어느덧 동그란 원을 만들어 오팔의 주변을 새장처럼 가두었다.
하지만 용자 오팔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과 창을 들고 병사들의 목덜미를 노리기 시작했다.
칼날 사이를 있을 수 없는 유연함으로 피해가며 투구를 쪼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달빛 아래 뿜어지는 피보라.
“각오가 없는 자들은 썩 꺼져라─!”
전혀 지치거나 움츠러든 기색 없이 사람을 도살하는 그 모습에, 제 아무리 황금의 군대라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겁을 집어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게 정말 인간인가…! 저런 엘프가 있다는 건 처음 들었다고!
━대체 정체가 뭐야!? 뭐하는 놈이야!?
━괴, 괴물…!
그렇게 병사들이 뒷걸음질 치며 포위망을 느슨하게 만들 때였다.
“멍청한 놈들. 붉은 깃발을 내걸고 후퇴를 한다고? 차라리 싸우다 죽어라!”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으르릉거림에 병사들의 사기가 하나 둘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붉은 갑옷을 걸친 지휘관 엘가였다.
“너희가 죽어도, 남겨질 가족은 리오네스에서 평생 책임지도록 한다! 후퇴해 살아남는 수치를 가족에 안기지 마라!”
엘가의 외침에 방패와 창검을 고쳐 쥔 병사들이 투구 아래로 보이는 눈빛을 번뜩이며 오팔을 향해 덤벼든다.
━으라아아-!
단순한 포위 생포가 아닌 섬멸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금빛 병사들의 거센 공격에 제 아무리 오팔이라 하더라도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좋은 긴장감이다. 과연, 발드의 손녀인가. 요즘 것 치고는 제법 쓸만하군. 지휘관으로서 입문자 정도는 되겠어.”
“뭐라는 거야, 미친 엘프가. 허세 부려봤자 소용없어. 사실은 한계에 몰려 있지? 호흡도 올바르지 않고. 어깨와 다리도 후들거리고 있잖아.”
“…….”
과연 이제 보니 엘가의 말대로였다.
전황을 침착하게 살핀 그녀는 오팔의 몸이 서서히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걸 단박에 파악한 듯이 보였다.
즉 미르나와 나르미 그리고 스텔라가 비밀 연구동에서 공작을 벌이고 시간을 끌었던 것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용자라 불린 자가, 죽음을 두려워해서 그 꼬락서니라니. 나였으면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했을 텐데.”
엘가의 도발적인 조롱에 오팔은 행동을 멈췄다.
“─내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 * *
그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라 불렸다.
무엇을 배워도 곧잘 스승을 뛰어넘었고. 약관에 이르렀을 때에는 더 이상 스승이라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여러 색깔로 빛나는 다재다능한 보석.
그는 이름 같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도 기나긴 전장은 가혹했다.
끝없는 참상. 죽음조차 두려워 않는 그림자 군대의 진격에는 수많은 성인과 군자들 그리고 용사들도 의지를 꺾인 채 철저히 유린당했으니까.
━거, 검은 군대다! 검은 군대가 나타났다!
평생을 천재라 불리며 창공을 누벼왔던 매 오팔에게도 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오팔! 내가 막고 있는 사이에 어서 문을 열어!
─발드! 발드 리오네스!
마침내 수많은 적을 딛고 돌파했던 성채, 그 왕좌에 군림했던 광포한 존재를 떠올릴 때면 오팔은 반쯤 죽어있는 지금도 오싹한 소름을 느끼고는 했다.
━나는 솔로몬. 마도의 극치. 모든 시대의 끝. 세계의 종결자.
함께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결코 그곳까지 갈 수도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함께할 동료조차 없다.
이래서 단명종이란─.
이제 오팔은 모든 문제를 오롯이 혼자서 감내해야만 했다. 다행히 그에게는 압도적인 자본력과 기술이 있었다. 죽음을 거스를 수 있는 행운도 얻었고.
그가 사람들을 향해 묻는다.
“죽음이 두렵냐고?”
웃기는 질문이었다.
“내 긴 일생, 나의 죽음 따위는 두려워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금발 머리칼의 지휘관이 미간을 찌푸려온다.
“그럼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데?”
“하지만 죽음이 두렵다.”
“뭐?”
“내 죽음 이후에 벌어질 이 세상의 일들이. 나마저도 없어진 이후에 너희가 감당해야 할 모든 일들이. 그렇기에 나의 죽음이 두렵다. 너희로는 역부족이야.”
그래.
이 녀석들로는 역부족이다.
그릇된 방법으로 목숨을 이어붙인, 천재성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게 된 자신에 고전할 정도의 녀석들이라면.
너무나도 부족해.
“완전히 미쳤군. 지금 자기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거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오팔 스스로도 이해를 바란 적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그저 이 자리를 벗어나, 세상의 알을 깨트려 모두를 깨워내길 바랄 뿐.
스르륵-.
그때 무언가가 오팔의 뒷덜미를 노렸다.
지릿.
오팔이 보유한 재능 《초감각》이 위기를 알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부터 가만히 영창하고 있는 반요정이 보였다.
기묘한 녀석.
저 녀석이 처음 저택을 찾아왔을 때. 오팔은 자신을 오랜 시간 괴롭혔던 벽이 떠올랐었다. 그래서 복도에서 한 번 마주쳤었지.
하지만 시시한 놈이었다.
죽일 가치도 없었을 정도로.
느껴졌던 불길함은 그의 뒤에 있었던 오로비스 앙그마르라는 남자의 유해에서 뿜어지는 것이었던가. 그래서 요정 대신 유해를 베어냈었다.
‘착각했다고만 생각했었지.’
그러나 지금 저 녀석이 준비하는 것은 분명 좋지 못한 무언가였다. 최근 이렇게나 초감각이 비명을 내지른 적이 있었나?
‘막아야 한다.’
저 마법.
아니, 저 반요정의 존재 자체에서 어떠한 악의(惡意)라고 부를 만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악의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오팔과 동료들을 좀 먹어 악몽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라는 게 확실해 보인다.
설마…!
오팔은 팔을 뻗었다.
이번에는 저 녀석의 목을 베어낼 각오를 다진 채 살의를 검기의 형태로 발산한다. 이미 몸은 만신창이.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삶이라는 것이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파바밧-!
그때 무언가 날아와 오팔의 고장 난 몸에 꽂히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동생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 달린 마도공학의 심장. 그것을 정확하게 노려 활을 쏠 줄이야.
“그래, 활 실력만큼은 네가 언제나 우위였지. 그러나─.”
─내 혼신의 비검을 막을 순 없다.
마침내 오팔은 무형의 검기를 날렸다.
그의 심상은 반요정의 얇은 목을 가르고 피를 흩뿌릴 터.
휘청-. 반요정의 몸이 크게 떨렸다.
하지만.
녀석은 쓰러지질 않았다.
“뭣…!?”
반요정이 소리쳤다.
“모두 피하세요!”
* * *
일일 목록이 생겨난 이후 소마왕의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으며 나는 거의 6위계에 가까이 도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도 6위계에 걸 맞는 공격 마법 하나 정도는 만들어두는 게 좋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말살 소각마법 ‘모페트 플라즈마’다.
극한의 극한으로 접어 압축한 마력의 구. 전력을 방출하여 닿는 일대를 말살하는 강렬한 마법. 단점이라면 영창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정도.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 쓸 수 없을 정도의 대마법이지만 상대는 그 오팔 벨호크다. 마법 윤리니 어쩌니 하는 것들을 읊고 있을 만큼 여유가 없다.
문제는 오팔이 나의 영창을 눈치 챘는지 그 심검이라는 것을 갈겨왔다는 점이다. 목이 베이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진짜 베이는 건 아니잖아. 다 상상일 뿐이야.
「재능 《카리스마》가 상대의 위압을 떨쳐냅니다!」
좋아, 뭔지는 몰라도 살았다.
“모두 피하세요!”
마침내 나의 완드 끝에서 마법이 사출됐다.
뿅.
그 모양과 크기는 작은 벌꿀 사탕하나 정도.
하지만 그 파괴력은 얕볼 수준이 아니다.
단점이 있다면 날아가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오팔의 몸을 타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파직, 파직, 파지지직-!
구체로부터 뿜어지는 플라즈마 전격이 오팔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파직, 파지지직!
“━━━─!”
결국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선 채로 까맣게 탔다.
퐁.
동시에 나의 비기 번개 사탕은 작은 거품 하나를 남기며 사그라졌다. 상황이 끝난 것인지 모든 것이 고요했다. 곧 하나 둘 입을 여는 사람들.
━괴, 굉장한 위력이다.
━대마도사 이사벨의 마법 같아…. 무슨 마법인지 감도 오지 않았어.
이제 전부 끝났구만.
그런 느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나는, 이런 곳에서 죽을 수가 없어─.”
새까맣게 그을린 요정이 입을 벌려 중얼거렸다. 그의 경이로운 생명력에는 오싹한 소름과 전율마저 돋을 정도다.
덕분에 사람들은 뒷걸음질 쳤다. 인간을 넘어선 초인적 의지와 박력에 짓눌렸기 때문이겠지.
“나는─, 이런 곳에서 죽을 수가 없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들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나는 그 결판을, 내야만 해….”
━으, 으아악-!
분위기에 압도되어 도망치는 병사들이 있을 정도. 하지만 마땅히 그들을 다그쳐야 할 엘가 역시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등 뒤의 헬버드를 뽑아들 뿐이다.
“…진짜 괴물이냐.”
바스스스슥-.
하지만 오팔의 의지야 어찌되었건 그 육신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가 정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까맣게 그을린 그의 몸은 바스러져 무릎부터 허물어진다. 마침내 그는 넘어져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다.
다만 그 다음에 그가 말하는 것은 내게 있어서도 제법 놀라운 이야기였다.
“죽음이 두렵냐 물었지. 애송이들아. 아니, 죽음 따윈 무섭지 않다. 하지만 너희는 두려워 해야 할 거다. 우리의 실패를…. 이제, 만회할 수가 없다….”
꺼져가는 불씨처럼 작은 목소리였다.
“너희로는 불가능해. 부족하다. 너희로는….”
그를 향해, 나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대체 뭘 실패했다는 겁니까?”
“우리는 실패…했다. 타협할 수…밖에 없…었지. 죽일 수가…없었…. 마왕 솔로몬은 아직…. 발드, 이사벨, 뒤쪽에 적군이…, 마왕의 군세가 성채에 끝도 없이…. 이쪽이, 지름길…. 모두 왕좌를 향해….”
발드와 이사벨이면 그의 옛 동료들인가.
주마등이라도 보고 있는 모양이로군.
마침내 그는 까만 재로 흩날렸다.
그리고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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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적 달성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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