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372)
EP.373)딜레마 # 3
373 – 정략결혼의 딜레마 # 3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전쟁 통에도 아이는 생긴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할 때.
혹은 아이를 낳는 것에 때와 장소는 필요가 없다는 걸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말이던가.
다만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며 위 문장의 의미를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항이 너무 거세!
━누가 성벽 위에 마물새끼들 좀 쓰러트려 봐!
직접 눈으로 보게 된 전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격렬하고 무질서했다.
일찍이 영화나 이야기 등으로 접했던 전장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비했을 때 활어와 회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날 것 그대로.
부수고 파괴하고 쓰러트리고 살아남는다. 사람이 오롯이 본능뿐인 야생으로 돌아가 버린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죽음의 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담은 아이를 만들고 싶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기에 전쟁 중에도 아이가 생기는 것이겠지.
“수비가 생각보다 단단하네. 그리고 뭘 그리 멍하게 있냐?”
“…….”
그 덕분인지 나는 이 오감이 예민해진 상황 속 엘가의 옆모습이 더욱 생기 넘치게 보였다. 엘가가 이렇게 생명력 넘치는 여성이었나?
엘가 뿐 아니라 미르나르미 아가씨나 스텔라도 이 난잡한 광경 속에서 평소보다 더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 같다.
슥.
팔짱을 낀 엘가가 말했다.
“우리는 조금 물러나 있도록 하자구.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열기에 휩쓸리지도 모르니까. 여기 방패병들 뒤에 있는 게 좋겠어.”
우리는 성벽 올려다보기를 멈추고 서로 느꼈던 감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삶에서 꽤 많은 시간을 전장에서 보냈던 엘가나 긴 삶을 사는 장수종 스텔라를 제외하면 우리는 전쟁에 있어서 초심자 그 자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질서하군요. 공성전이라는 것은 다 이런 건가요?”
미르나의 간단한 평과 물음에 엘가가 한 마디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난전이라 보기도 어려운 편이야. 우리 쪽 병력에 생각 외로 우수한 녀석들이 많아. 원래 공성과 수성이라는 건 양쪽 다 너저분해지거든.”
엘가의 말에 나는 성벽에 걸친 사다리를 바라봤다. 그곳을 차곡차곡 오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정예라고 부를 만한 자들이었다.
수 십 년 만에 결정된 북진이니 우수한 자들을 모아 돌파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니까.
━저 펀치노이가 성벽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것입니닷…! 꿀 주먹…!
콰아아아-!
━저 녀석 생각보다 대단하잖아?
━우리도 질 순 없지. 얼른 올라가자!
다만 성벽 위에 가득 찬 마물들의 군세 또한 만만한 녀석들은 아닌 것 같았다.
거대한 장벽이 생겨난 이후 갈라파고스화 된 북쪽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마물들의 진화는 우리들의 예상을 가볍게 웃돌고 있었으니까.
━인간. 죽음. 해방.
특히 저 머리 여럿 달린 아수라 같은 녀석은 보통이 아니었다. 칼날 같은 팔이 병사들을 헤치고 있는 저 마물은 보통 녀석들과 차원이 달라 보였다.
━이 괴물은 뭐냐!
━성벽 위에 특이개체가 있다! 모두 주의해!
전쟁에 문외한인 나도 이 공방이 생각보다 팽팽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오늘 해가 저물기 전에 성채를 탈환해 거점으로 삼는 건 무리가 있어보였다.
스텔라가 한 마디 했다.
“오늘 안에 성채를 탈환하는 건 힘들어 보이는데? 애초에 공성전이라는 건 몇 주, 몇 달을 포위해서 말려 죽이는 게 정석이잖아.”
그 말에 내 머릿속에는 여러 전쟁영화들이 떠올랐다. 확실히 성벽을 뚫기 위해서는 방어하는 쪽보다 더 많은 수의 병력과 물자가 필요하다고 들었던 바가 있었다.
수성하는 쪽 성내의 지원과 물자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대의 힘이 너덜너덜하게 약해졌을 때 확 덮치는 느낌.
다만 엘가는 고개를 저었다.
“교수, 그건 마법사가 없을 때 이야기지. 이쪽에는 있잖아. 커다란 녀석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장한 방패 병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얇은 경장 갑옷을 장착한 아이라다.
“공성 마법을 사용하도록 하겠어. 잠깐 다들 물러나도록 해.”
부우우우우-.
아이라의 지시가 나팔과 북 소리로 전장에 울려 퍼진다. 공격을 감행하고 있던 병사와 모험가들이 사다리에서 내려와 하나 둘 뒤로 물러났을 즈음.
─7위계 타천-헬리오스.
아이라의 영창과 함께 하늘에서 붉은 구체들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멸망의 한 장면 같았다.
멸종당하는 공룡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딱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피유우우우우, 콰아앙-!
피리와도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불덩이가 성벽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에 부딪치며 큰 폭발을 일으킨다.
그 파편이 우리 쪽으로 하나 튀었을 때 나르미가 그 이글거리는 것을 주워들고는 외쳤다.
“불타는 우박이야! 불타는 우박이 떨어지고 있는 거야!”
나르미의 말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불타는 우박이었다. 그것이 마치 유성이나 불꽃의 비처럼 흩날리며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그저 넋을 놓고 바라봤다.
━이게 대마법사의 힘인가. 공성병기가 따로 없네.
━이런 때 말하긴 좀 그렇지만 별들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름다운 것 같아.
━효과도 좋아. 마물들이 픽픽 죽어 나자빠지잖아.
나 역시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치명적이게.
그것이 아이라의 마법적 철학이라도 되는 게 아닐까.
덕분에 내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내 옆구리를 누군가 쿡 찔렀다.
“태오 경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면서 그렇게 넋을 잃고 볼 필요가 있나요?”
미르나의 물음에 나는 팔짱을 꼈다.
“글쎄요.”
같은 대마법사라고 하지만 나의 마법 비해 아이라의 것은 우아함과 고상함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가득했다.
내 마법의 설계는 실용주의적 측면이 강해서 미의식 같은 것이 없었으니까. 단조롭고 투박한 것들이 많다.
때문에 만약 내가 비슷한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하겠지. 그때 스텔라가 말했다.
“확실히, 저건 다가가기 어렵긴 하겠네.”
스텔라의 눈이 향하고 있는 곳은 쏟아지는 유성들 사이에 서 있는 여왕 아이라였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운치 있었다.
* * *
한바탕 불타는 우박이 떨어진 성채를 점령하는 것은 썰물 때 모래사장의 조개를 줍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마물들은 모두 처참한 시체가 되었기 때문에 앙그마르 군세는 별다른 저항 없이 성벽을 탈환했다.
덕분에 나 역시 높은 성벽 위로 올라가 가르가타의 내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높네요.”
내려다보이는 시선에는 오랜 시간 버려진 듯 낡고 부서진 석조 건물들이 가득했다.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은 그야 마물 정도밖에 없겠지.
엘가가 말했다.
“이제 곳곳에 숨어들어 있는 마물 놈들만 처리하면 되겠네. 성벽을 탈환하는 것보단 쉽겠지만 의외로 이게 또 귀찮은 일이거든.”
그에 와락 손을 들어 올리는 나르미.
“그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손바닥이 근질근질했거든.”
곧 나르미는 두 손바닥을 서로 비비며 중얼중얼 주문을 읊었다.
“일어나라!”
그러자 주변에 쓰러져 있는 마물의 사체들이 하나 둘 뭉치더니 꽤 커다란 진흙 인형 같이 변모 했다. 그 기괴한 모습을 본 스텔라가 호박 빛 눈을 반짝였다.
“뭐야, 저 녀석들 살덩이 골렘이잖아? 이렇게 퀄리티 좋은 건 처음 봐. 몇 개나 만들 수 있어?”
그 질문에 음-침음하는 나르미.
“음, 지금이라면 한 열 구는 만들 수 있을걸! 이 주변에 죽음과 삶이 잔뜩 뒤엉켜 있어서. 노력만 한다면 그 두 배인 스물까지는 가능 할 것 같기도 해!”
“스물이라니. 대단하네! 살덩이 골렘 둘과 무기든 오거 한 마리의 전력이 비슷하다는 논문을 본적이 있는데. 그게 스물이나 되면….”
다만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 건지 엘가는 쯧-혀를 찼다.
“여전히 괴상한 주술이야. 직접 싸우지 않고 역겨운 시체들을 이용하다니. 나는 역시 이런 거 맘에 안 들어.”
엘가의 태도는 제법 공격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나르미의 눈치를 가볍게 보려니 나르미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와락 소리칠 뿐.
“가서 마물들을 쓰러트려!”
━Grrrrr!
그 대신 미르나가 작은 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살덩이 골렘에 리오네스 병사들이 잔뜩 죽었던 역사가 잔뜩 있거든요. 아마 그녀의 몸에 흐르는 피가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겠죠.”
“흥, 웃겨.”
그녀들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걸 나는 예민한 감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렘이라는 이름에 가족으로 묶였다고는 하지만 오랜 기간 쌓여왔던 그 가문들의 관계는 쉬이 허물어지는 게 아니겠지.
이것도 어떻게 보면 그 정략결혼의 딜레마라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그녀들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가족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
그래도 그들 모두 협력할 줄은 아는 사람들이었다.
“저기, 서쪽 훈련장 같이 생긴 곳에 마물들이 잔뜩 있네.”
눈이 좋은 스텔라가 먼 거리에 위치한 마물들을 관측했을 때.
“그럼 서문지구와 공원 쪽에 그 누더기들을 배치해. 한 구석으로 몰아서 한 번에 소탕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군사적 경험이 많은 엘가가 작전을 세우고 나르미와 미르나가 그것을 따라 병사들을 움직였다.
공성전이 아이라의 마법으로 쉬이 정리되었다면, 점령전은 나머지 세 영애들의 협공으로 반나절 만에 일을 전부 끝낼 수 있었다.
“이 녀석들로, 마지막! 그럼 이제 자율행동으로 옮겨두면 나는 할 일 끝이야. 으, 땀 잔뜩 흘렸어. 씻고 싶다. 여기 어디 샘물 같은 거 없을까? 잉잉이 물도 줘야 하는데.”
━규이잉.
차가운 돌바닥에 드러누운 나르미가 투덜거렸다.
나르미 뿐만 아니라 다들 마물의 잔당을 쓰러트리느라 꽤 고생을 했기 때문에 꾀죄죄한 모습이라 힘들어 보였다.
비교적 멀쩡한 것은 직접적 토벌에 참여하지 않은 엘가와 나 정도. 그때 스텔라가 코를 움찔거렸다.
“묘하게, 유황 냄새가 나는 것 같네. 그러고 보면 가르가타는 원래 약수 온천이 뿜어지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어딘가에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을지 모르겠어.”
그녀들이 대화를 나눌 때 나는 정신을 기울여 봤다.
님프들은 물줄기를 찾는 데에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난다고 하지. 그 덕분에 어딘가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흘러넘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성채 지하에 물 뿜어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벌떡 몸을 일으키는 나르미.
“그게 진짜야? 얼른 가 보자!”
━잉잉야잉.
나르미가 어딘가로 휙 사라졌을 때, 나는 엘가나 미르나 그리고 스텔라를 향해 가볍게 한 마디 건넸다.
“아가씨들도 가서 쉬세요. 충분히 고생했으니까.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힘을 아꼈으니까요.”
그 말에 남은 그녀들도 나르미가 있었던 곳으로 사라졌다.
이제 나는 아껴두었던 힘을 이용해 병사와 모험가들에게 성채 내부의 방을 나누어주거나 경비 루트를 짜거나 했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했고.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일을 꽤 잘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녁.
이 성채를 점령하는 작업이 대강 끝났을 때 나는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영애들에 비하면 쉬운 일을 했지만 비무제에 냈던 전력을 회복하는 도중이기에 몸이 좀 삐걱거린다.
마지막으로 영애들의 침소가 될 방들을 확인하고 있을 때, 자신 몫의 방에서 짐과 침상을 정돈하고 있던 엘가가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귀띔했다.
“지하에 온천 있던데. 그곳에서 탕치라도 하는 게 어때? 일단 아무도 사용 못하게 해뒀거든.”
“사용을 못하게? 어째서죠? 씻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잔뜩 있을 텐데요.”
내 물음에 엘가는 무언가 설명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가서 보면 알아. 아무튼 씻어. 붕대에서 약냄새도 지독하게 난다.”
그건 맞는 말이지. 내 몸에서는 반요정 특유의 과일냄새나 우유냄새도 나지 않고 끔찍한 한약 냄새만 잔뜩 나고 있었다. 전쟁 중이라 내색하진 않았지만 좀 괴롭다.
그래서 나는 성채의 지하로 내려갔다.
불과 한나절 전만 해도 마물들이 점령하고 있던 곳의 지하로 내려간다는 게 꽤 으스스했지만 천여 명 넘는 사람들이 주둔해서 북적거리니까 의외로 사람 사는 곳 같았다.
━이 가장 넓은 방은 저 펀치노이가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닷…! 그리고 모두 보급 받은 생생과일주스라는 것을 저 펀치노이에게 주는 것입니닷…!
━저 녀석 봐. 완전 웃겨. 님프들은 떼쓰는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 녀석들도 꽤 있었네.
━이번 전쟁이 끝나면 같이 파티나 맺어볼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다들 잘 지내네.
그래서, 욕실은 여기인가.
붕대도 갈고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몸을 좀 지질 생각으로 나는 지하의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게 금빛 찬란한 번쩍임이 내 눈을 찌른다.
호화로운 목욕탕이었다.
여기저기 놓인 조각상과 거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앙그마르 왕궁의 화려한 욕실을 떠올리게…. 아니, 똑같잖아?
궁정의 욕실을 자주 이용했던 나이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이곳의 모양새는 앙그마르 궁전 목욕탕과 아주 같다. 그 말은 이곳이 왕들이 이용하는 개인 욕실로 사용되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애초에 가르가타는 마왕의 거점으로 이용되었던 구역.
이곳에 마왕 솔로몬이 있었구나.
전장에서 입었던 상처를 탕치라도 하려 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새삼스럽게 으스스해졌다.
엘가가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던 이유가 있었어. 과연 이런 게 지하에 있다는 게 알려지면 여러모로 난리 날 터.
나도 얼른 씻고 나가야지.
그런 생각으로 옷을 벗고 붕대를 하나 둘 풀어헤치고 있을 때였다.
차박, 차박. 맨 발이 젖은 바닥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젖은 안개들을 가르며 다가오는 그림자가 보였다.
“분명, 아무도 없다고 들었는데. 엘가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구나.”
“…아이라 님.”
“먼저 들어와 있었으니 내쫓지는 않으마. 그러나, 실수로라도 이쪽을 보지는 말도록 하렴.”
이쪽을 보지 말라니?
“어째서죠?”
내 의아한 물음에 젖은 안개에 가려진 아이라의 그림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지금 옷을 입고 있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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