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94)
EP.495)– 세상의 어설픈 이야기들을 위해 # 12
외전 – 세상의 어설픈 이야기들을 위해 # 12
점심때까지만 해도 장례식처럼 우중충했던 도원향의 분위기가.
저녁 즈음에는 완전히 만개해서 여느 축제의 장이 따로 없었다.
어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는 처음 보는 술이 담긴 술잔들이 가득 이어져나오고.
마을의 작은 아이들과 내 딸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에는 사람들이 함박 미소를 지었다.
“모두 이몸 레오노이와 편이 되는 것입니닷…! 이 레오노이는 왕국 모나크 시티의 귀한 아가씨이자 뒷골목 악동들의 지배자…! 오징어놀이에서 져 본 적이 없는 것입니닷…!”
“아니, 이 드레노이의 편이 되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온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증명한 게 없는 것이다…!”
잘 노네.
아이들은 좋다. 힘차고 활기차게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이 세상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드니까. 저 아이들의 미래는 무척이나 밝겠지.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다만 한 아이는 모두가 뛰노는 와중에도 놀지 못하고 어른들에게 둘러싸여서 몹시도 이런저런 곤혹을 겪고 있었다.
“미르나, 이리 와 봐요.”
그 아이는 내 딸 작은 미르나였다. 작은 미르나는 언니나 스타노이와 함께 놀고 싶은 듯이 몸을 움찔거렸지만 나이 먹은 어른들은 미르나를 놓아주지 않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아-해봐요.”
미르의 말에 작은 미르나가 아-하고 입을 벌린다. 미르는 그 안에 넓적한 막대를 집어넣어서 혓바닥을 확인해보거나 목 안쪽을 불빛으로 비춰가며 들여다보거나 했다.
그런 검사가 한 차례 끝나고.
“검사를 해보니 용인이 맞네요. 미르나, 이제 친구들이랑 놀러가도 좋아요.”
“히-히!”
작은 미르나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후다닥 달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 것처럼 걸음을 멈추더니 내게로 돌아와 내 다리를 와락 끌어안는다.
“아-빠.”
나는 아직 한참 귀여운 때의 작은 미르나를 님프비기-마구 쓰다듬기로 칭찬해주었다. 작은 미르나가 어느 정도 만족한 것 같을 때에 그 등을 밀어주며 말한다.
“그래, 엄마한테도 인사해야지.”
“응!”
작은 미르나는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큰 미르나는 “다치지 말고, 다투거나 하면 안 돼요.”라고 제법 확고하게 주의를 준 뒤에 작은 미르나를 친구들이 뛰노는 곳에 풀어준다.
이제 테이블은 어른들만 남았다.
미르나가 말했다.
“그래서, 미르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에 미르가 답했다.
“문제없어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랄 거에요. 다만 용인으로서 수양해야 하는 과목들이 있어요. 그런 걸 배우려면 이곳 도원학원에 입학시키는 게 좋죠.”
“흐응….”
미르나는 자신의 아이를 이 머나먼 땅의 도원학원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것이 꽤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작은 미르나는 이제 겨우 세 살 밖에 안 됐으니까.
하지만 이제 막 자라나고 있는 작은 미르나에게 용인으로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미르 정도.
아니, 한 명 더 있긴 하지.
미르가 말했다.
“그것도 아니면 미르나 양, 엄마에게 부탁해요. 나루도 저와 같은 것을 배우고 자랐으니까. 미르나 양의 부탁이라면 나루가 거절 할 리도 없죠.”
“나루….”
“나루는 이 도원을 떠나기로 했어요.”
쌍둥이 자매의 엄마인 나루 여사는 이 도원에서 나가기로 했다. 나르미를 따라 앙그마르 왕국의 모나크 시티에서 생활하기로 했다고.
슥.
미르나가 내 눈치를 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
“미르나 아가씨께서 결정할 일이에요.”
미르나는 아직 어머니와 제대로 화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이 화해할 좋은 기회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작은 미르나가 엄마와 외할머니를 화해하도록 만들기 위해 내려온 하늘의 천사가 아닐까?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텔라가 나섰다.
“미르나 양, 있을 때 잘하는 게 좋아. 부모님께 잘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까 말이야.”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엘가.
“나도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자 여간해서 이런 이야기에 잘 끼어들지 않는 아이라도 “쌍둥이를 낳는 다는 건 힘든 일이야. 나루는 대단한 어머니지.”라고 동의해주었다.
아마 아이라는 쌍둥이를 가진 어머니로서 나루의 입장이 공감되는 모양이다.
결국 미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 말을 끝으로 저기 먼 곳에서 나르미와 대화 나누고 있는 나루를 향해 다가간다. 그 뒤로 나르미와 미르나 그리고 나루 모녀는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냐?”
엘가가 내게 물어왔지만 그들의 대화를 딱히 엿들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저 “글쎄요.”라고 적당히 얼버무릴 뿐이다.
굳이 님프귀로 엿 듣지 않아도 나르미가 웃음을 터뜨린다거나 미르나가 귀를 빨갛게 물들인다거나 하는 것을 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아무튼.
이렇게 또 한 번의 사건과 이야기가 일단락되어 가는구나. 여기저기서 팡팡-하고 터지기 시작한 폭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내 옆에 있는 스텔라와 엘가의 손을 하나씩 붙잡았다. 스텔라가 “뭐야?”라고, 엘가는 “뭔데 갑자기?”라고 반응하긴 했지만 둘 다 내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지는 않았다.
그때 아이라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왜 날 잡을 손은 없는 거지?”
“…선착순이에요.”
“그럼, 엘가. 네가 손을 내게 양보하도록 해.”
“뭐? 싫어. 모처럼 애들도 다 뛰놀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옥신각신 할 때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미르 여사가 후후-하고 웃는다.
“그 모습을 보니, 제 남편이 떠오르는군요. 제 남편도 태오 군과 같이 작은 반요정이었죠. 재미있는 남자였어요.”
“역시 그랬군요. 그래서 드레노이는 님프였던 것이에요.”
“맞아요. 드레노이는 용인으로 태어나지 않았죠.”
그렇게 말하는 미르 여사의 눈은 그리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물론 까만 면사포 아래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았다만 분명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엘가가 묻는다.
“당신 남편은 어디 갔는데?”
“죽었어요. 겉모습은 젊었지만, 나이가 많은 반요정이었으니까요.”
그랬구나.
미르 여사가 말했다.
“종이 다르면 이별의 시기도 다르죠. 당신은 반요정이고, 아내들은 인간이에요. 분명 헤어질 때가 올 거에요. 그러니까 있을 때 서로에게 잘해요.”
그 말에 아내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입술을 다물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조언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엘프인데?”
스텔라만이 멀뚱히 되 물을 뿐. 다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이별하지 않을 거에요. 왜냐하면, 그 어떤 동화 속 왕자나 공주님들보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테니까요.”
그러자 미르 여사가 후후-웃는다.
“그래서야 동화조차 되지 못하겠네요. 그런 이야기는 없으니까요.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아요.”
미르의 말도 옳았다.
요즘은 침대에 누운 레오노이도 내가 베개 맡에서 동화나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런 행복한 이야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닷…!”이라고 일침 하듯 으스댄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 그런 어설픈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을 거에요.”
미르 여사는 내 말에 대답하는 것 대신 빙긋 웃었다. 물론 까만 면사포에 가려져 있었기에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웃은 것 같다.
“그럼, 다들 저녁을 먹었으면 안채의 뜰로 오도록 해요. 제가 어쩌면 그 어설픈 이야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안채의 뜰?
* * *
도원학원의 중심이 되는 건물. 그곳 안쪽에는 회랑과 넓은 뜰이 있었다.
뜰에는 길고 넓적한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주변으로 여러 진기한 기운을 흩뿌리는 이들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당신들은….”
“아이야, 본녀 앙갈라를 잊었다고 하지는 않겠지?”
호박빛 머리를 비녀로 깔끔하게 묶은 여성. 담뱃대를 물고 있지만 어린아이 같은 외모였다. 앙그마르의 오랜 동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약선 앙갈라.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이다.
그 정체는 사실 천 년이 넘게 살아온 엄청 큰 지네다. 그리고 내 외할머니라고 봐도 좋은 사람이었다.
“저희 어머니가 앙갈라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흥, 트리스로구나. 만나고 싶다면 찾아오면 될 것을. 분명 그 허우대만 멀쩡한 남자와 꽃밭에서 지내느라 나 따위는 잊은 것이겠지.”
그렇게 툴툴거리는 앙갈라 여사의 옆에는 까맣고 하얀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가 붉고, 팔다리가 길며 외모가 몹시도 단아하고 깔끔한 미인.
“루미 여사님이시네요. 머시럽 마을은 요즘 어떤가요?”
“앙그마르 왕국에 편입된 뒤로는 관광산업에 착수하고 있죠. 모두 태오 경 덕분입니다.”
그녀는 고대의 맥스버섯이 자라나는 머시럽 마을의 촌장이었다. 하지만 진짜 정체는 엄청나게 큰 두루미다. 또 그 옆으로는….
내가 슬쩍 바라보자 하얀 세마포 옷을 입은 남자가 “으흠.”하고 헛기침을 했다. 엄청나게 멋진 백금발에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풍채가 무슨 그리스 신화의 신 같다.
“당신은 누구죠?”
“뭐? 작은 반요정아, 짐은 대제 솔라다! 알아보지 못하다니. 실망이 크다!”
“오.”
대제 솔라는 그냥 커다란 태양 사자인줄 알았는데. 역시 신선답게 인간의 형상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짐의 막내딸은 잘 보살피고 있는지?”
“막내딸이면, 야옹이요?”
“야옹이인가. 짐의 막내딸 레오나에게 그런 이름을 붙이다니. 아무쪼록 잘 보살피도록 하여라. 크게 자라다보면 말도 하게 되고 금방 똑똑해질 테지.”
레오노이가 담당해서 잘 보살피기로 했는데. 어린 아이들이 으레 그러하듯 결국 야옹이의 담당은 엘가나 내가 했었지. 야옹이는 대제 솔라의 막내딸이었구나.
아무튼.
나는 이 굉장한 존재들이 이 도원의 회랑에서 전부 모였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그들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자니 대제 솔라가 흐흐-웃는다.
“뭘 그리 보나. 우리가 아무리 신기해도 그대만 할까. 자, 아무튼 시간이 되었다. 오랜 시간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단약을 만들 시간이. 이제 정말 천 년이 바뀌겠구나.”
과연 그렇게 된 것이구나.
이들은 불로장생 단약의 완성을 참관하러 온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점점 더 안채의 뜰에 모이기 시작하고, 나는 그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하나씩 재료를 펼쳐 보이기로 했다.
“이것은 머시럽 마을에서 획득한 고대의 맥스 버섯입니다.”
곧 오오-하는 감탄사가 들렸다.
━여러모로 거대해지는 버섯이라지?
━굉장하군. 내 아내가 들었으면 좋아했겠어.
“이건, 마찬가지로 머시럽 마을의 촌장님인 루미 여사님께서 주신 두루미 깃이구요. 이건, 앙갈라 님께서 모험가들에게 보내주셨다는 독이네요.”
“제 가장 여린 깃이었죠.”
“본녀의 독은 귀하니 함부로 쓰면 혼쭐 날 게야.”
“이건, 대제 솔라 님의 갈기털이네요.”
“태양처럼 빛나지. 다들 눈이 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터.”
하나 같이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구하지 못할 진귀한 재료들이었다. 앞으로 소개할 재료들도 그랬다.
“이것은 방금 막 받은, 나루 님의 구슬입니다.”
나는 나루의 구슬을 사람들에게 내밀어보였다. 그에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대제 솔라도 “용인의 구슬인가. 짐도 직접 보는 것은 오랜만이다.”라고 말하며 감탄한다.
또 마지막은….
가장 행복한 여왕이었던 아이라의 눈물.
그것을 집어 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 이것들을 하나로 합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 같이 강대한 기운을 품은 채 날뛰는 이 재료들을 나의 압도적인 마력으로 부수고 으스러뜨리면 된다.
그럼, 재료들이 가진 강고한 기운들이 서로 신묘한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레 하나가 될 터. 그래, 전혀 색다른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마치….
나와 나의 가족들처럼.
이 별처럼.
“이미지가 잡혔다.”
내 머릿속에 간단한 번뜩였다. 이제 남은 것은 재료들을 나의 손으로 그러모아 두 손으로 꽉 감싸 쥐고 그것을 향해 있는 힘껏 내 전력을 부딪힐 뿐.
─초월위계, 별 만들기!
“흐읍-.”
내가 작게 기합을 외쳤을 때 사람들의 기대어린 시선이 내게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 몸에서 전에 없을 정도로 강대한 마력이 왕창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드드드드드드드드-.
고오오오오오-.
“야, 아이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나도 이번만큼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구나.”
내 아내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작은 딸들의 숨소리가 소란스럽게 떨려가는 세상 속에서 크게 번지기 시작할 즈음.
팟-!
내 손 안에서 제법 강렬한 폭발이 일었다. 그 위력을 최대한으로 억눌렀으나, 그 폭발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실패했네요.”
내 말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것을 가장 먼저 깨트린 것은 누군가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큰 지네의 신선 앙갈라였다.
“푸흐흐, 그럴 줄 알았노라.”
그에 옆에 있던 루미 여사도 깃털부채로 입가를 가리고는 웃는다.
“역시 이렇게 되는군요.”
“이게 대체…?”
나는 어리둥절했다. 역시 이렇게 된다니. 실패할 줄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러자 대제 솔라가 우리 모두의 의아함을 설명해주듯 말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재료들을 모아 이미 실험해봤다. 천 년도 전에 말이지. 하지만 실패했었다. 마지막 재료가 부족한 거야. 단 한 방울이.”
진짜? 실화냐?
여기서도 재료가 부족할 줄이야. 내가 낙담하고 있을 때 앙갈라가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바다와 강, 그리고 샘과 우물을 사용해봤지만 소용없었노라. 마지막 재료가 될 한 방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한 방울이라.
신선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인다.
“반요정, 그대라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겠지.”
대제 솔라의 말에 나는 어렴풋이 납득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하지만 다른 세상에는 존재할지 모른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아무래도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흠칫. 모두가 몸을 떨고.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것은 레오노이였다.
“아앗-! 아빠가 이 레오노이를 버리고 가려고 하는 것입니닷…! 이 레오노이는 아빠가 떠나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닷…!”
레오노이는 내 허리를 와락 붙들었다. 꼬맹이답지 않게 강한 힘에 내가 다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이 레오노이는 아빠가 이계에서 왔다는 걸 아는 것입니닷…! 이대로 있다간 아빠가 천사처럼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것입니닷…!”
내가 이계에서 왔다는 걸 레오노이가 알고 있었을 줄이야. 이게 어찌된 일인지 묻자 엘가가 콧등을 슥슥 긁으며 “하도 물어봐서.”라고 시선을 슥 피한다.
“가면 안 되는 것입니닷…!”
레오노이는 왕왕 울음을 터뜨렸다. 엘가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던 때보다 더 서럽게 운다.
문제는 그런 레오노이를 따라서 다른 아이들도 내게 달라붙어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자신들을 버리고 다른 세상으로 아주 떠나가기라도 할 줄 알았던 건가?
나는 그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다 같이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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