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56)
EP.57)태오 # 6
057 – 실버루키 태오 # 6
“조교 마르마르. 더 빨리 나눠주도록 해요. 강의 시작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닷…!”
임프 수녀 마르마르가 스텔라 교수의 명령에 따라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런 마르마르가 내 옆으로 오게 되었을 때. 나는 녀석을 향해 조용히 물었다.
“마르마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조교는 또 뭐고?”
“아앗…! 동지…! 나는 이 아크의 조교로 취직한 것입니닷…! 자세한 이야기는, 요정들의 밤에 해주도록 하겠습니닷…!”
“요정들의 밤은 뭔데?”
“동지에게는 아직 초대장이 가지 않은 것입니까…? 알겠습니닷…! 제가 동지의 기숙사에 초대장을 발송하도록 연락을 해두겠습니닷…!”
뭐라는 거야.
말투는 또 왜이래?
얘는 만날 때마다 나의 사고와 예상을 넘어서서 점점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려 12골드나 주고 고용한 친구인데. 갈수록 소모되고 망가지는 기분.
내가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스텔라 교수가 교탁을 손바닥으로 탁-내리쳤다.
“마르마르 조교! 빨리빨리 해야지!”
“히에엑…! 죄송합니닷…!”
마르마르는 허겁지겁 손에 쥔 유인물을 전부 학생들의 책상에 일일이 나눠줬다. 그런 마르마르를 향해 보다 못한 내가 말했다.
“그냥 앞사람한테 전부 주고 하나씩 뒤로 넘기라고 하면 되잖아.”
“과연 그런 방법이 있는 것입니닷…!”
그렇게 마르마르는 모든 유인물을 나눠주고 스텔라 교수의 교탁 옆에 서게 됐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 임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인지 웅성웅성 거리는 상태.
━임프면 마물 아냐? 마물이 왜 여기 아크에 들어와 있는 거지? 여기 교단에서 운영하는 시설 아닌가?
━임프 가지고 뭘 그래? 난 아까 오거랑 강의도 같이 들었어.
━아니, 오거가 강의를 듣는다고? 거짓말하지 마.
━진짜라니까. 신앙과 철학 강의였는데. 오거가 무슨….
웅성웅성.
첫 강의답게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였다. 그에 스텔라 벨호크가 교탁을 손바닥으로 다시 한 번 탁탁-하고 내려친다.
“자, 그럼 오늘 첫 강의는 끝. 내일 금요일 오전에도 강의가 있으니까. 모두 지각하지 말고 잘 나오도록 합시다. 그리고 마르노이 조교는 좀 남아.”
“히에엑…! 저 마르마르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것입니닷…!”
“트위티 먹이 주는 거 잊었지? 지금 트위티 어디 있어? 아침부터 안 보이는데.”
“모르는 겁니닷….”
실화냐.
뭘 했다고 끝이지?
그렇지만 강의를 운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교수의 재량이다. 교수가 강의를 끝낸다고 말하는 데 학생인 내가 뭘 할 수도 없는 노릇.
━첫 날이라 그런가 빨리 끝나고 좋네.
━그러게. 역시 벨호크 교수가 화끈하다니까. 미골라스 교수였으면 첫날부터 꽉꽉 채워서 강의했겠지?
또 학생들은 그런 벨호크 교수를 칭찬하며 하하호호 강의실을 나가는 상태였다.
내가 알기로 여기 아크에서 강의를 들으려면 꽤 커다란 돈을 주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등록금이 무의미하게 날아가도 되는 걸까.
생각해보면 나도 학생 때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세계든지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은 똑같은 모양이구나.
그래도 이 강의로 저 벨호크의 영애와 나름 접점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득이었다.
스텔라 폰 벨호크 역사 네 가문의 일각.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는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지.
결국 나는 그렇게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 * *
원래 목요일의 요정 탐구 강의는 4시 반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강의였다.
그게 빠르게 끝나서 5시가 되니까 6시의 저녁 시간까지 시간이 붕 떠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이 남는 시간에 나는 뭘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한 시간이라도 의미없이 날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마법을 더 연습할까? 한 번에 비둘기를 몇 마리까지 조종할 수 있나 볼까? 아니면 어제 배운 벨리알의 주문을 읊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내 머리에 아찔한 현기증이 감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갑작스러운 빈혈기운이라고 불러도 좋을 느낌이다. 뱃속이 울렁거리고 멀미가 나는 기분도 든다.
“음.”
나는 이게 일종의 고갈(枯渴)상태를 경고하는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내 몸에 흐르고 있는 기력 혹은 마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아 내보내는 경고신호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
나는 이제 막 3레벨이 된 초보 마법사.
위계로 따지면 1.5 위계정도.
그렇기 때문에 내 마나통은 아무래도 새 몇 마리를 통제하는 것으로 바닥을 보일 만큼 초라한 것이다. 애초에 내 마나회로 자체가 적산가리로 지져져 있기도 했었고.
적산가리라….
나는 주륵 흘러내리는 코피를 닦아내며 무언가 떠오르는 바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나의 막힘없는 걸음이 향한 곳은 아크의 중심에 위치한 중앙건물.
여기에는 아크의 중앙 생도회 사무실이 위치해있고 또 기타 동아리 건물부터 이런저런 부속기관들이 자리해 있다.
그 웅장한 건물은 가히 저택이나 정부기관에 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안에 적힌 간판과 표지판들을 보며 알음알음 그곳을 찾아갔다.
그곳은 중앙건물 1층의 구석에 위치한 양호시설 비슷한 곳이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누구신가요?
“현기증이 나서 왔는데요. 잠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들어오시죠.
그때서야 나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이불 깔린 침대와 커튼이 여럿 보이고 쌉싸름한 알콜냄새가 나는 게 꼭 병원을 방불캐하는 방이다.
그리고 의자 앞에 앉아 있는 여성 또한 하얀 가운에 청진기 비슷한 것을 가슴에 걸치고 있어서 꼭 여의사 같았다.
실제로 여의사가 맞겠지. 나이는 약 서른 초반 정도로 성숙해 보이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붉은 눈동자는 어딘가 요사스러우면서 동시에 이지적이기까지 하다.
“어디가 아프셔서 왔을까요?”
여성이 붉은 머리칼을 뒤로 묶으며 내게 물어왔다. 후후-하고 웃는 빨간 입술은 요염하다는 말이 무척 잘 어울렸다.
그렇지만 어딘가에 독을 품은 것처럼 위태로운 면도 있다.
실제로 이 여자는 독을 품고 있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아마 이 학교에서 나 정도 뿐이겠지. 나는 그 독이 나를 쏘지 않기를 바라며 그녀 앞의 의자에 앉았다.
“마법주문을 계속했더니 현기증이 납니다. 코피도 흐르고.”
“마나오링 현상이네요. 여기 앉으시죠. 주사 한 대 놔드릴 테니까.”
적발의 여의사는 내 팔을 걷고 그것을 알콜 솜으로 슥슥문질렀다.
주사라니.
아픈데.
이 몸은 아픈 것에 특히 예민하니까 주사는 싫다.
혹시 반요정의 특징인가? 주사를 무서워하는 게?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그렇구만. 이제 좀 반요정이라는 종족에 대해서 알겠다. 지랄 맞은 애새끼 같은 종족이로구만.
슥, 슥슥.
나는 님프에 대해 생각하는 걸 그만 둘 겸 알콜을 바르고 있는 여의사에게 말했다.
“칼리라 영애. 정말 이곳에 취직했군요.”
“태오 님. 그게 당신의 요청사항 아니었나요? 아크에 무사히 잠입해달라고 하셨으니까.”
“그랬긴 했죠. 그래도 이렇게 중앙건물에 취직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번듯한 사무실도 혼자 갖고 계시고.”
나는 몰락한 남작가문 스콜 가의 영애 칼리라의 잠입 솜씨에 놀랐다. 그녀는 본디 독살의 달인인 암살자였는데.
여러 사정이 있어서 내가 고용하게 됐고. 나는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를 혹시 몰라 아크에 잠입시켜두었다.
근데 그게 너무 잘 먹혀서 오히려 놀랐다고 해야 할까?
주아아압-.
바늘로 물을 뿜어내는 칼리라.
“원래는 사수가 있었는데요. 갑자기 몸이 아파져서 당분간 쉴 거에요.”
“당신이 손을 쓴 건가요?”
“글쎄요.”
물어보기 무섭구만.
“일은 맘에 듭니까?”
“이 일은 참 맘에 들어요. 입학 팀 교직원들이 추파를 던지긴 하지만. 그런 것이야 원래 늘 있었던 일이니까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리고 저도 놀랐어요. 저 말고도 다른 자들을 또 직원으로 심어두었을 줄이야. 그 오거 말이에요. 과연 용의주도하군요?”
“쓸 수 있는 패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 오거랑 저 말고도 몇 명이나 더 있나요? 이 아크에. 당신의 사람이.”
몇이냐고 해봤자 이제 불쌍한 임프 마르마르 마르노이가 끝이다.
오거 고르고르는 내 사람인 것이 모두에게 노출된 상태. 마르마르도 뭐 이래서야 시간문제고. 결국 내가 잠입시켜 놓은 칼리라 정도만이 스파이로서 쓸모 있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나는 그런 정보를 적당히 뭉뚱그리기로 했다.
“그 오거가 없었으면, 칼리라 아가씨가 제 대전사로 싸웠어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야만인이랑 말입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저는 어중간하게 살려두는 거 잘 못하니까.”
후후후-하고 웃으며 내 팔에 따끔한 바늘이 꽂힌다.
“윽.”
혹시 칼리라가 나를 독살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으나 그녀에게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동생은 잘 지냅니까?”
“그래요. 덕분에.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겼다고 하니 오히려 놀라더라구요. 올해로 여기 아크에도 입학했어요.”
“진짜입니까? 무슨 과목을 듣죠?”
“그건 저도 몰라요. 저희는 가능하면 서로 접촉을 안 하니까. 당신과 나와 같죠.”
“그렇군요. 그럼 당분간은 보건 교직원으로서 힘 좀 써주셔야겠습니다. 중앙건물에서 중요한 정보 같은 것이 들려오면 제게 귀띔해주시구요.”
“중요정보라면?”
“언제나 그렇듯이 석궁의 용사에 대한 이야기죠. 혹은 대검을 쓰는 야만의 여전사나.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사제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거요.”
그들은 원작 빌런 사냥꾼의 주인공 파티다.
그들에 대한 정보에는 항상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녀석들은 태풍을 끌고 다니는 태풍의 핵 같은 것이니까.
“알았어요. 그보다 꽤 여유로워졌네요?”
“이 아크라는 것에 조금 익숙해졌으니까 그렇겠죠.”
“아뇨, 여성을 대하시는 것에 대해서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팔에 가슴을 닿게 하고 있는데. 좀처럼 당황하시질 않네요.”
“…….”
그러고 보면 내 팔에 칼리라의 커다란 가슴이 닿고 있었다. 주사를 넣기 위해 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면 일부러 그런 것인 모양이다.
“아마 요 며칠 사이. 여성에 대해 경험을 쌓을 일이 있었던 모양이죠?”
그리고 칼리라는 내게 성희롱을 해오고 있는 게 확실해보였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와요. 저는 지금 일단 보건 담당 교직원이니까.”
주사기를 쥔 손을 위에서 아래로 흔들어 보이는 칼리라.
“여러모로 상쾌하게 만들어드릴 수 있거든요. 태오 님이라면 특별히 진료해드릴게요. 의사놀이를 해도 좋고-.”
진득하게 발린 빨간 립스틱 사이로 나긋나긋한 성희롱이 계속됐다.
나는 이런 것에 좀 약하다. 여자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대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불타는 금요일의 인싸 금태오라면 여기서 유쾌하게 받아치려나? 그러다 괜히 말 잘못하면 분위기 어색해지는 거 싫은데.
“귀가 빨개지네요. 귀에 피가 몰리는 건 요정들 특징이죠. 하프 님프도 그런 가 봐요.”
“으흠, 아무튼. 나중에 또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맡은 자리에서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괜히 여기 있다가 여러모로 망신을 당할 일을 겪을 것 같아서 얼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엘가나 나르미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겠는데.
칼리라 영애처럼 능수능란한 연상의 여인은 좀 어렵다. 성녀 프리가도 그렇고. 그러고 보면 스텔라 벨호크 교수도 연상인 편이지.
연상의 여인들을 머릿속에 그려넣으며 중앙 건물로 나오니 사람들이 어느 한 곳에 몰려서 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불쌍한 내 앵무를 붙잡고 있어! 누가 어떻게 좀 해 봐!”
“저거 푸른 수리잖아. 푸른 수리는 사납기로 흉폭한 새인데….”
울상 짓는 사람들 사이를 내가 파헤치고 들어가자, 웬 나무 주변으로 잔뜩 널브러져 있는 깃털과 나뭇가지 위에서 무언가의 몸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푸른새가 보였다.
그 크기는 어린아이 몸통만하고 날개를 펼치면 어지간한 여우 한 마리 쯤은 그냥 들고 갈 것처럼 생긴 맹금이다. 생김새는 독수리보다는 부리가 짧아서 매에 가까운 느낌.
파워 에이드처럼 새파란 매라니.
저거 벨호크 교수의 애완매구나.
이름은 트위티였나.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누가 내 앵무를 좀 살려줘요! 저 못된 녀석이 제 앵무를 괴롭히고 있어요!”
이제 보니 푸른 맹금 트위티의 발에는 앵무새 한 마리가 붙잡혀 있었다.
━해로운 새-! 해로운 새-! 트위티-! 해로운 새-! 구에엑-!
상황을 파악하자면 벨호크 교수의 애완맹금류가 다른 사람의 애완앵무를 붙잡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벨호크 교수가 마르마르에게 자기 애완동물 먹이를 제때 줬냐 안줬냐, 지금 어디있냐 같은 이야기를 했었지.
배고픈 새 트위티가 다른 새를 사냥한 게 아닐까.
그때 문득 나는 내가 지닌 새 길들이기의 마법 할파스가 어디까지 작동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 무시무시하게 생긴 푸른 수리도 길들일 수 있을까?
어쩌면 저 녀석을 길들이는 것으로 벨호크 교수와 더 강한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나는 천천히 푸른 맹금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작게 주문을 읊었다.
HalPhas.
스르르.
그러자 나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나가는 느낌이 강하게 났다. 방금 주사로 회복된 몸의 체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느낌.
주르륵.
코에서는 다시금 코피가 나오고.
어질어질한 현기증이 느껴졌을 때였다.
「한계에 도달하는 신비! 2위계 달성!
직업 : 마법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마법사 Lv. 3 → Lv. 4
이제 좀 더 세상의 신비와 이치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앵무새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푸른 맹금의 발이 힘을 탁 푼다. 그리고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여 내가 내밀고 있던 팔위에 앉았다.
━뀌이이잉, 뀌이이잉-!
울음소리 이상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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