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00)
초롱초롱초롱!
보면 안 된다. 보지 말자! 유일신!
파닥파닥!
하지만, 천사병들은 사방팔방에서 나를 에워싸며 애원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 십 분 정도는 저항한 나였지만, 그 초롱초롱한 눈에서 눈물이 글썽이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저기, BBX 치킨집이죠. 단체 주문할 건데 최대 몇 마리까지 갖다주실 수 있을까요?”
한곳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주변에 있는 치킨 집에 모두 전화를 돌렸다.
사장님들도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고 했지만, 내가 건넨 돈다발을 보고 만면에 화색을 띠었다.
본의 아니게 이 지역 치킨 상권을 부흥시켜버린 유일신이 아니라 치킨신이 된 나.
“꺄, 꺄~!”
투둑, 투두둑!
다 뜯은 닭 뼈들이 옥상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하늘을 파닥파닥 날아다니며 신나게 치킨을 뜯는 천사병의 모습은 마치 새떼가 사람을 습격하는 히치콕 감독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천사병 10,000 명이 행복해합니다. 유일신에 대한 호감도가 오릅니다. 호감도가 오를수록 권속들이 신에게 갖는 충성심이 높아집니다.]호감도가 오른다는 메시지가 두렵게까지 느껴졌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버텼지만, 쟤들에게 매일 이 짓을 했다가는 나는 파산이다.
“처, 천사장 릴리스님······.”
“꺄?”
“어떻게 좀 해주세요······. 매일 이러다가는 저 망해요.”
닭다리를 뜯던 릴리스가 맡겨주라는 듯 작은 손으로 가슴을 통치더니 천사병에게 꺄꺄 거리기 시작했다.
추욱.
그러자 천사병들이 고개를 푹 숙이며 갓메이커 안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뿅, 뿅, 뿅!
미안, 애들아. 아빠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땐 1인 1닭하게 해줄게.
이것이 가난한 가장의 아픔인가.
아무튼, 천사는 떠나고 뼈를 남겼다.
“하아.”
나는 옥상에 수북이 쌓인 닭 뼈를 보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싹싹 발라먹었는지 뼈가 아주 대리석처럼 하얗다.
쓰레기봉투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겠는데.
“에휴, 이건 또 언제 다 치운담.”
간신히 쓰레기봉투 두 개를 채웠더니 허리가 부서질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뼈들이 지들이 알아서 쓰레기봉투에 들어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닭그락!
‘······뭐지?’
나는 눈을 비볐다.
방금 저 닭다리, 분명 움직인거 같은데?
닭그락!
“헐!”
기분 탓이 아니었다.
닭그락! 닭그락!
닭다리들이 갑자기 탭댄스를 추듯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설마 치킨의 저주냐!”
공포에 질려있을 때, 갓메이커의 메시지가 울렸다.
띠링!
[스킬 공유]에 신도 ‘고사득’의 이 추가되었습니다.최근에 신도가 된 고사득의 스킬이 공유되었다는 메시지.
‘시체 교감?’
[시체 교감 (Class S)]: 동양의 강시술과 서양의 네크로맨시가 혼합된, 시체를 사역하는 고사득의 독문 술법이다.
시체의 원한이 강할수록 사역하기 쉽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 입을 열었다.
“스킬 공유 고사득 [시체 교감].”
띠리리리리.
그러자 내 머릿속으로 음산하고 장엄한, 마치 죽은 자들을 위한 장송곡 같은 선율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가 말했다.
탄생은 고통이라고.
-끼에에에에에!!
지옥문이 열리며 악귀가 지상으로 기어오며 내지르는 것 같은 귀곡성이 울려 퍼졌다.
닭그락! 닭그락! 닭그락!
동시에 옥상에 널려 있던 뼈들이 마치 퍼즐처럼 들러붙으며 하나둘씩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으아아!”
그것은 마치 고전 영화 ‘시체들의 밤’에서 좀비들이 무덤에서 일어나는 장면보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동시에, 나는 느꼈다.
저 부활하는 사자들의 뼈에 사무친 원한을.
닭들은 몸 하나 가누기 힘들 정도로 좁은 철창에 갇힌 채, 몇 개월도 되지 않는 짧은 생을 살다 인간들에게 도살당한다.
그러나 그들의 시체는 안식을 얻지 못하고 펄펄 끓는 끔찍한 열기를 뿜는 기름에 튀겨져 두 번의 죽음을 맞는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다.
그 튀겨진 몸에는 인간들이 오직 자신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각종 양념과 조미료로 다시 한번 능욕을 당하는 것이다.
“헉! 헉!”
나는 그들이 가진 끔찍한 원념에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허덕였다.
-피! 피를 원한다!
-복수! 그들이 우리에게 한 것처럼 똑같은 무게의 죽음과 능욕을!
-죽인다! 죽일 것이다!
닭, 아니 뼈만 남은 스컬(?) 치킨들이 깃털 없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분노했다.
당장이라도 옥상에서 뛰어내려 인간들에게 쿠데타라도 일으킬 기세였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습격하는 스컬 치킨들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해고, 상해죄, 구속의 삼단 콤보!
그것만은 안 돼!
“저기, 치킨들아. 진정 좀 하지 않으련?”
우드득!
순간 스컬(?) 치킨들이 일제히 날 향해 몸을 돌렸다.
무, 무섭다.
머리가 없어서 그런지 한층 더 섬뜩했다.
스컬 치킨이 날 에워싸며 닭발을 쿵쿵 내리쳤다.
-사자의 신이시여! 우리에게 명령을!
-우리의 원한을 씻을 파괴와 살육을 주소서!
시체 교감 스킬의 특성 탓인지 스컬 치킨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히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털썩!
다리에 힘이 빠지며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았다.
아아, 나는 대체 어떤 존재를 깨우고 만 것인가?
-우리를 깨운 위대하고 잔혹한 사신이여! 명령을!
-우리에게 살육할 제물을 주소서!
닭그락! 닭그락!
불길한 뼈 소리를 흘리며 내게 다가오는 스컬 치킨들의 그림자가 나를 뒤덮었다.
이들이 품은 원한이 얼마나 컸는지, 그들을 깨운 나마저 집어삼킬 기세였다.
제길, 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네크로맨서들은 간지가 철철 넘치는 사역마를 부리는데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인가!
닭뼈들한테 목숨을 위협받는 네크로맨서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띠링!
그때 구원처럼 내 갓메이커가 울렸다.
핸드폰에 뜬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지옥에서 발견한 동아줄처럼 그것을 콱 움켜쥔 채 스컬 치킨들에게 들이밀었다.
[새로 생긴 악신의 권속 시귀 ‘스컬 치킨’ 부대를 파병하시겠습니까? (Yes/No)]“Yes! 당장 파병해!”
번쩍!
***
갓메이커의 세계 ‘앤트리니아’.
그곳을 지배하는 철혈 제국.
제국은 신성 가야미국을 토벌하고자 대군을 보냈으나, 가야미국을 수호하는 악신에게 오히려 전멸당했다.
그 숫자가 무려 천억.
그것은 분명 적지 않은 손실이었으나, 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반신인 황제가 자신의 권능으로 대륙 곳곳에 세운 하이브가 건재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82번째 하이브.
끼릭끼릭!
마치 벌집을 닮은 기괴한 조형물에서 녹색 체액을 흠뻑 뒤집어쓴 반충반인이 기어 나왔다.
백의를 입은 생산 부대의 장군, 마치 애벌레를 닮은 캐터필러가 수많은 다리로 서류들을 작성하며 명령했다.
“1,231,231,123호가 깨어났군. 이봐, 의무병. 어서 회복실로 새로 태어난 병사를 옮기게.”
그러자 들것을 준비한 붉은 제국병이 갓 태어난 병사를 옮겼다.
끼릭끼릭, 끼리릭!
태어나는 병사는 겨우 하나가 아니다.
방금 같은 일들이 하이브에 뚫린 수십만 개의 구멍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황제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이 끝없이 병사를 생성하는 하이브야말로 제국이 이 대륙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였다.
소모된 병사 따위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갓 태어난 병사를 훈련해 강병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였지만, 손실된 병력을 복구시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다려라, 악신에게 혼을 판 더러운 가야미국 놈들아. 병력이 복구되는 그날이 바로 제국이 너희들에게 진 혈채를 돌려받을 날일 테니!”
캐터필러는 몸의 주름을 꿈틀거리며 분개했다.
쿵! 쿵!
그때였다.
갑자기 광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나듯 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이브의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이 다급한 얼굴로 그에게 달려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캐터필러 장군! 괴, 괴물이! 뼈로 된 괴물 떼의 습격입니다!”
“뼈로 된 괴물? 그게 무슨 소리냐?”
“저희들로는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어서 피해야 합···!”
하지만, 경비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파드드득!
콰지직!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거대한 괴물의 발이 경비를 벌레처럼 짓이겨버렸다.
철퍽!
“히이익!”
짓이겨진 경비에게서 튄 핏물에 눈처럼 새하얗던 캐터필러의 몸이 시뻘겋게 젖었다.
그가 덜덜 몸을 떨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아, 그것을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 크기는 마치 산처럼 거대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공포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괴물의 몸에는 단 하나의 살점도 붙어 있지 않았다.
마치 대리석처럼 새하얀 뼈로만 이루어진 괴물.
심지어 기다란 목뼈 위로는 마땅히 붙어 있어야 할 머리가 없었다.
그 어떤 악몽보다도 끔찍한 괴물의 모습에 캐터필러는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저것은 천억 제국군을 학살했다는 악신의 저주로 움직이는 괴물이 분명했다.
닭그락! 닭그락!
머리 없는 스컬 치킨이 피가 끈적끈적하게 엉킨 발을 높게 치켜들었다.
자신을 뒤덮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며 캐터필러가 절규했다.
“으아악! 황제시여! 제국의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뿌지직!
캐터필러의 몸이 처참히 짓뭉개지며 녹색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꺄아아악!”
“으아악! 살려줘어!”
하이브를 점거한 천 마리의 치킨 스컬들이 끊임없이 희생양을 짓밟았다.
콰직! 콰직! 콰직!
순식간에 백만 단위의 병사와 태어나고 있는 새끼들을 죽였지만, 스컬 치킨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부족하다. 이 정도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했다.
피! 살육! 파멸! 복수!
들끓는 원한으로 가득한 스컬 치킨 떼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중급 악신 퀘스트(진행 중)]-100억 이상의 지적 생명체를 죽여서 악업(카르마)을 쌓아라.
혹은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100명을 죽여 힘을 강탈하라.
띠링! 띠링!
[일반 제물 : 122,234,124(↑) /10,000,000,000]한편, 대륙 곳곳에 파병한 스컬 치킨들의 살육으로 악신 유일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의 숫자가 엄청난 기세로 오르고 있었다.
신이여, 저희를 시험에 들게 마옵소서.
102화.
[중급 악신 퀘스트(진행 중)일반 제물 : 122,234,124(↑) /10,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제물 : 20 (‘가장 높은 창공에서 빛나는 불’의 사도+10)/100
짤랑짤랑!
일반 제물과 갓코인의 숫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난다.
사실 불덩어리 사도를 잡아서 S급 제물의 숫자가 크게 늘긴 했지만, 100을 채우기는 좀 아연한 감이 있어서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