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15)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마치 뱀과 구더기를 뒤섞은 것 같은 흉측한 몰골도 몰골이지만, 그 크기가 터무니없었다.
전사와 괴물의 체급 차는 개미가 공룡에게 도전하는 격이었다.
당연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처참한 몰골인 전사에 비해 변변한 상처 하나 없는 괴물의 멀쩡한 몸이 바로 그 증거였다.
-제법 미물치고는 분전했지만 이게 네 한계다. 미물 따위가 감히 신을 죽일 수 있다고 믿다니 실로 어리석구나.
괴물이 이빨을 까득까득 부딪치며 전사를 향해 아가리를 쩍 벌렸다.
-여흥은 이제 끝이다! 워낙 작아 먹을 건 없지만, 네 몸에 흐르는 신력의 파편은 탐이 나는구나! 내 일부가 되어라!
콰콰콰콰!
괴물이 오물의 바다와 대지를 통째로 삼키며 전사에게 돌진했다.
세상 모든 걸 삼킬 기세인 괴물의 아가리는 절망스러운 광경이었지만, 전사의 눈은 여전히 투지로 빛나고 있었다.
스윽.
오히려 그는 상체를 숙이며 괴물의 아가리로 뛰어들 듯한 자세를 취했다.
“오너라! 악신아!”
쩌적! 쩌저적!
그때 전사의 등 뒤 공간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작은 틈이 생겼다.
“으에에엥!”
그 틈으로 날개를 가진 금발의 아기가 튀어나오더니 전사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자 전사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서렸다.
“아, 아가! 네가 여긴 어떻게?”
“아부! 아부!”
아기가 전사의 등에 눈물범벅인 얼굴을 비볐다.
콰콰콰콰!
그 순간, 괴물의 아가리는 이미 그들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크윽!”
전사가 이를 악물며 한쪽 다리로 대지를 박찼다.
쾅!
아기를 업은 전사의 몸이 새처럼 하늘로 도약했다.
-흥, 놓칠 것 같으냐!
괴물이 전사가 도약한 하늘을 향해 머리의 궤도를 틀었다.
-캬아아아!
허공에 뜬 채 피할 수도 없이 자신과 아기를 덮쳐 오는 괴물의 아가리를 보며 전사가 이를 악물었다.
“놈의 배 속으로 들어가서 안에서부터 부술 생각이었지만 작전 변경이다! 아가! 네가 아까 그랬던 것처럼 나를 크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
아기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한다!”
“아부······!”
파닥파닥!
그러자 아가의 날개에서 무지갯빛 가루가 쏟아지며 전사에게로 스며들었다.
드드드드드!
그러자 전사의 몸이 엄청난 기세로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개미만 한 크기에서 겨우 평범한 성인 남성의 덩치 정도로 커졌을 뿐이다.
저 끔찍한 크기의 괴물에 비하면 거대화한 전사의 몸은 겨우 괴물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중량 증가! 천 톤!”
전사가 손에 쥔 검을 괴물을 향해 던졌다.
작은 쇳덩어리가 순식간에 운석만한 크기로 변하며 괴물에게 낙하했지만, 그는 가볍게 몸을 트는 것으로 그것을 피해 버렸다.
콰콰쾅!
-흥! 그런 단순한 공격이 내게 통할 것 같으······ 헛? 어디로 사라졌느냐, 이놈!
부러진 검이 대지와 부딪치며 그 여파로 흙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괴물이 흙먼지를 두리번거리며 일호를 찾았다.
-이 미물 놈! 이곳은 내 세계다! 감히 이곳에서 내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여기느냐!
“누가 도망친다고 그러느냐!”
순간 우렁찬 전사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아기를 업은 전사가 괴물의 목덜미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목에 붙은 매미처럼 보잘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궁극 스킬 ‘초강체’!”
전사의 팔이 불에 달군 쇠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치이익!
아니, 실제로도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며 전사의 팔이 닿은 괴물의 목덜미에서 거센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 일호! 용사의 탑에서 얻은 모든 축복과 생명을 불태우겠다!”
-끄아아악! 이놈! 당장 멈추지 못할까!
전사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기분 탓일까?
한순간 그와 내 시선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전사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위대하고 자비로운 유일신이시여! 제 목숨을 걸고 이 제물을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콰아아아!
전사의 양팔에서 용광로 같은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니······ 제발 살아 주소서······!”
콰드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처참한 비명을 토하며 불타는 괴물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슈우우우······.
동시에 양팔이 불타 사라진 전사가 괴물의 머리와 함께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 처참한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절규했다.
“안 돼! 일호야아아!”
이신상의 이유로 잠시?
-신실한 신도이자, 당신의 임시 사도인 일호가 최하급 신 ‘추악의 오물에서 뒹구는 자’를 공물로 바쳤습니다.
-축하합니다. 신이시여. 일호가 바친 ‘추악의 오물에서 뒹구는 자’는 한 세계의 신이자, S급 11명분의 가치가 있는 강한 제물입니다.
파스스!
일호가 죽인 악신이 잿더미로 변하며 그가 품은 막대한 신력이 노도 같은 기세로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일반 제물 : 231,289,003/10,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제물 : 34(↑11)/100
일호가 제물로 바친 악신의 힘이 내게 더해지는 순간.
‘나는.’
잊고 있었던 내 존재를 ‘자각’했다.
나는 무명 작가이자 동시에 작은 세계 앤트리니아 가야미국의 신이며.
지금 날 위해 싸우고 처참하게 죽어 가는 일호의······.
“유일신이다.”
나는 곧바로 무의 공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
알은 세계이다.
새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세계를 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
쩌적! 쩌저적!
그러자 허공에 균열이 일며 무로 가득했던 세상이 붕괴했다.
* * *
악신 ‘추악의 오물에서 뒹구는 자’의 오염된 세계.
“으에에엥!”
아기는 추락하는 일호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작은 날개를 파닥였다.
슈우우욱!
그러나 필사적인 아기의 날갯짓에도 거대화한 일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울지······ 마라······ 아가······.”
일호는 애타게 울부짖는 아기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에게는 이미 그럴 팔이 없다.
“나는 괜찮으니 버리고······ 가거라······.”
“으에엥! 아부! 아부!”
아기가 눈물이 그렁거리는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악신 ‘추악의 오물에서 뒹구는 자’의 거체는 일호의 손에 죽음을 맞아 모래성처럼 바스러지며 사라졌다.
콰콰콰콰콰!
하지만, 그 영향인지 독기로 가득한 오물의 바다가 쓰나미처럼 대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기는 생각했다.
아무리 멋지고 강한 일호라 해도 이렇게 부상당한 몸으로 저런 오염된 바다에 추락한다면 분명 죽을 것이라고.
“으아아앙!”
자신을 구해 주고 그 무서운 악신을 물리쳐 준 일호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연약한 팔과 작은 날개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아가······ 이대로라면 너도 위험하다······. 난 괜찮으니까 어서······ 커헉! 쿨럭!”
말과는 다르게 일호가 갑자기 시커먼 피를 토하며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콰아아아아!
사납게 요동치는 오수의 바다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왔다.
아기가 울먹이며 일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기, 페어리 퀸은 간절히 기도했다.
“으아아앙! 아부!”
누구든 좋아요. 제발 살려 주세요!
나의 용사님, 내 아빠를 제발!
쩌적! 쩌저적!
콰콰쾅!
덥석!
그 순간, 하늘이 갈라지더니 막 시커먼 바다로 추락하려던 둘을 낚아챘다.
아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손이 아기와 일호를 받더니 오물의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 조심스레 둘을 내려놓았다.
거대한 손, 그중 약지가 죽어 가는 일호를 향해 뻗어 갔다.
-치유하는 신의 약지.
띠링!
-치유 대상 ‘일호’의 인과율을 계산합니다.
-제10위계 하급 종족이지만, 명실상부한 용사의 격에 이르렀다. 신과 세계의 규율에 미약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다.
-10,000 Gcoin이 치유의 대가로 소모됩니다.
파아앗!
스륵스륵!
아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일호를 성스럽고 눈부신 백광이 감싸더니 전신에 가득하던 치명상이 엄청난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음하는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큭, 개미 때와는 다르게 팔의 재생까지는 안 되나······.
아기는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들을 구해 준 거대한 손의 주인이 그곳에 있었다.
일호가 죽인 악신도 거대하고 무시무시했지만, 지금 아기의 앞에 있는 거인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았다.
드드드!
거인이 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커먼 그림자가 일식처럼 아기를 뒤덮었지만, 공포심이 들지는 않았다.
슥, 슥.
따스한 검지의 감촉이 보석을 만지듯 조심스레 아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내 일호를 지켜 줘서 고맙다, 귀여운 아이야.
아기가 방긋 웃음을 터트렸다.
접하고 나니 더 확실했다.
그에게서는 일호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운 용사님의 기운이.
아기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분이 바로 일호가 그토록 믿는 신님이시구나.
아기가 유일신의 손가락에 얼굴을 비볐다.
“아부! 아부!”
-그래그래, 착하다.
하늘에서 아기를 내려다보는 유일신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스스스스······.
그때였다.
그의 몸이 신기루처럼 흐릿해지더니 점점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유일신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아기에게 말했다.
-금방 다녀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우리 일호를 돌봐 줄 수 있겠니?
“아부!”
아기가 맡겨만 주라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한다······.
그 말을 끝으로 유일신의 신형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아부.”
아기가 유일신이 있던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양손을 꼬옥 움켜쥐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다랗고 자비로우신 우리 아빠의 신님.
아기가 일호가 했던 것처럼 힘차게 유일신을 찬양했다.
“시······바!”
띠링!
-축하합니다. ‘페어리 퀸’의 신앙이 생성되었습니다.
-‘페어리 퀸’은 선신 ‘창공을 날며 세상을 보살피는 자’의 화신으로서 그 힘은 아직 미약하지만, 최하급 신이 제물로 삼으면 신격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페어리 퀸’은 ‘초월자’ 카테고리의 신도입니다.
-현재 ‘페어리 퀸’은 S급 10명분의 가치가 있는 ‘신성한’ 신도지만, 추후 그녀를 완벽한 신으로 육성한다면 더 높은 신앙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