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49)
검은 헬멧이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매장 안에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앗! 선생님 찾았다!”
그러더니 주인 찾은 강아지처럼 함성을 지르며 우리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녀는 바로 S급 헌터 뇌제이자, 내 제자인 성미리였다.
“선생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승급 시험은 잘 보셨어요? 앗, 너무 당연한 질문이네요! 우리 선생님이면 그까짓 거쯤 한 방에 통과하셨겠죠! 아이 참, 사실 제가 선생님 담당을 맡고 싶었는데 지인이라서 안 된다고 해서 얼마나 아쉽던지! 선생님,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실래요? 저도 이번에 S급 승급 시험 담당관을 맡았는데 제가 담당한 놈이 얼마나 개진상인지 아세요? 게다가 이름도 스티브 최라니! 더 재수 없어! 우씨! 선생님 담당관이 된 갈중혁 아저씨가 얼마나 부럽던지!”
미리가 내 손을 덥석 움켜쥐며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많이 반가운가 보다.
그러고 보니 미리 씨도 꽤 오랜만에 보네. 삼협회 때문에 중국에서 불법체류하고, 태양신과 싸우고, 최근에는 마감 때문에 일주일 동안이나 출판사에서 갇혀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하, 오랜만이긴 하네요. 미리 씨도 그동안 잘 지냈죠?”
“네! 선생님 덕분에요!”
딱히 내가 해 준 건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어요? 아, 미나 누나가 알려 준 건가?”
“선생님 냄새랑 감으로요!”
혹시 내 몸에서 냄새나나?
뜻밖의 고백이 신경 쓰여서 몸 냄새를 킁킁 맡아 보았다.
“근데 미나 언니라니요?”
그러자 살금살금 도망치려던 미나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녀를 본 미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언니가 왜 여기 있어?”
순간 나는 보았다.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당황했던 미나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처럼 순진무구하게 변하는 모습을.
“미리야~.”
거기에 천사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미리의 품에 덥석 안겼다.
“언니 보러 온 거야? 너무 좋아!”
“아이 참, 언니두. 사람들이 보잖아.”
설마 미나 누나, 아직도 저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지금까지 냉랭했던 둘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중생이라고 해도 믿을 겉모습과 별개로 실제 나이는 나보다 연상인 누나가 참 힘들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우와, 정말 뇌제다!”
“그럼 진짜 성미나인가?”
“그런데 지금 뇌제가 저 남자한테 선생님이라고 한 것 같은데······.”
“저 사람이 소문으로만 듣던 뇌제의 스승이야? B급인 뇌제를 S급 헌터로 만들어 줬다던 그 천재 트레이너?”
성미나만으로는 긴가민가하던 사람들의 반응이 기름에 떨어뜨린 물방울처럼 거세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더 있기는 힘들 것 같다.
“일단 나가죠!”
나는 미리와 혼신의 연기를 하는 미나를 양손에 잡고, 성연이를 업은 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매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대충 먹을 만한 걸 사 가지고 내 집으로 돌아갔는데······.
“검신님, 돌아오셨나이까.”
린샤오밍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바로 내 방 안에서!
“헉! 왜 또 왔어요! 게, 게다가 그 차림은 또 뭐고!”
린샤오밍은 평소의 차파오 차림 대신 알몸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신첩, 아직 검신님께 임무를 받지 못하였기에 대신 집안 살림이라도 도와드릴까 하여. 그런데 오늘도 명령하실 게 없으신지요? 정말?”
그러더니 도발적이고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순진무구한 가면을 쓰고 있던 미나의 얼굴이 와장창 무너졌다.
“저 미친년이! 야, 너! 내가 또 내 눈에 보이면 죽여 버린다고 했지!”
“호호, 질투는 추하답니다. 검신님과 부녀지간처럼 지내시는 아가씨.”
“이년이! SS급이고 나발이고 너 죽었어! 덤벼!”
마치 미어캣과 살모사처럼 서로를 사납게 노려보는 미나와 린샤오밍.
“서, 선생님! 집에 저런 여자를 들이다니 실망이에요! 흐아앙!”
번쩍!
울면서 하늘의 섬광이 되어 사라진 미리 씨.
“삼촌, 누가 삼촌 애인이야?”
그리고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조용히 물어보는 우리 조숙한 조카님까지.
하하, 개판이네.
아무튼 좀 소란스럽긴 했지만, 적당히 잘 수습을 하고 서로의 안부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중 무엇보다도 허저가 곧 다시 복학한다는 소식이 기뻤다.
이제 임시 근무 기간도 끝나 다시 아카데미 교사 일을 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허저는 내 소중한 제자였으니까.
그렇게 평화롭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눈먼 신의 눈’ 권능이 발동합니다.
-당신이 누군가의 ‘꿈’을 봅니다.
* * *
동굴 안으로 보이는 공동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숫자는 대략 100명 정도.
“여, 여긴 어디지?”
“나, 나는 분명 죽었는데······.”
“으아앙! 엄마! 어디 있어!”
말끔하게 정장을 입은 사람부터 환자복의 소녀, 장난감 로봇을 품에 안은 채 울고 있는 아이.
연령부터 성별, 국적까지 그 어떤 공통점도 없는 무리였다.
잠시 당황하던 사람들은 그곳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큭! 이게 뭐야?”
“나갈 수 없잖아!”
하지만, 공동 입구에는 보이지 않는 막이 펼쳐져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쾅! 쾅! 쾅!
“밖에 누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보이지 않는 벽을 주먹으로 치며 사람들이 애원할 때였다.
-띠링!
그 순간, 기이한 알림음과 함께 그들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신의 씨앗으로 선택받았습니다.
축하한다고는 했지만 감정 따위는 거세된 듯 느껴지지 않는, 기계처럼 메마른 음성.
-여러분의 성향과 플레이에 따라 선신도, 악신도 될 수 있습니다.
“당신! 대체 누구야! 당장 날 내보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만두지 않으면 겨,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부디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고 살아남아 이세계의 ‘신’으로 군림하십시오.
사람들이 아우성쳤지만, 그것은 답 없이 그저 매뉴얼적인 대답만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럼 지금부터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그 음성이 선언했다.
쩌적! 쩌저적!
동시에 마치 뭔가가 균열이 이는 것 같은 소음과 함께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졌다.
“여러분!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빨리 여기서 탈출합시다!”
사람들이 황급히 공동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채 얼마 가지 못하고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샤샤샤샥!
시시시싯!
악몽이 내지르는 비명처럼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이, 이게 무슨 소리죠?”
그것은 겨우 한 개체에서 나는 소음은 아니었다.
마치 하나는 별게 아닌 빗방울이지만, 그것이 수억 개 모이면 폭우가 되어 지상을 후려치는 것 같은 종류의 소리다.
그것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괴물이 나타났다! 전군! 괴물을 죽여라!
-와아아! 피와 살을 내놔라! 괴물들아!
“버, 벌레?”
“꺄아아악!”
공동의 입구로 통하는 통로의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수억 마리의 벌레 떼가 쓰나미처럼 사람들을 덮쳤다.
“끄아아악! 살려 줘!”
“엄마아아아!!”
끔찍한 절규와 함께.
카득! 까드득!
사람들이 산 채로 벌레 떼에게 뜯어먹히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 * *
“허억!”
나는 헛숨을 내뱉으며 잠에서 깼다.
‘무슨 꿈이야, 이게?’
꿈속에서 나는 벌레 떼에게 무력하게 잡아먹히는 사람 중 1명이었다.
그 악몽은 내가 예전에 제국 개미 떼들에게 습격당해 죽을 뻔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순식간에 살점을 뜯어먹혀 백골로 변해 갔던 꿈속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무지 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약 내가 운 좋게 살아남지 못했다면 나도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까?
욱신! 욱신!
“으으, 머리야.”
곧이어 마치 밤새 술을 마신 것처럼 두통이 밀려왔다.
악몽 때문인지 오늘 컨디션이 영 안 좋네. 당분간은 마감도 여유가 있으니 오늘은 어디 안 가고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
딩동, 딩동!
막 그렇게 마음을 먹자마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쯧, 경우 없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대체 누구야?’ 라고 생각했지만, 벽시계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혹시 너무 많이 자서 머리가 아픈 건가?
딩동! 딩동!
초인종이 거칠게 다시 울려 퍼졌다.
거 누군지는 모르지만 성격 되게 급하시네.
“네, 나가요······.”
철컹!
린샤오밍이 고쳐 놓은 신상 현관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를 뒤덮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휙! 콰쾅!
번개 같은 기세로 문을 닫고 소리쳤다.
“안 사요! 안 믿어요! 아무도 없어요!”
원치 않는 불청객을 쫒아내는 마법의 문장을 삼연타로 연속해서 외쳤지만.
“열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동시에 문고리가 덜컹거리더니.
콰드드득!
현관문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분명 오늘 협회 훈련장으로 오라고 했을 텐데. 하늘같은 선배 말을 무시해?”
무려 2미터에 이르는 거구의 갈중혁이 뜯어낸 현관 문짝을 손에 쥔 채 골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당장 따라와. 오늘에야말로 네 썩은 정신을 바로잡아 주겠다.”
욱신! 욱신!
두통이 계속, 점점 심하게 밀려온다.
그것은 마치 벌레 떼가 뇌 속을 직접 헤집으며 뜯어먹는 것 같은 감각.
점점 이성이 사라지고 대신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기 시작한다.
나는 갈중혁을 노려보았다.
“보자 보자 하니까 벌레 같은 것들이 짐에게 감히.”
츠츠츠!
꿈에서 엿본 누군가의 감정이 나와 공명하며 눈동자에 검은 아지랑이가 사납게 피어올랐다.
“죽고 싶으냐?”
“죽고 싶으냐, 벌레?”
나는 대륙을 발아래에 두고 오시하는 황제이자, 위대한 신이다.
그런 내게 벌레 따위가 감히!
분노가 활화산처럼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이성 한편에는.
‘······어, 내가 왜 황제지?’ 하고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밀려왔다.
갈중혁은 내 협박에 처음에는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제법이란 눈으로 날 보며 씨익 웃었다.
하, 이 벌레가 감히 쪼개?
“제법 패기가 있군.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한 놈은 네가 처음······ 커헉!”
하지만, 그 미소가 일그러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원래 누구나 그렇다.
한 대 쳐 맞기 전까지는.
“허억! 허억!”
갈중혁이 내게 맞은 명치를 움켜쥔 채 거친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곧 몸을 가누고는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놈!”
부우웅!
공기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통만 한 주먹이 순식간에 내 얼굴로 날아왔다.
그 주먹은 같은 S급 육체 강화 계열의 헌터 최강산의 것보다 빠르고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