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16)
심지어 모국인 한국에서조차도.
스르릉.
아르망 드레가 검집에서 레이피어를 뽑았다.
츠츠츠!
마력을 머금은 오리하르콘 특유의 황금 광휘가 눈부시게 빛나며 좌중을 압도했다.
성미리가 유일신을 떠올리며 양손을 꽈악 쥐었다.
“나는, 나는 할 수 있어.”
왜냐하면, 우리 선생님이 믿어 주고 계셨으니까.
쿠르르릉!
미리의 주위로 전격이 사납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맙소사!”
관객들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아르망 드레의 오리하르콘 레이피어의 황금 광휘가 성미리가 뿜는 전격의 빛에 먹혀 사라지고 있었다.
아르망 드레의 얼굴에도 당혹이 일었다.
“뭐, 뭐지 저건? 뇌, 뇌수(雷獸)?”
뉴욕의 라이트닝맨이라 불리는 길리언과도 싸워 본 적이 있는 그였지만, 지금 성미리처럼 뇌전이 살아 있는 맹수처럼 형상화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성미리가 자신의 뇌수에게 속삭였다.
“가자, 스킬 ‘뇌신(雷神)’.”
쿠르르 콰콰쾅!
뇌수를 탄 성미리가 뇌성과 함께 섬광보다 빠르게 질주했다.
그날 전 세계의 사람들은 보았다.
B급 헌터일 때부터 성미리의 별명이었던, 하지만 그때의 허울뿐인 이름이 아닌…….
진정한 뇌제(雷帝)의 탄생을.
***
갓메이커 세계, 용사의 탑 44층 대우주제국.
공전절후의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 의 주연 유일신의 팬 사인회 현장.
띠링!
[헌터워 본선 8강전]프랑스 vs 대한민국 최종 스코어 2 : 5로 대한민국 승리!
헌터워 본선 4강 진출 확정!
강호 프랑스를 상대로 파죽의 5연승을 올린 제자 성미리의 활약을 본 내가 함성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우아아! 우리 미리 최고!”
멸망의 헌터워 (4)
“우아아! 우리 미리 최고!”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외쳤다.
마치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애제자 박지성이 골을 넣는 순간을 보는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이다.
미리의 상대는 나도 얼굴을 알 정도로 명성 높은 프랑스 헌터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심상 세계에서만 보던 뇌수를 현실로 이끌어 낸 미리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야말로 뇌제라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활약이다.
원래 등급보다 한 단계 높게 평가해 주는 뇌전계 능력자인 만큼 미리는 헌터워의 새로운 우승 후보로 부각되고 있었다.
제자로 받아 달라고 찾아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나 성장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것이 스승의 기쁨인가.
내가 한참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저기…… 신님?”
빨간 코를 가진 뽀글이 외계인과 퍼런 공룡 외계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지금은 홍보 사인회 중이었지.
나는 황급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대우주 스타답게 살짝 선글라스를 올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두 외계인을 보았다.
“이름이?”
“깐따삐야도너!”
“호이호이두리예요!”
나는 만능 펜으로 둘이 내민 태블릿에 슥슥 사인을 해 주었다.
10년 차 작가지만 정작 사인 한번 한 적 없는데, 이런 우주에서 외계인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니 인생은 역시 알 수 없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유일신 님! 스페이스 갓 너무 잘 봤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특히 일호 용사님과의 사랑과 우정의 합체신!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유일신 님을 믿습니다! 유일신 시바시바!”
두 외계인이 서로 검지를 맞대고 이제는 우주에 유행하고 있는 저 망할 기도를 외쳤다.
……그런데 합체 신이라니? 일호랑 내가? 금시초문인데? 게다가 사랑과 우정?
“어이, 필라 감독.”
휙 고개를 돌려 행사장에 감독 놈을 노려보자 그가 갑자기 3개의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허허, 역시 쿠스티아 행성의 날씨는 참 좋군요.”
쿠르르릉!
시커먼 하늘에 붉은 벼락이 치고 있는 저 하늘이 어디가 좋다는 거냐? 꼭 세계 멸망 직전의 하늘로 보이는구먼.
‘확인해 봐야겠군.’
지금까지는 하도 낯간지럽고 오글거려서 끝까지는 보지 않았는데, 대체 영화에 무슨 짓을 한 건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때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띠링!
-‘깐따삐야도너’와 ‘호이호이두리’가 유일신의 신도가 되었습니다.
[상급 선신 퀘스트(진행 중)]상급 선신으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1조 이상의 일반 신도 혹은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수가 1만 명을 넘어야 합니다.
-현재 ‘대우주 제국’ 지부의 일반 신도 수 : 652,331,352,604 (↑1)
-현재 ‘대우주 제국’ 지부의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1,231(↑1)
보기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외계인이었지만, 둘 중 한 명이 S급의 강한 신도였던 모양이다.
이로써 상급 선신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1조라는 엄청난 숫자에 압도당했었지만, 이곳에서만 벌서 6,500억의 신도를 모았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지만.’
지금의 내가 갓메이커에 파견한 아바타의 몸에 빙의한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외계인의 신앙의 질이 낮아서인지 신도가 많이 늘었음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이래서야 할 수 있을까?’
비록 이곳에 있었지만, 갓메이커를 통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내게 신의 제전을 신청한 앤트리니아의 황제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최근 나타난 수수께끼의 조커 가면과 신을 만드는 계획을 진행 중인 엘프들…….
이곳에서 하는 내 행동이 그저 시간 낭비이지 않을까 불안감이 밀려왔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무릇 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비록 당장의 성과는 보이지 않아도 지금처럼 인내하고 정진한다면 반드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조언합니다.
“네, 풍요 누님.”
다른 두 스토커는 희희낙락하며 싸움 구경을 하러 갔지만, 의리의 풍요 누님은 이렇게 내게 남아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주고 계셨다.
역시 우리 풍요 누님이 스토커 중 최고 인격자라니까.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살짝 뺨을 붉히며 당신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풍요 누님, 영겁의 구도자 그 양반 소식은 아직도 없어요?”
답이 없는 근육 매니아긴 해도 많은 도움을 받은 신인데 언제부터인가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침울한 얼굴로 자신도 ‘영겁의 구도자’가 걱정된다고 합니다.
“와아아! 유일신 님! 저희 별에 또 오세요!”
“유일신 시바시바!”
마침내 홍보 사인회가 끝났다.
콰아아아!
구름처럼 몰려든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내가 몸을 실은 우주 전함이 광활한 우주를 유영했다.
“다음 스케줄은 어떻게 되죠?”
“일렉시아 별에서 에스메랄다 여황님과 오찬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도착까지는 대략 12섹터가 소모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푹 쉬십시오, 유일신 님.”
나는 스태프가 배정해 준 특실 침대에 지친 몸을 던졌다.
“아이고, 팔이야.”
사인을 얼마나 했는지 양팔이 통통 부었다.
세지는 않았지만, 100만 장은 넘게 한 것 같은데 이럴 거면 차라리 원고나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후우, 이것이 고단한 우주 대스타의 삶인가.
마음 같아서는 신도 확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현실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띠링!
-현재 유일신의 ‘악’의 신격이 신체(神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귀환이 불가능합니다.
갓메이커에 몇 번 시도했던 때와 같은 메시지가 떴다.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마치 고전 처럼 악의 인격이 내 몸을 지배하고 만 것!
그리고 나는 이 우주 공간의 미아가 돼 버리고 만 것이다.
이렇게 이상한 영화나 홍보하면서!
아, 아냐. 아무리 악신이라 해도 이신 놈도 결국은 나인데, 그렇게 매정할 리는 없을 것이다.
미, 믿어도 되겠지?
……믿고 싶다, 이신아.
우리가 그래도 남은 아니잖아? 응? 그렇지?
막상 현실로 돌아가도 내 분신인 이신과 삼신 놈이 벌인 일이 너무 커서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때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띠링!
-유일신이 ‘대우주 제국’ 지부에서 벌인 열정적인 영화 포교 활동으로 속성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신]신도들에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선전물로 배포할 수 있습니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시바, 이런 거지 같은 능력이나 얻고.”
내 흑역사를 뿌리는 능력이라니 이걸 대체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특히 지구의 신도들에게 내 영화를 보여 주느니, 그냥 열 살 때 쓴 일기장을 보여 주고 말겠다.
골수 광신도들인 가야미 애들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다.
‘12섹터가 대충 우리 시간으로 1시간쯤이었지?’
나는 갓메이커를 들었다. 비록 손가락은 퉁퉁 부었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에 핸드폰질은 필수지.
띠링!
-신도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아래와 같은 채널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신도 채널 목록]-앤트리니아 가야미국 : 성황 앤티와 가야미 신도들
신성 가야미국.
이제는 4등신의 아름다운 미녀가 된 여황 앤티의 자비로운 통치 아래, 이제는 제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번영하고 있었다.
번쩍번쩍!
가야미국 곳곳에는 이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숫자가 늘어난 내 황금 신상이 가득했다.
-용사의 탑 41층 : 페어리 퀸 ‘아란’과 페어리 신도들
-페어리 퀸 아란의 신격이 하급신으로 올랐습니다.
-용사의 탑 42층 : 영락한 상급 신 ‘만물에 순환하는 자’
-영락한 상급신 ‘만물에 순환하는 자’가 자신의 신격 일부를 회복했습니다.
-두 세계 신의 합의로 용사의 탑 41층과 42층의 세계가 서로 연결되었습니다.
“사막에 심을 요정수의 묘목을 가져왔습니다. 물의 성녀님.”
“하와와! 너무나 고마운 거시어요! 자, 여러분도 열심히 여신님의 가호가 깃든 신성수를 페어리 세계로 나르는 것이어요!”
우웅! 웅웅웅!
게이트로 연결된 두 세계에서 페어리와 선인장인들이 교역하며 서로의 세계를 부흥시키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용사의 탑의 도전자들]-용사의 탑 29층 : 용사 이호
이호는 어느덧 용사의 탑 29층에 도전하고 있었다.
칭호도 어느덧 용사로 바뀌어 있었다. 성장신의 가호를 준 것 외에는 크게 도와준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약진이 놀랍다.
하지만, 일호는…….
-용사의 탑 46층 : 사도이자 용사 일호
여전히 갓메이커의 화면에는 칠흑 같은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용사의 탑 46층 ‘공허의 시련’.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끝없는 어둠만이 펼쳐진 공(空)의 공간.
나라면 몇 시간만 지나도 미쳐 버릴 것만 같은데, 심지어 그곳은 시간의 흐름도 다르다고 들었다.
지금의 내가 있는 이 대우주 제국도 현실보다 3~4배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지만, 풍요 누님의 말로는 그곳의 체감 시간은 족히 현실의 천 배 이상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곳이야말로 지옥이 아닐까?
그동안 내가 일호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던가.
하지만, 정작 힘든 시련을 겪고 있는 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무력했다.
나는 잠시 주저하다 일호에게 그것을 전송했다.
띠링!
-‘영화의 신’ 효과가 발동합니다.
-신도 ‘일호’에게 유일신의 홍보 영화 을 배포했습니다.
비록 망작이지만, 그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일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믿는다, 일호야.’
일호, 너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 시련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 유일신의 분신과 신도들
한편, 지구에서는 한참 헌터워 4강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헌터워 준결승 (4강전) 일본 vs 미국제2경기 사사키 로키 VS 존 위그(홈리스)
현재 스코어 2:0]
“흥, 별거 없군.”
철컥.
전통 하카마를 입고 있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일본의 검사가 피 묻은 장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가슴에 X 자의 검상을 입은 중년의 헌터가 쓰러져 있었다.
사회자가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대단합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일본의 사사키 로키 헌터가 뉴욕의 전설 길리언 헌터에 이어 SS급 헌터 홈리스 존 위그 헌터에게도 승리하였습니다!
“전설이라고 해 봐야 지금은 은퇴를 앞둔 중늙은이들일 뿐이지. 이제부터는 나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