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ing to Fight Bulk RAW novel - chapter 173
여의도로 출근하는 증권맨과 국회의원은 이 찌라시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왜?
500만원이라는 가격이 정보의 질과 비례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증시가 클럽이라는 곳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구독하고 있지만, 클럽은 몇 십억 원의 구독료 따위는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찌라시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정치인과 증권맨을 선동하기 위함이었으니까.
클럽이 생각하는 건 그랬다.
수 많은 기업들과 그 기업들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여의도 증권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으며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이 투표한 국회의원들에게 영향을 받는다.
모두를 클럽원으로 만들 수도 없었고,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은 클럽은 찌라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소수를 선동한 것이다.
“물론 증거가 없다고 해서 제가 드린 모든 말씀을 입증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방법을 쓴다고 해도 결국 증거는 남게 된다.
세상에 완전 범죄란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숨겨 왔을 범죄라 해도 언젠가는 탄로가 나니까 말이다.
특히나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들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몇 년 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가 잡힐 거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잡을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홀라당 가로채고 싶지는 않았다.
범인 역시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곳에 있기도 하고 말이다.
“클럽은 분명히 존재하며 저는 언더커버 수사를 통해 실체 역시 확실히 파악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파악한 실체를 입증해 줄 증인들 역시 많이 있습니다.”
클럽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정체가 영원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국민들에게 모든 것이 밝혀지고 있었다.
나라는 한 명의 검사를 통해서 말이다.
“조만간 클럽에 관한 수사를 공개수사로 전환해 모든 수사 과정을 공개할 것이며…….”
“자, 잠시만요, 검사님.”
“네, 앵커님.”
“제가 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기소하기 전에 수사 과정을 공개하다는 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와 행정부는 모든 수사 과정과 자료들을 국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한호와 여, 야 대표와의 만남.
안가에서 끝도 없는 토론을 통해 내려진 결론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서로 욕을 해대며 싸우던 두 사람이 사석에서는 웃으며 형, 동생을 한다는 사실이 조금 웃기긴 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 내기는 했다.
물론 두 사람은 자신의 당을 위해서였을 테다.
하지만 나와 수사팀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안이다.
국민들에게 모든 걸 낱낱이 공개할 수 있다는 건 클럽이라는 조직을 공개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것과 같았고, 어떠한 고위층도 수사를 방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현재 클럽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는 건 헛소문이며, 저와 검찰이 만들어 낸 이슈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법안이 통과되면 저희가 파악한 모든 걸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이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제 법복을 걸고, 혹은 제가 감옥에 간다고 해도 공개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법안에 반대한 의원님들이 조금 곤란해지시겠죠.”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가슴팍에 걸려 있는 배지를 반납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검사님.”
“클럽에 절대적인 존재이자 마스터란 인물이 누구인지 고하고 싶은데요.”
“아! 네, 그러시죠.”
세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가 버렸고, 조금은 지루해진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내 한마디로 인하여 살아났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역시 마지막에 나오는 법이다.
“클럽에서는 남영진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곽현우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입니다.”
* * *
형법 제52조.
죄를 범한 후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오늘 경기도 의회 의장님이 자진 출두했습니다.”
“네. 일단 조사 철저히 하시고 우리가 파악한 사실과 맞으면 귀가시키세요.”
“다르면요?”
“구속 영장 신청하세요.”
“네, 검사님.”
자수와 검거의 형량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일단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걸 가장 확실히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는 자수이며, 법조항에도 나와 있듯이 형량을 의무적으로 감형해 주고 있다.
다만, 자수가 더욱더 크게 감형을 받는 이유는 검사의 구형량 역시 낮아지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쓰여야 할 인력과 예산 두 가지를 아낄 수 있어 다른 수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사건이 아닌 살인 같은 강력 사건.
그중에서도 명백한 증거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건에 있어서는 자수냐 검거냐의 형량 차이가 커진다.
물론 유가족들에게 있어서는 자수든 검거든 피의자에 대한 원망이 차이나지는 않겠지만.
특히 ‘특처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같은 사건은 자수를 하지 않고 검거되는 경우에는 검사와 판사 모두 합심해 피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도 한다.
한 범인을 잡기 위하여 수많은 인력과 국가 예산이 쓰여야 하니까 말이다.
“수사지원과에서는 연락 왔어요?”
“네. 제이 그룹 선고 끝나면 거기 붙어 있던 수사관들과 검사님들 전부 특검으로 지원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잘됐네요.”
클럽을 검거하기 위한 법안은 통과되었고, 검찰 총장이 지명한 특임 검사인 나는 완벽한 특검팀을 꾸렸다.
보통 이런 사건의 경우에는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게 맞지만 주한호 대통령은 강력하게 특임 검사를 주장해 왔다.
그래야 검찰에 속해 있는 내가 수사를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클럽과 클럽에 속해 있는 더러운 정치인들은 강력하게 특별검사를 주장해 왔다.
자신들이 원하는 변호사를 특검 자리에 앉혀 놓고,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빤한 술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여당과 야당에 수많은 돈과 자리를 뿌려 특검 특위를 만들고, 이미 클럽에 속해 있는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변호사를 지정하도록 한다.
그러고는 밑에서 이미 완벽하게 만들어진 서류에 대통령이 도장을 찍게 하는 술수.
다시 사는 인생인데 그딴 술수에 휘둘릴 순 없었다.
하여 클럽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법과 안가에서 여당과 야당 대표에게 압력을 넣어 놈들의 개입을 모두 차단했다.
역시나 몇몇 의원들은 반발했다.
— 특임 검사의 경우 검찰에 속해 있고, 검찰총장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그러니 수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너무도 빤한 얘기.
그들은 그리 떠들어댔지만 이미 특검팀은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 * *
“자네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나?”
“일개 검사 하나가 어떻게 세상을 바꿉니까.”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한 손에 압수수색영장과 다른 한 손에는 체포 영장을 들고 찾은 법무부 장관실.
나를 마주한 장관은 이미 모든 걸 포기한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미 내 특검실에는 수많은 체포 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이 쌓여 있었지만, 가장 먼저 내 칼이 향한 곳은 바로 법무부 장관이었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구치소에 집어넣어야 검찰과 특검이 흔들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혐의가 있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은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그가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아 있는 이상 검사동일체 정점에 서 있는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었다.
모든 검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말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있으니까 말이다.
“일개 검사의 작은 노력이 시발점이 되어 세상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뿐입니다.”
“…….”
“아마 일개 검사가 아닌 장관님처럼 높은 곳에 있는 분이 노력했다면 더 좋은 시발점에서 더 빨리 좋은 쪽으로 흘러갔겠죠.”
내 말에 장관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역시 클럽에 속해 있는 여타 다른 인물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
처음 사명감 넘치던 초임 검사 시절에 온갖 노력을 해 거악을 잡아넣었지만, 윗선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구치소 열쇠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풀려나는 모습 역시 똑똑히 지켜봤을 것이다.
자신의 노력 하나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악이 떵떵거리며 잘사는 대한민국에 순응하여 악과 손잡고, 그들과 같이 떵떵거리며 잘살고 싶었다.
하지만…….
30년 전 법무부 장관이 한 결심은 틀렸다.
“끝까지 노력하시지 그러셨어요.”
“휴…….”
그리고 지금 까마득한 후배의 한마디는 자신이 지난 30년 동안 걸어온 길을 후회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그들과 손잡지 않았다면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 수 있을 것 같나? 아니, 대한민국에 고위 공무원 중 타협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있습니다.”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있다, 라고 말한 나.
흔들림 없는 내 눈빛을 유심히 바라보던 법무부 장관은 자신도 그 인물이 누구인지 눈치챈듯 옅은 미소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하… 그래. 한 명 있었지.”
“네,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 총장이 키운 놈이 너였지.”
“저는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뿐입니다.”
“그래… 담배 하나 피울 시간은 줄 수 있겠나?”
“네, 얼마든지요.”
법무부 장관실에서 재떨이와 담뱃갑은 볼 수 없었다.
이미 몇 년 전에 서랍 속 깊은 곳에 집어넣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잠시 자리를 피해 주기로 했다.
“장관님 나오면 대검으로 모셔 오세요. 수갑은 채우지 말고.”
“네, 검사님.”
“그럼 저는 먼저 올라가 있겠습니다.”
“네.”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법무부 계단을 내려왔다.
“휴… 이제 시작이네.”
현직 법무부 장관의 구속.
특별검사도 아닌 자신의 후배이자 대검 소속의 특임 검사 손으로 구속되는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이 될 것이다.
“서둘러 가야겠네.”
* * *
법무부 장관이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흘러 나가고 대검은 수많은 기자들과 자수를 해 오는 공무원들로 인하여 인산인해가 되었다.
아마 명절날 시장 통도 이보다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속된 마당에 그보다 낮은 위치에 있던 공무원들은 벌벌 떨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
남민지 앵커와 그 아들인 카스티요 역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민지 앵커는 손진철을 찾아가 몇 십 년 만에 자신에게 있던 모든 일을 설명했고, 9시 뉴스 클로징 멘트로 자신이 클럽과 연관되어 있다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카스티요 역시 검찰로 자진 출두했다.
그는 지금껏 남영진이자 곽현우인 자의 대본을 받아 클럽의 마스터 대역을 해 왔다는 사실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했다.
“길고 긴 싸움도 끝이 보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총장님.”
특임 검사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말하는 강철호와 백성원.
“아니요. 아직 멀었습니다.”
나란히 서서 대화하는 두 사람 뒤에 있던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하여튼 저 완벽 주의는 못 고친다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한 검사는 중앙 지검에 있을 때도 저랬습니까?”
“아주 피곤한 놈이었죠.”
“하하하하!”
내 진지함이 두 사람에게 통하지는 않았지만…….
검찰 역사상 가장 많은 수사관과 검사가 움직인 사건.
하나의 조직을 잡기 위하여 특별법이 만들어진 사건.
퇴임한 검찰총장과 현역 국정원장이 수사팀에 합류한 사건.
그밖에도 수많은 타이틀을 가진 클럽 사건은 파도 파도 끝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철저한 준비 끝에 걸림돌이 없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관리자이던 김주상과 정종진은 재판을 받고 있었고, 한탁희는 모든 걸 밝히고 민정수석 자리에서 자신이 임명한 모든 인사들의 자격 검증을 다시 실시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언더커버였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클럽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한 자신의 모든 잘못을 국민들께 고하고 대통령께 마지막 결재 서류를 올리고 자진 사퇴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석님.”
“하하, 아닙니다. 고생은 검사님이 더 많이 하셨죠. 그래도 속은 엄청 후련합니다.”
“아닙니다. 일단 이미 국민께 약속한 것도 있고, 형식상 수사는 하겠지만 모든 혐의가 정상 참작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자진 출두도 하셨으니 실형을 받진 않을 겁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유시할 수 있을지는 장담드릴 수 없지만…….”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이미 제 목적은 전부 이루었으니까요. 그리고 정종진 회장과 KC 그룹에 피해를 받은 모든 사람들의 억울함 역시 검사님이 풀어 주시지 않았습니까.”
“수석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리 말해 주시니 고맙군요.”
웃으며 조사실로 들어가는 한탁희를 마지막으로 클럽의 관리자 역시 모두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클럽의 보안을 위해 남영진이 만든 시스템은 관리자들이 구속되는 순간 너무도 큰 약점이 되어 버렸다.
세상에 클럽이 까발려졌다.
클럽은 모든 걸 덮고 모든 걸 밝힌 검사를 매장시킬 수 있을 힘이 충분했지만 나에게 그러지는 못했다.
왜?
남영진이 내리는 명령 체계가 무너져 버렸으니까.
마스터의 명령을 전할 관리자들은 이미 구치소에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마스터인 동시에 클럽의 모든 인사들을 관리하고 있던 남영진은 자신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클럽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