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입니다. 네 개의 정수를 섭취시키십시오. 그것으로 진화는 이루어집니다.] [퀘스트 성공 시 : 묵향의 진화] [퀘스트 실패 시 : 묵향을 제외한 모든 타미아스와 적대]
“……어?”
끝이라고 정말로?
훨씬 더 장대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저 구슬들을 먹이는 것으로 진화가 완료가 된다는 모양이었다.
퀘스트 서두에 적혀 있는 ‘갖은 고생’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무안할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네. 갖은 고생? 니가 이번 퀘스트에 고생한 게 있나? 뀨뀨 거리는 다람쥐들 구경하면서 도서관 다닌 거? 그것도 아니면 아까 비밀 방에서 해금 한 번 쓴 거?
‘큼. 거 너무 무안 주시네.’
-고생은 내가 했지. 잠도 못 자면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상황 조율하고 계획 짜고…… 날먹러한테 갖은 고생을 다 했다는 거 보니 미친 똥겜이었네.
‘그 해금 한 방이 엄청 중요한 포인트였을 수도 있죠…….’
-개뿔이.
말하면서도 찔렸는지 대꾸하는 카르페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으나 사실 카르페의 말은 진실이었다.
원래 비밀 객실의 문은 형무소장이 경악했듯,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열 수 없는 문이다.
몇 차례의 보안 마법을 거쳐 제작된 특수한 마법 문으로 미리 등록된 마나 파장을 보유한 자가 아니면 무슨 짓을 해도 열 수 없는 완벽한 보안 문이다.
즉, 정상적으로 퀘스트가 진행됐다면 절대로 열릴 수가 없는 문이고, 도토리 마약 파티는 방해 없이 순조롭게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마약에 취한 상태가 아닌, 황금 도토리를 섭취하고 파워업한 귀족 다람쥐들과 승부를 벌이는 게 이 진화 퀘스트의 중요 골자였다.
하지만 카르페는 그 모든 과정을 해금 한 방으로 스킵해 버린 것!
두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었던 진실이었다.
카르페는 올렌이 던진 꾸러미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이걸 정말 받아도 될까요? 몇백 년은 된 귀한 물건이잖아요.”
“허허. 귀하다고 해서 그게 꼭 쓸모가 있다는 뜻은 아니지. 어차피 우리들은 사용할 수도 없고 위험하기만 할 뿐일세. 자네들이 써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구먼.”
“……알겠습니다.”
띠링.
[퀘스트 아이템 ‘네 악몽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마지막이 싱거웠지만 이걸로 정말로 진화 퀘스트가 끝났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묵향에게 먹이는 일이 남아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진화 퀘스트가 끝났다고 해서 다람쥐 왕국의 모든 일이 마무리된 건 아니었다.
혁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으니까.
“후우. 드디어 이날이 왔구먼. 많은 피가 흐를 테지.”
올렌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되면 수많은 다람쥐들이 피를 흘리게 될 게 분명했으니까.
카르페로서도 남 일이 아니었다. 카르페는 현재 국왕으로부터 다람쥐들의 희생을 최소화해 달라는 퀘스트를 받은 상태였다.
“희생이 적으면 좋을 텐데요.”
“안타깝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지. 자유란 것은 피를 먹고 자라는 법이니.”
“그래도 혹시 방법이…… 어?”
그 순간이었다.
정수가 담긴 꾸러미를 쳐다보던 카르페의 뇌리로 어떤 방법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요. 잘하면 희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카르페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떠올린 방법이지만 생각할수록 그럴 듯하게 느껴졌다.
“……정말인가? 그, 그 방법이 무엇인가?”
-야, 뭔데? 혼자 알지 말고 같이 좀 알자.
천마와 올렌이 동시에 보채자 카르페는 씨익 웃었다.
내부의 다툼이 일어났을 때, 그 다툼을 끝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다른 게 아니다.
바로 외부에서 더 강대한 적이 등장하면 자동으로 내부 갈등은 해결되는 법이다.
“마침 재료도 있으니…… 연극 한번 해 보죠.”
* * *
그리고 다음 날.
다람쥐 왕국에 혁명이 발발했다.
“마법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똑같은 다람쥐 타미아스다!”
“와아! 신분제를 철폐하라! 마법은 만능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왕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혁명에 왕국은 발칵 뒤집혔다.
당연하게도 긴급하게 어전회의가 소집되었다.
하지만.
“커헉! 국왕 폐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째서 이런 짓을!”
“이럴 수가! 설마 우리를 전부 숙청하고 권력을 독차지할 셈이오!”
“……그대들과는 말을 섞지 않겠소. 대화해 봤자 나만 피곤해질 뿐이니.”
어전회의에 귀족들이 모임과 동시에 국왕과 카르페가 기습적으로 그들을 모두 제압했다.
전날 형무소에서 잡힌 다람쥐들을 제외하고 13마리의 고위 귀족이 모두 포박되었다.
“국왕! 어서 우리를 풀어주시오! 설마 저 외부인의 세 치 혀에 속아서 이러는 게요?!”
“이럴 순 없소! 우리가 이 나라에 해 온 것이 있는데 어찌 이런단 말이오! 다른 귀족들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오!”
“귀가 아프군. 사일런스!”
국왕은 침묵 마법을 사용하고 나서야 평화가 찾아왔다.
국왕과 카르페는 포박된 고위 귀족들을 자루에 넣어서 국왕의 개인실에 짱박아 버렸다.
“고위 귀족들이 사라졌으니 당분간은 명령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이것도 미봉책에 불과했다.
고위 귀족이 없더라도 다음 서열의 귀족들이 병력을 이끌고 저항군과 싸울 테니까.
“안타깝지만 본인의 힘으로는 그들 모두를 잡을 수도, 설득할 수도 없다오. 지금부터는 국민들 스스로 일궈내길 바랄 뿐.”
“잘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소? 계획은 들었소만 정말 잘될지 의문이구려. 혹시 혼란만 가중되는 게 아닐런지…….”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유혈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국왕님은 말씀드린 환영 마법만 제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환영 마법이야 어렵지 않지만 그대에게 너무 위험하지 않겠소?”
걱정하는 국왕의 말에 카르페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왕성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남자는 등으로 말하는 법이었으니까.
* * *
기습적으로 발발한 혁명 세력에 왕국군은 제대로 된 반응 한 번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혁명군은 왕국의 주요 거점을 순조롭게 점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창고를 빼앗았다!”
“이런 도둑놈들 같으니라고! 이렇게 많은 도토리를 쌓아 놓고는 우리의 몫을 계속 빼앗아갔단 말인가!”
“귀족, 아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야 한다!”
“와아! 마법사를 죽여라!”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놈들을 노예로 삼아라!”
혁명 세력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누군가는 꼭 본질을 흐리는 행동을 하게 되고, 세력을 키워 내부에 분란이 발생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일부 혁명군은 ‘평등한 사회’라는 기치를 망각한 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모조리 죽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왕국군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왕국 수비대장은 휘하 병력을 이끈 채 혁명군과 대치했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감히. 노예 주제에 반기를 들다니! 3대를 멸해 주마!”
“그동안 쓰레기 같은 것들에게 너무 자비를 베풀었구나. 다시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교육시켜 주마.”
대로에서 대치한 두 세력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이대로 누구 하나가 달려든다면 그 즉시 거대한 불씨가 되어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날 게 분명한 상황.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으헉?!”
“이, 이게 무슨……!”
패닉이 일어났다.
왕국군과 혁명군에 구분 없이 모든 다람쥐들의 털이 쭈뼛쭈뼛 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심약한 자는 그 자리에서 덜덜 떨며 주저앉고야 말았다.
“두렵다. 너무 두려워! 살려 줘!”
“주, 죽을 거야. 이대로 전부 죽을 거라고!”
“죽고 싶지 않아. 누군가 제발 우리를 도와줘!”
전대미문의 사태.
아무런 전조도 없이 모든 다람쥐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중 경지가 높은 일부 다람쥐들만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
“이건 설마…… 피어(Fear) 마법?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 피어를 피우는 것은 9성 스킬이라도 불가능…….”
그 순간, 어떤 다람쥐 한 마리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 다람쥐는 특이하게도 황색의 몸에 알 수 없는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검은 망토의 다람쥐가 숨을 헐떡이며 모두에게 외쳤다.
“크, 큰일 났습니다! ‘그것’들이 나타났습니다! ‘네 개의 악몽’이 실제로 나타났다구요!”
* * *
네 개의 악몽.
말로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운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모든 다람쥐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지금 메이지니 언메이지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다람쥐 왕국은 멸망을 피할 수 없었다.
“이쪽입니다! 다들 따라오세요!”
검은 망토의 다람쥐가 선두에 서서 달리자 혁명군과 왕국군은 홀린 듯이 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바로 왕국 밖에 있는 바위산이었다.
그들은 보았다.
정말 전설 속의 이야기에서나 언급되었던 대괴수들을.
‘모든 것을 얼리는 얼음 족제비’
‘하늘을 아우르는 붉은 맹금’
‘매서운 발톱의 황금 여우’
‘모든 것을 삼키는 어두운 삵’
그들, 네 악몽이 천천히 왕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람쥐들은 절망에 떨었다.
[때가 왔노라.]네 악몽의 선두에 있던 ‘얼음 족제비’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겁의 시간을 거쳐 우리가 돌아왔노라. 증오스러운 타미아스들. 그때의 치욕을 반드시 갚아 주겠다. 태초의 다람쥐는 어디에 있느냐!]쩌저적!
얼음 족제비가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가 밟았던 모든 자리가 그대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여, 영구동토다!”
“얼음 족제비가 사용했다던 궁극 마법이다!”
“오! 이럴 수가! 신이시여! 제발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카르…… 아니, 얼음 족제비의 영구동토에 다람쥐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혹시나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음홧홧! 이 어두운 삵이 너희들을 모조리 잡아먹어 주마!] [붉은 맹금이 여기 있다. 우아하지 못한 것들. 너희를 단죄하겠다.] [매서운 황금 여우…… 큿. 주군…… 정녕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네 악몽에서 뿜어져 나오는 항거할 수 없는 기운에 다람쥐들은 그저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콰광!
돌연 하늘에서 벼락이 생성되더니 네 개의 악몽을 공격한 것이다!
“뀨웃!”
온몸이 검은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네 악몽 앞을 가로막고 섰다.
……태초의 다람쥐가 네 악몽과 맞서 싸워 승리한 후, 몇백 년.
옛 신화가 지금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