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콰광!
머리 위로 떨어지는 콜링 썬더를 피해내며 얼음 족제비, 아니 카르페는 생각했다.
‘좋아. 판은 제대로 깔린 것 같네요.’
-……어이가 없네. 이런 븅딱 같은 계획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하여간 꼼수 쪽으로 머리 굴리는 거는 따라올 인간이 없구만.
천마가 바로 옆에서 쫑알거리는 동안 카르페는 묵향과 아이 컨택을 마쳤다.
“뀻…….”
미미하게 끄덕여지는 묵향의 고개.
자신은 준비가 다 되었다는 신호였다. 카르페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깔았다.
“뀨뀨뀻!”
[크크. 좋은 기개다. 하지만 아직 어리디어리구나. 너 같은 꼬마 혼자서 우리 전부를 막을 수 있을까?]카르페는 그렇게 외치며 묵향의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다람쥐 무리에게 외쳤다.
[이런 어린 꼬맹이 하나 덜렁 던져 놓고 숨는 것이냐? 수치심이란 것도 없나 보구나. 쓰레기 같은 종족들! 오늘로써 타미아스 종족은 멸망할 것이다!]“히익!”
“사,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태초의 타미아스시여! 제발 우리를 구원하소서…….”
카르페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마법 다람쥐들은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네 악몽의 정수가 뿜어내는 기운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라면 카르페 파티와 묵향끼리만 싸워야 할 판.
하지만 그건 카르페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마법 다람쥐들은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일치단결하여 악몽을 물리쳐야만 했다.
“뀨웃!”
묵향이 다시 한번 콜링 썬더를 사용했다. 번개는 카르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내리꽂히며 콰광! 커다란 굉음을 발산했다.
[크크! 어린 것이 제법이군. 하지만 과연 저 쓸모없는 짐덩이들을 지키면서 우리와 싸울 수 있을까? 아이스 애로우!]카르페는 악역처럼 웃으며 얼음 화살을 생성했다.
목표는 바로 묵향 뒤에서 떨고 있는 다람쥐 무리들!
고작 3성 마법 스킬인 아이스 애로우였지만 네 악몽의 공포에 삼켜진 다람쥐들은 감히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악몽이 덮쳐온다!”
“주, 죽을 거야! 우리는 전부 죽고 말 거야!”
얼음 화살이 다람쥐들을 향해 날아가는 그 순간.
“뀨우웃!”
거대화 스킬을 발동한 묵향이 맨몸으로 카르페의 아이스 애로우를 받아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아, 아니!”
“이럴 수가! 기적의 다람쥐시여!”
“우리를 위해 저 강력한 공격을 맨몸으로 맞으시다니!”
“뀨우웅…….”
묵향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그러면서도 일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내가 있는 한 너희들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듯.
그 애처롭고 당당한 뒷모습에 몇몇 다람쥐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살살 쐈으니까 크게 안 다쳤겠죠?’
-다쳤겠냐? 고작 아이스 애로우 한 방으로 무슨…….
‘휴. 아무튼 분위기는 제법 잡혔네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때였다.
카르페는 인벤토리에 있는 네 악몽의 정수를 은밀하게 가죽 주머니에 다시 봉인했다. 그러자 뿜어져 나오던 악몽의 기운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태초의 다람쥐가 당했다!”
“이, 이를 어째!”
하지만 자신들을 옭아매던 공포의 기운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람쥐들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크크크. 감히 내 비장의 마법을 맨몸으로 받을 줄이야. 제법이구나. 하지만 다음 공격도 막을 수 있을까?]“뀨……뀨웃.”
묵향이 비틀거리면서 네 악몽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다람쥐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다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검은 망토를 두른 노란색 다람쥐!
왕국군과 혁명군을 이곳으로 이끈 자!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다람쥐 형태로 변신한 미라쥬였다.
미라쥬는 군중 속에 숨어서 물 만난 고기처럼 선동을 시작했다.
“저 어린 친구 혼자서 거대한 악에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습니까? 설마 혼자만 싸우게 둘 생각입니까!”
“하, 하지만 네 악몽에는 거역할 수가…….”
“맞아. 네 악몽은 태초의 다람쥐만 싸울 수 있다고…….”
“비겁한 변명입니다. 서로 메이지니 언메이지니 싸울 줄만 알았지, 정작 큰 위기에선 아무것도 못 하는 겁쟁이들. 나는 싸우겠습니다!”
미라쥬는 그렇게 말한 후, 묵향 옆으로 달려가 섰다.
“우리 왕국은 우리 손으로 지킬 것이다!”
“뀨우웃!”
-야. 너 역할에 너무 심취한 것 같…….
[죽어라! 필멸자들아! 압도적인 힘 앞에 절망하고 흐느껴라! 윈드 커터! 파이어 볼!]-미친놈아! 얼음 족제비가 다른 속성 마법을 왜 써!
콰아앙! 콰쾅!
화려한 마법이 펑펑 터졌고 묵향과 미라쥬는 쫄래쫄래 뛰어다니며 마법을 피해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다람쥐들 중 누군가가 뛰쳐나갔다.
혁명군 간부 중 한 마리였다.
“나, 나도 싸우겠소!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죽고 싶지 않아!”
그것이 신호였다.
다람쥐들은 메이지, 언메이지 할 것 없이 네 악몽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가 어리석었어!”
“나라를…… 나라를 지켜라!”
“태초의 다람쥐를 도와라! 악몽을 몰아내라!”
“와아-! 싸우자!”
비로소 카르페가 원했던 그 모습이 완성되었다. 카르페 일행의 대국민, 아니 대국쥐 사기극이 멋지게 먹힌 순간이었다.
[음홧홧! 어리석은 다람쥐 놈들! 관을 봐야만 눈물을 흘릴 것들이로구나! 죽음을 관장하는 나 어둠의 삵이 너희를 죽음으로 인도하겠다! 자, 와라! 권속이여! 명계로부터의 부름!]길리안이 전용 스킬을 사용하자 어둠이 짙게 깔리며 그 속에서 사령기사들이 하나둘 솟아나기 시작했다.
[자, 가라! 나의 충실한 종복들이여! 저 어리석은 다람쥐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새겨 넣어라!] [에잉. 시끄럽고 다들 맞춰서 움직여! 적당히 상대해라 죽이지는 말고!]뭐든지 제일 처음 딱 한 번이 어려운 법이다.
싸울 것을 결의한 다람쥐들은 용맹무쌍하게 네 악몽과 전투에 나섰다.
[음홧홧! 죽어라!]검은 삵(길리안)을 위시로 한 데스나이트 군단이 다람쥐들에게 돌격했다.
목표는 마법사로 이루어진 다람쥐 왕국군!
환영 마법으로 인해 삵의 발톱으로 보이는 길리안의 대검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방패를 든 스무 마리의 혁명군 다람쥐가 공중에 점프해서 길리안의 대검을 받아냈다.
그중 대표로 보이는 다람쥐가 마법사 다람쥐들에게 외쳤다.
“임시 동맹이다! 내가 방패가 될 테니 그 동안 마법을 사용해!”
“너 언메이지…… 이름이 뭐지?”
“알칸이다!”
“좋다. 알칸. 기억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특별히 우리 수비대에서 받아 주지!”
“헛소리할 시간 있으면 주문이나 빨랑 외워! 놈들이 온다!”
앞에서 든든한 방패가 생기자 마법사들은 손쉽게 캐스팅을 완료할 수 있었다.
마법사 다람쥐들의 각종 마법이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쏘아졌다.
쾅! 콰아아앙!
[쫑알대지 말고 최대한 버텨! 그 나이 먹고 다람쥐한테 당하는 게 퍽이나 자랑…… 커헉!]길리안은 옆에서 덮쳐오는 파이어 볼을 얻어맞고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해, 해냈다!”
“우리의 공격이 악몽에게 통한다!”
“와아-! 왕국을 지켜라!”
다람쥐들은 환호하며 카르페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귀여…… 아니, 어리석은 다람쥐들. 이 황금 여우의 검…… 아니, 이빨을 받아라!] [얼음 족제비여! 내 비장의 날개를 소환하는 것을 허락해 다오! 이 다람쥐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하지만 카르페 일행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수많은 다람쥐들의 공세에도 꿋꿋하게 버텨 나갔다.
사실 이는 이상한 일이다.
카르페와 그 권속이 궤를 달리하는 강함을 보유했다고는 하나 마법 다람쥐 역시 전투력이 딸리는 종족은 아니었다.
수백, 수천 마리가 동시에 마법을 쏘아내면 카르페와 권속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버티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건 다름 아닌 퀘스트 아이템의 힘이었다.
띠링.
[퀘스트 아이템 ‘네 악몽의 정수’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마법 다람쥐 종족의 모든 공격력과 방어력이 90% 감소합니다!]네 악몽의 정수.
대 마법 다람쥐 결전 병기의 힘으로 버텨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 옵션이 없었다면 카르페는 이런 무모한 연극을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으으윽!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분노에 휩싸인 얼음 족제비가 최강의 스킬 ‘영구동토’를 다시 발동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뀨뀨웃!”
묵향이 한 발 더 빨랐다. 묵향은 자신이 보유한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스킬인 7성 스킬 ‘윈드 블래스트’를 발동했다.
휘이이잉!
일행의 발밑으로 거대한 토네이도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이럴 수가!] [음홧홧! 이건 굉장하군!] [이 아름다운 몸에 상처가 나면 안 되는데…….] [네 이놈들!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또 돌아올 것이다! 너희들의 단결이 깨지는 그 순간 기필코 또다시……!]네 악몽은 시야를 가릴 만큼 거대한 토네이도에 그대로 삼켜져 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토네이도가 사라졌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네 악몽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겼다!”
“우리가 해냈어!”
“태초의 다람쥐 만세! 타미아 만세!”
“와하하! 언메이지 놈들 꽤 쓸 만하잖아!”
“마법사 놈들도 제법이야!”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던 다람쥐들은 더 이상 없었다.
멸망을 이겨낸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행복의 함성을 질렀다.
마법 왕국 타미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 * *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카르페와 일행은 윈드 블래스트에 당한 것이 아니었다.
토네이도가 시야를 가리는 틈을 타, 권속들은 전부 인형 사이즈로 변해서 카르페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그 위에 카르페가 투명망토를 둘러써서 몸을 가렸던 것이다.
“후우. 이걸로 이제 진짜 끝났네.”
자리를 벗어난 카르페가 투명망토를 해제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띠링.
[‘국왕의 밀명’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권속 ‘묵향’이 타미아 왕국의 영웅으로 기록됩니다.] [압도적인 달성도로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국왕으로부터 보상을 수령하십시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