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쿨거래 감사드립니다.”
카르페가 뒤늦게 중얼거렸지만, 한조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카르페는 어깨를 한 차례 으쓱이고는 천마에게 말했다.
“들어오자마자 돈 벌어서 기분은 좋네요.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의 행동지침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했다.
가장 큰 이벤트였던 펫 경연 대회가 모두 끝난 상태.
이제는 다시 성장 모드로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다.
“지금 레벨이 95. 그리고 다음 여섯 번째 유물 시작 퀘스트가 130.”
다음 인형을 찾기 위해서는 아직 35레벨이나 더 올려야 했다. 현재로서는 조금 미래의 일이다.
-뭐, 그 레벨은 그렇게 오래 걸리는 구간이 아니야. 한 달도 안 돼서 도달할 수 있을걸. 물론, 어디까지나 이 몸이 제시하는 최적 루트를 따라갔을 때의 얘기지만.
“여부가 있겠습니까? 레벨링에 관해서는 천마비급을 따라갈 자가 없…… 아, 하나 있긴 했구나.”
바로 아크람 제국의 후신(後身)이라 할 수 있는 라마르크 왕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대륙 11강이었던 길리안에게 쩔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NPC와 플레이어의 파티는 경험치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특급 버스였다.
-아, 그건 확실히 어처구니없는 날먹이긴 했지. 대륙 최강 클래스가 직접 버스를 태워 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크. 진짜 좋았는데. 어디 그런 버스 운전자 또 없나?”
-양심이 아픈 영혼아…….
“아무튼 130렙 전까지 해야 할 게 몇 개 있긴 하네요.”
일단 첫 번째, 현재 엘리스가 연구하고 있는 로한 제국과 관련된 퀘스트다.
마도왕 시나리오 퀘스트와는 또 다른 신화급 퀘스트.
당연하게도 130레벨 전까지는 카르페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레벨 100때 할 수 있는 룸 업그레이드.
이건 로한 제국 신화 퀘스트와도 일부 상관이 있었다.
룸 업그레이드를 진행함에 따라 공방이 업그레이드되고, 공방이 업그레이드될수록 엘리스의 연구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 구조였으니까.
“일단 100레벨이 우선이네. 5레벨 후딱 올리고 룸 업그레이드 퀘스트로 넘어가면 되겠네요.”
-그래. RPG에서 생기는 문제의 대부분은 레벨이 올라가면서 해결되는 법이지. 어디 보자. 95레벨 때 괜찮은 사냥터가 근처에 몇 군데 있긴 하군.
“어제는 사냥을 하나도 못 했으니까 평소보다 부지런히 해야겠네요.”
대회 마지막 날.
결승전 2종목과 엘레강스 그랑프리까지 몰려 있는 바람에 카르페는 온종일 대회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생각하니까 어이없네. 하루 접속 가능 시간은 10시간밖에 안 되면서 무슨 대회 스케줄을 그렇게 빡빡하게 짜놨지? 시간 조절 조금만 잘못했어도 시상식도 못 하고 접속 종료할 뻔했잖아요.”
-……그거야 개발진도 개인전, 단체전, 그랑프리까지 전부 혼자서 다 해 처먹는 미친놈이 나올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렇게 짰겠지.
“쯔쯔. 완벽한 갓겜 같다가도 이런 부분에서는 허술하다니까. 그런 상황도 다 고려해서 만들었어야지.”
-…….
천마는 카르페의 말을 무시하며 적당한 사냥터를 탐색했다.
-좋아. 지금으로선 리치몬드 고원이 괜찮겠군. 95레벨대에선 몬스터 경험치가 많은 곳 중 하나야.
게다가 몬스터 개체 수도 많은 편이라 그야말로 최고의 레벨링 장소 중 하나였다.
“오. 좋네요. 근데 그런 곳이면 사람도 많이 몰려 있겠네.”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아. 난이도가 쉽지 않은 곳이라서.
리치몬드 고원에 주로 등장하는 건 ‘리치몬드 카멜레온’이라는 몬스터인데, 카멜레온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변 환경에 스며드는 ‘카모플라쥬’ 계열의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였다.
-그놈들은 6성 이상의 탐색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야지만 제대로 찾을 수 있지. 게다가 공격력도 세고 체력도 많고. 그런 주제에 특별한 득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체가 다 뛰어난 주제에 은신 스킬로 기습까지 해대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리치몬드 고원에서 사냥하기보다는 조금 경험치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대체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편이었다.
물론 카르페에게는 하등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카르페에게는 모든 은신류 스킬을 꿰뚫어 보는 레전더리 아이템 ‘드래곤의 눈’이 있었으니까.
공격력도 세고 체력도 많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반 플레이어의 기준에서나 그렇다는 것이고, 카르페에겐 그저 지나가는 잡몹일 뿐이었다.
“크으. 비인기 사냥터인데 경험치는 많이 준다. 완벽한 곳이네요. 역시 천마 비급이야. 그럼 거기로 갈게요.”
-그래. 아, 가기 전에 잡화점부터 들르자.
“응? 왜요? 저 물약 아직 많은데?”
-물약 때문이 아니라 퀘스트 때문에. 거기 주인장이 카멜레온 가죽을 구해 오라는 퀘스트 준다. 하루에 한 번 가능한 반복 퀘스트인데 경험치가 짭짤하니까 챙겨 가.
“완벽하네요. 천마 비급 없이 게임 어떻게 하냐. 진짜.”
-흐흐. 새삼스럽기는.
카르페가 크게 감탄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레벨링 설계!
천마가 스스로의 지식에 뿌듯해하는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갑작스러운 진동과 함께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합니다.
[특정 좌표로부터 호출이 감지되었습니다. 인벤토리를 열어서 아이템을 확인하십시오.]-음?
“……응? 아!”
카르페는 짐작 가는 게 있다는 듯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거기서 자그마한 동전을 꺼내 들었다.
이 동전은 카르페가 대회에서 통합 우승을 한 후, 국왕에게 직접 전해 받은 것이다.
‘재능 있는 젊은이여. 이것을 받으라. 추후 짐이 그대를 부르면 그 금화가 알려 줄 것이다.’
그리고 그 금화가 마침 타이밍 좋게 지금 울린 것이다. 국왕이 카르페를 호출한다는 의미였다.
“특별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더니 그게 지금인가 보네요.”
-……그런가 보군.
“타이밍 기가 막히네.”
감탄하는 카르페와 달리 천마는 쯧! 혀를 찼다. 기껏 계획을 짜 놨더니!
“당장 가 봐야겠죠?”
-특별 퀘스트라잖아. 웬만해선 보상이랑 경험치 둘 다 카멜레온보다는 낫겠지.
“오케이. 카멜레온 버린다.”
-……버리지는 말고.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잖아.
조금 전까지 천마 비급을 찬양하던 카르페는 없었다.
카르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왕성으로 향했다.
* * *
“철마여. 잘 왔도다.”
“네. 전하.”
철마는 왕좌에 앉아 있는 국왕의 밑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예를 갖추고 있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제로스 재상이 국왕 옆에 서 있었고, 오른쪽의 작은 왕좌에는 놀랍게도 왕녀가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국왕의 호출을 받고 온 카르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라. 그대는 이방인인바, 과한 예를 차릴 필요가 없다. 다소의 무례는 넘어가도록 하마.”
“감사하옵니다.”
“그대를 호출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대에게 줄 것이 하나, 그리고 부탁할 것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역시 퀘스트구나.’
예상대로였다. 카르페는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국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먼저 그대에게 줄 것은…… 크으음.”
카르페가 얼굴을 들자, 국왕은 PTSD가 도진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기 싫을 말을 억지로 꺼내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바마마.”
“전하. 설마 아직까지 꽁해 있으신 건…….”
“큼. 무슨 소리인가. 잠시 위가 쓰렸을 뿐이니. 그래.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줄 것이 있으시다고…….”
“크으으음.”
그 말에 다시 홀란드가 얼굴을 찌푸렸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대에 대해서 대신들과 회의가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대회의 보상이었다.
원래라면 당연히 기존 보상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카르페가 너무 큰 업적을 달성한 게 문제였다.
“세 종목의 통합 우승. 그대가 이룩한 업적이 역사에 전무후무한바, 그 보상만으로는 합당치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왕은 그렇게 말하며 재상을 살짝 노려보았다. 아마도 재상이 크게 관여한 모양이었다.
“하여, 짐의 권한으로 그대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려 한다. 혹 바라는 것이 있으며 사양치 말고 말하라.”
“……소원?”
생각지도 못한 말에 카르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보상이 상향 조정된다는 알림이 바로 이거였구나!
국왕, 그것도 대륙의 4대 강대국 중 하나를 다스리는 국왕의 백지 수표라니!
‘대박이다!’
-허. 군주급 NPC가 이렇게 나온다고? 그냥 펫 대회인 줄 알았더니 히든 피스가 많이 숨어 있었군. 다음 회차에서는 반드시 참여해야겠는데.
‘아니, 다음 회차 같은 건 신경도 쓰지 마시구요. 일단, 뭘 빌어야 할까요?’
라세의 최강대국 중 하나.
당연히 쌓여 있는 보물 같은 것도 많을 것이다.
‘보물고 같은 곳에서 에픽 아이템 하나 달라고 할까요? 최고 강대국이잖아. 그 정도면 쿨하게 내줄…….’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띠링.
‘…….’
마치 카르페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알림창이 등장했다.
-백지 수표라고 진짜 뭐든 다 될 줄 알았냐? 뭐? 에픽? 에피이익? 에라, 양심 터진 놈아. 오죽하면 상태창이 작작하라는 소리를 하냐?
‘……그럴 거면 소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든가.’
괜히 사람을 설레게 만들다니.
‘……이건 노린 게 분명해.’
그리고 그런 카르페의 짐작은 정확했다.
국왕은 일부러 구체적인 보상을 정하지 않고 ‘소원’이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를 썼다.
‘이놈이 소원이라는 단어에 선을 넘으면 그걸 빌미로…….’
호통을 친 다음에 쫒아낸다!
그것이 바로 국왕의 계획이었다.
“그대는 무엇이든 말해 보도록 하라. 무엇이든!”
들어는 보겠다! 들어만!
하지만 카르페는 국왕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경고창이 뜨지 않았으면 모를까, 저런 경고창이 떴는데 어떻게 막 지른단 말인가.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생각할 시간? 안 된다. 짐이 공사가 다망하여 시간이 많지가…….”
“아바마마.”
“……그래. 갑작스럽겠지. 그대는 충분히 생각하고 소원을 전하라.”
“배려에 감사드리옵니다. 전하.”
“그리고 지금부터가 본론이다만. 끄응…….”
국왕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을 때보다 더 싫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왕녀를 쳐다보았다. 정녕 해야겠냐는 듯한 눈초리로.
하지만 왕녀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그대. 철마여. 혹시 과외를 해 볼 생각은 없느냐?”
“……네?”
카르페가 당황하는 그 순간.
띠링.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도착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