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띠링.
[제노니아 국왕의 제안] [분류 : 돌발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제노니아 왕실 NPC들의 일정 이상 호감도, 플레이어의 제노니아 평판 일정 이상, ??와의 인연(특수 루트)] [플레이어의 신분으로 높은 업적을 달성한 당신에게 국왕이 과외를 제안합니다.용좌 아르셀리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존재이지만, 아직 그 재능이 완전히 개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성장에 도움을 주십시오.] [퀘스트 성공 시 :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 지급] [퀘스트 거절 및 실패 시 : 제노니아 왕실 NPC들의 호감도 하락]
“……과외?”
너무나도 생뚱맞은 상황에 카르페는 그만 되묻고 말았다.
-흐음. 이거 또 처음 보는 퀘스트 루트인데. 용좌가 제대로 성장하기 전에 호감도가 높아지면 이런 이벤트도 발생하는구만.
‘왕녀를 가르치라고요?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를 가르쳐 본 경험이 없는 카르페였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했다는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
그리고 그런 카르페의 당황이 전해졌는지 국왕이 화색을 띠며 말을 이었다.
“허허. 필시 당황스러울 터. 그래.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아니,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 편이…….”
“…….”
“크흠. 말이 헛나왔군. 꼭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도다.”
왕녀가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자, 국왕은 다시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가? 하겠는가?”
“음…….”
아무리 퀘스트라면 일단 무조건 받고 보는 카르페라 해도 고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뭔가를 때려잡아라’, ‘뭔가를 구해 와라’ 이런 방식의 퀘스트였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뜬금없이 과외라니…….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입니까?”
“무엇이든지. 그대에게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르셀리가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물론, 그것이 전투적인 경험이라면 더욱 좋고.”
“……굳이 전투 쪽 경험이라면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뛰어난 사람이 많지 않나요?”
플레이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제노니아에 즐비한 고위 NPC들.
카르페가 레벨이 비해 말도 안 되는 강함을 보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고위 NPC들보다 강한 것은 아니었다.
카르페의 말에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이 왕성에는 그대보다 강한 자들이 많이 있지. 가르치는 솜씨 또한 흠잡을 데가 없고.”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 NPC들 보고 왕녀를 가르치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눈빛으로 카르페가 쳐다보자, 국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짐 역시 그런 마음이 굴뚝같도다. 허나, 그대가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이가 있었다.”
국왕은 그렇게 말한 후, 왕녀를 쳐다보았다. 아니, 국왕뿐만이 아니라 옆에 시립해 있던 재상까지도.
그러자 왕녀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힘차게 가로저었다.
-……반응이 뭐 저래? 왕녀가 널 추천했다는 거냐? 안 했다는 거냐?
‘그러게요. 헷갈리게.’
하지만 그런 의문은 잠시 뒤에 해결되었다.
“응?”
왕녀 근처에서 아름다운 미성이 들려왔다.
이내 그 목소리와 함께 왕녀의 몸이 살짝 빛나기 시작하더니.
파앗!
그 빛 속에서 자그마한 용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와룡 칼데라.
제노니아를 수호하는 두 마리 용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칼데라?”
칼데라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페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카르페가 펫 개인전에서 우승하고 난 직후.
칼데라는 카르페에게서 두 개의 위험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었다.
서빙제와 북염존.
칼데라는 카르페에게서 그 둘의 흔적을 읽어낸 것이다.
-……무슨 이딴 퀘스트가 다 있냐? 사해랑 얽혀서 인연을 만드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 그다음에는 대회 통합 우승을 하면 발동하는 퀘스트라고? 그걸 어떤 미친놈이 달성해?!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미친놈이 이 자리에 있었다.
일반적인 플레이라면 절대로 발생할 수가 없는 퀘스트.
말도 안 되는 업적이 우연히 겹쳐서 탄생한 산물이었다.
그리고 라스트 세이비어라는 게임은 달성하기 힘든 업적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게임이었다.
여기서 ‘좋은 제안’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퀘스트의 보상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
칼데라는 그렇게 말한 후, 아르셀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다시 아르셀리의 몸이 살짝 빛나기 시작했다.
다만, 칼데라가 등장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목소리만 허공에 울려 퍼졌다.
“…….”
돕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칼데라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합의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잠깐만. 이거 분위기가…….’
왕녀를 도와주는 대신, 카르페의 성장을 돕는다.
누가? 제노니아의 수호룡인 폭룡과 와룡이.
즉, 대륙 11강 중 한 명인 용좌가 카르페의 성장을 돕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카르페는 일찍이 비슷한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버스를 태워 주겠다. 이 말이렷다?’
라마르크 왕국에서 길리안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특급 버스각이 선 것이다!
-……아니겠지. 설마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고? 그때 그것만 해도 한참 선 넘었구만. 진짜 또 그런 거면 이건 게임이 아니다. 그냥 유사겜이지.
‘형이 그런 말 하실 때마다 다 현실이 되는 거 알죠? 저 기분 좋으라고 일부러 이러시는 거?’
-……염병. 빌어 처먹을 똥겜.
자꾸 보채오는 칼데라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국왕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며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국왕 전하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몸이 부서지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칠 것을 약조 드립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그리하라.”
국왕의 얼굴에 체념의 감정이 깃들었다.
* * *
드넓은 숲.
카르페와 왕녀 아르셀리 두 사람은 왕성을 나와 사냥에 나선 참이었다.
현재 이곳에는 두 사람과 그 권속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국왕과 왕실 사람들은 이번 사냥에 왕녀를 위한 수행원을 동행시키겠다고 했다.
위대한 용좌이자 고귀한 왕녀에게 궂은일을 시킬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수행원들을 와룡이 필요 없다고 전부 쫓아내 버렸다.
현재 일행이 도착한 이곳은 제노니아 왕실이 특별히 관리하는 구역으로서, 아직 플레이어에게는 개방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왕실의 허가가 없다면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고위 NPC조차 출입할 수 없는 금지(禁地).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의 레벨은 110대 초반으로 현재 카르페의 레벨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다.
폭룡 바이칼은 그렇게 말한 후, 거대한 날개를 펼쳐 홀로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카르페가 바라마지 않던 소리였다.
띠링.
[레벨 업! 보상으로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캬. 이거지. 바로 이게 게임이다!’
-……기어코 또 선을 넘네.
카르페가 예상했던 대로 용좌는 정말로 버스를 태워 줬다!
카르페가 아르셀리를 가르치는 시간 동안, 폭룡이 대신 사냥에 나서 주기로 한 것이다.
“뀨웃! 뀨우우!”
“후후. 그래? 그게 맛있니?”
그리고 바로 옆에서는 묵향이 왕녀가 주는 아몬드를 볼에 욱여넣고 있었다.
묵향은 행복하다는 듯 뀨뀨 울었고, 왕녀 또한 그런 묵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평화롭다. 평화로워도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무슨 소풍 온 것 같은 느낌인데.”
“알았어. 그래서 난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는데?”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와룡도 크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와룡 칼데라는 방어와 회복에 특화되어 있는 존재다.
이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와룡의 방어 마법을 뚫을 수 없었다.
“아하.”
-흠. 그렇군. 결승전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고치고 싶다 이거구만.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때 아르셀리가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패배한 건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왕녀를 죽도록 굴리라니. 이 무슨 무서운 말이란 말인가.
‘그 팔불출 임금에게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그러게. 더군다나 곱게 자란 왕녀가 그런 취급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은데.
“괘, 괜찮아요!”
하지만 왕녀는 저어된다는 카르페의 눈빛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다.
“전부 각오하고 왔습니다. 결승전 무대는 정말…… 정말 멋졌어요. 저도 철마 님처럼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르셀리는 그렇게 말하며 각오를 마친 눈빛을 보였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야, 그런데 너 자신은 있냐? 애들 가르쳐 본 경험 없다면서?
‘없죠. 적어도 현실에서는.’
-……응?
그 대답에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카르페는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던 비밀을 공개했다.
‘현실에선 없지만 게임에서는 있지.’
카르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게임을 플레이해 온 게이머다.
그리고 그런 게임들 중에는 당연히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도 몇 개 있었다.
-엥? 너 그쪽 장르는 잘 못 한다고 하지 않았나?
천마의 말대로였다.
카르페는 피지컬 요소가 가미된 게임은 정말 신들린 듯이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육성이나 경영이 들어가는 두뇌 게임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었다.
하지만 그 많은 육성 시뮬레이션 중 딱 하나.
딱 하나만은 카르페도 고수라 자부할 수 있는 게 있었다.
카르페가 게임의 이름을 말하자, 천마는 어이가 없어져서 되물었다.
-……그거 공주 만드는 게임 아니냐? 아르셀리는 이미 공주인데?
‘어허.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죠. 지금부터 목표는 강심장 공주 만들기입니다.’
-……그래. 잘해 봐라.
프린X스 메이커.
카르페가 유일하게 모든 엔딩을 달성했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