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카르페는 ‘원정’ 기능을 통해 묵향을 제외한 권속들의 경험치가 균등하게 분배되도록 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카드팩 5장 동시 획득!
역시 카드팩은 한 번에 까는 게 제맛이었다.
“그럼 어느 것부터 까 볼까.”
“마스터어! 마스터! 나! 나!”
“그래. 그럼 미라쥬 것부터…….”
“아니, 나는 마지막에 까 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까!”
“……그래. 그러자.”
카르페는 미라쥬의 머리를 슥슥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른 인형들을 바라봤다.
나머지 인형들은 별 반응이 없는 것이 순서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카르페는 조금 씁쓸해졌다.
“후. 뽑는 순서에 따라 스킬 등급이 갈리는 법이거늘. 다들 이리도 무관심하다니.”
“그, 그게 정말인가요? 선생님? 뽑는 순서에 따라서 확률이 달라지나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무수히 쌓인 통계가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인과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군요…… 선생님을 알게 된 이후로 제가 보는 세상이 더 넓어진 것 같아요.”
-…….
카르페는 잠시 고민한 후, 티나의 스킬팩부터 집어 들었다.
“오늘은 마침 8일. 그리고 ‘광휘의 티스타니아’ 딱 8글자. 스타트는 티나팩으로 한다.”
“와아. 그런 게 중요한 거군요!”
“그렇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모든 것에는 다 의미가 있습니다.”
-진짜 미친놈임? 애한테 이상한 거 좀 가르치지 마!
“자, 그럼 간다!”
촤악!
카르페가 ‘중급 광휘의 스킬팩’을 잡아 뜯었다.
동시에 솟아오르는 5장의 카드. 스킬팩을 단 한 번이라도 뜯어 본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한 광경이었다.
왕녀는 자신이 다 긴장된다는 듯 두 손을 꼭 잡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겠네요. 선생님. 다섯 장 중에 어떤 걸 선택하는지도 비법이 있나요?”
“아, 지금부터는 괜찮습니다. 뭘 선택해도 지금부터는 똑같거든요.”
“……네?”
영문 모를 말에 왕녀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카르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첫 번째 카드를 오픈해 버렸다.
팟!
[4성 스킬 카드 – 다크 위크니스]“아…….”
왕녀는 아쉬움의 탄식을 뱉었다.
4성 스킬 카드. 빈말로도 잘 떴다라고는 할 수 없는 등급이었으니까.
왕녀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허둥지둥하면서 카르페를 위로했다.
“괘, 괜찮아요. 좋은 스킬이니까요. 그렇죠? 칼데라?”
“바이칼!”
용좌 일행이 투닥거리는 사이, 카르페는 스킬 설명을 전부 읽고는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구리네. 익히라고 공짜로 줘도 안 익히겠다.”
“서, 선생님!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아직 카드팩은 4장이나 더 있…….”
“반복.”
왕녀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파앗!
카르페가 처음 오픈한 ‘다크 위크니스’ 카드가 돌연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어?”
아직 스무 살도 되지 못한 아르셀리는 물론이고, 몇백 년을 살아온 두 드래곤조차 처음 보는 광경.
어느새 허공에는 처음과 똑같은 5장의 카드가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카르페는 익숙한 동작으로 두 번째 카드를 오픈했다.
[5성 스킬 카드 – 콜링 썬더]“아오. 또 중복이네.”
“어, 어? 어어어?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요…….”
“그래. 대충 그렇게 생각하면 돼.”
용좌 일행의 반응은 아주 가관이었다.
아르셀리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어? 어? 이상하다……’ 하며 중얼거리고 있었고, 폭룡의 경우에는 무슨 괴물을 바라보듯 카르페를 쳐다봤다.
심지어 와룡은 스스로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허공의 스킬 카드들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정말 리셋이 진행됐다는 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글쎄? 내가 모든 사람들을 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근데 아마도 나만 가능할 거야. 좀 많이 희귀한 능력이라서.”
“반복.”
카르페는 티나의 스킬 카드를 반복으로 모두 확인했다.
그 결과, 가장 높은 등급의 스킬은.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네.
실버 이펙트를 뿜으며 6성 스킬 카드가 등장했다.
효과는 아주 간단했는데, 패시브 스킬로서 습득하면 HP와 MP가 1%씩 상승했다.
10레벨로 마스터할 경우 HP와 MP가 각각 10%씩 증가하며, 추가로 물리, 마법 데미지 역시 5% 상승하게 된다.
-6성 패시브 스킬치고는 꽤 괜찮은 편이야. 그 어떤 직업이라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까.
“고민할 필요 없겠네.”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이면 스킬을 최종 확정했다.
[6성 스킬 카드 – 신체 활성화를 획득하셨습니다.]썩 괜찮은 결과.
하지만 티나의 스킬팩에서 전용 스킬이 아니라 공용 스킬이 나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미안해. 티나. 광휘 관련 스킬이 안 나왔네. 이건 내가 익히는 게 좋겠다.”
“아닙니다. 주군. 주군의 도움이 되었다면 그저 기쁠 뿐입니다.”
“대단하세요. 선생님…….”
아르셀리가 카르페를 바라보는 눈에 존경심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카르페가 보여 준 능력은 가히 기적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녀가 아는 한, 가장 위대한 마법사이자 영웅인 제노니아의 개국 황제조차도 저렇게 할 수는 없었다.
“어?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되나?”
떠올려본 적 없는 발상이었다.
아니, 애초에 다른 사람의 스킬팩을 대신 까 준다는 게 가능은 한 짓인가?
-가능해. 유저 간에도 허락만 구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카드를 선택해 줄 수 있다. 물론, 카드를 까 주기만 하는 거지. 소유권이 옮겨가는 건 아니야.
그래서 라세 방송 컨텐츠 중에는 ‘스킬팩 대리깡’이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었다.
“네, 넷!”
아르셀리와 와룡은 그렇게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손에는 자그마한 스킬팩이 들린 채였다.
“저도 기대돼요! 자, 지금 열어 볼게요!”
아르셀리는 그렇게 말하며 ‘초급 스킬팩’을 좌악 뜯어 버렸다.
팟!
허공에 떠오르는 다섯 장의 카드. 아르셀리는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대신 뽑아 주세요.”
[NPC 아르셀리가 플레이어에게 카드 선택을 위임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진짜 가능하네…… 동의한다.”
카르페가 동의하는 그 순간, 아르셀리 근처에 있던 스킬 카드들이 카르페 근처로 날아왔다.
“후우. 이건 좀 떨리네.”
-……남의 카드팩에도 진짜 반복이 통하나? 그럼 너무 사기인데.
“간다!”
카르페는 첫 번째 카드를 선택했다.
그리고 동시에 터져나오는 황금색 이펙트!
“……어?”
-헐. 여기서 운을 쓰네.
7성 카드의 증거였다.
띠링.
[7성 스킬 카드 – 홀리 세크리파이스]-허미.
“와, 진짜 징한 놈이네.”
이거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 건가?
도대체 이 스킬 카드만 몇 번째 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스킬의 내용이 아니었다. 아니, 충분히 중요하긴 한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남의 스킬팩에도 반복이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였다.
“후.”
카르페는 다시 심호흡을 했고.
“반복!”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알림창.
[반복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입니다.]“아……!”
“아앗…….”
그 누구 하나 아쉬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단 한 명. 천마만 빼고.
-흐흐. 그래. 이게 정상이지. 어딜 말도 안 되는 날먹을 하려고 그래. 만약 그게 가능하면 스킬 카드 시장이 완전 개작살 나는 건데.
“끄응. 어쩔 수 없죠. 왕녀님, 스킬 카드 잘 쓰세요…….”
한 번 쉬어간 카르페는 이어서 카드깡을 재개했다.
그 다음 길리안의 스킬팩.
가장 높은 등급이 5성 스킬 카드.
카드의 내용은 물리 방어 스킬 ‘오토 가드’였다.
그리고 다음 스킬팩은 로이어드의 스킬팩.
“아오. 더럽게 안 뜨네!”
로이어드의 스킬팩에서 나온 카드 중 가장 높은 등급은 고작 4성으로, ‘딥 슬립’이라는 수면 마법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세실리아의 스킬 카드팩.
“으으…….”
“흐응. 마스터. 오늘 운이 좀 과하게 안 좋은 거 아니야?”
세실리아의 스킬팩에서도 득템은 없었다.
가장 높았던 스킬 카드가 4성. 그것도 제일 처음에 봤던 ‘다크 위크니스’가 다시 한번 튀어나왔다.
“서, 선생님 힘내세요. 그래, 맞아요! 이건 액땜이에요! 선생님이 알려 주신 이론에 따르면 액땜이 맞아요!”
“……그 말이 맞습니다. 왕녀님.”
이제 남은 스킬팩은 단 하나.
미라쥬의 ‘중급 환영의 스킬팩’.
3연속 꽝으로 카르페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초조했다.
하지만 초조하다고 티를 내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
여기서 초조함을 내보인다면 행운의 신이 오다가도 사라져 버린다.
행운은 겁쟁이를 싫어하는 법이었으니까.
-등신.
“잡귀야 물러가라! 찐찐막 뜬다!”
“마스터어! 난 믿고 있어! 나도 좋은 스킬 갖고 싶어어어!”
촤악!
카르페는 스킬팩을 힘차게 잡아 뜯었다.
이내 떠오르는 다섯 장의 스킬 카드. 카르페는 망설임 없이 첫 번째 카드를 뒤집었고.
파아앗!
“……어?”
-헐. 미친.
“와아! 와아아! 대단해요!”
화려한 무지갯빛 이펙트.
바로 8성 스킬의 증거였다.
[중급 환영의 스킬팩에서 ‘전용 스킬’이 등장합니다.] [8성 스킬 카드 – 얼티밋 폴리모프(환영의 미라쥬 전용 스킬)]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