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2)
32화
마이나데스가 예상보다 더 패닉에 빠진 탓인지, 생각지도 못한 크리티컬이 터졌다.
‘좋아!’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걸 놓치면 다음은 없어!’
기습 한 번 성공했다고 저런 괴물이 쓰러질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이 4초에 최대한 데미지를 욱여넣어야 한다!
퍼버버벅!
“카…… 카학!”
카르페의 손발이 섬광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어떻게 이렇게 움직이지?
카르페는 평범한 대학 휴학생이다.
무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그렇다고 인체 구조에 해박한 것도 아니다. 그런 분야에 대해서 따로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러나 투기장 2위까지 올라가면서 체득된 경험치는 그를 평범한 대학생이 아닌 전투 기계로 만들어 놓았다.
-너 이 새끼.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해. 특수 부대 출신이거나 어릴 때 납치당해서 신체 개조당했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평범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게 평범한 거면 롯데마트도 동네 편의점이지. 평범? 평범이는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집중해야 하니까 말 걸지 마요!’
-와, 이 와중에 대꾸할 여유도 있어?
천마가 옆에서 뭐라 떠들건, 카르페는 묵묵히 손발을 움직였다.
퍼버버버벅!
“아, 아악!”
딜을 넣는 도중 두 번 정도 웨폰 드랍을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저 낫을 손에서 떼어낼 순 없었다.
그 대신 집요하리만큼 급소를 노렸다.
인중, 턱, 명치 등등.
마치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때린 곳을 또 때렸다.
[성 속성 적을 타격했습니다. 상성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동일한 급소를 반복 공격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추가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오른쪽 발목 부위를 반복해서 타격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상대의 이동속도가 20% 감소합니다.]“가, 감히!”
아쉽게도 일방적인 딜타임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어느새 4초가 끝났고, 정신을 차린 마이나데스가 크게 낫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스턴 시간을 정확히 체크하고 있던 카르페는 이미 낫의 범위에서 멀찍이 벗어난 후였다.
“이…… 이! 죽인다. 갈가리 찢어 버릴 거야!”
프리스트를 상징하는 새하얀 모자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아름답게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 되었고, 그녀의 얼굴은 악신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신께 맹세코 곱게 죽이지 않겠어!”
그녀는 카르페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보며 소리쳤다.
처음에 생글생글 웃던 청순한 프리스트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카르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존댓말 캐릭터 특. 빡치면 반말함.”
-……너 어그로 되게 잘 끄는구나.
“죽어!”
마이나데스가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녀는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전속력으로 카르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읏차.”
카르페는 그리 어렵지 않게 다시 한번 그녀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역시 생각대로, 별로 빠르진 않네요.’
-……쓰읍.
이동 속도 디버프가 걸린 탓도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해도 마이나데스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빠르면 안 되지.
마이나데스는 무적 보스다.
플레이어는 그런 마이나데스를 최대한 따돌려서 홈에 증표를 박아 넣어야 한다. 이 던전은 그렇게 클리어하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적 보스가 이동 속도까지 빠르다?
‘그러면 아무도 못 깨겠죠. 전투적으로는 무적에 가까워도 이동 속도는 느려야 말이 되지.’
여기까지 파악하면 이후는 의외로 할 만해진다.
무식하게 강하지만 느림보인 뚜벅이를 상대할 방법은 예로부터 정해져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카이팅(Kiting).
마치, 연을 날릴 때 연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듯, 적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원거리 짤짤이를 넣는 방법!
“근접 딜탱이 아무리 잘 커 봤자, 돌진기 없으면 원딜 밥이라 이겁니다.”
-비겁한 새끼. 사나이의 전장(Top)에 소x카 끌고 올 새끼.
“즐겜러 특. 탑 티모 주챔임.”
-쓰레기 같은 놈…….
“아무튼, 이렇게 돌려 깎다 보면 결국은 쓰러지게…… 어?”
그러나, 카르페 역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었다.
이 루아나의 구덩이 던전은 ‘마법사’ 계열인 마도왕의 후예만 입장이 가능한 던전이라는 점이었고.
그 던전의 무적 보스에게는 당연히 마법에 대한 대비책이 달려 있었다.
“흥! 이까짓 거!”
카르페가 날린 마법 화살이 마이나데스에 닿기 직전, 그녀의 눈앞에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었다.
챙!
마법 화살과 반투명 막이 부딪히는 순간 막과 마법이 동시에 증발했다.
깜짝 놀란 카르페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뭐, 뭐야?”
-흐음. 오토 매직 쉴드군. 성직자 계열만 익힐 수 있는 5성 스킬이지. 효과는 뭐 방금 본 대로고.
“설마, 마법 자동 방어예요? 그런 개사기 스킬이 무슨 5성이야?!”
-뜯어 보면 그렇게 사기 스킬도 아니야.
물리 스킬은 당연히 못 막고, 마법이라도 모든 마법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3성 이하의 마법 스킬만 완전히 방어할 수 있고, 5성 이하의 마법은 절반의 마법 데미지만 막아 준다. 6성 이상의 스킬은 아예 막지도 못한다.
여기까지면 그래도 준수한 스킬 소리를 들을 수준이지만, 오토 매직 쉴드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쉴드 재생성 시간이 5분이라는 거지.
즉, 실상은 5분에 한 번씩 자동으로 하급 마법을 막아 주는 스킬이었다.
그마저도 성직자 전용 스킬이라 수요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프리스트가 탱킹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요? 그럼, 다시 파이어 애로우!”
챙!
“소용없잖아! 쿨타임 5분이라며!”
-이상, 일반적인 오토 매직 쉴드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설마 무적 보스가 일반 스킬을 쓸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아니, 그래도 저건 좀 너무한데…….”
카르페는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법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몇 번의 반복을 통해 마나 쉴드의 재충전 시간을 알아냈다.
5초.
5분이 아니라 5초.
문제는 엘레멘탈 애로우의 쿨타임도 5초라는 것!
두 스킬은 영원히 상쇄될 수밖에 없었다.
“5초? 장난하나!”
-캬, 이 집 던전 설계 잘하네. 그래, 저 정도는 돼야 마법사 상대로 무적 소리 들을 수 있는 거지.
“미친 게임 같으니라고.”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자신이 익히고 있는 원거리 마법은 3성 스킬 엘레멘탈 애로우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쉴드를 뚫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근접전으로 가기엔, 저 무식한 괴물을 상대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흘끔.
시야 구석의 타이머는 지금도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도망만 다니면서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기는 한데…….’
문제는 타이밍이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바로 회색빛을 보게 될 터.
퀘스트는 날아가게 되고, 마도군주로서의 성장은 전부 막힐 것이다.
……그냥 쓸데없는 데 목숨 걸지 말고 얌전히 홈에 증표를 끼울까?
-천마 아바타 탄생 1분 전.
“에라, 죽었으면 죽었지. 내가 그 꼴은 못 보지!”
천마의 한마디에 결심이 섰다.
카르페는 마이나데스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시 한번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챙!
파이어 애로우가 쉴드에 가로막혀 터지면서 검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
쉴드가 재생성될 때까지 앞으로 5초.
“흥!”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마이나데스의 시야를 가렸다. 너무나도 뻔한 수작에 그녀가 조소를 날렸다.
“이깟 연막에 속을 거 같아?”
인정하기 싫지만, 눈앞의 이교도는 보통이 아니다.
도저히 마법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격투 센스였다.
‘이놈은 근접전이 더 위험한 놈이야.’
때문에, 놈이 지금까지와 반대로 접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온 신경을 집중했고.
후웅!
그 결과, 연기를 가르며 날아드는 놈의 주먹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자연히 카르페에게도 허점이 생겨났다.
이걸로 끝이다.
마이나데스는 전력으로 낫을 휘두르기 위해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켰다.
쉴드가 재생성될 때까지 앞으로 4초.
그러나, 카르페 역시 단순히 연막만 믿고 돌격한 것은 아니었다.
카르페가 휘둘렀던 주먹을 쫘악 펼쳤다.
띠링.
[마도 병기 에니그마의 추가 옵션이 발동합니다.] [에니그마에 저장된 스킬을 ‘무영창’으로 발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숨겨 뒀던 한 수.
에니그마의 두 번째 옵션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에니그마에 저장해 둔 스킬은 바로.
치잉!
한 줄기 ‘아이스 애로우’가 마이나데스의 이마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에니그마에 대해서 모른다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기습이었다.
“아핫!”
쉴드가 재생성되기까지 3초.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젖혀 ‘아이스 애로우’를 피해 냈다!
예상지 못한 사태에 카르페는 물론이고, 천마마저 진심으로 경악했다.
“어떻게?!”
“좋은 방법이었는데, 상대가 안 좋았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에는 푸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설마? 드래곤의 눈?!
에니그마에 대해 모른다면 피할 수 없는 기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피했다.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그녀는 에니그마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상대의 ‘장착 아이템’과 ‘스킬’을 볼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 덕분에!
-그런 초 희귀템이 왜 저렙 존에 있어!
그 고이고 고인 천마마저 10년 넘는 세월 동안 딱 한 번, 그것도 먼발치에서밖에 보지 못한 아이템이었다.
“안타까워라~”
그녀는 카르페가 던전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드래곤의 눈을 발동하고 있었다.
확인한 스킬은 모두 네 개. 레전더리 아이템 하나.
8성 마도 공학.
7성 엘레멘탈 마스터리.
3성 엘레멘탈 애로우.
3성 스트라이킹.
여기서 공격 스킬은 3성 엘레멘탈 애로우뿐이었다.
거기에 레전더리 아이템의 스킬 저장 기능까지 생각한다면, 공격 마법은 두 번으로 끝이다. 즉.
“더는 남은 마법이 없네요? 쥐새끼 씨?”
쉴드가 재생성 되기까지 남은 시간 약 1초.
그리고 그 1초면, 마이나데스가 카르페를 못해도 세 번은 벨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피해!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천마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천마의 탄식은 제대로 닿을 수 없었다.
“있는데? 남은 마법.”
“살아남기 위한 허세인가요? 어쩜 이리도 추할까.”
이미 드래곤의 눈으로 확인이 끝난 사안이다.
더는 남은 스킬이 없다. 그녀는 확신에 차서 낫을 휘둘렀고, 그 모습에 카르페가 씨익 웃었다.
“나 말고. 쟤 말이야.”
-피하라고 등신아! 뒤 좀 봐라!
애석하게도 카르페의 배후령인 천마의 목소리는 마이나데스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녀의 낫이 카르페의 몸을 가르기 직전.
쾅!!!
한 줄기 벼락이 마이나데스의 몸을 관통했다.
“캬아아아!”
[콜링 썬더가 적중했습니다. 5초간 마비됩니다.]“후우. 죽을 뻔했네.”
카르페가 목을 쓰다듬었다. 진짜 타이밍이 조금만 빗나갔으면…….
“뀨우우!”
“그래. 잘했어, 향아. 도토리 10개 추가!”
“뀨우우웃!”
‘콜링 썬더’를 발동한 것은 다름 아닌 묵향이었다.
[스펠 오브 에잇(Spell of eight) – 8성] [불, 물, 번개, 얼음, 빛, 어둠, 풀, 정신. 여덟 개의 속성 마법을 극의로 다룰 수 있습니다.]1. 여덟 속성에 해당하는 마법을 페널티 없이 습득,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 기능은 8성 이하의 마법에만 해당합니다).
2. 해당 속성 마법 데미지 10% 추가.
3. 해당 속성을 대상의 장비에 부여할 수 있습니다.
여덟 속성에 한해서는 카르페의 엘레멘탈 마스터리보다 뛰어난 에픽 펫의 고유 스킬.
이 스킬 때문에 카르페는 굳이 자신이 콜링 썬더를 익히지 않고 묵향에게 양보했던 것이다.
“크, 크윽. 이 정도 데미지 쯤…… 마비만 끝나면!”
마비에 걸린 마이나데스가 이를 악물었다.
‘마비’는 스턴 효과와 함께 해당 시간 동안 스킬 데미지를 더 받게 되는 상태 이상이다.
하지만 괜찮다. 버틸 수 있다.
벼락이 떨어지기 직전 매직 쉴드가 재생성되었기에, 데미지는 절반밖에 입지 않았다.
놈과의 레벨 차와 자신의 체력을 생각한다면 5초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콜링 썬더로 인한 데미지는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마비 그 자체였으니까.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부욱 찢었다.
[스킬 포인트를 소모해서 스킬을 습득하시겠습니까?]“습득한다.”
[7성 스킬 – ‘홀리 세크리파이스’를 습득하셨습니다.]사용자의 HP/MP를 전부 태워서 데미지로 승화하는 최강의 폭딜 스킬.
카르페가 굳이 접근한 것도 이 스킬을 가까이서, 최대 데미지로 먹이기 위해서였다.
“자, 그럼.”
카르페는 손으로 마이나데스의 이마를 짚었다.
곧 새하얀 구체, 마치 수류탄의 형상을 한 순백의 구체가 그녀의 머리 위에 생겨났다.
마이나데스의 안색이 새파래졌고, 그와 대조적으로 카르페는 웃으며 말했다.
“할~렐루야.”
“아, 안 돼애애!”
-아, 안 돼애애!
“돼!”
번쩍!
신성 수류탄이 폭발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