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아, 아저씨! 저희 누나가! 누나가……! 흐윽.”
“알았어. 이야기 들어줄 테니까 잠시만 좀 진정하고 숨 좀 고르렴. 아, 물 마실래?”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자 꼬마의 시선이 거기로 향했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시간 산속을 돌아다닌 게 틀림없어 보였다.
“가, 감사합니다.”
어지간히도 목이 말랐는지, 꼬마는 순식간에 물병을 비워 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진정됐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차츰 풀어내기 시작했다.
“저랑 저희 누나는 이 근처 마을에서 사는데요…….”
“이 근처 마을? 아, 맞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부족이 있다고 그랬었지.”
산 중턱 즈음에 그들끼리 살아가는 소수의 부족이 있다고 성녀가 언급한 바 있었다.
“네에. 작은 마을이에요. 사실, 저희 엄마가 지금 많이 아픈데…….”
이후 이어지는 꼬마의 이야기는 조금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을 만큼 흔한 이야기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오랜 지병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 지병이 최근 악화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지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귀한 약초가 필요한 상황.
“어른들은 그 약초가 산 정상에 있는 절벽 끝에서만 구할 수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마을 어른들 중 그 누구도 아이의 어미를 위해 나서는 이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산 정상 부근에는 ‘마귀’라는 존재가 출현했기 때문이었다.
“마귀는 사람을 잡아먹어요…….”
가족도 아닌 이를 위해 목숨을 거는 건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대로 시간만 흘러갔고, 아이의 엄마는 이제 침상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만큼 기력이 약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보다 못한 아이의 누나가 약초를 구해 오겠다면서 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일이 지난 지금. 아이의 누나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혼자 남은 꼬마가 누나를 찾으러 길을 나서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으음…….”
-약초를 찾으러 간 가족이 실종되는 퀘스트. 아주 흔한 유형이지. 아마 라세에만 비슷한 퀘스트가 100개는 넘을 거다.
“후우.”
성인도 아닌 소녀가 이 험한 산에서 3일이나 살아남기는 요원한 일일 것이다.
카르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차마 말로 꺼낼 수는 없어서 꼬마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기만 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마귀도 물리쳤으니 엄청 강한 사람 맞죠? 우리 누나 좀 찾아 주세요. 제발요! 찾아 주시면 제 보물도 드릴게요!”
“……응?”
“잠시만요! 여기 어딘가에 넣어 뒀는데!”
꼬마는 그렇게 말하더니 옷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발견한 듯, 밝아진 표정으로 카르페에게 작은 돌을 내밀었다.
“산에서 주운 예쁜 돌이에요! 제 보물이에요.”
아이가 내민 돌을 받아들자,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평범한 돌] [등급 : 없음] [모양이 조금 특이할 뿐,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돌멩이입니다.]별 모양으로 생겼을 뿐, 그냥 돌이었다.
“흐윽. 제발 우리 누나를 찾아 주세요.”
아이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갱신된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산골 꼬마의 부탁 (2)] [퀘스트 등급 : 노말] [르쉬 산에서 만난 꼬마가 자신의 누나를 찾아 줄 것을 부탁합니다. 아이가 가진 것이라고는 평범한 돌뿐입니다. 별다른 보상 없이, 오직 선의로만 아이를 도울지 어떨지는 오롯이 당신의 선택입니다.] [퀘스트 승낙, 클리어 시 : 평범한 돌 획득] [퀘스트 거부, 실패 시 : 페널티 없음]“…….”
카르페의 목적은 마도왕의 여섯 번째 유물 아리스테나를 찾는 것이다.
성녀의 말에 의하면 카르페가 찾는 유물이 있을 법한 후보지는 꽤 여러 곳이 있었다.
이곳 르쉬 산은 그 후보지 중 첫 번째일 뿐이다. 단순히 확률적으로만 보자면 이 산에 여섯 번째 유물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흐음. 노말 등급 퀘스트라. 보상도 없는 퀘스트를 굳이 이걸 클리어해야 할 이유가 없긴 하지.
시간은 곧 금이다.
특히 라세처럼 하루 접속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라면 더더욱.
효율이라는 측면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 퀘스트다. 클리어 시간은 많이 들어가는데 보상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퀘스트 창도 ‘선의’라 표현하는 것일 테고.
“…….”
카르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 생각과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퀘스트를 할 시간에 잽싸게 움직여서 유물 후보지들을 탐색해 나가는 게 게이머다운 행동인 건 틀림없었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눈앞의 아이는 그저 NPC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 찾아보자.”
-후우. 그래. 그럴 것 같더라니…….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저, 정말요?!”
“응? 뭘 그렇게 놀라? 찾아 달라면서?”
“어, 네. 넷! 감사합니다! 아저씨!”
꼬마는 카르페가 거절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굉장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곤 이내 안도감이 몰려왔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흐으윽. 고마워요. 아저씨. 저 혼자서 무서웠어요.”
“그래. 그래. 자, 같이 찾아 줄 테니 이제 뚝 그치고.”
“크흥.”
“그리고 나도 부탁 하나만 하자.”
“……네? 뭔데요?”
“형.”
“……네?”
“아저씨 아니고 형이다. 알았지?”
“…….”
* * *
“그런데 꼬마야.”
“……저도 꼬마 아닌데요. 테스라는 이름 있어요.”
“아, 그래. 미안. 테스.”
카르페는 다시 테스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혹시 이 산에 있는 미로에 대해서 아는 게 있니? 사실 나도 정상으로 가려 했는데 계속 여기로 돌아오게 되더라고.”
“아, 그거라면 제가 길을 알아요!”
“어? 진짜로?”
“네! 어른들이 르쉬 산은 강한 영맥? 영액? 우으으. 아무튼 그게 있어서 산이 사람을 빙빙 돌게 만든다고 했어요.”
-과연. 그래서 그런 거였나.
“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정상으로 갈 수가 없대요. 근데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길을 알아요!”
“어? 그래? 그럼 테스 너도?”
“네. 마귀가 나타나기 전에는 누나랑 저랑 정상 근처에서 많이 놀았으니까요. 제가 길을 안내할게요!”
테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앞장서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분 후.
“허. 진짜구나.”
카르페는 처음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처음 보는 풍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직 정상까지는 꽤 남아 있었지만, 지금까지 빙빙 돌던 곳을 확실하게 벗어난 것이다.
-흐음. 토착민의 도움을 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는 미로였군. 애초에 그 마을인지 뭔지 하는 곳에 들려야 했구만.
‘캬.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만약 거절했으면 훨씬 더 빙빙 돌았을 거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제 까놓고 말해 보자.
‘뭘요?’
-너, 정말 단순히 선의로만 그 퀘스트를 받아들인 거냐?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앞서 걸어가는 테스를 쳐다봤다.
곧 누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주 씩씩한 걸음걸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100%는 아니긴 하죠. 너무 공교롭잖아.’
-그래. 확실히 그렇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다행이야.
‘근데 딱히 악의가 느껴지진 않아서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 쓰읍. 어렵네.’
“형! 어서 와요! 여기로 가면 돼요!”
“그래. 알았다.”
카르페는 테스의 인도에 따라 쭉쭉 정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쿵!
“후우. 몬스터들이 제법 강한데.”
르쉬 산은 단순히 지형만 험한 게 아니었다.
산 중턱을 넘어 정상으로 향하자, 각종 몬스터들이 들이닥쳤고 카르페는 소환 가능한 모든 권속을 소환해서 몬스터를 잡아 나갔다.
테스라는 비전투 인원을 보호하며 싸워야 했기에 난이도가 조금 높았다.
“우와. 형! 진짜 세다! 마귀를 잡았다는 거 진짜구나…….”
“안 믿고 있었구나……. 아,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 도대체 왜 나를 마귀라고 착각한 거야?”
“아, 그건 마을 어른들이 그렇다고 말했었거든요. 산 정상의 마귀는 사람으로 둔갑한 다음에 접근해서 잡아먹는다고요.”
“……둔갑?”
카르페는 자신이 싸웠던 서빙제의 파편을 떠올리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놈이 가진 스킬 중에 둔갑이라고 부를 만한 건 없었는데…….’
엘프 숲에서의 파편은 정신 지배 같은 스킬이 있어서 사람을 홀릴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만났던 녀석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서빙제의 파편이 아닌 다른 ‘마귀’라는 존재가 이 산에 있다는 말이 되는데.’
-흠. 그렇단 말이지.
점점 스토리가 맞춰지는 기분이다.
카르페는 앞서가는 테스의 등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 다 왔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갔고 카르페를 비롯한 일행은 정말로 산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가 정상?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데…….”
산 정상은 넓은 분지 같은 형태였다. 숲이 우거져 있었고, 어떤 곳에는 거대한 암석이 솟아 있어서 동굴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카르페가 주변을 살펴보던 그 순간이었다.
“아, 저, 저기! 누나! 누나아!!”
테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테스는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카르페가 그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정말로 누군가가 거기에 있었다.
스으윽.
조금 멀리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인간 여성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어떤 동굴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형! 누나, 저희 누나예요! 빨리 따라 들어가야…….”
“잠깐만.”
“네? 왜요? 누나라니까요!”
“진정해. 함정이니까.”
“……함정?”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테스는 멍한 눈빛으로 카르페에게 되물었다.
“함정?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우리 누나였다고요!”
“아니, 네가 말했었잖아. 산 정상에 있는 마귀는 사람으로 둔갑해서 다른 사람을 홀린다고.”
“……어?”
테스는 카르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그럼…… 누나가 아니라 마귀?”
“그것도 가능성 중 하나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도 함정 같아. 그렇게 생각하게 유도된 거지. 이중 함정이라고 해야 하나.”
“형.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테스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르쉬 산에는 사람으로 둔갑해서 홀리는 마귀가 있다고. 그래서 처음 본 카르페를 마귀라고 오해했다고.
하지만 그건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산 중턱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꼬마.
엉엉 울면서 누나를 찾아 달라는 꼬마.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그 꼬마는 산의 미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누나’라는 존재의 등장.
……수상해도 이렇게까지 수상할 수가 있나?
“자, 네 생각은 어때? 내 생각에는 사람을 홀리는 마귀가 내 눈앞에 있는 것 같은데.”
“……히.”
테스가 환히 웃었다.
동시에 그 등 뒤로 일곱 개의 거대한 꼬리가 나타났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