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와. 갓금이 또…….”
-허. 이놈은 무슨 깜빡이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오네. 아니,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깜빡이를 켠 적이 없구나…….
사그라들었던 하얀 섬광이 다시 뿜어져 나오면서 서리의 몸이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백빙정을 먹였을 때는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어? 이거 설마 위험한 건가? 당장 중단……!”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재 표정 좀 봐라. 저게 위험에 빠진 놈의 표정인지.
서리의 표정은 (★_★)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위험은커녕 오히려 신난 느낌이었다.
그렇게 약 20초.
섬광은 점차 빛을 더해 갔고, 이윽고 그 빛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파아앗!
빛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서리가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알림이 쏟아져 나왔다.
띠링.
[중급 얼음 정령 ‘서리’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강제로 ‘격의 사슬’을 끊어 냅니다.] [놀라운 업적! 해당 기록이 계정 정보에 저장됩니다.] [얽매여 있던 속박이 완화됩니다. 개체가 진화를 시작합니다.]“헐.”
-뭐? 이런 미친?!
격의 사슬?
무언가 있어 보이는 단어가 슥 하고 지나갔고, 이어서 서리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쩌저적.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으면서 서리의 둥그런 눈사람 머리 위로 뾰족한 고양이 귀 한 쌍이 장착되었다.
서리의 몸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얼음 귀였다.
“와.”
-아니, 진짜 이런 말도 안 되는 진화가 된다고……? 진짜로?
정령의 진화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고 까다롭다.
방금 전, 천마가 직접 한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까다롭다는 진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말았다. 천마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뭐 이딴 쓰레기 게임이…… 격의 사슬이란 게 이런 식으로도 끊어지는 거였어?
“아, 맞아. 그 격의 사슬이라는 건 도대체 뭐예요? 단어만 봐도 있어 보이는 것이 꽤 묵직해 보이는 설정 같은데.”
-……정령은 권속 중에서도 특수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다른 권속들은 오직 그 주인에게만 묶여 있지만, 정령은 그게 아니거든.
플레이어가 키우는 펫.
인형술사의 인형, 네크로맨서의 망자, 테이머들의 비스트 등등.
그러한 권속들은 오직 주인만을 섬겼지만, 정령은 그게 아니었다. 정령은 주인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얽매여 있었다.
-정령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령신(精靈神)이다. 정령이란 근본부터가 정령신의 힘을 빌려 탄생하는 존재야. 때문에 정령들은 기본적으로 정령신에게 종속되어 있지. 플레이어가 정령을 다룰 수 있는 건, 정령신이 그걸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아. 어디 판타지 소설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설정이네요.”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그리고 정령왕.
정령들은 정령신이 구분한 등급 체계에 따라 탄생하고, 그에 걸맞은 힘을 가지며 살아간다.
“낮은 계급의 정령은 상위의 정령에게 복종해야 한다. 뭐 그런 느낌인가?”
-기본적으로 그렇긴 하다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런 건 또 아니야. 중급 정령이라도 주인의 명령에 따라 상위 정령에게 싸움을 걸 수는 있어. 물론, 주인에 대한 호감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거기까지 이야기한 천마는 크흠! 헛기침을 터뜨리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지식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조금 기뻐 보였다.
-아무튼 격의 사슬이란 건, 그런 정령신이 정해 놓은 태생적인 계급을 의미한다. 정령이 이걸 끊어 내고 상위 계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단 하나뿐이야.
바로 ‘격의 시련’.
플레이어들의 ‘진화 퀘스트’라고 부르는 콘텐츠였다.
-하아. 진화 퀘스트를 통한 진화는 정령신이 정한 정령의 대법칙 중 하나다. 이런 식의 진화는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아니,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이렇게 화를 내요?”
-시끄러! 지금까지 믿어 왔던 지식이 부서질 때의 기분을 네가 알아?!
“쯔쯔. 새삼스럽기는. 해금이 형 상식 부순 게 어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원래 세상일이란 게 다 하나둘쯤 예외가 있는 거라고요.”
-후우. 그래. 예외가 있긴 하지.
정령의 진화는 ‘진화 퀘스트’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이 있긴 하다는 소리였다.
-진화 퀘스트 없이 정령을 진화시키는 방법도 있긴 해. 근데 그건 정령신에 준하는 다른 존재나 기물의 힘을 빌려야만 가능한 거다. 정령신이 정한 법칙을 비틀어야 하는 행위니까.
당연하게도 이 방법은 미칠 듯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이렇게 ‘쨘! 해금!’ 하면서 한 방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내가 얼마나 개고생하면서 정령을 키웠었는데…….
“음. 그러니까 한마디로 해금이 정령신보다 더 쩐다. 이 말인 거죠?”
-에이. 십헐.
빡치긴 하지만 딱히 틀린 말이 아니다. 천마는 그저 욕설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권속 상급 정령 ‘서리’가 새로운 힘에 만족합니다.] [플레이어에 대한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뭐,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괜찮은 게 아닐까.”
-글쎄.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응? 무슨 소리예요?”
-방금 말했듯이 이런 식의 진화는 정령신이 정한 법칙을 위배한 결과다. 얼음이는 지금부터 정령 중 이레귤러가 됐다는 소리지.
그리고 그런 이레귤러가 정령계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였다.
자신의 법칙을 위배한 존재를 정령신은 과연 어떠한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재밌어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분노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앞으로 정상적인 진화를 겪지 못할지도 모르고.
“흠. 그럼 지금 바로 한번 시험해 보죠.”
-응? 뭘? 아니, 설마…….
카르페는 미간을 좁히는 천마를 뒤로하며 통통 튀어 다니는 서리에게 향했다.
“서리야. 몸에 별 이상은 없어?”
“(♥_♥)”
“그래. 다행이네. 그럼 잠시만…….”
카르페는 서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은 후.
“해금.”
파앗!
카르페의 손에서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서리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알림창.
[해금이 발동합니다.] [발동 실패. 격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조건이 부족합니다.] [플레이어의 권속 상급 얼음 정령 ‘서리’가 진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여 최상급 정령으로 진화할 수 없습니다.]“아, 쓰읍. 이게 안 되네.”
-그게 되겠냐! 양심 터진 새끼야!
“아무튼 조건만 맞으면 진화 퀘스트 없이 최상급으로 올라갈 수 있나 보네요. 조건이 뭐지? 백빙정 하나 더 구하면 되려나?”
-……후우.
천마는 더 이상 태클을 걸 기운도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령신이 정한 법칙 따위 알 게 뭐야. 서리야. 형이 꼭 최상급, 아니 정령왕…… 아니다. 이왕 내친김에 정령신까지 꼭 진화시켜 주마!”
“(>_<)”
-…….
“와, 근데 새삼 다시 봤습니다. 형은 진짜 모르는 게 없네요. 무슨 정령학 박사인 줄…… 아, 박사 맞구나.”
카르페는 천마가 정령의 언어까지 혼자 연구해서 익혔다는 걸 상기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다. 후우. 진화한 거는 한 거고. 아무튼 일단 챙길 거부터 챙기고 움직여. 언제까지고 계속 여기 있을 건 아니잖아.
“그래야죠.”
카르페는 서빙제의 파편이 드랍한 세 가지 아이템 중 나머지 두 개도 마저 확인했다.
둘 중 하나는 서빙제 파편의 외피였는데, 레전더리 등급의 가공 소재였다. 가공해서 방어구로 만들면 상당한 명품이 탄생할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낫이라…….”
-흐음. 레전더리 무기. 확실히 준수한 성능이긴 하네.
얼음 속성이 붙어 있는 날카로운 낫.
그 밖의 옵션도 준수해서 매물로 내어놓는다면 상당한 가격을 기대할 수 있을 그런 물건이었다.
“아니, 근데 꼭 팔아야 하나?”
-쓰려고?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거 같아요. 굳이 꼭 건틀릿에 목멜 필요는 없으니까.”
카르페가 퀘스트로 얻은 건틀릿 ‘권마’는 분명 졸업급 아이템이었나, 라세의 몬스터에게는 상성 무기라는 게 존재한다.
어떤 몬스터는 검으로 베었을 때, 어떤 몬스터는 둔기로 때렸을 때 데미지가 더 잘 들어가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여러 종의 무기를 구비해 놓고 상성에 따라 돌려쓰는 게 베스트이긴 했다.
문제는 각종 무기를 받쳐 줄 스킬이 부재하다는 점인데…….
“맘 잡고 무기 관련 스킬로 쫙 구해 볼까요? 스킬 포인트야 걱정 없고. 대부분 무기는 다룰 수 있으니까. 진짜로 웨폰 마스터 가는 거지.”
-……진짜 무식한 생각이긴 한데 가능한 이야기라서 어이가 없네.
“일단, 생각은 한번 해 봐야겠네요.”
이렇게 전리품을 전부 갈무리한 카르페는 다시 한번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다시 30분 후.
“후우. 또 돌아왔네.”
-보통 미로가 아니군. 이렇게까지 감도 안 잡히는 건 오랜만이야.
카르페는 계속해서 산을 올랐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번에는 중간에 수상해 보이는 모든 오브젝트에 해금을 일일이 걸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핵을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건가? 퀘스트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 흐음. 그것도 아니라면…….
“어, 형. 잠깐만요.”
혼자서 중얼거리던 천마를 카르페가 제지시켰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부스럭.
“누구냐!”
수풀을 바스락거리는 소리. 꽤 멀리 떨어진 장소였지만, 카르페는 소리를 감지한 직후, 그곳으로 달려갔고.
“히익?!”
그리고 수풀에서 낯익은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빙제 파편과 싸우기 전에 만났던 꼬마 남자.
그 아이는 겁에 질린 눈으로 카르페를 향해 소리쳤다.
“사, 살려 주세요! 마귀님! 전 아직 어려서 맛이 없어요!”
“…….”
-흠. 너도 느꼈냐.
‘네. 확실히 미심쩍네요.’
카르페가 길을 헤맬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꼬마.
수상해도 이렇게 수상할 수가 없었다.
“꼬마야.”
“히익!”
“안 잡아먹을 거니까, 대화 좀 하지 않을래? 애초에 나는 마귀 같은 게 아니야. 그놈은 이미 죽었어.”
“네, 네에?”
“네가 말하는 마귀라는 거 내가 이미 잡았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겁먹지 마.”
“마귀를…… 잡았다고요?”
꼬마는 선뜻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신반의한 눈으로 카르페를 쳐다봤다.
“잡았다구요? 정말로 이 산의 마귀를요?”
“그래. 아마도 맞을 거야. 이 산에 또 마귀라고 부르는 놈이 있지 않은 이상은.”
“지, 진짜요? 진짜죠? 그럼! 그럼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제발 저희 누나 좀 살려 주세요!”
“……누나?”
띠링.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새로운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