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이쪽입니다.”
라칸돌이 커다란 철문을 밀어 열면서 카르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철문 안쪽으로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각종 설비가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라칸돌의 개인 공방처럼 보였다.
“여기에 앉으시지요. 마실 것은 어떤 거로 하시겠습니까? 아, 국왕님께 직접 하사받은 귀한 차가 있는데, 그걸로 내올까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흐음.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라칸돌은 카르페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기도 맞은편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리고는 뚫어져라 카르페를 쳐다봤다. 어마어마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 그렇게 쳐다보자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아니, 이게 갑자기 뭔 일이야. 그냥 가볍게 전직이나 하려고 왔더니.’
-이게 뭔…… 하, 신화급 직업이 좋긴 좋아. 라칸돌 저 꼬장꼬장한 인간이 이런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날도 오네.
‘그런 거예요?’
-뭐, 나도 인형 쪽은 크게 파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 진짜 죽도록 고생해서 호감도 올려야 특수 퀘스트 열린다던데? 최소 1년 반은 매달려야 개인 공방으로 초대받지 않겠어?
그러나 카르페는 1년 반이 아니라 1분 30초 만에 라칸돌의 개인 공방에 입성했다.
아래층의 유저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도왕국 제노니아의 NPC들은 마법사들이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 성질이 괴팍하다. 국민적 정서가 그렇다.
그리고 그런 괴팍한 제노니아 NPC들 중에서 특히나 한술 더 뜬다고 평가받는 게 인형 공방의 주인 라칸돌이다. 오죽하면 국왕 앞에서도 성질을 죽이지 않는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으니까.
그런 라칸돌이 일개 유저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지난 회차의 천마가 들었으면 개소리 말라고 무시할 말이었으나…….
-후, 이제 이런 게 별거 아닌 일로 느껴지는 거 보니 나도 맛탱이가 가는 모양이군. 이게 다 너랑 계속 붙어 다녀서 그렇잖아!
‘그러게요. 평소라면 이딴 게 게임이냐며 울부짖으셔야 하는 타이밍인데.’
-그러기도 지친다…….
카르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라칸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라칸돌이라고 합니다. 미숙하지만 이 인형 공방을 맡고 있습니다.”
“아, 카르페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르페 님.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후우.”
라칸돌이 기이한 열망이 담긴 눈으로 말했다.
“필시 인형사시겠지요?”
“직업 자체는 마법사지만…… 인형도 다루긴 합니다.”
“음. 그리고 이 공방을 찾아오셨다는 것은 인형의 수리 혹은 전직을 위해서 방문하셨을 터이지요.”
“네. 맞아요. 50레벨에 도달한 인형이 있어서 전직을…….”
“그 전직!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쾅!
흥분한 라칸돌이 탁자를 내리치자 우지직 소리와 함께 탁자가 부서져 버렸다.
“…….”
“큼. 조금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 조금이라고?
조금이 이 정도면 많이 흥분하면 공방째로 무너뜨리나?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인형의 전직을 위해서는 저희 마이스터의 인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인형이 그런 식으로 전직을 하지요.”
인형 공방의 역할은 실로 다양해서 인형의 제작과 수리, 업그레이드뿐만이 아니라 인형의 전직소까지 겸하고 있었다.
즉, 이 인형 공방의 NPC들은 상점, 제작, 업그레이드 NPC일 뿐만 아니라 인형 전용 전직 NPC이기도 하다는 소리였다.
“원래는 아랫것들에게 위임하는 일입니다만, 카르페 님의 인형은 꼭 제가 도와드리고 싶군요. 직접! 꼭!”
라칸돌은 두 눈을 번뜩이며 재차 강조했다. 거절이라도 했다간 그대로 잡아먹힐 기세였다.
“저, 저야 감사하죠.”
“그럼 인형들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다들 나와 볼래.”
카르페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로브 곳곳에 숨어 있던 작은 버전의 인형들이 우르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티나부터 시작해서 아리스까지.
총 여섯 채의 인형이 도열하자 라칸돌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어, 어찌 이런…….”
“네?”
“어찌 이런 황홀한 인형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것도 여섯 채라니!”
콰아앙!
라칸돌이 다시 한번 탁자를 내려치자 이번에는 아주 가루가 되어 버렸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마도 공학으로 제작되었다는 걸! 혹시 카르페 님께서 직접 제작하신 인형들입니까?”
“아뇨. 전부 선대의 유산입니다. 아, 로이어드는 반쯤 만들었다고 봐야 하나…….”
“허어. 그렇군요. 혹시 그 선대라는 분은…….”
“죽었죠. 꽤 오래전에.”
“아아, 너무나 통탄할 일입니다.”
라칸돌은 진심으로 비통한 것인지 눈시울마저 붉혔다.
……드렛슈의 인성을 알고 나서도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후우. 후욱. 머, 멋지군! 실로 멋진 자태야!”
라칸돌이 인형을 바라보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숨소리마저 아주 불손했다.
“호, 혹시 조금 만져 봐도…….”
“싫습니다. 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스터! 마스터! 이 사람 눈이 무서워! 나, 이 사람 싫어! 저리 가아아!”
라칸돌이 슬며시 운을 떼는 순간, 인형들이 기겁하면서 강렬하게 거부했다.
단호한 인형들의 태도에 라칸돌의 어깨가 추욱 처졌다. 옆에서 보고 있는 카르페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다.
“……어쩔 수 없군요. 오늘은 물러나겠습니다. 일단, 전직부터 도와드리지요.”
“전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별거 없습니다. 인형의 레벨이 50이 되는 순간, 공방의 마이스터가 인형의 직업 방향을 정해 줄 수 있게 됩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지요.”
“……그걸로 끝이라고요?”
그러니까 레벨만 달성하고 NPC를 찾아가기만 하면 ‘띠링! 전직을 완료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는 소리인가?
“아, 원래 정석으로 진행하면 간단한 시험이 있긴 합니다만.”
“역시 그렇군요. 하긴, 인형이라고 해도 당연히 전직 퀘스트가…….”
“감히 누가 누굴 시험한단 말입니까. 감히 저 따위가 이 위대한 인형을 시험한다는 건 선대라는 분께 큰 실례를 저지르는 셈입니다.”
“……엥?”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딴 거 필요 없이. 직업. 그냥 바로 드리겠습니다! 돌 마이스터 라칸돌의 이름으로 인형의 길을 인도하리라.”
우우웅.
그 순간, 라칸돌의 손에서 푸르른 기운이 인형들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으음. 두 인형은 이미 직업을 가지고 있군요. 허어. 용사?! 이럴 수가. 어찌 이런…….”
라칸돌은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두 인형을 제외한 다른 인형들에게 가장 적합한 직업을 인도하겠습니다. 흐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권속 ‘환영의 미라쥬’가 ‘마술사’로 전직하였습니다.] [권속 ‘암군의 길리안’이 ‘다크 나이트’로 전직하였습니다.] [권속 ‘강철의 로이어드’가 ‘디펜더’로 전직하였습니다.] [권속 ‘적마의 세실리아’가 ‘화염법사’로 전직하였습니다.] [전직을 완료하여 권속의 최대 HP/MP가 증가합니다.] [특수 직업으로 전직하셨습니다. HP/MP 증가 폭이 추가로 상승합니다.]“헐?”
-엥? 이게 뭐야? 내가 알기론 인형이 50레벨 때 받는 직업은 그냥 기본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
전사, 마법사, 기사, 무도가 등등.
원래 인형이 전직함으로써 받는 직업은 딱 기본 직업뿐이다. 결코 마술사나 디펜더 같은 게 아니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이냐는 듯 라칸돌을 쳐다보자 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허허 웃었다.
“제가 인도할 수 있는 최상의 직업을 드렸습니다. 원래라면 시험에서 특수한 성과를 이룩한 인형에게 인도하는 직업입니다만.”
-……퀘스트 달성도 높을 때 주어지는 히든 직업이라 이 소리네. 아니, 근데 그걸 그냥 준다고? 미친 똥겜이 또…….
“갓겜…….”
[돌 마이스터 라칸돌이 위대한 인형사와 인형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돌 마이스터 라칸돌의 호감도가 최대치로 고정됩니다.] [특수 전직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카르페가 라칸돌을 처음 만나고 아직 20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일이었다.
“마음 같아선 더 훌륭한 직업으로 인도 드리고 싶으나 제 한계가 여기까지입니다. 이, 얼마나 무능한 일인지…….”
“아, 아뇨. 넘치도록 감사드립니다.”
“스킬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형들이 전직한 직업에 맞는 기본 스킬을 제가 부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인형이 보유한 스킬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전직을 했으면 당연히 새로운 스킬을 얻는 법.
인형 공방은 전직한 인형의 기본 스킬 제공까지 겸하고 있었다.
카르페는 라칸돌의 물음에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아뇨. 스킬은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구해서 익히게 할게요.”
“허허. 옳으신 말씀입니다. 진정한 인형사라면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되는 법이지요. 손수 연마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경지에 이르는 길입니다.”
라칸돌은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는 듯 카르페를 쳐다보았다.
사실, 그로서는 카르페가 입으로 똥을 싸도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도 꼭 방문해 주십시오! 대륙에는 다른 인형 공방도 있긴 하지만, 이 라칸돌의 공방이 대륙 제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꼭 방문해 주십시오! 아니, 심심할 때마다 찾아 주십시오!”
“알겠…….”
“꼭! 꼭입니다!”
“…….”
* * *
“후우. 드디어 도착했네.”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낸 카르페가 드디어 루인데리아 연방국에 도착했다.
“전직 한번 하러 갔을 뿐인데…… 진이 다 빠진다.”
-진이 빠지긴 개뿔. 날로 처먹었는데 뭐가 진이 빠져! 양심 빠진 새캬!
“아니, 그건 그런데 그 라칸돌이라는 사람 대하는 게 좀 진이 빠져서…… 아무튼 오랜만이네요.”
카르페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바다 도시 특유의 냄새가 났다.
“해변 도시 루아나. 여전히 사람 엄청 많네.”
초보자 마을에서 벗어나게 되면 가장 처음 방문하게 되는 곳이라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룰 수밖에 없는 곳이다.
카르페는 잠깐 추억에 잠겼다가 천마에게 물었다.
“그런데 동해룡에게 접근하는 게 당장은 어렵다고요?”
-그래. 동해룡이 떠오르는 바다는 아직 유저에게 미개방된 필드야. 거기로 가려면 약간의 퀘스트가 필요하지.
“흐음. 다른 나라에서는 그냥 필드가 열리더니 꼭 그렇지도 않나 보네.”
결국, 입장 퀘스트부터 깨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럼, 무슨 퀘스트부터…….”
-아니, 지금 보니까 딱히 네가 퀘스트를 직접 깰 필요는 없어 보이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기 봐라.
천마가 가리키는 곳은 해변도시 루아나의 중앙광장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저기가 평소보다 훨씬 웅성거리는데…….”
카르페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게 뭐야?”
예상치 못한 광경에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