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루아나의 중앙 광장은 정말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플레이어, NPC,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마어마한 인파가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 카르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처형대?”
루아나 중앙 광장에는 이전에는 없던 단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재로 만들어진 높은 단상 위에 길로틴이 떡 하니 설치되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말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드디어 오늘 처형이 진행되는 건가?”
“에이! 드디어 죽는구만. 그 간악한 놈! 진즉에 죽었어야 했는데!”
“그런데 듣자 하니 그놈, 자수를 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자수? 그 악독한 놈이 자수를 했다고? 그럴 리가 있나? 치매가 왔나?”
“그러게 말일세. 미치지 않고서야…….”
NPC들은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그렇게 떠들어 댔다. 반면, 플레이어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머리에 물음표만 띄우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웬 처형식? 누가 처형당하는 건데?”
“루아나에서 처음 일어나는 이벤트인데…… 혹시 거대한 퀘스트라도 발생하는 건가?”
“어쩌면 메인 퀘스트의 시작일 지도?”
모두가 확신 없이 추측만 하고 있을 때,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카르페만이 정황을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카르페가 아니라 천마였지만.
‘그러니까 이 처형식 이벤트가 신규 지역 오픈 이벤트라고요?’
-그래. 악마 침공 이벤트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다. 정확하게 날짜가 정해져서 발동하는 이벤트는 아닌데 마침 딱 오늘이 그날인가 보군.
‘그래요? 그럼 이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바다로 못 나가고 계속 루아나에서 기다려야 하는 거였어요?’
-그건 아냐. 그때는 유저가 퀘스트에 개입해서 지금 이벤트를 앞당기는 방법도 있거든. 아무튼 운이 좋았군.
‘크으. 그러게요. 직접 발로 뛸 뻔했네.’
타이밍이 지금처럼 맞지 않았다면 카르페가 직접 퀘스트를 통해서 신규 지역을 열 수밖에 없었다.
-시작하는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그 말에 카르페의 고개가 다시 단상을 향했다.
천마의 말대로 일련의 무리가 단상을 오르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 선 인물은 카르페에게도 낯이 익은 인물이었다.
“어? 저 사람 분명 이름이…… 크리스였던가?”
-그래. 루아나의 영주 크리스 후작이다.
카르페가 라세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최초로 악마를 토벌하면서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바람 동굴에 있던 악마 잡고 봤었죠. 맞아, 그때 보상으로 공대 개설권을 받았었지.”
-세월이 빠르다고 해야 하나. 그게 벌써 반 년도 넘은 일이군.
“간만에 보니까 반갑네.”
크리스 후작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크리스 후작이 단상에 오르고 이어서 몇몇 병사들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죄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호송한 채였다.
“지금부터 처형식을 거행하겠다! 죄인을 단두대에 걸어라!”
“예! 알겠습니다.”
크리스 후작이 근엄한 목소리로 명하자, 병사들이 죄인을 끌고 갔다. 그리고 이내 덜컥! 소리와 함께 죄인의 머리가 단두대 구멍으로 들어갔다.
“죄인! 골드로! 그 죄질이 악독한바, 본 영주가 직접 형을 주관하겠다. 죄인의 목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며 또한 일벌백계로 삼을 것이다.”
영주쯤 되는 이가 직접 처형을 주관한다는 건, 그만큼 죄인의 악명이 어마어마하다는 방증이었다.
크리스 영주는 기다란 두루마리를 좌악 펼쳐서 죄인의 죄목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상이 죄인의 죄목이다. 참작의 여지가 없는 바, 루인데리아 백성을 수탈한 해적 골드로를 이곳에서 처형한다.”
“우우우! 죽어라!”
“짐승만도 못한 자식!”
“단두대도 지나친 사치다! 고문한 뒤에 짐승 밥으로 던져 줘야 해!”
분노에 찬 NPC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대해적 골드로.
루인데리아 동쪽 해협을 지배하는 거대한 해적단의 선장으로 그 악명은 루인데리아의 모든 죄인을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자였다.
“바다가 제 세상인 것마냥 날뛰더니 드디어 죽는군.”
“그동안 희생된 병사가 얼만지…….”
골드로 해적단은 지독했고 또한 강했다.
해적 단원들의 무력이 왕국 정예병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고, 선장 골드로 또한 일신의 강함이 11강보다 약간 모자라는 수준이라 더욱 더 토벌이 쉽지 않았다.
루인데리아 연방국은 골드로 해적단을 토벌하기 위해 10년을 넘는 세월동안 해군을 파견했지만 번번이 실패.
루아나의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인물이 처형되는 순간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분노에 찬 NPC들과 달리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대해적? 골드로?”
“……해변 도시에서 처형식? 기분 탓인가? 왜 이렇게 상황이 낯이 익지?”
“그러고 보니 생긴 것부터가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처형대에 목이 걸린 골드로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웃고 있었다.
검은 머리, 그리고 기다란 콧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이었다. 카르페가 설마 싶은 심정으로 천마에게 물었다.
“……형. 이거 설마 그거에요?”
-뭐, 짐작대로다. 하여간 라세 놈들 이런 오마쥬 같은 건 또 엄청나게 좋아한다니까.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는 동안에도 처형식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골드로!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는가?”
“클클클. 역시 자비로운 영주님이시군. 마지막 순간 유언 정도는 들어주신다니 황송할 지경이야.”
“없다면 처형을 진행하겠다.”
“아아.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말게. 오랜 친구여. 10년을 넘는 세월을 싸웠는데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기다려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
골드로의 말에 영주는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의외로 그 외의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무언의 허락을 얻은 골드로는 클클 웃으며 목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아아. 크흠. 이거 며칠 동안 물도 못 마셨더니 말이 잘 안 나오는구만. 클클. 혹시 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나?”
“네놈. 적당히…….”
“우우우! 죽어라!”
“약탈해 간 내 돈 돌려내라! 이 해적 놈아!”
처형 직전의 순간에도 여유를 부리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관중 중 누군가가 약탈 이야기를 꺼냈고, 골드로가 그 말에 반응했다.
“오. 그래. 약탈! 클클. 소중한 일이지. 이제 와서 무엇을 숨길까. 이 골드로는 보물을 산더미만큼 가지고 있지! 네놈들의 상상보다 더욱더 말이다!”
“우리 걸 뺏은 거잖아!”
“이 나쁜…….”
“갖고 싶나?”
“…….”
단 네 글자.
골드로의 입에서 갖고 싶냐는 말이 나오는 순간, 좌중이 침묵에 빠졌다. 마치 마법에라도 빠진 것처럼.
그 광경을 보고 골드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으하하! 남자로 태어나 마음 가는 대로 세상을 누볐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마음껏 약탈하며 마음껏 죽였다. 이 한목숨 여기서 스러져도 한 줌 후회도 없음이니!”
골드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래. 후회는 없다. 다만, 한 줄기 미련이라면 내가 모아 온 보물들! 그 막대한 재보를 이대로 묻어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그, 그래서 그 보물이 어디 있는데!”
관중 속의 누군가의 말에 골드로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내 보물?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잘 찾아봐라! 이 세상의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꾸르르릉.
해변 도시 루아나가 얕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현상과 몹시 비슷했다.
하지만 루아나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라면 이게 자연스러운 지진이 아니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바다 쪽으로 향했다.
“엇?!”
“나왔다!”
촤아아아악!
저 멀리 수평선 근처에서 거대한 물보라가 솟구친다.
그리고 이어서 그 물보라보다 훨씬 더 거대한 생명체가 수면 밖으로 등장했다.
동양의 용처럼 기다란 몸체. 그리고 온 몸을 덮고 있는 새파란 비늘.
사해 중 하나. 동해룡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골드로의 죽음을 추모하는 듯한 실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크하하하! 저곳. 저곳이다! 나의 보물은 동해룡 속에 잠들어 있다! 세상을 거머쥘 부를 원한다면 목숨을 걸고 도전해라! 이 머저리들아!”
“……형을 집행한다! 단두대를 내려라!”
“네! 알겠습니다!”
영주의 신호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가 단두대를 묶어 두었던 밧줄을 잘라 버렸다.
슥-! 뎅겅-!
골드로의 목이 떨어졌고, 골드로의 시체는 이내 회색빛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보물! 보물이다!”
띠링.
“와아아아아-!”
“미친! 새 필드가 이런 식으로 열리는구나!”
유저들 또한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대해적 시…… 아니, 대 동해룡 원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연출 한번 화끈하네.”
카르페는 동해룡으로 향하는 거대한 배 위에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배 위에는 카르페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유저가 탑승하고 있었다.
모두가 동해룡 속을 탐험하려는 자들이었다.
“진짜 보물이 있어요? 동해룡 안에?”
-글쎄. 진짜로 찾았다는 놈은 못 봤는데.
“헐. 그래요? 그건 좀 의외네요. 형조차 모르는 게 있다니.”
-나라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지. 소문에 의하면 동해룡의 심장 가까이에 있다는 모양인데 확실한 건 아니야. 나 역시 거기까지 진행해 보지는 못했고.
“흐음…… 그렇단 말이죠.”
-뭐, 급할 거 없어. 찾고 싶다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네 목적은 보물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가까이 다가갈수록 새삼 동해룡의 크기가 실감이 된다.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마도탑 전체 크기보다도 거대했다. 가히 재해라는 이름이 아깝지가 않았다.
“아무튼 재밌겠네.”
3차 전직. 흑화 드렛슈. 사해의 체내라는 새로운 던전. 그리고 골드로의 보물.
카르페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아, 다 왔다.”
배는 순식간에 동해룡에게 접근했다. 사해 중 가장 얌전하다는 평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수십 대의 배가 동해룡에게 딱 달라붙었건만 동해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다! 내가 먼저 들어간다!”
“어림없지! 우리 길드가 먼저다!”
“여긴 PK 자유 지역이다! 다들 뭉쳐서 다녀!”
유저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으며 동해룡의 몸에 올라탔다.
카르페 역시 동해룡의 몸 위로 발을 내딛는 그 순간.
띠링.
“응?”
기다렸다는 듯이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