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27)
427화
“쿠리의 보물! 카르페 님에게 주겠다요!”
쿠리가 내민 한 장의 스킬 카드.
400년이 넘는 세월을 마계에서 살아온 쿠리가 ‘보물’이라고 말할 정도의 스킬 카드면 분명 특별한 것이리라.
그리고 카드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어?”
카르페가 눈을 크게 떴다. 카르페가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의미로 ‘특별한’ 카드였던 것이다.
띠링.
[2성 스킬 카드 – 파이어 애로우]카르페의 말문이 막혔다. 카드에 실망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울컥한 감정이 치고 올라왔던 탓이었다.
카르페가 멍하니 있자, 쿠리가 부끄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 100년 전쯤이었다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하급 마수 두 마리가 영역 싸움을 한 적이 있었던 거다요.”
그리고 그 두 마리의 하급 마수는 치열한 접전 끝에 한쪽이 승리했지만, 승리한 마수 역시 심각한 부상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 버렸다고 한다. 사실상, 공멸한 셈이다.
이 파이어 애로우는 놈들이 드랍한 유산이었던 것이다.
“열심히 사는 쿠리를 마신님이 도우신 거다요! 그때부터 이 카드는 쿠리의 보물이 됐다요.”
“그럼 쿠리가 습득하지 그랬어?”
“그러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요……. 아마 쿠리가 약해서 그런 거 같다요.”
“혹시 스킬 포인트가 없어서?”
“그건 아니다요. 쿠리는 틀림없이 스킬 포인트가 있다요. 그런데도 익힐 수가 없다요.”
쿠리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카르페가 다시 스킬 카드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만져 댄 것인지 카드가 번들번들했다. 쿠리의 손때가 잔뜩 서려 있었다.
“……음.”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마계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쿠리에게 있어 파이어 애로우는 틀림없는 기연이다. 그게 2성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이지 스킬을 습득할 수가 없었다.
애가 탔을 터.
쿠리는 그 이유를 자신이 약한 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강해지기 위해 매일같이 수련에 임했다.
강해지기 위해 매일 헬 비스트가 그려진 벽에다 박치기를 하고.
매일 밤, 습득되지 않는 스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눈물짓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약한 자신을 채찍질하며 매일 매일 벽을 두드린다. 혹시나 하는 희망은 스킬 카드를 확인할 때마다 부서지지만, 그래도 나아간다.
매일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그렇게 백 년이란 세월이 지나며 ‘2성 파이어 애로우’는 쿠리의 보물이 된 것이다.
“……쿠리는 정말 강하군요. 저도 쿠리를 본받아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티나 선배의 말은 잘못됐다요. 쿠리는 약하다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강해질 겁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그 말은 맞다요! 쿠리는 꼭 마왕이 될 거다요!”
“네. 응원하겠습니다.”
“뀻뀻뀻!”
티나가 쿠리를 살며시 쓰다듬었고, 묵향이 옆에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킁. 크흡.
“어? 형 언제 왔어요?”
-방금 전에…… 킁.
“거 그만 훌쩍이고 울 거면 시원하게 우시죠. 저도 찡합니다.”
-안 운다고! 사람 말 좀 들어!
“뭐, 정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다 치죠.”
그때, 쿠리가 다시 한번 스킬 카드를 카르페에게 내밀었다.
“카르페 님이 써 주면 좋겠다요! 쿠리는 아직 자격이 되지 않는 거다요.”
“으음…….”
카르페는 쿠리가 상처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그런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받을 순 없어.”
“쿠리는 괜찮은 거다요!”
“마음만 받을게. 언젠가 익힐 수 있을 거야.”
“쿠리…… 그래도…… 쿠리.”
쿠리는 조금 풀이 죽어서 두리번거리다가 이번에는 묵향에게 다가갔다.
“묵향 선배가 익히겠다요?”
“뀨웃?!”
쿠리의 말에 묵향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 자신에게 권유할 줄은 몰랐는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묵향. 그리 길지 않은 다람쥐생에 있어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뀨우우…….”
묵향이 도움을 청한다는 눈빛으로 카르페를 쳐다봤으나, 카르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심지어는 그 티나조차 묵향의 시선을 회피했다!
충격을 받은 묵향에게 쿠리가 재차 카드를 권했다.
“선배! 선배가 쿠리의 마음을 받아 달라는 거다요!”
“뀨우웃. 뀨웃!”
묵향이 허둥지둥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뀻뀻! 뀨우우웃! 뀻!”
“응? 쿠리가 마법을 쓰는 걸 보고 싶다요?”
“뀨웃! 뀻!”
“불화살을 날리는 쿠리는 정말 멋질 것 같다요?”
“뀻뀻! 뀨우뀨규!”
“마왕씩이나 되는 자가 불화살이 없으면 멋이 안 산다? 으으으으음! 맞는 말 같다요!”
쿠리는 방긋 웃으며 폴짝폴짝 뛰었다.
“선배 고맙다요! 쿠리가 약한 마음을 먹은 거다요! 언젠가 꼭 불화살을 익히고 말 거다요!”
“뀨우.”
묵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향. 너무나 장합니다. 후배를 이끄는 훌륭한 기사의 모습이었습니다.”
-다 컸네. 다 컸어. 저 정도 눈치면 어디 가서 눈총받는 일은 없겠다.
“우리 애가 참 착하다니까.”
“뀨우웃!”
묵향이 이제 와서 아부해 봤자 소용없다는 듯 볼을 부풀렸지만, 세 사람이 보기엔 그냥 귀여울 뿐이었다.
-흐음. 그건 그거고 확실히 이상하군.
“뭐가요?”
-스킬 카드 말이야. 파이어 애로우는 딱히 습득 조건이 붙은 카드가 아니니까.
“어, 그렇게 들으니 이상하긴 하네.”
쿠리가 내민 파이어 애로우는 틀림없이 정상적인 카드였다. 카드에 하자가 있어서 쿠리가 익히지 못한 게 아니었다.
-약해서 못 익혔다는 것도 말이 안 돼. 파이어 애로우는 계정을 갓 생성한 레벨 1도 익힐 수 있는 스킬이야. 직업도 상관없어서 기사도 익힐 수 있지.
하지만 쿠리는 습득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째서?
-저 털 뭉치. 뭔가 있군.
스킬의 습득은 라세 세계관의 법칙 중 하나다.
조건이 맞는데도 스킬을 익히지 못하는 건 일반적으론 일어날 수 없었다. 이건 법칙을 빗겨나간 일이다.
“그렇다는 건?”
-법칙을 비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언가가 연관되어 있다는 거겠지. 이를테면 ‘사해’ 정도 되는 놈들 말이야.
“……설마요.”
천마의 설명을 들은 카르페의 표정이 묘해졌다.
쉬이 믿기지 않는 추측이었다.
카르페의 말에 천마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리 드문 이야기도 아니지 않나? 찾아보면 종종 있는 클리셰잖아.
“아니, 또 무슨 소설을 쓰시려고…….”
-거대한 힘을 가진 어떤 존재가 모종의 이유로 소멸했지만, 최후의 안배를 통해 자신의 조각을 세상에 뿌린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모든 힘을 봉인당한 정체불명의 괴수! 모험을 통해 자신의 봉인이 풀리며 차츰차츰 힘을 되찾고 숨겨진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데…….
“아니, 진짜 소설 쓰라 했다고 진짜 소설을 쓰시네.”
-대충 그런 느낌이라는 거지. 그렇게까지 터무니없진 않잖아?
“충분히 터무니없거든요. 아니, 어제 무슨 소설 보고 주무셨어요?”
-……뭐. 보고 자긴 했지.
“에휴.”
카르페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긴 했지만, 사실 냉정하게 보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어차피 판타지 세계관 아닌가.
그런 스토리의 히든 NPC 몬스터도 하나둘쯤, 있을 법도 했다.
“……확실히 형도 처음 보는 특수한 개체라고 했었죠.”
-그래. 그렇지. 야, 이거 내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이 녀석, 진짜 무슨 전설로만 내려오던 마신의 봉인체 이런 거 아니냐?
“아니, 스킬 하나 못 익혔다고 거기까지는 가는 건 너무 갔다 싶은데…….”
카르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쿠리에게 물었다.
“쿠리. 혹시 쿠리는 종족이 뭐야? 마계에 쿠리 같은 종족이 또 있어?”
“쿠리는 쿠리다요! 쿠리 외에 쿠리랑 비슷한 동족은 보지 못한 거다요. 만나 보고 싶은 거다요.”
“……아니, 그래도 낳아 준 부모라든가 그런 게 있었을 거 아냐.”
“모르겠다요. 쿠리가 제일 처음 기억하는 건, 쿠리가 황야를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다요. 그전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요!”
“……진짜?”
“진짜다요!”
들으면 들을수록 천마의 설명과 일치했다.
천마가 흥이 잔뜩 올라서 소리쳤다.
-거봐! 내 말이 맞다니까? 이 녀석, 세계관을 뒤흔들 거대 퀘스트의 시발점 같은 녀석이라니까. 마왕 따위가 아니야. 기억을 잃은 마신이다!
“에이.”
-생각해 보면 최최하급이라는 것도 이상해. 그딴 계급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그게 다 복선이었던 거지.
“그런가?”
카르페는 점점 더 천마의 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정 못 믿겠으면 확인 한번 해 보면 되잖아.
“응? 어떻게…… 아.”
천마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천마의 소설(?)대로라면 쿠리는 기억을 잃은 희귀한 무언가다.
그것도 강력한 힘에 의해 ‘스킬 습득’이라는 세상의 법칙마저 ‘제약’ 당한 무언가.
-일종의 봉인 상태라 볼 수 있지. 사해급 되는 존재가 쿠리에게 봉인을 걸었다 생각하면 아귀가 맞아.
그리고 천마가 아는 한, 마계에서 사해와 급이 맞으려면 ‘마신’은 되어야 했다.
물론, 사해와 달리 마신은 설정으로만 ‘그런 게 있다’는 수준의 카더라의 존재라서 실제로 마신을 봤다는 이는 없긴 했지만 말이다.
“……해금인가.”
-그래. 만약 ‘스킬 습득 불가’가 봉인의 일종이라면 해금이 반응하지 않을까?
“와, 듣다 보니까 설득당해 버렸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해금은 상자, 봉인, 잠긴 문 등을 전부 열 수 있는 만능열쇠 같은 녀석이었지만, 이건 대상을 무생물에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무생물이 아닌 생물이 대상일 경우의 해금은 오직 카르페 본인에게만 발동 가능했다. 예를 들어 다른 권속의 상태 이상은 카르페의 해금으로 풀어 줄 수가 없었다.
“되려나?”
-뭐, 저 봉인이 상태 이상 취급이라면 안 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시도는 해 볼 수 있는 거잖아. 큰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죠.”
해금이 안 되면 그냥 그뿐인 일.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쿠리에게 다가가 말했다.
“쿠리. 지금부터 내가 쿠리에게 뭔가 하나 시험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시험이다요?”
“응. 쿠리의 상태를 보려고 하는 거야. 혹시, 스킬을 못 익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서.”
“그게 정말이다요?!”
카르페의 말에 쿠리가 크게 흥분했다.
“얼른! 얼른 해 달라는 거다요!”
“아니, 그렇게 너무 기대하면 부담스러운데.”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이야기가 그냥 천마의 소설이었습니다! 하는 엔딩도 충분히 가능했다. 아니, 사실 그쪽일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괜찮다요! 실망하지 않겠다요!”
“좋아. 그럼 잠시 이리로.”
카르페는 후우!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쿠리에게 손을 뻗었다.
“해금.”
그 순간이었다.
파지지지직!
마치 전기가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푸른 불꽃이 튀었다.
“크윽?!”
-헐. 이게 뭐야?
지금까지 해금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띠링. 띠링. 띠링!
막대한 알림창이 등장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