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0)
450화
“음…….”
무슨 해괴한 꿈이라도 꾼 기분이었다.
악마를 수도 없이 잡아먹었다던 고대의 대마수가 갑자기 넙죽 선물을 바치고 사라진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거야. 에브리띵 윌 비 올라잇.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아니, 이게…… 진짜…… 아니, 작작…….
카르페는 언어중추가 망가진 천마를 무시한 채, 쿠리 앞에 놓인 상자 쪽으로 향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였는데 크기가 제법 컸다. 흔히 RPG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의 보물 상자였는데 뚜껑을 열면 미믹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생김새였다.
“엄청 낡았네. 하긴, 대마수는 고대부터 있었다고 했으니 당연한 건가?”
“카르페 님? 지금 뭐가 일어난 거다요? 쿠리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요. 대마수는 어디로 가 버린 거다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추측하자면, 아마 저 대마수란 녀석과 쿠리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거겠지.”
“쿠리? 쿠리는 무서운 대마수랑 친해진 기억은 없는 거다요!”
“그야 당연하지. 쿠리가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관계일 테니까.”
저 벽화의 내용으로 소설을 조금 써 보자면 쿠리는 만물의 숭배를 받던 태양, 조금 더 정확하게는 쪼개진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무언가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고 대마수 네불라는 그런 태양을 섬기는 최측근이었을 것이고.
“아마 네불라는 과거에 있었던 모종의 사건으로 떨어져 나온 쿠리를 인식하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쿠리를 위해 이 상자를 지키고 있었던 거지.”
“쿠리는 도대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거다요…….”
“그거야 지금부터 더 알아봐야지.”
아직 퀘스트를 떠 따라가 봐야 알 수 있을 테지만 아마도 쿠리는 마신의 파편 같은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마계 무력 최강자라는 바알과도 싸우는 괴물이 친밀함을 표시할 만한 존재는 마신 말고 있을 리 없었다.
-아직까진 소설의 영역이긴 한데…… 가장 그럴듯하긴 하지.
“그렇죠?”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이 소설의 끝을 꼭 봐야 했다. 안 그러면 궁금증에 앓아누울지도 몰랐다.
“그럼 상자 열게. 쿠리. 괜찮아?”
“당연하다요! 쿠리의 것은 곧 카르페 님의 것이다요.”
역시 부하 하나는 잘 뒀구나.
카르페는 흐뭇하게 웃은 후, 상자 위에 손을 얹었다.
대마수가 쿠리를 위해서 지켜 왔던 상자다.
카르페는 조금 긴장한 채로 슬며시 상자를 열었다.
끼익.
다행히 ‘오직 쿠리만 열 수 있다’라는 제약이 붙은 건 아니었고, 카르페의 손으로도 쉽게 열렸다.
그리고 그 상자 속에는…….
“……상자 크기에 비해서 뭐가 많이 들어 있지는 않네요.”
상자의 바닥에는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검은 돌 하나와 커다란 술잔으로 보이는 물건 하나가 들어 있었다.
“술잔? 아니, 근데 이거 형태가 좀…….”
-그렇군. 성배처럼 생겼네.
천마의 말대로였다. 놀랍게도 네불라가 지키던 상자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듯한 어두운 색의 성배가 들어 있었다.
마계에서 성배라니? 이토록 안 어울리는 조합이 있을 수 있을까.
카르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술잔을 집어 들었다.
띠링.
“아니, 이 불친절한 똥겜이 또…….”
이걸 설명이라고 해 놨나.
카르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안 하느니만 못한 설명이었지만, 사실 그리 실망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쿠리와 관련된 퀘스트 중에 등장한 퀘스트 아이템이다. 아마 쿠리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쓰임새가 등장할 터.
카르페는 일단 시험 삼아 쿠리에게 술잔을 쥐여 줬다.
“쿠리. 어때? 뭔가 느낌이 오는 거 있어? 찌리릿한다거나. 어쩐지 끌림이 느껴진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는 거다요. 그냥 평범한 술잔 같다요.”
“으음…….”
아무래도 쿠리와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물건은 아닌 듯했다. 술잔에 해금도 사용해 봤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럼 일단 이건 킵해 놔야겠네.”
카르페는 성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후, 이번엔 남아 있는 검은 돌을 집어 들었다.
“엇?!”
이번 검은 돌은 성배보다 훨씬 더 직관적인 아이템이었다.
띠링.
[?????의 기억 파편]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등급 : ???]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봉인과 관련된 물건입니다. 해당 파편을 사용할 시, 봉인을 일부 해제할 수 있습니다.]사실, 성배와 비슷하게 불친절한 설명이었지만, 지금 카르페에게는 이토록 명확한 설명도 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봉인’과 관련된 존재는 딱 하나뿐이었으니까.
“쿠리. 이건 네가 사용해야 하는 것 같네.”
카르페는 그렇게 말한 후, 쿠리에게 검은 돌을 넘겨줬다.
“엇?! 이건 쿠리도 느낌이 온다요! 대마수가 쿠리를 쓰담쓰담했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다요!”
쿠리는 그렇게 말하며 검은 돌을 꼭 껴안았다.
“잠시만 이렇게 있으면 어떻게 사용할지 알 것 같다요!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거다요.”
“그래. 천천히 알아봐.”
-흐음. 그나저나 이 두 개가 끝이라니. 대마수라는 위명에 비하면 보상이 너무 소소한 느낌인데? 아직 퀘스트 도중이라서 그런가?
“그러게요. 특수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카르페가 살짝 아쉽다는 마음을 품는 그 순간이었다.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군. 인간, 이것을 보아라.]“응?”
발라크가 가리킨 곳에는 아이템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바로 네불라가 사라진 그 위치였다.
“아, 드랍템!”
-딱히 쓰러뜨린 게 아닌데도 드랍템을 남겼다고……? 또 날먹이야? 이제 식상하다. 그만해라, 좀. 화나려고 그러니까.
“식상하기는 뭐가 식상해요. 이 맛에 게임하는 건데.”
카르페가 그 자리로 후다닥 뛰어갔다. 거기에는 커다란 뿔피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대마수의 각적(角笛)] [분류 : 소모 아이템] [등급 : 에픽] [어둠 산의 지배자 대마수 네불라의 권능이 담긴 뿔피리입니다. 어둠 산의 마수에 대해 지배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신비한 뿔피리입니다.] [패시브 옵션 : 해당 아이템 소지 시, 마계의 마수로부터 선공을 받지 않습니다.] [액티브 옵션 : 1회에 한해, 어둠 산의 모든 마수에게 지배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능을 사용할 시, 뿔피리는 파손됩니다.]“와…….”
소모 아이템이면서 에픽 등급이라니?
하지만 그 옵션을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마수가 득실거리는 이 마계에서 마수들에게 선공받지 않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메리트다. 마수들의 소굴을 제 놀이터처럼 드나들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보다 더 황당한 옵션은 어둠 산 마수의 강제동원령.
이건…… 제대로 된 타이밍에 사용할 수 있다면 세력 하나를 괴멸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옵션이었다.
[……어둠 산의 마수를 부리는 권능이라니. 믿지 못할 이야기다.]그 증거로 뿔피리를 바라보는 발라크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아마, 저 뿔피리를 이용해 인근 세력을 점령하는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안 줄 거다.”
[……누가 뭐라고 했나?]“눈빛으로 말했잖아. 달라고.”
[흥. 헛소리를 하는군. 그런 생각은 한 적 없다.]“그래? 그럼 다행이고.”
뿔피리는 카르페의 인벤토리 속으로 사라졌다. 말과는 다르게 뿔피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발라크의 시선은 떠날 줄을 몰랐다.
“카르페 님! 어떻게 하면 될지 알아 냈다요!”
한참 동안 기억의 돌을 껴안고 있던 쿠리가 힘차게 외쳤다.
“그래? 어떻게?”
“이걸 이렇게 하면 된다요!”
쿠리는 그렇게 말한 후, 입을 크게 벌려서 돌을 삼켜 버렸다.
“……그거 먹는 거였어?”
“우움. 마있는 거다욥. 우물물. 검은색 맛이 난다욥.”
꿀꺽.
찬찬히 맛을 음미하던 쿠리가 돌을 삼킨 그 순간이었다.
파앗!
“쿠리잇?!”
쿠리의 눈과 입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신기하다요! 날아오르는 느낌이다요!”
“아니, 진짜 날고 있거든?! 괜찮아?”
“괜찮다요! 기분이 좋은 거다요!”
그렇게 발광(發光)을 하며 허공에 떠오른 쿠리는 서서히 빛을 잃으며 땅에 툭 떨어졌다.
띠링.
[조건을 만족하여 최최하급 악마 쿠리의 봉인 3단계가 해제되었습니다!] [최최하급 악마 쿠리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최최하급 악마 쿠리의 봉인되어 있던 스킬 중 하나가 깨어납니다.] [축하합니다. 부하 ‘쿠리’가 9성 스킬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습득했습니다!] [봉인이 일부 해제되며 ‘쿠리’의 기억 일부가 깨어납니다.]“끄앙!”
“쿠리. 괜찮아?”
“괘, 괜찮다요. 조금 어지러울 뿐이다요.”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역시 그 돌이 봉인을 해제하는 열쇠였구나.”
아마 이게 정상적인 봉인 해제 방식이었겠지. 지난번 해금 때와는 다르게 말이다.
-스킬 개방, 경험치 개방, 다음에는 직업 개방이라……. 무슨 놈의 봉인이 기본권을 죄다 제한해 놨네.
“그러게요. 그리고 이번에는 스킬도 하나 줬네.”
“앗! 그렇다요! 쿠리가 또 스킬을 얻어 버린 거다요. 마왕에 또 한 걸음 가까워졌다요!”
그것도 그저 그런 스킬이 아닌 9성 스킬이다.
-명경지수. 아주 괜찮은 스킬이지. 세뇌, 매혹 같은 정신 계열 공격에 완전 면역을 주는 패시브 스킬이니까.
“엥? 그게 좋은 거예요? 그냥저냥 아닌가?”
-……해금 있는 놈한테는 그렇겠지. 이 다이아몬드 수저 새캬.
아무튼 스킬의 개방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다.
지금 중요한 것은 쿠리의 깨어난 ‘기억’ 쪽이었으니까.
“카르페 님! 쿠리는 떠올리고 만 것이다요. 쿠리가 했던 말 기억나는 거다요? 쿠리가 어떤 악마로부터 도망쳤다는 것 말이다요.”
“아, 기억하지.”
해금으로 봉인을 풀었을 때, 쿠리가 들려줬던 이야기였다.
과거에 끔찍하게 강한 악마로부터 겨우 도망쳤다고 말이다.
“그리고 도망칠 때, 어떤 물건을 훔쳐서 도망쳤다고 했었잖아.”
“그렇다요! 쿠리는 지금 그 물건을 어디다 숨겨 놨는지 떠올린 거다요!”
쿠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심연의 골! 쿠리는 훔친 물건을 거기다 숨긴 거다요!”
“심연의 골……?”
-흐음. 들어 본 적 없는 장소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르페와 천마는 그 장소가 어딘지 몰랐다. 심지어는 숨겼다는 쿠리조차도 명칭만 알았지 정확히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곳에서 단 한 명만은 달랐다.
[……심연의 골. 그렇군. 다음은 그곳으로 가야 하는가.]중얼거리는 발라크의 말이 어쩐지 무거웠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