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발라크의 중얼거림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발라크가 알고 있는 장소면…… 어둠 산처럼 유명한 곳인가?”
“이상하다요! 그런 곳이라면 쿠리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거다요. 그치만 심연의 골이라는 지명은 쿠리는 모르는 거다요.”
[흥. 그럴 수밖에. 심연의 골이라는 건 지금은 잊혀진 옛 이름이다. 현재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그렇군. 그런 걸 용케 알고 있네.”
[나처럼 문헌과 지식을 추구하는 현자가 아니라면 아주 오래된 악마들이나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그렇게 말하는 발라크의 태도가 어쩐지 의기양양해 보였다.
“발라크 님 대단하다요! 쿠리는 꿈에도 모르는 사실이었다요! 발라크 님은 혹시 천재가 아니다요?!”
[……흠. 흐음!]“자랑스럽다요! 영광이다요! 멋지다요!”
[그, 그만해라. 충분하다.]발라크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심연의 골은 현재 ‘지하 대미궁’이라 불린다. 이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둠 산과 마찬가지로 마계의 금지 중 하나지.]-아, 거긴가.
“지하 대미궁! 쿠리도 아는 거다요!”
지하 대미궁이라는 이름에는 쿠리뿐만 아니라 천마 역시 반응했다.
“형도 알고 있는 곳이에요?”
-그래. 그 지하 미궁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 근처까지는 방문한 적이 있지. 마계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대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이거든.
“엥? 그래요? 어째서?”
[지하 대미궁 주변으로 형성된 ‘미궁 도시’가 마계 유일의 중립 지대이기 때문이다. 세력, 계급, 심지어는 종족조차 불문하고 모든 존재가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도시의 주인 이름 아래, 모든 분쟁이 금지된 곳이지.]“……분쟁 금지의 중립 도시?”
성배에 이어서 또 마계랑 100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설정이 등장하고 말았다.
“그런 곳이 있다고? 강자존의 세상이라며? 마계의 사상이랑 너무 반대인 거 아니야?”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바알이 중립 도시의 존재를 비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마계 대공 중 무력으로는 최강이라 불리는 존재가 바로 바알이다.
바알은 세력의 형성이나 분쟁 따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악마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미궁 도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비호에 나섰던 것이다.
‘미궁 도시의 중립을 깨는 악마는 나와 척을 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내 검을 감당할 수 있다면 도전해도 좋다.’
바알이 워낙 개인주의 성향이 두드러지는 악마였던 탓에, 이런 바알의 선언은 일대 사건이었다.
때문에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었다.
미궁 도시의 주인과 바알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
혹은 미궁 도시에 거대한 비밀이 있어서 그걸 바알이 독식하기 위해서 저런 선언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 등등.
많은 음모론이 난무했지만 진실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걸 확인해보기에는 바알이라는 이름값이 너무나 무거웠으니까.
세력 전체로 보자면 바알을 잡을 수 있는 세력도 있긴 하겠지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유를 확인하려는 대공은 없었던 것이다.
“바알의 비호라…… 왜 그런 걸까?”
[그것까진 알 수 없다. 바알 본인, 혹은 미궁 도시의 주인만 알고 있겠지.]그리고 단순히 바알의 선언 때문에 미궁 도시가 중립 지대로 인정받은 건 아니었다.
[심연의 골. 그러니까 지하 대미궁의 존재 자체가 중립 지대를 성립하게 만들었다. 미궁 도시가 지하 대미궁에 서식하는 마수를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어라? 이거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설정…….”
-그렇지? 나도 처음 들었을 때 비슷한 생각 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지하 미궁. 그리고 그 미궁을 둘러싼 미궁 도시.
미궁 도시에 머무는 이들은 매일같이 미궁을 탐험하며 명예와 부를 쌓는다는 그런 설정!
어쩐지 하얀 옷을 입은 여신님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뭐, 미궁 도시는 꽤 인기 있는 클리셰 요소니까. 낭만이지.
“그렇죠. 낭만이 넘치지. 저도 그런 만남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지하 대미궁에 서식하는 마수는 아주 위험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곳 어둠 산의 마수보다도 더욱더.]과거 미궁 도시가 형성되기 전, 지하 대미궁 인근은 말 그대로 죽음의 땅이었다.
일반적인 마수와는 전혀 다른 기괴한 마수들이 악마들을 덮쳤고, 수많은 피해를 낳았다.
사태를 보다 못한 몇몇 대공이 임시 동맹을 맺고 대미궁의 마수들을 지하로 몰아냈다. 이후, 미궁 입구에 거대한 탑을 세워 완전히 틀어막고 그 탑을 중심으로 커다란 도시를 만들었다. 그 도시가 바로 지금의 미궁 도시였다.
“……마계 대공들이 임시 동맹을 맺을 정도로 위험한 마수들이라고?”
음기를 막기 위해선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양기가 필요한 법.
때문에 미궁 도시의 주인은 자신의 도시를 중립 지대로 선포하고 최대한의 양기를 끌어모을 것을 계획했다.
“양기? 어, 설마…….”
[그렇다. 술과 마약, 그리고 정욕. 원초적인 열기가 넘치는 중립 미궁 도시. 그게 바로 ‘사드릭’이라 불리는 곳의 정체다.]마계 유일의 중립 지대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환락 도시인 ‘사드릭’.
바로 카르페가 가야 할 다음 행선지였다.
* * *
카르페는 미궁 도시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어둠 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 진짜 선공 안 하네요.”
어둠 산의 마수들은 카르페 일행과 마주쳤는데도 먼저 공격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달아나기까지 했다.
“뿔피리 성능 확실하고만.”
-이 패시브 효과만 해도 충분히 사기 템이군. 마계에서 위험도가 대폭 낮아지겠어.
“으음. 그나저나 딱히 뭐가 있진 않네요.”
카르페가 향한 곳은 바로 네불라와 서빙제가 맞붙은 장소였다. 혹시라도 서빙제가 패배한 것이라며 드랍템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그 장소에서는 격렬한 전투의 흔적만 있을 뿐, 드랍템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서빙제의 파편이 사망한 증거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누가 이긴 거야? 이거?”
-서빙제가 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무승부였을 수도 있겠지. 그것도 아니면 강신 시간이 끝나서 그냥 서빙제 쪽이 사라진 것일지도.
“흐으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뭐, 아무튼 다음에 만나면 조심해야겠네. 일이 하나도 안 풀렸으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걸?
“……끄응.”
서빙제에게 받은 게 많긴 한데, 그 미친 얀데레에게 찍혔다고 하니 심경이 아주 복잡했다.
“쿠릿? 카르페 님! 얼음 선배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요!”
“응? 서리가?”
서리는 쭉 소환 상태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카르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눈에 하트 표시를 띄우고 있었다.
“서리가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군.”
“원하는 거? 그런 게 있었…… 아!”
짚이는 게 있었던 카르페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띠링.
[백빙정]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마법석] [오랜 세월 응축된 한기는 그 자체로도 뛰어난 마법 소재로 활용됩니다. 빙정이라는 불리는 이 물질은 극히 위험하지만 거대한 얼음의 힘을 품고 있습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의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바로 강신 전, 서빙제의 파편을 쓰러뜨리고 얻은 백빙정이었다.
카르페가 백빙정을 꺼내 들자, 서리는 그것이 맞다는 듯 카르페 주변을 통통 뛰어다녔다.
“맞아. 정령은 특수한 소재를 섭취하고 스킬을 익힌다고 했었죠.”
서리는 과거에도 한 번, 백빙정을 섭취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해금이 더해진 결과, 서리는 중급에서 상급 정령으로 진화했고, 더불어 8성 스킬인 ‘한빙지체’까지 획득했었다.
-흐음. 그렇군. 이번에도 먹이면 새로운 스킬이 하나 나오겠네. 7성이나 8성 둘 중 하나로. 아마 높은 확률로 7성일 거다.
“에이. 7성이 아니라 8성 스킬이겠죠. 그리고 이번에도 그때처럼 상급에서 최상급 정령으로 진화?”
-……그럴 리가 있냐. 그때의 진화도 말이 안 된다고 했잖아! 레전더리 마법석 먹였다고 최상급 진화가 되면 그건 선을 넘은 게 아니라 걍 선을 찢어 버린 거라고!
“그런데 형이 그렇게 거품을 물면 꼭 되더라 이 말이죠.”
-…….
카르페가 서리에게 백빙정을 내밀었다.
“자, 서리야. 먹어.”
“(♥_♥)”
서리의 몸으로 백빙정이 흡수되는 그 순간이었다.
파앗!
서리의 몸에서 환한 빛이 내뿜어지더니 그 주변으로 얼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띠링.
[상급 얼음 정령 ‘서리’가 얼음과 관련된 고급 소재를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이 생성됩니다!] [축하합니다. 얼음 정령 서리가 7성 스킬 ‘칠링 샤워’를 습득하였습니다!]“아.”
-거, 거봐라! 내 말이 맞지!
“……형. 왠지 엄청 안도하는 거 같은데요.”
그리고 천마의 예상대로 이번에는 진화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쓰읍. 이게 안 되나?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네.”
-양심에 반전이 없는 새끼…….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뽑기가 최선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카르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어둠 산에서의 여정을 마쳤다.
* * *
“여기가 미궁 도시?”
[그렇다.]미궁 도시로 이동 자체는 아주 간단했다. 발라크가 워프 좌표를 기록해 놓은 탓에 스킬 한 방으로 곧장 날아올 수 있었다.
“크하하핫! 이 몸이 바로 중급 악마 투움바다! 자신 있다면 덤벼 봐라!”
“좋지! 이 보알이 상대다.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죽여 주마!”
“투움바에게 1,000골드!”
“보알에게 500!”
미궁 도시에 입장하자마자 저편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대충 보아하니 술에 얼큰하게 취한 악마들이 서로 주먹다짐을 하고 주변에서는 좋다고 돈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게 마계인지 유흥 거리 뒷골목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아니, 여기서 분쟁 금지라면서? 저건 도대체 뭔데?”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저게 어딜 봐서 분쟁이지? 칼에 목이 떨어진 것도 아니지 않나.]“아.”
-정신 나간 놈들 같으니…….
아무래도 악마 기준으로 반죽음까지 내몰리는 건 분쟁 측에 속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먼저 갈 곳은 저 중앙의 탑이다. 저곳에서 탑주를 만나야 한다.]미궁 도시의 클리셰와는 다르게 이곳에서 지하 대미궁으로 통하는 입구는 완전히 막혀 있었다.
미궁을 틀어막고 있는 탑의 주인에게 허락을 얻어야만 출입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근데 탑주면 이 도시의 주인이지? 당연히 마계 대공일 테고.”
[그렇다.]“그런 최상위 존재를 만나고 싶다고 바로 만날 수 있는 거야? 아무리 자유분방한 도시라지만, 최소한의 절차라는 게 있을 거 아니야.”
[흥. 보통이라면 그렇겠지. 허나, 이 몸은 다르다.]“아, 그런가…….”
너프를 먹긴 했으나, 발라크는 마계 대공이다. 탑주와의 만남 따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네 녀석이 감히 누구를 부하로 부리고 있는지 체감하는 게 좋을 것이다.]* * *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이쪽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발라크의 장담대로 탑에 방문하는 그 순간, 바로 탑주와의 면담이 허락됐다.
탑주가 거하는 곳은 이 탑의 최상층.
우우웅.
최상층으로 통하는 마법 엘리베이터 속에서 발라크가 조용히 경고했다.
[……탑주와 만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정신 계열 면역이 없다면 모두 역소환하는 게 좋다.]“응? 어째서?”
[이곳의 주인이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적어도 서빙제의 세뇌를 견딜 수준은 되어야 한다.]“……그 정도로?”
[거짓말을 할 이유 따위는 없다.]카르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명경지수’를 보유한 쿠리를 제외하곤 전부 역소환했다.
띠링.
그리고 최상층인 탑주의 방에 도착하는 그 순간.
카르페는 발라크가 왜 그런 경고를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머나. 이거 오랜만의 얼굴이네. 너무 재밌는 조합이라서 면담을 거절할 수가 없었지 뭐야.”
매혹적인 목소리. 그리고 끈적한 공기.
띠링.
[최상위 매혹이 발동 중입니다.] [해금이 발동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무효화됩니다.]어떤 의미로는 마계 대공 중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존재.
의식하지 않아도 모든 존재를 매혹하는 몽마의 정점.
“그래서. 마계 대공과 인간이 여기까지 무슨 일일까?”
서큐버스 퀸. 리리스.
바로 미궁 도시 주인의 정체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