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띠링.
[일정 격 이상의 강자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공간을 장악합니다.] [워프 계열 스킬의 발동이 불가능해집니다.]“윽?!”
워프 불가 판정 알림이라니.
이곳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서빙제인지 아니면 네불라인지 아직 확실하진 않았지만, 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방금 전에 싸움이 끝났다며? 그런데 이렇게 빨리?”
-워낙 최상위의 괴물이다 보니 이 정도 거리쯤은 순식간이라 이건가. 흠. 그게 아니면 워프일 가능성도 있겠군.
지금 그런 걸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도망칠 수 있을까?
공간 장악으로 인해 발라크의 워프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부수고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도망쳐야 한다는 소리인데…….
“주군! 퇴로가 막혔습니다!”
카르페 일행이 부수고 들어온 구멍은 어느새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큭. 돌아오자마자 바로 손을 쓴 건가? 다크 매터!”
콰아아앙!
카르페가 투명한 막을 향해 9성 스킬을 날렸으나 안타깝게도 방벽은 요지부동이었다. 카르페뿐만 아니라 성검과 성창, 발라크의 마법, 쿠리의 파이어 애로우 등이 전력으로 방벽을 두들겼으나 소용이 없었다.
쿠웅. 쿠우웅.
그러는 사이에도 괴물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나 빠르게 귀환했으면서 정작 이곳까지 오는 걸음은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다 잡아 놓은 물고기라서 급할 게 없다는 건가? 흥. 성격 고약한 놈일세.
“후. 도망친다는 선택지가 없어졌으니 남은 건 하나뿐이네요.”
도망칠 수 없다면 오직 싸울 뿐.
카르페는 극도로 긴장을 끌어올리며 원래의 입구 쪽을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서빙제와 네불라. 누가 이겼든 간에 죽도록 싸우긴 했을 거 아니에요.”
-그야 그렇겠지.
한쪽은 마계 최강의 악마조차 죽이지 못한 마수들의 지배자.
한쪽은 세계관 최강자의 너프 버전 강신체.
그런 괴물들이 죽자고 치고받았으니 이긴 쪽이라 한들 무사할 리가 없을 것이다.
“의외로 너덜너덜한 상태일 수도 있겠는데? 한번 싸워 볼 만한 거 아닐까요?”
-……진성 날먹러다운 발상이네. 여기서 막타각을 본다고? 그게 말이 되냐?
천마는 그런 형편 좋은 전개가 일어나겠냐고 카르페를 타박했지만…… 사실 그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보인 카르페의 행보 중에서 개연성이 박살 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란 말인가.
11성 배후령인 날먹신이 11성 스킬 날먹을 부여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천마는 정말로 기적의 막타충 날먹 엔딩이 일어나도 그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게 될 자신을 상상하곤 고개를 저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쉿. 거의 다 왔습니다.”
쿠웅.
모든 일행이 숨을 죽인 채로 입구 쪽을 바라봤다. 이제는 정말로 코앞이다.
‘……차라리 서빙제면 좋겠는데.’
그쪽은 그래도 대화의 여지라도 있다. 운만 조금 따라 준다면 좋게좋게 넘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만약 서빙제가 아닌 네불라라면…….
쿠웅!
“아.”
드디어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속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검은 안개에 휩싸여 있는 거대한 무언가.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란 빛을 내뿜는 두 개의 눈동자뿐이었다.
괴물의 정체는 서빙제가 아닌 대마수 네불라였다.
우우우웅.
자신의 침소로 돌아온 녀석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지긋이 침입자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르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현재 전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놈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후우. 한번 싸워 볼 만하기는 개뿔이.”
카르페의 예상대로 네불라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긴 했다.
처음 어둠 산에서 목격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저 검은색 안개의 크기가 무척이나 작아져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놈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얼음이 후두둑 후두둑 쏟아진다. 아마도 검은 안개 안쪽은 강력한 얼음에 당한 것이 확실해 보였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승산이 보이질 않았다.
대마수란 존재의 격은 현재의 카르페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을 만큼 아득했던 것이다.
[이것이 대마수…… 수많은 악마를 잡아먹은 최강의 마수인가!]그 발라크 역시 승산이 없음을 깨닫곤 탄식을 내뱉었다.
이렇게 된 이상, 죽음은 기정사실이다. 카르페는 오히려 차분해진 기분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명령을 했다.
“쿠리.”
“대마수…… 대마수 너무 무섭다요. 하지만 쿠리는 포기하지 않는…….”
“쿠리. 정신 차려.”
“쿠리?”
두려움에 덜덜 떨던 쿠리가 카르페의 말에 반응했다.
“쿠리. 지금부터 전투가 일어나면 넌 저 녀석이 들어왔던 입구로 최대한 도망쳐.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전력으로. 알겠지?”
“쿠리?! 카르페 님! 그게 무슨 소리다요! 쿠리도 싸울 수 있다요!”
“이건 명령이야. 이견은 받지 않겠어.”
카르페 본인은 죽음이 상관없었다.
라세는 게임이고, 플레이어는 되살아나면 그뿐이었으니까.
어차피 부활 포인트도 ‘룸’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묵향이나 다른 인형들 역시 마찬가지. 권속들도 HP가 0이 될 경우, 소멸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역소환될 뿐이었다.
하지만 쿠리는 그게 아니다.
부하이긴 하지만 카르페에게 귀속된 존재가 아니다 보니 역소환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아마 네불라에게 잡아먹힌다면…… 높은 확률로 소멸할 것이다. 그 상황만큼은 피해야 했다.
“발라크도 최대한 도와주고.”
[……흥. 상황이 더럽게 꼬였구나. 네놈. 계약이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하고 있겠지?]“그래. 알고 있다.”
그리고 권속과 쿠리의 반쯤 걸친 애매한 포지션이 바로 발라크였다.
발라크는 카르페에게 귀속된 존재는 아니었지만, 엘더 리치다 보니 기본적으로 불사다. 라이프 베슬이 깨지지 않는 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다만, 그 라이프 베슬은 현재 카르페의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라세의 시스템상, 플레이어가 사망할 시 일정 확률로 인벤토리의 아이템을 드랍하게 된다.
[이 몸의 라이프베슬이 네놈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순간, 라이프 베슬은 나의 보물고로 자동 이동하게 설정해 놓았다. 그 순간, 계약은 종료다.]발라크는 탐욕스러울망정, 멍청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마신의 계약을 진행할 때, 자신의 라이프 베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 놓았다. 물론, 쌍방동의가 이루어진 이야기다.
발라크가 카르페를 최대한으로 서포트해 주는 만큼, 카르페 역시 발라크의 라이프 베슬을 최대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마신의 계약은 그러한 계약이었다.
“죽는다고 꼭 라이프 베슬을 떨군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이래 봬도 운은 꽤 좋은 편이야.”
[흥. 그토록 저 털 뭉치 선배를 살리고 싶은가. 좋다. 네가 그렇다면 나로서도 불만은 없다. 오히려 환영이지.]“카르페 님! 안 된다요! 쿠리도 싸우겠다요. 쿠리는 동료를 버리는 비겁한 악마가 되고 싶지 않다요!”
“아니, 진짜 죽는 것도 아니라니까.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야.”
“그래도 안 되는 거다요!”
“이견은 안 받는다. 자, 준비해.”
“그렇습니다. 쿠리. 주군의 말을 따르십시오. 동료와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은 훌륭한 기사도의 표본입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군의 명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입니다.”
“뀨뀨뀨웃!”
“쿠리는…….”
우우우웅.
그 순간이었다.
카르페 일행이 쿠리 생존 작전을 짜고 있던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네불라가 드디어 움직였다.
“다들 준비! 온……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녀석은 일행에게 달려드는 대신,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뭉글뭉글.
놈을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 일부가 떨어져 나와, 손의 형태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검은 안개의 손은 슬금슬금 카르페 일행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쿠리가 있는 방향이었다.
“어…… 어?”
[……이건 도대체?]안개의 손을 공격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적의가 없었다.
아니, 적의가 없는 정도를 넘어 이건 이쪽이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쿠리도 싸우겠…… 쿠리?”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있던 쿠리는 그제야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검은 안개의 손을 알아챘다.
그리고 지척까지 다가온 안개의 손은 천천히 쿠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왜, 왠지 기분이 편안하다는 거다요…….”
안개의 손짓은 마치 극도로 소중한 것을 다루는 것마냥 조심스러웠다.
-이거, 설마…….
천마가 네불라와 쿠리, 그리고 벽화를 번갈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쪼개진 태양. 그리고 쪼개진 태양을 지키는 한 마리의 짐승. 기원을 알 수 없는 대마수. 그리고 해금으로도 못 푸는 봉인을 가진 존재…… 이거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거 같은데.
“……그러게요. 어쩐지 저도 대충 알 것 같은 기분이네요.”
우우우웅.
쿠리를 한참이나 쓰다듬던 검은 안개 손은 스르륵 네불라의 몸으로 회수되었다. 동시에 검은 안개에서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던 두 눈동자가 크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검은 안개가 일렁인다. 어쩐지 크게 기뻐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자신의 이해를 한참 벗어난 상황에 발라크가 혼란스러워하는 그때.
우우우우웅!
네불라를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가 돌연 확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뻗어 나온 검은 안개가 한쪽으로 향했다.
“아.”
카르페를 비롯한 다른 일행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검은 안개는 정확히 벽화를 향해 뻗어 나갔다.
그리고 벽화에 도착한 검은 안개가 스르륵 벽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드드드드!
그 순간, 벽화가 그려진 동굴 벽이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벽화의 동그란 형체가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하더니.
콰아아앙!
벽화가 박살 나면서 그 속에서부터 상자 하나가 굴러 나왔다.
띠링.
[특정 조건을 달성하여 히든 퀘스트 ‘대마수 네불라의 비원’이 클리어되었습니다.] [해당 퀘스트는 NPC에게 수주받지 않아도 조건을 달성하면 자동 클리어되는 히든 퀘스트입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연계 퀘스트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어?”
검은 안개는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러곤 정확하게 쿠리 앞에 내려다 놓았다.
그 순간, 네불라에게서 처음으로 이상한 효과음이 아닌 제대로 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대마수 네불라는 검은 안개와 함께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히든 퀘스트?”
-미치겠네. 이제 하다 하다 막타가 아니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날먹을 성공해 내네.
네불라가 사라진 자리에는 멍한 상태로 상황을 바라보는 일행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