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74)
74화
빠른 사냥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물음에 대해 ‘몹을 원킬할 수 있는 압도적인 위력의 스킬’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스킬을 연사할 수 있는 짧은 쿨타임과 넉넉한 MP 역시 대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미 갖춰진 상태라면?
카르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동습득(오토 루팅) 기능이야말로 빠른 사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아이템 줍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그 만큼 사냥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카르페는 굉장히 축복받았다.
“뀨뀨!”
“그래. 향아. 밖에 있는 아이템은 전부 수거했어?”
“뀨!”
“그래. 그래. 역시 향이가 최고라니까. 자, 여기 엘프의 숲에서 가져온 대왕 도토리.”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거해 주는 귀여운 펫!
라세의 모든 유저들이 바라마지않는 존재가 이미 카르페에게 있었다.
“수고 많았습니다, 향. 이번에도 멋지게 임무를 수행했군요.”
인형 모드 상태의 티나는 그렇게 말한 후 카르페의 가슴 쪽 주머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묵향에게 다가가 자그마한 도토리를 건넸다.
“역시 주군의 제1 기사다운 모습입니다. 여기 제 도토리도 받아 주시길.”
“뀨우우!”
카르페와 티나에게 도토리를 받은 묵향은 뀨웃! 하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도토리를 볼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티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런 묵향의 등에 올라탔다.
“주군. 그럼 저희는 따로 움직이며 적들을 소탕하겠습니다. 그 편이 효율적이겠지요. 미라쥬! 당신도 이쪽으로 오십시오.”
“우으…….”
티나의 호명에 티나가 있던 반대 쪽 주머니에서 새하얀 머리카락이 쏙! 튀어나왔다.
마찬가지로 인형 모드 상태인 미라쥬였다.
“티나아…… 난 싸움 싫은데…….”
“어리광은 통하지 않습니다. 미라쥬,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마스터어…….”
미라쥬는 도움을 원한다는 눈빛으로 카르페를 쳐다보았다.
미라쥬는 원래도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었지만 인형 모드로 바뀌니 그 귀여움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말았다.
어지간한 냉혈한이라도 입꼬리가 풀어질 수밖에 없는 모습에 카르페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싸움이 싫다는 데 어쩔 수 없지!
“아니…… 뭐, 굳이 직접 싸우지 않아도 내가 잡으면 경험치는 들어오잖아? 주머니 안에서 얌전히 있어도 괜찮…….”
“그럴 수는 없습니다, 주군. 저희는 언젠가 위신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게 될 터.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저와 향 그리고 미라쥬도 호흡을 맞춰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는데?”
하지만 카르페의 변호는 티나의 정론 앞에 무참히 박살 나고 말았다.
결국 미라쥬는 한숨을 포옥 쉬며 주머니에서 뛰어내렸다.
“티나는 너무 고지식해.”
“고지식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이것은 옳고 효율적인 길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고지식하다구우.”
미라쥬가 투덜거리며 묵향에게로 다가갔다. 묵향의 등에는 이미 티나가 타고 있어서 두 명을 태우기에는 조금 좁았지만.
“뀨뀨!”
묵향이 ‘거대화’ 스킬로 사이즈를 조금 더 키우자 두 명이 탈 만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티나는 미라쥬가 묵향의 등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응. 티나들도 조심하고. 위험하면 바로 룸으로 돌아가.”
“염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향. 출발하도록 하죠.”
“뀨우우~”
카르페는 쪼르르 달려가는 묵향과 인형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 쟤들은 왜 이렇게 귀여울까요?”
-쯔쯔. 팔불출 같으니라고.
“이게 육아의 즐거움인가…….”
카르페. 23세.
조금 이른 나이에 아버지의 즐거움을 깨닫고 만 순간이었다.
-어? 야, 조심…….
퍽!
[어둠에 홀린 바람의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 너 수준에 여긴 너무 쉽지.
“그런데 생각보다는 인원이 그렇게 많진 않네요.”
카르페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바람의 정령을 가볍게 쓰러뜨리곤 그렇게 중얼거렸다.
동굴로 들어가면 KD 길드원들이 끝도 없이 몰려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가끔가다가 서너 명 정도가 뭉쳐서 덤벼들 뿐이었다.
“진짜 1 대 100도 각오하고 들어왔는데 영 싱겁네.”
-그야 어쩔 수 없지. 이 레벨대 길드라고 해 봐야, 한계 수용 인원이 150명 정도밖에 안 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길드를 창설한다고 해서 길드원을 무한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요? 그럼 10대 길드라고 해도 인원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건가?”
-그건 아냐. 길드장의 레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거든.
길드장의 레벨에 따라서 최대 수용 인원이 정해지는데 50레벨 미만에서는 150명, 50레벨 이상이 되면 300명, 100레벨이 넘어가면 500명까지 길드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길드장이 레벨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바로 길드가 확장되는 건 아냐. 길드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지. 뭐, 그리 어려운 건 아니라서 대부분 클리어하지만.
“흐음. 은근히 까다롭네. 그럼 10대 길드는 500명짜리……는 아니겠구나. 그런 500명 규모의 길드가 여러 개 연합한 구조겠네요.”
-그래. 역시 게임을 많이 해 봐서 그런지 그런 쪽 눈치는 빠르구만.
길드장이 속해 있는 중심 길드와 간부들이 운영하는 산하 길드들.
총 인원을 합친다면 수천 명은 당연히 넘었고, 기본이 만 단위였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 쪽 10대 길드의 인원은 수십만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라세 유저 수가 1억이 넘는 중국이었기에 가능한 어처구니없는 숫자였다.
-지금 삼x전자 국내 직원 수가 15만 명쯤 되나? 뭐, 10대 길드쯤 되면 잘나가는 대기업이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그리고 그 10대 길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산하 길드를 빠른 속도로 늘려 가고 있었고, 10대 길드는 이미 하나의 거대 기업이라 해도 무방했다.
“스케일 참…… 진짜 다른 세상 이야기네.”
-지금이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놈들과 더 자주 맞닥뜨리게 될 거다. 어쩌면 이 KD라는 길드도 10대 길드의 끄트머리쯤 되는 산하 길드일 수도 있고.
“그 말을 들으니까 더욱더 열심히 깽판치고 싶어지네요.”
아무튼 그런 인원 제한 시스템 때문에 이 레벨대의 길드는 최고 150명밖에 수용할 수 없었고, KD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지. 24시간 풀 접속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2교대 내지는 3교대는 해야지. 지금 접속한 놈들은 많아야 70명쯤 아닐까?
“흠. 하긴 그렇겠네요.”
그걸 감안하더라도 인원이 적은 거 같긴 했지만…… 혹시 다른 쪽으로 무슨 일이 터진 것일지도 몰랐다.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던전을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KD의 급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무작정 달려들었던 기존과 달리 나름대로 머리를 쓴 전략을 가지고 왔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이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전 회차 캐릭으로 한가락 했던 놈인가 본데…… 넌 잘못 걸렸다.”
“하여간 정의의 사도 병에 걸린 놈이 꼭 있다니까. 얌전히 지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삼류 엑스트라 같은 대사와 함께 네 명의 KD 길드원이 달려들었다.
그들 등 뒤로 수십 마리의 바람의 정령을 대동한 채로 말이다.
-아하. 몹 드랍 PK구만. 하긴, 바람 동굴 던전은 텔레포트와 워프 불가 지역이니까 가능하겠군.
몹 드랍 PK.
일명 ‘몹 붙이기’라고 불리는 이 행위는 RPG를 제법 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PK 수법 중 하나다.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일단 유저 몇 명이 ‘선공’ 몬스터 수십 마리의 어그로를 끈 후, 그 몬스터를 타겟 유저에게로 살살 유인한다.
그리고 그 유저 앞에서 단체로 귀환 주문서나 텔레포트를 사용해 사라진다.
자연히 선공 몬스터는 남아 있는 타겟 유저에게 어그로가 쏠리게 되고, 수십 마리나 되는 몬스터의 합공을 버티지 못한 유저는 몬스터에게 죽고 마는 것이다.
‘흐음. 고전적인 수법이네요. 그런데 지들은 어떻게 도망치려고? 텔레포트 불가가 나한테만 적용되는 건 아닐 텐데.’
-꼭 텔레포트를 쓸 필요는 없지. 몬스터의 인식에서만 벗어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천마의 말대로, KD 길드원들이 단체로 스킬을 사용했다.
“클로킹!”
“하이딩!”
저마다 보유한 은신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그들을 따라오던 바람의 정령들은 어그로를 끌던 유저가 사라지자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근처에 있는 카르페를 새로운 타겟으로 인식하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네.”
놈들의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이런 수십 마리의 대규모 몬스터 군단을 타이밍 맞게 동시에 끌고 오는 건 보통 연습으로 될 게 아니었다.
이놈들이 얼마나 많은 유저를 이 수법으로 유저들을 죽여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놈들은 이번에도 완벽하게 그 임무를 수행해 내고야 말았다.
“진짜 착한 놈들이라니까. 찾아다니지 말라고 이렇게 몹 배달도 해 주고.”
물론,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카르페가 아니었다면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카르페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수십 마리의 바람의 정령을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영구동토!”
쩌저적-!
얼음의 파도가 몬스터의 군단을 덮치기 시작했다.
9성 스킬, 100이 넘는 마력 수치, 그리고 얼음 속성 스킬에 추가 데미지와 효과를 부여하는 레전더리 아이템 ‘얼어붙은 속박 고리.’
이 세 가지의 조합을 40레벨 대의 몬스터가 버텨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수십 마리의 바람의 정령이 그대로 얼음에 쓸려 나가며 카르페의 경험치가 되었다.
[어둠에 홀린 바람의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어둠에 홀린 바람의 정령을 처치…….].
.
.
[어둠에 홀린 바람의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부여됩니다!]어찌나 몬스터가 많았는지 이번 한 방으로 레벨이 올라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영구동토는 상대의 은신 여부를 가리지 않았으니까.
“이런 미친! 저 새끼 도대체 정체가 뭐야?!”
“크억! 이건 뼛속까지 시리다!”
“안 돼! 나 이번에 죽으면 데스 페널티 중첩…….”
몬스터와 카르페 사이에 은신으로 숨어 있던 KD 길드원들도 영구동토 한 방에 모조리 쓸려나가고 말았다.
“아, 시원하다. 역시 광역 스킬이 최고라니까!”
-안타깝네. 하는 짓 보면 저놈들도 충분히 닳고 닳은 놈들인데……. 설마 이런 미친 괴물이 쳐들어올지는 꿈에도 몰랐겠지.
“이래서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겁니다. 악하게 살면 언젠가 천벌 맞는 거지. 불지옥 가는 거야.”
물론, 이 경우는 불지옥이 아니라 얼음지옥이었지만 말이다.
영구동토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무수히 많은 전리품들이 남아 있었다.
“자, 향아. 아이템 수거…… 아, 지금 없지 참.”
-뭐, 뀨뀨는 다른 곳에서 한창 아이템 수거하고 있겠지. 너만큼은 아니지만 걔들도 충분히 강하니까.
“그렇겠죠? 어?”
카르페가 아이템을 줍는 도중 고개를 돌렸다.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입구 쪽과 정반대의 던전 심처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흐음. 이 앞쪽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는 모양인데요? KD가 몬스터 잡고 있나?”
-설마, 그럴 리가. 지금 너 때문에 구역이 개박살 나고 있는 중인데 태평하게 사냥이나 하고 있다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 없지.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럼 이 소리는 뭐지?
설마 티나들과 KD가 붙었나 싶었지만, 그쪽은 티나가 달려간 방향과도 또 달랐다.
카르페는 아이템을 전부 수거한 후, 소리가 난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엥? 저거 설마?”
-와, 이 타이밍에?
조금도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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