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뭐가 되게 많이 뜨네.”
40레벨을 달성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창을 토해내는 통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지러워질 지경이었다.
카르페는 알림창을 하나하나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40레벨이네요. 생각보다 훨씬 빨랐네.”
-그렇군. 하루 정도는 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저 크로알이라는 악마가 경험치 덩어리인가 보네.
“크으. 이 맛에 권속 키우나 봅니다.”
사실 카르페는 네크로맨서나 테이머처럼 뒤에서 구경만 하는 직업을 도대체 무슨 재미로 하나 싶었는데, 이게 직접 체감해 보니 나름의 맛이 있었다.
자신은 뒤에서 편안하게 관람을 즐기는 동안 권속들이 알아서 아이템과 경험치를 바친다.
날먹.
압도적인 날먹 맛!
너무 달달해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그런 맛이었다.
게다가 쑥쑥 커 가는 권속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뿌듯해지는 묘한 달성감까지 있었다.
역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주군.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선장군의 늠름한 귀환!
전투한 격렬함 때문일까.
평소의 새하얀 얼굴과 달리, 살짝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티나의 얼굴에 생동감을 한층 더해 줬다.
-야,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냐? 호문쿨루스 인형이라며? 볼이 상기된다는 건 혈액이 돈다는 건데 인형에 피가 있을 리가…….
‘아, 이 형은 또 산통 깨는 소리 하네. 제발 판타지에 과학 좀 들이밀지 마요.’
카르페는 천마의 멋없는 말을 뒤로한 채 티나의 승리를 축하했다.
“역시 티나야. 수고 많았어.”
“티나…… 멋있어. 대단해. 한 대도 안 맞았어.”
“뀨뀨!”
카르페를 비롯한 다른 권속들의 칭찬에 티나의 볼이 살짝 더 빨개진 듯했다.
그녀는 크흠! 한 차례 헛기침을 한 후에 카르페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군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주군, 적을 쓰러뜨린 후 획득한 전리품입니다.”
티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페에게 동그란 메달 같은 것을 내밀었다.
띠링.
[악마의 증표] [등급 : 유니크] [분류 : 특수 아이템] [악마를 쓰러뜨리면 얻을 수 있는 증표입니다. 악마의 존재는 인류에게 큰 위협입니다. 높은 관리에게 보여 주면 공로로 인정받아 보상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어? 특수 아이템?”
-아까 말했었지? 미래에 악마 잡는 이벤트가 있다고. 그때 이벤트 보상이 저 증표를 얼마나 모았는가로 결정된다.
“아하.”
-지금은 너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이니까, 설명에 나와 있는 대로 꽤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일단 마을부터 한번 들러야겠네.”
아쉽게도 크로알이라는 악마가 남기고 간 드랍템은 그것뿐이었다.
아마 경험치가 더럽게 많은 대신 드랍템은 없는 몬스터인 듯했다.
“강한 상대였습니다. 아마 본래의 힘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나타났다면 저도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너프 상태로 넘어온 거였지 참.”
마핵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넘어왔기에 악마는 능력치 페널티를 대폭으로 먹은 상태였다.
카르페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보았다.
불길한 기운을 내뿜으며 검게 빛나고 있는 마핵(魔核).
“파이어 애로우.”
쾅-!
카르페가 쏜 불꽃의 화살이 그대로 마핵을 부쉈다.
애초에 내구도가 그리 강한 물건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카르페의 공격력이 말이 안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마핵은 아주 손쉽게 부서졌다.
[마핵이 파괴되었습니다.] [던전이 클리어됩니다. 5초 후 원래의 장소로 이동됩니다.]그렇게 5초의 시간이 지나자 카르페는 다시 바람 동굴로 귀환할 수 있었다.
[아! 무사히 돌아오셨군요!]그리고 바람의 중급 정령 실피루아네가 카르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사라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뭘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렵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카르페는 그저 구경만 했다.
[이로써 더 이상의 악화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악마를 물리치고 마핵을 부숨으로써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오면 좋았겠지만, 이미 흘러나온 마기까지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짙게 깔린 마기는 새롭게 탄생할 바람의 정령에게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번 오염된 자연이 복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법이랍니다. 이는 세월이 해결해 줄 수밖에 없겠지요.]“그럼 지금까지랑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는 거 같은데요.”
[아닙니다. 더 이상의 악화를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런가요…….”
카르페는 조금 아쉬운 결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는 게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유저 개인이 퀘스틀 클리어했다고 해서 던전이 정화되어 없어지면 다른 유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적어도 바람 동굴 던전은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그래, 어둠에 홀린 정령들은 유지되어야지. 루아나의 명물 바람 셋을 더 이상 못 구하게 되면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하겠냐.
‘……그러고 보니 저도 못 구했네요.’
평소 카르페의 운빨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카르페는 던전에 입성한 이후로 단 한 피스의 바람 셋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바람의 정령도 적잖이 잡았고, 결정적으로 바람 셋을 끼고 있는 KD 길드원들도 여럿 잡았지만 단 한 피스의 바람 셋도 얻을 수 없었다.
물론 KD 놈들은 바람 셋보다 상위 등급인 히어로 등급의 물건을 제법 떨구긴 했지만, 아무튼 바람 셋만은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세 피스 정도는 맞추고 싶었는데 어째 하나도 안 나오지? 이게 게임이냐!’
-운빨똥망겜이 다 그렇지 뭐. 되는 놈은 한 마리만 잡아도 툭 떨어지고 안 되는 놈은 몇천 마리를 잡아도 못 먹는…… 그런 게임이지.
‘바람의 정수도 별로 못 먹었는데…… 쓰읍. 어쩌지. 조금 더 잡아 봐야 하나.’
카르페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실피루아네가 카르페에게로 다가와 다시 감사를 표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부디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그 말과 동시에 떠오르는 퀘스트 클리어의 알림!
[‘실피루아네의 부탁’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바람의 정수 x100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어?”
-……미친. 다섯 피스 다 만들고도 남겠네. 게다가 레벨 업? 레벨 업한 지 5분도 안 됐잖아!
돈벼락이 아닌 바람정수벼락과 경험치 벼락을 맞은 카르페는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뇨. 아주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부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
실피루아네는 카르페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
그녀 자신은 중급 정령이기에 어느 정도 마기에 노출되어도 괜찮으나, 그래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람 동굴을 떠난다는 모양이었다.
“흐음. 그럼 이 던전은 이제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던전이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닐걸. 어둠에 홀린 하급 정령 중에 돌연변이가 나타나서 보스가 되거나 하는 식이겠지. 어떻게든 굴러갈 거다.
“그렇구나.”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표로 했던 레벨 40을 달성했으니 이제 돌아갈 일만 남은 상태였지만, 카르페는 루아나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동굴을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KD와의 적대 시스템이 아직 풀리지 않았으니까.
시스템적으로 카르페와 KD는 여전히 전쟁 중이었고, 선빵을 친 KD는 카르페에게 죽으면 아이템을 드랍하게 되어 있었다.
“뽑아 먹을 건 싹 다 뽑아 먹어야지.”
카르페는 다시 KD 사냥에 나섰다. 이번에도 내분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할 생각이었으나.
“흐흐. 이번에는 훨씬 더 퀄리티 있게 가야죠.”
“……마스터? 왜 날 쳐다봐?”
“미라쥬. 너만 믿을게.”
그렇게 약 30분쯤 지났다.
“죽어라!”
“크아악! 칼슨 네놈이 어째서 나를!”
“예전부터 네 녀석이 맘에 안 들었어!”
칼슨이라고 불린 남자가 던전에 있는 마지막 KD 길드원을 쓰러뜨렸고, 쓰러진 남자는 같은 길드원이 배신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사라졌다.
“후우. 이걸로 전부 끝인가?”
“그래. 고생 많았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칼슨이라 불린 남자는 칼슨이 아닌, 도플갱어의 능력으로 변신한 미라쥬였다.
그녀는 곧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카르페에게 달라붙었다.
“피곤해.”
“그래. 이제부터는 푹 쉬자. 주머니 안에 들어갈래?”
“응…… 그럴래.”
그녀는 인형 모드로 모습을 바꾼 후 카르페의 로브 주머니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후우. 이제 진짜 끝이네. 이 정도 해 놨으면 이제 재결합은 꿈도 못 꾸겠지.”
-……악랄한 놈. 이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정의집행! 이로써 거대한 악은 사라졌다. 세상에 다시 한번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주군. 너무나 옳으신 행보입니다. 충심으로 따르겠습니다.”
-……주종이 쌍으로 미쳐가지고는. 어휴.
천마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르페는 동굴 밖으로 나왔고.
“엥?”
-응?
동굴 입구에서 서로 편을 갈라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는 두 무리를 마주했다.
“죽어라! 이 비겁한 놈들!”
“누가 할 소릴! 우린 노예가 되지 않는다! 바람 동굴은 라세 유저 모두의 것이다!”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마!”
두 무리 모두 너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터라 카르페가 동굴에서 나와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카르페는 그저 여기가 정말 PK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귀환 주문서를 발동했다.
[루아나로 이동합니다.]주문서를 발동하자 카르페는 순식간에 루아나의 중앙 지역에 도착해 있었다.
-나쁘지 않은 여정이었군. 자, 그럼 지금부터 뭘 할 거야?
“할 건 정해져 있죠. 순서의 문제이지.”
바람의 정수를 구해 왔으니 대장장이 지크를 찾아가서 퀘스트를 완료하고, 40레벨을 달성했으니 직업 퀘스트도 갱신해야 했다.
그리고 바람 동굴에서 얻은 악마의 증표도 보여 줘야 했고.
-그래서 결론은?
“악마의 증표부터 해결하죠.”
딱히 큰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지금 카르페가 있는 장소에서 루아나의 영주성이 아주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루아나의 중앙 지구에 위치한 영주성은 그 외에 별다른 시설은 없는 장소였다.
카르페가 영주성 앞으로 걸어가자 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가 카르페를 제지했다.
“정지. 이곳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이방인이여. 무슨 볼일인가?”
“이곳의 영주님께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어림없는 소리다. 영주님께서는 공사가 다망하신 분. 만나 뵙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럼 이것 좀 봐주실래요?”
카르페가 악마의 증표를 꺼내 내민 그 순간이었다.
이놈이 도대체 무슨 수작질인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던 문지기의 안색이 급변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바로 사람을 모셔오겠습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