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83)
83화
하피 계곡에 도착한 카르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산하네요.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사냥터 중 제일 널널하네.”
-루아나 인근에서 제일 인기 없는 사냥터이긴 하지.
“왜요? 경험치나 드랍템 같은 게 별론가?”
-딱히 그런 건 아냐. 동레벨 대의 다른 사냥터랑 비슷한 수준이다.
인기가 없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사냥 난이도가 동레벨의 다른 몬스터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으니까.
-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날아다니잖아. 저놈들 허공에 떠오르는 순간 근접캐 대부분은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지.
하피도 싸우려면 접근해야 하긴 했지만, 놈들은 싸우다 HP가 떨어지면 언제든 하늘로 도망칠 수 있었다.
HP가 회복되면 다시 접근하든가, 아니면 아예 딴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유저 입장에서는 시간 낭비, 힘 낭비가 되는 셈이니 당연히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흐음.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어야겠네. 활이라든가, 마법이라든가.”
-그렇지. 그런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아.
하피란 것들은 기본적으로 비행 몬스터다 보니 속도가 빠르고 회피력도 좋았다.
때문에 상당한 스텟을 손재주에 투자하지 않는 이상, 궁수나 마법사 직업이라 하더라도 명중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지능은 교활해서 탱커보다 파티의 원거리 딜러나 힐러를 먼저 공격하지. 여러모로 까다로운 몬스터야.
한마디로 짜증 나는 패턴은 전부 들고 있는 몬스터라는 소리였다.
“확실히 그 정도면 사람이 없을 만도 하네요.”
-개고생하면서 잡아 봤자 특별히 보상이 좋은 것도 아니니까. 그럴 바엔 사람 좀 붐비더라도 쉬운 몬스터를 잡는 게 낫겠다 싶은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저가 아예 없진 않았다.
“내려옵니다. 준비하세요!”
“넵. 스킬 대기 중.”
하피가 까다로운 몬스터이긴 했지만,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파티는 한산한 사냥터를 즐기고 있었다.
“왔다! 지금!”
“합! 인탱글(Entangle)!”
촤르륵!
마법사로 보이는 파티원이 스킬을 발동하자, 땅에서 나무 덩굴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하피를 옭아맸다.
“지금입니다! 조져요!”
“죽어라!”
마법사의 인탱글 스킬이 제대로 들어가자 파티원들의 무자비한 다굴이 이뤄졌고.
“키에엑-!”
회피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방어력이 부족한 하피는 그대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휴우. 이번에도 깔끔하게 처리했네요.”
“이게 다 스완 님의 포박 스킬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포박 계열 스킬을 익히신 분은 많지 않은데…… 덕분에 편하게 사냥합니다.”
“에이. 아니에요. 파티원 분들께서 전부 잘해 주신 덕분이죠.”
“크으. 급조된 파티가 이렇게 합이 잘 맞긴 힘든데. 친구 추가하실래요? 솔직히 이 레벨 구간에선 저희가 제일 성장 빠를 듯.”
깔끔하게 하피 한 마리를 정리한 파티는 하하 호호 웃으며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포박류 스킬만 있으면 헬 사냥터가 꿀 사냥터로 변한다는 이야기지. 뭐, 그렇다고 꼭 포박류 스킬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그때였다.
“키엑-!”
허공을 배회하던 한 마리의 하피가 카르페를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찢어지는 듯한 괴성과 함께 커다란 새의 발톱이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휙.
카르페는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하피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질 한 방이 그대로 하피의 복부에 꽂혔다.
퍼억-!
마치 북이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하피는 무서운 속도로 튕겨 나갔고.
근처 바위에 처박힌 후 서서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사라졌다.
아주 깔끔한 일격사였다.
-……하피가 공중에 뜨기 전에 딜로 찍어 누르면 아주 쉽지.
“그러게요. 참 쉽네.”
카르페는 어딘가의 화가 아저씨가 떠오를 듯한 말과 함께 하피가 사라진 자리를 살폈다.
별다른 아이템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일반 몬스터는 덤벼드는 것만 처리하고 보스만 빠르게 잡아야겠네요. 어디 보자. 보스 몬스터의 위치가…… 아, 저쪽인가.”
카르페는 FB 레이더를 사용해서 보스 몬스터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런 카르페의 행동을 예의 파티가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
“……이 레벨 구간에서 두 번째로 성장 빠르다고 치죠.”
“마, 맞아. 2등도 잘한 거야!”
카르페가 또 의도치 않게 유저들의 의욕을 꺾고 말았다.
* * *
“저거구나.”
흰색의 날개를 가진 일반 하피들과 달리 칠흑 같은 검은 날개를 지닌 하피 한 마리.
보스 몬스터 ‘하피 퀸’은 계곡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날개 색을 제외하고는 다른 하피와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실제로도 큰 차이는 없어. 일반 하피보다 훨씬 튼튼하고 빠르다는 것 정도? 아, 그리고 쟤는 마법도 조금 쓴다.
“그 정도면 차이 큰 거 같은데…….”
-어차피 네 손에 일방적으로 쥐어터진다는 결말은 같잖아.
“그거야 싸우기 전에는 모르는 거죠. 그나저나 보스 몬스터 주변인데도 유저가 한 명도 없네.”
그래도 필드 보스쯤 되면 어떻게라도 레이드를 시도하는 파티가 있기 마련인데, 하피 퀸은 그런 유저가 아예 존재하질 않았다.
그만큼 까다로운 몬스터라는 방증이었다.
-보스 몬스터쯤 되면 웬만한 포박 스킬은 걸어도 쉽게 풀어 버리지. 적어도 7성 이상은 돼야 묶어 볼 만해.
게다가 공격력은 다른 보스에 비해서도 센 편이고, 회피도 잘했다.
그런 주제에 보상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라서 대부분의 유저가 쳐다보지도 않는 방치 보스가 되고 만 것이다.
라세의 모든 보스 몬스터를 통 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인기가 없는 보스였다.
“저한텐 잘된 일이네요.”
적어도 다른 유저의 방해가 들어올 걱정은 없었으니까.
카르페는 고고하게 날아다니는 하피 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이어 애로우.”
한 줄기 불화살이 하피 퀸을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응?]하지만 카르페의 마법이 하피 퀸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피 퀸은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불화살을 알아채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 피해냈다.
[인간?]하피 퀸은 흥미롭다는 듯 카르페를 쳐다보았다.
울음소리를 내던 하피와 달리 명백한 인간의 언어를 구사했다. 지성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맛있겠다. 먹을 거야.]그러나 지성보다는 동물로서의 본능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말투였다.
하피 퀸은 카르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레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스트라이킹, 헤이스트.”
카르페가 스스로에게 버프를 부여한 그 순간.
[머리. 뽑을 거야.]하피 퀸은 커다란 새의 발로 카르페의 머리를 움켜쥐려고 했다.
하지만.
“하압!”
카르페는 회피 대신 빠르게 주먹을 뻗었고 하피 퀸의 발과 카르페의 건틀릿이 정확하게 충돌했다.
쾅-!
필드 보스와 일개 유저의 평타 대결.
다른 유저였다면 십 중 십 튕겨 날아갈 상황이었지만.
[악! 아파!]결과는 정반대였다.
카르페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피 퀸이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고통이 밀려오자 당황하며 몸을 빼려 했으나.
“어딜!”
카르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양손으로 하피 퀸의 발목을 덥석 잡아챈 후.
후웅!
그대로 전력으로 휘둘러서 땅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카아악!]콰앙!
바닥이 깨지면서 돌가루가 튀어 올랐다. 하피 퀸의 머리와 땅바닥이 정통으로 충돌한 것이다.
[급소에 강력한 일격이 적중했습니다. 하피 퀸이 1초 동안 스턴에 빠집니다.]퍼버버벅-!
카르페는 그 1초의 시간 동안 총 여섯 번의 주먹을 때려 박았고.
[+12 권마 카르페에 지정된 마법 ‘윈드 커터’가 발동됩니다.] [대상의 마법, 속성 방어력의 50%를 무시합니다.]건틀릿에 내장된 히트 스펠이 터지면서 윈드 커터가 하피 퀸의 몸을 강타했다.
하피 퀸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다른 인간들이 단체로 덤빌 때도 이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는데!
눈앞의 인간은 자신의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었다.
[이익!]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저력이 있었다. 스턴 시간이 끝나자마자 정신을 차린 하피 퀸은 카르페에게 마법을 발동했다.
7성 스킬 ‘페서네이션(Fascination)’.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매혹 스킬이었다.
[넌 이제 내 먹이야. 고통스럽게 뜯어먹어 줄 거야.]하피의 여왕으로서 다른 하피와 차별화된 그녀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스킬이었지만.
[해금이 발동합니다.] [상태 이상 ‘매혹’이 해제됩니다!]상대가 너무 나빴다. 카르페에게는 그 어떤 상태 이상도 해제할 수 있는 최강의 스킬이 있었으니까.
챙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피 퀸의 스킬이 그대로 박살 나 버리고 말았다.
[어, 어떻게?]“그냥 그런 체질이야. 타고났어.”
“응.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퍼버버벅-!
[아아악!!]또 이어지는 무차별 구타에 하피 퀸이 비명을 질렀다.
이제 하피 퀸의 뇌리에는 오직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도망.
이건 절대로 먹이가 아니다. 지금 당장 이 괴물로부터 도망가야 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이 인간이야말로 보스 몬스터 같은 존재였다.
하피 퀸은 도망을 결심한 그 순간, 날개를 펼치려 했으나.
“영구동토!”
쩌저적!
얼음의 파도가 그대로 하피 퀸의 다리를 얼려 버렸다.
7성 속박 스킬도 그리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보스 몬스터였지만, 안타깝게도 영구동토는 빙 계열 최강의 9성 스킬이었다.
하피 퀸은 동빙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게다가 레전더리 반지 ‘얼어붙은 속박 고리’의 효과로 동빙, 속박이 2배로 지속되는 상황!
처음의 1초 스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 카르페에게 주어지고 말았다.
카르페는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신 후.
“하압!”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난타를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벅-!
[+12 권마 카르페에 지정된 마법 ‘윈드 커터’가 발동됩니다.] [대상의 마법, 속성 방어력의 50%를 무시합니다.] [윈드 커터가 발동…….] [스스로에게 힐이 발동합니다.]때리는 횟수와 비례한 히트 스펠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거기에 영구동토의 도트 데미지까지 더해지자 하피 퀸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를 수가 없었다.
드래곤의 눈이 보여 주는 HP 수치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HP 80%…… 65%…… 45%…… 24%…… 18%]죽는다.
이대로는 확실히 죽고 만다.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압도적인 죽음의 공포 때문이었을까.
하피 퀸은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날카로운 날개를 휘둘러서.
그대로 자신의 얼어붙은 양다리를 절단했다.
파삭! 소리와 함께 얼음에서 해방된 그녀가 필사의 날갯짓을 펼쳤다.
그리고 떠오르는 몸.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니, 괴물 같은 인간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살았다.
두 다리는 잃었지만 생명을 잃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안도감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이대로 저 멀리 날아가 버리자고 생각하며 날개에 힘을 주려는 그 순간이었다.
[응?]미묘하게 오른쪽 날개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하피 퀸이 고개를 돌려 오른쪽 날개를 쳐다보았고.
“뀨?”
오른쪽 날개 위에 검은색 다람쥐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걸 확인했다.
하피 퀸으로서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뭐지?
어째서 저런 게 내 날개 위에?
도대체 어느 틈에?
그런 의문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안타깝게도 그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키에에에엑!!]하피 퀸은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다람쥐는 사라지고 그 대신, 괴물 같은 인간이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그녀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었지만, 사용자와 권속의 위치를 바꾸는 ‘캐슬링’이 발동한 것이었다.
“잡아먹겠다고 할 땐 언제고, 어딜 도망가?”
뿌득!
카르페는 날개에 달라붙은 그 상태에서 그대로 날개를 부러뜨렸다.
날개가 기능을 잃어버리자 하피 퀸과 카르페는 속절없이 땅을 향해 떨어졌고.
쿠웅-!
카르페는 그녀를 쿠션 삼아 땅바닥에 무사히 착지했다.
[필드 보스 ‘하피 퀸’을 쓰러뜨리셨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퀘스트 아이템 ‘바람의 깃털’을 획득하셨습니다.]카르페가 다시 한번 솔로 레이드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