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낙뎀이 생각보다 상당한데.”
HP를 확인하자 약 10% 정도가 증발했다.
그리 높은 곳도 아니었고, 하피 퀸을 쿠션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카르페는 웬만하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건 삼가자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바로 잡아 버렸네. 빈사로 만든 다음에 설득할 줄 알았더니.
원래 계획대로라면 죽기 직전까지 패 놓고 ‘이대로 죽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갈래?’라는 기품 넘치고 신사적인 멘트로 설득할 예정이었지만, 카르페는 그대로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려 버렸던 것이다.
“맘이 바뀌었어요. 직접 싸워 보니까 영 애매하네.”
카르페가 기대한 것은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해 적용할 수 있는 AI지, 이런 야생 짐승 같은 NPC가 아니었다.
“이거보다는 훨씬 똑똑해야 하는데. 성격도 좋으면 금상첨화고.”
-흐음. 그런 몬스터가 있기야 하지. 고렙존에서나 등장한다는 게 문제지만.
그렇다고 고렙을 찍을 때까지 유물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적당히 타협을 봐야 하는데…….
“찾다 찾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죠. 진짜 그 타협조차 안 되면 데스천마 출동하는 거고.”
-……꼭 한번 찾아보마. 저렙이라도 히든 보스나 이벤트 보스 같은 경우는 지능이 뛰어난 경우도 많으니까.
“그러게요. 서빙제의 파편 같은 몬스터가 있으면 딱…… 어?”
생각해 보면 카르페는 지금까지 두 번의 이벤트 보스를 만난 적 있었다.
광신도 프리스트인 마이나데스.
그리고 엘프의 숲에서 만난 서빙제의 파편.
두 보스 모두 아주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하나의 공통점이 더 있었다.
바로 마도왕의 유물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미친 듯이 강한 이벤트 보스가.”
드렉은 왕성 지하 안전한 장소에 유물이 보관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했지만, 카르페는 그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겪어 본 바, 라세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유저의 예상을 깨는 데 능통한 게임이었으니까.
-아주 바람직한 태도야. 라세 이 정신 나간 놈들은 믿으면 안 돼. 내가 10년 동안 이놈들에게 맞은 통수만 수십 번이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해.
그리고 그런 통수(맞기)전문가인 천마의 시선으로 보건대, 카르페의 의심은 충분히 합당했다.
“그럼 중간에 이벤트 보스 나오면 그걸 어떻게든 해 봐야겠네요.”
-그래. 내 생각에도 그게 베스트 같다. 그래도 100%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차선도 생각해 놓고.
“물론이죠.”
이로써 다음 행선지는 유물이 봉인되어 있는 ‘라마르크 왕국’으로 정해진 셈이었다.
“거기로 가면 뭐가 진행돼도 진행 되겠지.”
-흐음. 레벨 40대에 루아나 졸업이라…….
“어? 왜요? 설마 다른 지역으로 가는 데 레벨 제한 같은 거 있어요?”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지역으로 올 수 없듯이, 혹시 그 반대도 적용되는 것인가?
-그런 건 아냐. 가는 데는 아무 제한도 없어. 다만, 타이밍이 좀 이르긴 한데…… 뭐, 너라면 상관없겠지.
대부분의 라세 유저들은 루아나 인근 지역에서 레벨 50을 찍는다.
그리고 50레벨에 수행할 수 있는 2차 전직 퀘스트를 마친 후에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일종의 국룰이었다.
“왜요?”
-루아나 지역을 벗어나는 순간 난이도가 폭증하니까. 2차 전직은 해야 그래도 사냥할 만해.
괜히 커뮤니티에서 2차 전직을 해야 ‘뉴비 탈출’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2차 전직을 마치는 순간 HP/MP가 대폭 증가하고, 1차 전직 때와 마찬가지로 직업 스킬 몇 가지를 얻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투력도 대폭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뻥튀기된 전투력을 가지고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2차 전직 이전에 루아나를 벗어난다? 그건 그냥 자살 행위야. 매우 희소한 케이스 빼고는 없는 일이지.
그리고 카르페가 바로 그 매우 희소한 케이스에 해당됐다.
2차 전직으로 인한 HP/MP 폭증? 새로운 직업 스킬?
그런 걸 얻지 않은 상태에서도 카르페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강했다.
‘규격 외’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단어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2차 전직이고 나발이고, 네 전투력이면 차고 넘친다. 바로 넘어가도 괜찮아.
“좋아. 그럼 빨리 남은 것들 해결해야겠네요. 일단은 뒷정리부터.”
카르페는 하피 퀸이 사라진 자리를 살펴보았고, 거기에는 하나의 아이템이 떨어져 있었다.
띠링.
[폭풍의 스카프] [등급 : 히어로] [분류 : 펫 장비] [장착 제한 : 야수형 펫] [멋진 스카프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펫에게 멋짐을 선물하세요. 바람이 불면 더욱 멋지게 휘날립니다.]– 추가 옵션 1 : 바람, 번개 속성의 스킬 사용 시 효과 10% 증가
– 추가 옵션 2 : 바람, 번개 속성에 대한 스킬 내성 10% 증가
“오? 펫 장비?”
설마 이런 게 드랍될 줄은 몰랐기에 카르페는 깜짝 놀랐다.
-운이 좋군. 펫 장비는 드랍률이 낮은 게 대부분이거든. 게다가 폭풍의 스카프는 제법 인기가 많은 템이야.
“그래요? 확실히 옵션이 좋아 보이긴 하네.”
두 가지 속성에 대해 증뎀과 감뎀이 동시에 적용되는 준수한 옵션!
카르페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장착 가능한 펫이 존재합니다.] [지금 장착하시겠습니까?]“물론.”
카르페가 승낙하자 카르페의 손에 있던 붉은색 스카프가 사라졌고.
“뀨?”
곧바로 묵향의 목에 스카프가 장착되었다.
묵향은 스카프가 신기한지 짧은 앞발로 목 주변을 요리조리 더듬었다.
“아주 잘 어울립니다, 향. 향의 기품이 더욱 올라간 게 느껴집니다.”
“으응. 향이 귀여워. 멋져.”
“뀨뀨!”
두 인형이 극찬하자 묵향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템 설명이 조금 성의 없다고 느꼈는데, 어쩌면 본질을 아주 잘 꿰뚫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번개 스킬은 이미 있으니까 바람 스킬도 하나 구하면 향이 줘야겠다.”
퀘스트 아이템을 얻으러 온 것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카르페는 흡족하게 웃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아직 집사장의 손녀를 치료하기 위한 약초가 남아 있었다.
-어디 보자…… 아, 저기다. 저 사자처럼 생긴 바위. 저 뒤로 보면 좁은 틈이 있는데 그 사이로 들어가면 돼.
카르페는 천마 내비게이션을 따라서 움직였다.
내비게이션은 매우 정확했고, 카르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인 약초를 획득할 수 있었다.
[‘제이로스 풀’을 획득하셨습니다!]“좋았어!”
겉보기에는 그저 흔한 잡초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이게 7성 스킬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챙길 거 다 챙겼으니 돌아가자. 이제 루아나에 남아 있는 퀘스트 중에 꼭 깨야 할 건 없어.
몇몇 히든 퀘스트가 아직 남아 있긴 했지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루아나로 복귀한 카르페는 영주성에 들러서 집사장 윌리엄을 찾았다.
“아, 아니! 이걸 어떻게?!”
윌리엄은 카르페가 제이로스 풀을 내밀자 소리를 질렀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카르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찾지 못했던 것인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악마로부터 루아나를 구해 주신 영웅께서 이번에는 제 손녀까지 구해 주셨군요.”
[히든 퀘스트 ‘집사장의 근심’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집사장 윌리엄의 호감도가 최대로 고정됩니다.] [보상으로 확정 스킬팩(7성)을 획득하셨습니다.]“뭘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카르페는 연신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윌리엄을 뒤로한 채 성 밖으로 나왔다.
받아야 할 보상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으하하하! 이렇게 빨리 구해 올 줄이야!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구만!”
[대장장이 지크의 의뢰를 완료하셨습니다.]공방거리로 향한 카르페는 지크에게 ‘바람의 깃털’을 넘겼고, 약속했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자, 약속했던 대로 도안을 주지. 자네에게 대장장이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람의 기운이 서린 장비’의 모든 도안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도공학 스킬과 연동됩니다. 지금부터 해당 장비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크으.”
알림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왔다. 이런 걸 얻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바로 만들어야겠다. 바람셋 딱 입고 루아나 졸업하면 되겠네요.”
-룸으로 이동해야겠군. 7성 팩도 거기서 까면 되겠다.
대장간 밖으로 나온 카르페는 곧바로 룸으로 이동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오랜만이네요.”
룸에 들어선 카르페는 새삼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룸의 관리는 전적으로 천마에게 일임한 상태였고, 카르페가 룸으로 들어오는 일은 망치를 두드릴 때 뿐이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제작을 하지 않았으니 꽤 오랜만의 방문인 셈이었다.
-그동안 제법 발전했지. 광산이랑 과수원에서 얻은 아이템들 창고에 쌓아 놨으니까 나중에 시간 나면 확인해 봐.
“크으. 좋네요. 그럼 일단 팩부터 까고 난 다음에…….”
그때였다.
카르페가 인벤토리를 열려고 하는 그 순간,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룸에 입성하셨습니다.] [룸 업그레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존재합니다.]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시겠습니까?]“엥?”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카르페는 룸 업그레이드 항목을 확인했다.
[룸 업그레이드 3단계]-플레이어의 레벨(43/40)
-흑단목(20/20)
-활력의 꽃(0/1)
사실 카르페는 룸 업그레이드에 애를 먹고 있었다.
룸을 3단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두 가지 재료 중 흑단목은 엘프의 숲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조건인 ‘활력의 꽃’은 아직도 구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숲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조차 활력의 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활력의 꽃이 대체가 된다고?”
그런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있었나?
카르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의 한쪽 구석.
엘프의 숲에서 알테어가 건네준 ‘세계수의 두 번째의 잎’이 반짝반짝 점멸하고 있었다.
[대체 아이템을 사용해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시겠습니까?]“어, 네.”
카르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
쿠구구궁!
대지가 진동하며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룸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입니다.] [18%…… 38%…… 79%…… 100%!] [룸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룸 정 중앙에 자그마한 나무가 나타났다.
[새로운 시설이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매니저의 ‘룸 전용 스킬’을 개방하실 수 있습니다.] [특수 아이템으로 인해 ‘어린 세계수’가 생성되었습니다. 어린 세계수는 성장할수록 룸에 이로운 효과를 부여합니다.]“……헐.”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