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3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30화
130. 나눔
8월 중순이 지났다.
그동안 마경록은 예정대로 차근차근 쓰레기들을 처리해나갔다.
‘벌써 마경록이 죽인 쓰레기만 300명 가까이 되어가는군.’
그런데도 플세바에는 아직 많은 벌레가 남아 있다.
가만히 두면 일반인들에게 필시 해를 끼칠 것들.
그렇기에 류민은 회장을 시켜 열심히 수배 전단을 만들었다.
물론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 낚시였지만.
‘간이 콩알만 한지 물고기들이 잘 걸려든단 말이지.’
마경록이 작업하는 곳과는 다른 창고.
그곳에서 류민이 흔적 지우기를 사용하자 다섯 구의 시체가 사라진다.
마경록과 마찬가지로 류민도 쓰레기 청소에 열중이었다.
‘비록 흑마력은 얻진 못하지만, 아이템은 갈취할 수 있지.’
시체가 사라진 바닥에는 류민이 고문으로 뜯어낸 아이템들이 가득했다.
마정석, 유니크 재료 아이템, 상점 장비 아이템, 기타 잡템 등등.
범죄자라도 나름 8라운드까지 버틴 것들이라서 가지고 있는 템이야 많았다.
‘상점 장비랑 유니크 재료를 조합해서 유니크 장비 좀 만들어놔야겠어.’
현재 마켓에 유니크 재료는 올라와도 유니크 장비는 매물이 없다.
그야 만들 줄 모르니까.
‘아직 유니크 조합 도안이 충분히 풀리진 않았으니.’
유니크 도안이 본격적으로 드랍되는 건 9라운드부터.
아직은 조합식을 찾은 사람이 없을 거다.
‘어떻게 만들었다 해도 유니크 장비를 올리는 멍청이는 없겠지.’
있어도 자기가 쓰고 말지, 현실의 돈 좀 얻겠다고 그 좋은 유니크 장비를 팔아치우겠는가?
류민도 유니크 아이템을 만들어 팔 목적은 없었다.
돈이야 차고도 넘치니까.
플플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어서 삼대가 놀고먹어도 남을 만큼의 재력을 갖춘 류민이다.
그런 류민이 유니크 장비를 만드는 이유는 하나.
미래의 아군이 될 후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녀석들이 살아남아야 나한테도 좋으니까.’
일단은 민주리와 크리스틴의 아이템을 만들기로 했다.
민첩이 붙은 장비와 유니크 재료를 조합하면 민주리가 쓸 장비가 나오고, 지능이 붙은 장비를 조합하면 크리스틴이 쓸 유니크가 나온다.
‘아,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 마경록 것도 만들어둬야겠군.’
러셀의 것도 만들고 서아린의 것도 만들어야겠다.
안상철과 허태석, 조용호와 얌띠가 쓸 것까지도.
‘챙겨야 할 군식구가 뭐 이리도 많은지…….’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전부 다 챙겨주기엔 재료가 모자란다.
고개를 저은 류민은 20라운드까지 데려갈 사람만 챙기기로 했다.
‘일단은 민주리와 크리스틴만 챙겨줘야겠어. 나머지는 후우…… 나중에 생각하자.’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나오는 그때.
마경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 대표님.”
-예언자님, 시간 되십니까?
“지금이요?”
-네. 드릴 물건이 있어서요.
“물건이라면?”
-제가 그동안 예언자님을 위해 아이템을 모아놓았거든요.
“아이템? 아아, 설마 범죄자들을 죽이기 전에 아이템을 갈취한 겁니까?”
-그럼요. 그냥 죽이기엔 아깝지 않습니까? 아이템들이.
알고 보니 류민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던 마경록이었다.
-쓸 만한 걸 많이 모아놨으니 와서 고르시면 될 겁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혼자 차지하셔도 됐을 텐데 제 몫까지 남겨놓으셨다니…….”
-매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보들을 받는데 입 닦고 있을 수야 있나요. 사람이 오가는 정이 있어야죠.
사람 좋게 말하는 마경록이었지만 류민은 그 이면에 다른 뜻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물질적으로라도 잡아둬서 계속 다음 라운드 정보를 받고 싶다는 거겠지.’
일종의 뇌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잘됐다.
안 그래도 유니크 아이템을 만들 재료가 필요했었는데.
그동안 마경록이 죽인 수를 생각하면 필요한 만큼의 재료가 있을 것이다.
“거기 위치가 어디죠? 바로 가죠.”
* * *
호텔 방에서 류민을 기다리던 마경록이 야경을 안주 삼아 위스키를 마셨다.
힐끗 돌아본 바닥에는 보름 동안 갈취한 아이템이 무수히 깔려 있다.
‘아마 예언자가 보면 깜짝 놀라겠지? 아니, 어쩌면 예언으로 봤을지도 모르겠군.’
통화했을 때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었던 걸 보면 아마 확실할 것이다.
‘그럼 이것도 알고 있으려나? 내가 아이템을 전부 주려는 걸.’
전화로는 와서 고르라고 했지만, 원한다면 전부 줄 생각이었다.
그래야 다음 라운드도, 또 그다음 라운드도 계속해서 정보를 뽑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일종의 빚이지.’
씨익 웃은 마경록이지만 그는 몰랐다.
류민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건 오히려 자신이었음을.
똑똑-
“누구십니까?”
“접니다. 대표님.”
류민의 목소리에 마경록이 버선발로 나가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예언자님.”
“밤에 호텔 방으로 부르시다니. 누가 보면 오해하겠습니다.”
“하하, 농담도 참. 이쪽으로 오시죠.”
웃고 있던 마경록이 돌아서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이제는 농담도 던질 줄 알고. 많이 컸네?’
겉으론 대단하다고 치켜세워도 은근히 만만하게 보고 있던 마경록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예언만 아니면 류민의 전투 능력은 형편없어 보이니까.
얼마 전 자기도 인정하지 않았는가?
마경록과 싸워서 이길 자신은 없다고.
‘그러고 보니 예언자는 어떻게 싸우지? 그냥 미래 정보를 토대로 겨우겨우 살아남는 건가?’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예언자님. 갑자기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예언자님은 어떻게 싸우시나요?”
“아, 저요?”
미리 속마음을 읽고 있던 류민이 당황한 기색 없이 해맑게 대답했다.
“비밀입니다.”
“예?”
“저도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죠. 이것저것 정보를 다 퍼트리면 뭐 먹고 살라고요.”
“아아,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하하.”
설마 대답하지 않을 줄은 몰랐던 마경록이었다.
‘전투 능력은 그렇다 쳐도 저 능구렁이 같은 속내는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어.’
머리로는 경계해야겠다고 말하는 마경록이었지만 거의 마음을 열고 있었다.
자신의 공간에 들였다는 것부터가 그 증거다.
“이겁니까? 범죄자 놈들로부터 갈취한 아이템들이?”
“예. 꽤 많죠?”
마경록이 씩 웃었지만, 그는 몰랐다.
류민도 똑같이 갈취해서 만만치 않게 가지고 있었음을.
“이 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골라보십시오. 개수 상관없이 전부 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렇다면야…….”
류민은 거침없이 아이템들을 선별했다.
주로 유니크 재료 아이템이었다.
“음? 그것들을 어디에 쓰시려고……?”
“마 대표님. 제가 전에 말했었죠? 예언을 보다 보면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게 된다고.”
“예에.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류민은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조합창을 열고 유니크 재료들을 올린다.
익스퍼트급 갑옷을 주재료로 하여 조합 버튼을 누르자.
파아앗-
빛과 함께 재료들이 사라지더니 화려한 아이템이 탄생했다.
마경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선물입니다.”
마경록이 갑옷을 받더니 옵션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이, 익스퍼트에 유니크 등급?”
현재 마경록이 가진 최고 장비라곤 상점에서 산 레귤러급 에픽 등급이 고작.
그보다 한 단계씩 뛰어난 옵션이 눈앞에 있다.
마경록의 동공이 이리저리 요동친다.
“이, 이걸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좀 전에 말했잖아요.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정보들을 본다고.”
“미래에서 유니크 조합법을 보신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마경록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설마 했는데 조합법까지 알 수 있다니…….’
예언자의 가치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
류민과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저기…… 예언자님. 이거 정말로 저 주시는 겁니까?”
“네. 마 대표님이 저를 생각해서 아이템을 주셨으니 이 정도 보답은 해드려야죠. 얼른 40렙 만들어서 착용하시라는 의미도 있고요. 그리고 만드는 김에 약혼자님 것도 만들어봤습니다.”
“크리스틴의 것까지?”
“대표님이 직접 전해주세요.”
“아아,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마경록은 유니크 갑옷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로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나머지 재료들은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쓸데가 있어서.”
“물론이죠. 전부 가지셔도 됩니다. 혹시라도 필요 없는 건 놔두세요. 마켓에 팔아서 돈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실 건 없는데…… 감사합니다.”
류민이 웃자 마경록도 웃었다.
“위스키 한잔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술은 입에 맞지 않아서요. 집에 먼저 가겠습니다.”
“아, 그러시겠습니까?”
마경록이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차 안 가져오셨으면 안 실장에게 배웅하라고 할까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차 가져왔습니다.”
“아아.”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류민이 사라지자 마경록이 쩝 입맛을 다셨다.
술친구가 생길 뻔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 * *
마경록에게 받은 재료들로 유니크 아이템을 만든 류민은 민주리를 찾아갔다.
“받아.”
“응? 이게 뭐야?”
“너 입으라고 만들어봤어.”
류민을 한 번 쳐다본 민주리가 아이템의 정보를 보더니, 눈동자를 키웠다.
“이, 이거 유니크잖아?”
류민은 마경록에게 했던 대로 설명해 줬다.
무슨 변명이라도 예언을 들먹이면 만사 오케이다.
“9라운드 정보에다가 이런 좋은 아이템까지…….”
감격한 듯하던 민주리가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
“난 받을 수 없어. 네가 써.”
“나한텐 필요 없는 아이템이야. 내 거야 이미 만들어놨고.”
“그래도 난 못 받아. 너한테 빚까지 지고 매 라운드 도움을 받는데 이걸 무슨 염치로 받아.”
‘도움이야 나도 많이 받았지.’
민주리의 버프는 그동안 류민이 기록을 경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충분히 본전은 찾은 셈.
하지만 민주리에게 그 사실을 밝힐 순 없다.
이제 와서 자신이 검은 낫이었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래도 받아.”
“안 돼. 받을 수 없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류민도 어쩔 수 없이 강경책을 써야 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이것도 빚인 걸로. 나중에 성장해서 꼭 갚기로. 그러면 되잖아?”
“…….”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다.
그리 말하니 민주리도 조금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다 갚으면 되잖아. 나한테는 당장에 쓸모없는 아이템이라고.”
“후우……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았어. 고맙게 빌릴게. 단, 이것만큼은 확실히 알아둬. 지금의 빚은 나중에 몇 배로 불려서 갚을 거라는 걸.”
“그래. 나중에 크게 갚아.”
류민이 내밀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드는 민주리였다.
* * *
동료들에게 유니크 아이템을 나눠주고 난 류민이 집으로 돌아왔다.
“형, 아직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
“먼저 먹어. 난 나중에 먹을게.”
“응?”
저녁을 거르고 방에 들어가는 형을 보며 류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나?”
류민은 방에 들어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지금은 한가하게 밥이나 먹을 때가 아니다.
다름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플세바 물갈이는 이번 달이면 끝날 거야. 범죄 세력이 아닌, 평범한 플레이어 집단으로 탈바꿈하는 거지.’
하지만 문제는 사회의 인식이었다.
현재 시민들이 플레이어를 보는 인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이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망해가는 사회를 바로잡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럴 순 없지. 내 목적은 검은 낫을 국가원수급의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거니까.’
현실에서 검은 낫이 가지는 네임벨류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항상 랭킹 1위에 오르니 플레이어들에겐 많이 알려졌지만, 일반인에겐 듣보잡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검은 낫이란 이름은 현실에서도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말 한마디에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을 규합하고 통제할 수 있어.’
날뛰는 플레이어들만 통제하면 세상을 덜 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낫의 위상을 대통령과 동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는 데 필요한 게 이성현 국회의원의 법안이지.’
대 플레이어 조직을 결성하여 범죄자 플레이어를 즉결 처단하는 법안.
이미 통과된 법안이지만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야 해.’
류민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곧장 핸드폰을 들어 전화부터 걸었다.
“어, 얌띠. 지시할 게 있어서.”
-말씀하세요, 주인님.
시간을 단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유혹해 줄 사람이 있어. 그것도 거물급의.”
높은 권력의 인물을 지배해버리면 된다.
가령 경찰청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