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1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18화
218. 엘소리움의 보물 창고
3분 정도 기다렸을까?
멀리 보이는 워프 게이트에서 빛이 번쩍이는 것이 보인다.
이윽고 헐레벌떡 누군가 뛰어왔다.
엘소리움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다섯 장로였다.
“헉, 헉. 저, 정말로 검은 낫님이잖아?”
“검은 낫님께서 저희 엘프 마을을 방문하시다니.”
웃긴 게 초면인데도 이 NPC들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다.
아는 척이 아니라, 생각을 읽으면 정말로 알고 있다는 반응이다.
‘8라운드에서 공주를 구했으니 얼굴이 알려져서 이상할 건 없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 반색하며 알아볼 줄이야.’
마치 고국을 구한 영웅을 대하는 듯한 태도에 류민은 더 이상 이해하기를 그만두었다.
애당초 사람도 부활시키는 마당에 평판 시스템을 논리적으로 이해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얼른 이쪽으로 오시죠! 궁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지.”
류민은 정말로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뒷짐을 지며 따라갔다.
엘프들이 영웅을 원한다면 그렇게 행동해 주리라.
“이쪽에 올라서 주십시오.”
워프 게이트에 올라서자 번쩍하며 궁궐 내부로 순식간에 이동됐다.
“이쪽으로.”
장로들을 따라 귀빈실까지 갔더니 잠시 휴식하고 있던 시녀들이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뭣들 하는 것이냐! 귀한 분께서 오셨는데 얼른 차라도 내오지 않고!”
“예, 예! 죄, 죄송합니다. 장로님!”
서둘러 흩어지는 시녀들을 뒤로하고 장로가 방끗 미소 지었다.
“내 집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편하게 쉬고 계십시오. 곧 몸을 데워줄 따뜻한 차와 다과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러지.”
거절하지 않은 류민은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귀빈으로 대접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퀘스트도 이미 완료한 터라 시간적 여유가 많기도 했고.
‘엘소리움엔 몇 번이고 와봤지만 참 신기하단 말이지. 엘프들이 인간처럼 생활하고 있다니.’
종족만 바꾸면 흔한 왕국이라 생각될 정도로 이곳 엘프의 사회는 인간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만큼 인간들과 많은 교류를 한다는 뜻이겠지. 이런 물건들도 제작한 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공수해 온 것일 테고.’
하지만 표면적으로 엘프와 인간은 그리 친분이 없다.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들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좋아할 리는 없으니까.
인간이라고 입구에서 문전 박대당하던 것도 그런 이유였고.
‘그런데도 인간들의 물품이 편리하다는 건 아는지 이렇게 번듯하게 건물을 지어놓고 사는군.’
아마 평판 작업을 위해 엘소리움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란 쉽지 않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 가장 어렵다고 봐야겠지.’
류민처럼 특정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주지 않는 한, 이런 대접은 어디 가서도 받을 수 없으리라.
“여기 차와 다과를 내왔습니다.”
시녀가 주는 차를 받은 류민이 먼저 향을 맡았다.
솔잎 향이 진하게 풍기는 것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이런 휴식도 나쁘지 않네.’
후룹-
류민은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마셨다.
독을 탔으리란 의심은 하지 않았다.
고국의 영웅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노릴 이유도 없거니와 평판 시스템을 믿었으니까.
세 모금 정도 마셨을까?
귀빈실을 떠났던 장로들이 누군가와 함께 돌아오고 있었다.
공주인 유피넬시아와 기사단장인 유그리토였다.
‘어딜 가나 했더니 공주를 데리러 간 거였군.’
아마 저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을 거다.
갑자기 나타난 귀한 손님에게 무엇을 주면 좋을지.
그 결과가 지금 보는 공주였고.
‘공주를 내어주고 나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 자기들도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오는 장로의 생각을 읽어보니 딱 그랬다.
“검은 낫님. 어떻습니까? 차는 입에 맞으십니까?”
“음, 향이 좋더군.”
“얼마 전 브라함 왕국에서 비싸게 주고 매입한 티베리 잎으로 만든 차입니다. 마시면 머리가 개운해지는 효능이 있죠.”
“확실히 그런 것 같군. 그런데 자연을 숭상하는 엘프들이 인간과의 교류가 활발해 보이는군?”
“저희라고 언제까지 세상과 척지고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 더 좋은 문물이 있으면 받아들여야지요. 그렇다고 인간과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중립을 고수하는 편입니다만…….”
장로가 류민의 눈치를 봤다.
“다른 인간과 달리 검은 낫님과는 가능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말이죠.”
“나도 그러고 싶군.”
여차하면 관계가 파투 날 수도 있다고 받아들인 걸까?
류민의 말에 조금 당황하던 장로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공주를 소개했다.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전에 만난 적 있으시죠? 공주 유피넬시아입니다.”
“오랜만입니다, 검은 낫님.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피넬시아가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예를 갖췄다.
당시엔 어려 보이기만 하던 공주가 그사이에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흐흐, 검은 낫님도 인간이라 이건가? 공주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는군.
-인간들이 우리 엘프족의 미모에 사족을 못 쓴다더니 정말이었군.
그 와중에 장로들의 생각이 전해진다.
공주 좀 쳐다본 거 가지고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럼 저희는 바쁜 일이 있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두 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눈치껏 물러나 주는 장로들이었지만 그들을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잠깐.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묻지 않는 건가?”
“예? 이유요?”
“공주님을 뵈러 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지 장로들이 얼빠진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유피넬시아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굳이 공주를 실망시킬 필요는 없지.’
류민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공주의 안위가 걱정돼서 온 것도 있지. 연약한 아가씨가 습격을 당했는데 걱정하지 않을 기사가 어디 있겠는가?”
“아.”
유피넬시아가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느끼한 말을 좋아하는 공주를 위한 멘트가 먹혀들었다.
“뭐, 그런 이유도 있고, 또 다른 이유는 한가지 정보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정보라면……?”
“엘소리움에는 대대로 전해져 오는 엘프들의 보물 창고가 숨겨져 있다지?”
장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흠칫 어깨를 떨며 눈알을 굴렸다.
역시나 아는 눈치였다.
“그런 정보는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정보의 출처가 중요한 게 아니지. 정말로 중요한 건 왜 나에게 보물 창고가 있음에도 일언반구 하지 않고 숨겼느냐, 이거지.”
“수, 숨기다니요!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생각도 해본 적 없고요!”
“그럼 나에게 안내해 줄 수 있겠군. 보물이 있는 곳으로.”
장로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마지못해 끄덕였다.
-대체 어디서 보물에 대한 정보를 들으셔가지고…….
-공주만으로는 성에 안 차신다 이건가?
-과연 색욕만 밝히는 인간들과는 결이 다르시군.
생각을 읽어보니 보물을 내주기 떨떠름한 눈치였다.
‘그럴 만도 하지. 몇백 년의 유산까지도 전부 모아둔 곳이 엘프의 보물 창고니까.’
아무리 영웅이라도 창고의 보물을 내주긴 아까울 만하다.
동맹이니 뭐니 해도 외지인이라는 건 변함없었으니까.
류민이 일부러 언짢은 기색으로 쳐다보자 장로들이 떠밀리듯 걸음을 옮겼다.
“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 이쪽으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면 단순히 언급한 것만으로는 안내해 주지 않았을 거다.
그런 건 헛소문일 뿐이라며 한사코 잡아뗐을 테니.
‘그렇다고 내가 직접 가서 문을 부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스템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으니까.’
창고에는 어떤 공격을 가해도 부술 수 없는 결계가 쳐져 있다.
아무리 강한 류민이어도 힘으로 열 수는 없다.
현실이든 이계든 시스템의 힘은 절대적이었으니까.
이미 이전 회차에서 시도해 봐서 잘 안다.
“이곳입니다.”
장로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궁궐 지하에 있는 커다란 석실이었다.
“이 안에 저희 엘소리움을 증명하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번 보고 싶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다섯 장로가 문 앞에 모여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기형적인 문자로 이루어진 빛의 고리가 석문에 박히며 빙글빙글 돌아간다.
다섯 장로의 주문이 합쳐져야만 해제되는 결계였다.
구그그그긍-
저절로 문이 열리며 동시에 메시지도 나타났다.
└조건 ▶ 다섯 장로와 함께 보물 창고 문 열기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3가지 보물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들어오시지요.”
장로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석실을 밝히는 휘황찬란한 보석과 보물들이 보인다.
‘보석, 마법 검, 마법 무구, 마법 서적, 아티팩트 등, 각양각색이군.’
류민이 관심 어린 눈으로 보물들을 둘러보자 장로가 넌지시 귀띔했다.
“지난 500년간 엘소리움에서 모아뒀던 보물들입니다. 마음에 드시는 건 가지셔도 좋습니다.”
“몇 개든 상관없나?”
“그,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역사가 담긴 물건이다 보니 3개 정도만 가지시는 게 어떨지…….”
혹시나 더 요구할까 봐 마음 졸이는 장로들이었지만 류민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다른 건 필요 없어. 3개면 충분하다.’
더 요구한다 해도 시스템상 불가할 테고 말이다.
“3개만 골라 가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아이템을 둘러보던 류민은 거침없이 골라잡았다.
이미 쇼핑할 것을 봐둔 사람처럼.
[일당백의 룬조각을 골랐습니다.] [저항의 룬조각을 골랐습니다.] [내성의 룬조각을 골랐습니다.] [보상을 모두 선택하였습니다.]3개의 보상이 선택 완료되자 류민이 장로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걸로 고르지.”
“마력의 돌을 고르셨군요?”
“오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내심 더 비싼 물건을 고를까 봐 걱정하던 장로들의 얼굴에 안도의 웃음이 피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룬조각만큼 가치 있는 물건이 없다는 것을.
류민은 룬조각을 모두 사용해 룬을 신체에 각인시켰다.
-효과 : 반경 100m에 있는 적의 숫자만큼 스탯이 퍼센트로 늘어난다. 최대 100명까지 적용되며 100%까지 증가한다.
[저항의 룬]-효과 :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50% 증가한다.
[내성의 룬]-효과 : 속성 대미지에 대한 저항력이 50% 증가한다.
3개의 룬을 얻고 난 류민이 한껏 미소 지었다.
모두 필수로 얻어야 하는 룬 리스트에 있는 것들이다.
‘이것으로 한층 더 강해졌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지만 앞으로 어떤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 여기서 안주할 순 없다.
‘돈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잖아? 마찬가지로 더 강해져서 나쁠 건 없지.’
엘프족에게서의 볼일은 이제 끝났다.
“볼 건 다 봤으니 나가지.”
“예에.”
석실을 나서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류민이 한 사람을 떠올리며 추적하기 스킬을 사용했다.
[얼굴과 이름이 일치합니다. 대상의 위치를 추적합니다.] [대상 ‘러셀 다니엘’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현재 4,395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대상을 추적하려면 앞에 보이는 화살표를 따라가십시오.]‘이제 러셀과 함께 드워프 마을에 가볼까?’
그곳에서 러셀도 성장시킬 겸 갓 등급 재료도 미리 구해놔야겠다.
“난 이만 가봐야겠군. 볼일이 있어서.”
“예? 버, 벌써 가시게요?”
“그래. 차는 잘 마셨다.”
내심 아쉬워하는 유피넬시아를 뒤로하고 류민이 궁궐 밖으로 나갔다.
‘비상.’
펄럭-
등 뒤로 10m가 넘는 어둠의 날개가 펼쳐지자 배웅 나온 공주와 장로들이 깜짝 놀랐다.
“그럼 다음에 또 보지. 유피넬시아도 그때까지 건강하도록.”
“……거, 검은 낫님도요.”
수줍게 말한 유피넬시아였지만 류민은 이미 저 멀리 날아오른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