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5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외전 4화
4. 101회차의 안상철(上)
굴지의 초거대기업, 오성 그룹.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마다하지 않는 그곳을, 안상철은 들어갔다.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평범한 사원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보안 경호팀으로 들어온 것이니까.
“자네의 업무는 조직의 자산과 회사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야.”
처음, 평범한 사원일 때는 그랬다.
한데 나중에는 직급이 오르면서 주요 인사들을 경호하기 시작하더니 회장까지 도맡는 신세가 됐다.
보안 경호팀장의 자격으로.
“상철아.”
“예, 회장님.”
“내 아들, 경록이를 지켜주거라.”
‘마경록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건가?’
마경록은 자신보다 2살 아래의 오성 그룹 장남.
장차 후계자가 될, 오성 그룹의 로열패밀리였지만 딱히 마주칠 일이 없었다.
이름만 알고 있었지.
“경록이는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 말은 언제든지 형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
“…….”
“장차 내 뒤를 이을 후계자가 경록이일지, 다른 형제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패를 까보기도 전에 노려져선 안 되지 않겠느냐?”
“마경록 도련님을 걱정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걱정되지. 내 아들인데.”
뭔 당연한 소리를 묻냐는 듯 회장이 코웃음을 쳤다.
“장남이니만큼 경록이는 세간의 주목을 받을 게다. 경영 수업도 잘 받고 있고, 다른 형제들보다 유력한 후보이니 내가 좀 더 신경 써야지. 행여나 망가지지 않도록.”
안상철은 생각했다.
회장이 아들을 지켜달라는 말을 이상하게 돌려서 한다고.
“여러 사람이 경록이를 노릴 거다. 그러니 네가 잘 지켜주거라. 나 같은 늙은이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원하시면,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그때부터였다.
안상철이 마경록의 수족이 된 것은.
“안녕하십니까. 보안 경호 1팀장 안상철입니다. 오늘부로 도련님의 경호를 맡기로 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아, 낯간지러우니 도련님이라는 호칭은 하지 말죠. 앞으론 대표님이라고 부르세요.”
말 그대로 마경록은 대표였다.
[천마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실적도 좋았다.‘처음 뵙는데 꽤 젠틀하신 분이군.’
마경록은 오성 그룹의 후계자답게 품위가 있었다.
부하 직원이라고 절대로 반말하는 일이 없었으며, 상대의 기분을 맞춰줄 줄 알았다.
위스키를 마실 때도 상당히 기품 있었고.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분이야.’
첫인상은 분명 그랬다.
그게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대, 대표님?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시는……?”
“흐음, 안 실장에게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던 마경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고의 불을 켜자 안상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피바다.
야밤에 이런 곳에서 뭘 하나 봤더니 창고 바닥이 온통 피로 적셔 있다.
누구의 피인가?
그런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고, 빠르게 확인했다.
‘아?’
마경록 발밑에 동물이 죽어 있었다.
중간 크기 정도 되는 돼지다.
“절 미행한 건가요?”
“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부하 직원에게 보고도 없이 움직인 제 잘못이 크죠.”
돌려 까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전히 농담이라는 걸 잘 아는 안상철이었다.
그동안 겪어본 마경록은 그랬으니까.
하지만 동물을 해체하는 취미를 가진 도련님이라…….
상상도 못 했다.
“돼지는 구하기 쉽죠. 일상에서 쉽게 먹는 거니까. 돈만 주면 산 채로 데려올 수 있어요. 도축업자와 비슷하죠.”
안상철은 가만히 마경록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쩐지 음산하기보단 서글프다.
“저는 남들과는 다른 욕구가 있습니다. 이게 가슴 속에서 꿈틀거릴 때면 그날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하죠. 피로회복제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요. 저는 이게 단순한 불면증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마경록은 이미 시체가 된 돼지의 몸을 쿡쿡 찔렀다.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로.
“저에겐 살해 욕구가 있었습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좋습니다. 부정하지 않아요. 그걸 돼지를 죽여보면서 분명히 확신할 수 있었죠. 살해를 저지른 날은 잠이 잘 왔거든요.”
“도련님…….”
“대표님이라 불러야지요, 안 실장.”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마경록은 평소에 알던 마경록과 같았다.
어쩐지 서글픈 미소.
그 모습이 안상철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
마음의 병을 혼자서 짊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동안…… 힘드셨겠습니다.”
“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일까?
마경록은 의아한 눈으로 안상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코적인 악취미를 봤는데도 저를 이해해 주는 겁니까?”
“이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오성 그룹의 방패이자 수족. 대표님의 손발과 다름이 없습니다. 언제나 대표님의 편이 되어드릴 겁니다.”
“…….”
마경록은 한동안 차가운 눈동자로 안상철을 응시했다.
마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
“진심인 것 같군요.”
“진심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제 은밀한 비밀을 지켜주실 겁니까?”
“지켜드리겠습니다.”
“아버지께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안 실장이 알게 되다니. 이거 안 실장이 잘리지 않기를 바라야겠는데요?”
웃으며 농을 던지는 걸 보니 자신이 알던 마경록이 맞다.
안상철은 그 사실에 안도했다.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뒤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은근히 혼자서 뒤처리하려니 어렵더라고요. 먹을 수도 없고.”
내장이 다 끄집어내진 채로 난도질이 된 돼지의 모습은 실로 먹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동안 어떻게 감추신 겁니까?”
“여기서 다 처리했지요. 피 묻은 옷은 불에 태우고, 돼지의 사체는 땅에 묻어버리고. 여기가 딱 좋은 환경 아닙니까?”
확실히, 그런 작업하기엔 좋은 환경이다.
인적도 없는 산속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허름한 창고.
이런 곳에서 돼지를 잡아 죽이고 묻는다면 누가 알 수 있을까?
사람을 묻어도 모를만한 장소다.
“대표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그게…… 혹시 사람도 죽여볼 생각은…….”
조심스러운 물음에, 마경록은 웃음으로 답했다.
“생각이야 해봤죠. 한데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야 있나요. 제 인생 커리어가 걸린 일인데. 아쉽지만 돼지로 만족하는 수밖에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 많습니다.”
그 말에 마경록이 눈을 빛냈다.
“돼지를 범죄자들로 대체하자는 겁니까?”
한번 말했더니 바로 알아듣는다.
“예. 정 살해 욕구를 참기 힘드시면 그런 대안도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흠…….”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지 마경록은 턱을 매만졌다.
“나쁘지 않은 대안 같네요.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기도 하고.”
마경록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들을 치우는데 당연히 도와주실 거죠? 안 실장?”
* * *
자신이 제안한 이후로, 마경록은 살해 대상을 바꿨다.
돼지에서 사람으로.
“사, 살려줘! 내, 내가 뭘 잘못했다 그래!”
“이름 박천식. 피해 여성을 강간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 술을 마셨다고 심신미약을 주장. 15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모범수로 13년 만에 출소. 이 정도 커리어면 뭘 잘못했는지는 명백하지 않나?”
“이 새끼가! 내 뒷조사했냐?”
“그럼, 뒷조사도 안 하고 붙잡아왔을까?”
안상철이 싸늘한 목소리로 읊었지만, 돼지처럼 묶여 있는 녀석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뭐!? 법의 심판을 받고 정당하게 학교까지 갔다 왔잖아! 벌이라면 제대로 받았잖아!”
“아니. 대표님께선 벌이 부족하다는 판단이시다.”
“부족하기는 뭐가! 내가 교도소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런 X발 새끼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묶여 있는 녀석이 자신과 마경록을 노려봤다.
‘감히 대표님을 그런 눈으로 쳐다봐?’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안상철은 참았다.
대표님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으니까.
“13년도 더 된 일이야! 그 일 가지고 지금 복수하겠다고 이 지랄을 떨어?”
“복수가 아닙니다.”
여태껏 조용하던 마경록이 입을 열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 하찮은 감정으로 하는 일이 아니에요. 좀 더 고귀하고 선명한 의미가 담긴 일이죠.”
“뭔 개소리야?”
“길거리 청소. 저는 지금 청소부입니다. 사회를 어지럽힐 쓰레기를 선의의 마음으로 치우려는 거고요.”
“내가 쓰레기라고? 형량을 다 채우고 나온 내가?”
“한 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다. 뭐, 그런 이야기 못 들어보셨는지?”
마경록의 이죽거림에 박천식은 완전히 적의를 띠었다.
“X발, 너희들 다 신고할 거야. 내가 너희 얼굴 똑똑히 봤어! 경찰이 못 찾아낼 줄 알아? 핸드폰 위치 추적하면 다 뒤지는 거야!”
“돼지가 참 시끄럽네요.”
푹!
목젖으로 칼이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케륵, 케헤에…….”
“이제 좀 조용하네요.”
싱긋 웃어 보인 마경록이 칼을 뺏다 넣기를 반복했다.
목, 흉부, 복부, 옆구리, 허벅지.
부위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찔러넣는다.
마치 찌르기 좋은 부위를 찾듯이.
“후.”
수십 번을 찌르고 난 마경록은 조금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거 돼지를 죽이는 것만큼 힘드네요.”
박천식은 축 늘어진 돼지와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바닥이 핏물로 즐비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옷이며 신발이며 전부 태워 버리고 새 걸로 바꾸면 그만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했는데 별거 없네요. 시끄럽기만 하고. 다음부턴 시간 주지 말고 그냥 죽여야겠어요.”
* * *
대표님의 살인은 이후로 깔끔해졌다.
창고로 잡아 온 범죄자들은 항상 똑같은 반응을 보였고, 그게 싫었는지 말할 틈도 없이 목을 찌르고 돼지처럼 해체했다.
범죄자들만 골라서 죽이는 일은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엄밀히 말하면 범죄자는 아니었다.
범죄 이력을 가진 출소자들이었지.
“어제 경찰이 다녀갔어요.”
“예?”
“얼마 전에 출소했던 녀석이 저희 구역을 지나갔다는데, CCTV를 확인할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안상철의 가슴이 철렁였다.
“설마 들킨 건…….”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더구나 알리바이는 이미 만들어놓았잖아요? 여차하면 안 실장이 입증할 테고.”
“그야 물론이죠.”
“그냥 확인 차원에서 다녀간 거니 문제 될 일은 없어요.”
다행이었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모든 게 끝장나기에 자신도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
대표님에게 누가 되면 안 되므로.
“혹시 모르니 주기를 늘려야겠어요. 두 달에 한 번으로.”
“그 정도만 되어도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요즘 다른 때 같지 않게 잠이 잘 오거든요. 돼지 때랑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에요.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대표님의 불면증이 해결된 것 같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도 못 한 말을 꺼낸다.
“요즘 잠을 잘 자니 머리도 잘 돌아가고 기분도 좋아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요. 서아린 배우라고 아세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도 하죠. 신입 배우니까. 그 배우의 마스크도 좋고, 나름 연기도 잘하는 것 같아서 물질적으로 서포트 좀 해주려고 해요. 일종의 투자죠.”
솔직한 말로 조금 놀랐다.
사업에만 신경 쓰는 줄 알았는데 대표님이 연예계에 발을 걸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진짜 놀랄만한 일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안 실장이 서아린 배우를 커버해 줬으면 해요.”
“예? 커버라면……?”
“매니저처럼 곁에서 감시하고 경호하란 이야기예요. 이제 서 배우는 제가 투자한 재산이나 다름없으니까.”
* * *
잠시 지난 과거를 회상하던 안상철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갑자기 대표님과의 과거가 떠올랐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그저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 한숨이 나올 뿐.
[킥킥,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전부 다 잡아가진 않을 테니까. 현시점에서 만 15세부터 29세 사이에 있는 인간만 생존게임에 참가할 거예요.]하늘에 떠 있는 천사가 하는 소리다.
방금 눈빛만으로 사람의 머리통을 터트렸으니 거짓말은 아닐 터.
‘만 15세부터 29세면…… 나와 옆에 있는 서아린까지 잡아가는 건가?’
억울하게도 안상철은 만으로 29세였다.
딱 커트라인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계에서도 대표님을 지켜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