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0
제19화
화살이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쏘아진 것은 아닌 듯했다. 대부분이 마차나 주변 사물에 박혔다.
“이…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일이냐고, 아덴!”
“성호! 야, 진성호!”
백상규와 서진철을 제외한 다른 두 명의 파티원이 화살에 맞았다.
그중 하나는 화살에 목이 꿰뚫렸다.
푸시이이…
바람 빠지는 소리만 몇 번 들리더니, 진성호라는 파티원이 눈알을 까뒤집었다.
그렇게 그는 목숨을 잃었다.
“으아아아아! 죽었어! 죽었다고!”
“아덴! 어떻게 해야 해!”
한 차례 살인도 저질렀던 무리가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에는 어린아이처럼 당황했다.
강설은 아덴의 표정을 관찰했다.
아덴의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리고는 결단을 내렸는지, 주변에 소리쳤다.
“근처에 협곡이 있다! 거기서 추격을 떨쳐내고 대삼림으로 들어가면 못 찾을 거야! 어서 마차를 몰아라!”
“하, 하지만… 그게 쉽지가….”
“닥쳐라! 누가 돈을 주고 널 고용했는지 잊었나?”
아덴은 사람이 변한 것처럼 강압적으로 사람들을 다그쳤다.
강설은 그의 행동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상행은 이런 경우에 마차로 방진을 구축해 습격에 대응했으니까.
아덴이 상행을 나가본 적이 없거나, 추격자가 대항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거나.
어찌 됐든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아덴이 이번엔 백상규 무리에 소리쳤다.
“언제까지 죽은 놈 붙잡고 칭얼댈 거냐! 마차에 타!”
“뭐? 너, 너 지금 뭐라고….”
스윽.
아덴이 서진철의 멱에 단검을 가져다 대었다.
굉장히 빨랐기에 서진철은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허업….”
“죽고 싶지 않으면 내 말대로 해. 놀아 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서진철은 눈알이 동그래져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백상규 무리는 화살에 얻어맞고 즉사한 진성호를 내버려 둔 채로 다른 부상자인 남자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강설도 그들을 따라 마차에 올랐다.
“씨발… 씨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쉬운 모험 아니었냐고! 왜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해!”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전령으로 공포를 먼저 보낸다.
한 사람이 줄어든 백상규 무리는 공포에 젖어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아파아… 아파… 너무 아파….”
“경모야!”
가슴팍에 화살이 꽂힌 채로 누워있던 다른 남자.
연신 신음을 토해내다가 이제는 그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나… 나 이렇게 죽는….”
툭.
백상규 일행은 둘로 줄어들었다.
히히히힝!
말들이 놀라 더 세차게 달리는 소리.
푸슈슛.
파아악!
“히익….”
마차의 천막을 뚫고 화살이 박히는 소리.
모든 상황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설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협곡 끄트머리에서 붙잡힌다.’
첫 번째 캐릭터도, 두 번째 캐릭터도 모두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협곡 끄트머리에 도달하기 전에는 크게 위험한 상황이 없으니 백상규 무리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되었다.
백상규가 그 모습을 보고 악에 받쳐 고함을 질렀다.
“쉬운 모험인 것처럼 하더니, 아니잖아!”
“…뭐?”
“빌어먹을… 이렇게 되면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지?”
서진철이 강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이봐, 여기서 빠져나갈 때까지는 힘을 합친다.”
보통의 파티라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 파티는 서로를 믿지 못했으니 짚고 넘어갈 사안이었다.
서진철은 강설이 자신의 말에 따를 것이라 믿었다.
이쪽은 두 명이고 강설은 한 명이었으니까.
자신들의 계획이 들켰든 들키지 않았든 간, 강설도 혼자서는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강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서진철과 백상규를 당황하게 했다.
“내가 왜?”
– 네? 저요?
– ㅋㅋㅋㅋ 표정 지렸다.
– 이새끼들 딱 봐도 머더러인데 ㅋㅋ 뭐하러 같이 가냐고~
– ㅈ밥 코스프레에 당했쥬?
백상규가 눈에 핏발이 서서는 허리춤에서 곡도를 뽑으려 했다.
스릉.
“눈치가 없는 편이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 어?”
“어어… 몸이 왜… 으….”
백상규와 서진철의 몸이 그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마치 콘크리트라도 된 것처럼 서서히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땡그렁.
백상규가 손에 쥐었던 곡도가 마차 귀퉁이로 나뒹굴었다.
“비, 빌어먹을 몸이 왜….”
“나도 그래!”
그들은 목 아래로만 몸이 굳어가는 건지 혓바닥은 쉬지 않고 놀렸다.
강설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눈치가 없는 편이군.”
“뭐? 이 새끼! 너! 이거 다 네가 한 짓이지!”
“풀어! 뭔 짓을 했는지 몰라도 죽여 버릴 테다!”
“타인이 건네는 음식은 함부로 삼키는 게 아니야.”
순간, 강설의 말에 백상규와 서진철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챘다.
아까 받아 든 술에 뭔가 수작질이 가해진 것이다.
“이런… 제길! 한통속이냐?”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아덴! 아덴, 이 새끼는 또 뭐야!”
푸슈슈슈슛!
“쫓아라!”
두두두두두!
말을 타고 쫓는 이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협곡을 빠져나가고 있는 마차의 무리.
강설은 옷매무새를 다잡고 준비를 했다.
후우웅…
그가 손안에 검은 기운을 품었다가 떨치자, 마차 안에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휘리리리릭…
“저… 저놈은….”
“트롤! 트롤이잖아! 아니, 저건….”
그들도 알았다.
강설이 소환한 것은, 이전 모험에서 멀리 떨어져서 모습만 확인했던 바위 어금니의 족장인 쟈마드였다.
그 공포스러운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백상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생각했다.
‘그 쟈마드를 쓰러트린 거야?’
한 파티가 힘을 합쳐도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쟈마드.
물론 강설은 그 괴물을 홀로 쓰러트렸지만, 백상규는 그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쟈마드가 강설을 보고 물었다.
“…상황이 좋지 않군.”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일단은 지켜보자고.”
“흥. 보호하도록 하지.”
강설이 마차를 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이자, 다급해진 백상규와 서진철이 그를 불렀다.
“이, 이봐! 데려가! 우리도 데려가라고!”
“어디 가는 거야! 너! 이대로 가면 포식자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다!”
강설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왜.”
백상규 무리는 도움은커녕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될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이곳에 남겨져 그들에게 걸맞은 결말을 맞이할 게 뻔했다.
‘온다.’
갑자기 마차 행렬 바로 앞에서 밧줄 장애물과 무장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모두 얼굴에 아덴과 같은 문신을 한 자들이었다.
“꽉 잡아라!”
아덴의 외침과 함께 마차 행렬의 앞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전열이 당했으니, 다른 마차들도 앞으로 더는 치고 나가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어, 어어?”
“안 돼!”
백상규와 서진철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마차에 있던 강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 *
강설은 밧줄 장애물에 마차 행렬의 전열이 충돌하기 전, 쟈마드의 보호 아래 성공적으로 무리에서 이탈했다.
땅을 구르는 충격이 뒤따랐지만, 그의 보호가 있었기에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
습격자들의 무리에서 몇이 빠져나와 강설을 쫓았지만 모두 쟈마드의 손에 으깨졌다.
강설은 지금 그 상태로 충돌이 일어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켜만 보는 것이냐?”
“그래. 지금 나서 봐야 힘만 빼는 거니까.”
“뭐, 알아서 해라.”
아덴은 부서진 마차 무리에서 병력을 추스르며 습격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제길…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들이닥친 거지. 이봐, 전투다.”
아덴의 말 중 거짓이 아니었던 부분은 정말 마차의 호위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백상규 무리보다 더 강한.
“습격자들은 스무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라.”
“빌어먹을…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붕… 붕…
저 멀리서 곡도를 빙글빙글 돌리며 누군가 다가왔다.
역시나 얼굴에 아덴과 같은 문신이 있었다.
“아덴… 아니지, 쿠조. 우리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
“도망치는 놈이 그걸 어떻게 알아, 멍청한 놈아.”
“흐흐흐… 여전히 그 혓바닥만큼은 자존심이 세군. 그 혓바닥을 보르고 님을 위해 썼어야지.”
“대우가 영 시원치 않아서 크게 한탕 하려던 건데… 동업할 생각은 없나? 보르고보다 더 잘해줄게.”
“나를 보르고 님의 추격에서 지켜줄 수 있나?”
“되겠냐?”
“그럼, 얌전히 죽어라. 지도와 해석본은 가지고 있지?”
“그럼! 여기 이 품에 있다. 어디 실력으로 가져가 보시든지!”
“그럼, 미리 작별 인사를 하마. 지도는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랄, 누가 들으면 보르고가 찾은 줄 알겠네. 내가 찾은 거야, 이 새끼야!”
카아아앙-!
열세로 보이는 아덴, 아니 쿠조의 무리와 보르고가 보낸 선발대의 무리가 충돌했다.
그 사이,
강설은 변경된 모험의 내용을 세세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모험 3-1. ‘마차는 달린다.’
노비라에 가기로 되어 있던 마차 행렬이 습격을 받았습니다. 무언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습격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목표 : 생존 및 추격 따돌리기
현재 남은 시간 [없음]
강설은 애초부터 이 모험의 진상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 모험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는 것까지도.
이 모험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노비라에 터를 잡은 유적 사냥꾼 중 이름을 크게 떨치는 보르고(이름만 다를 뿐 인물상과 역할은 똑같다.)
평소 보르고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차인 부하 쿠조는 유적 탐사 과정에서 또 다른 유적의 지도를 얻게 되고 이를 몰래 챙겨 보르고 몰래 해석을 시도한다.
그러던 중, 보르고가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쿠조를 쫓지만 쿠조는 이미 콩고리까지 도주했고 보르고의 무리는 어쩔 수 없이 대삼림 인근에서 진을 치고 그를 노린다.
쿠조가 받은 해석본에는 유적의 입구를 열기 위해 5명의 산 제물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적혀 있었다.
‘즉, 나와 백상규 무리는 호위가 아닌 제물로 실려 가고 있던 거였고.’
그게, 아덴이 술에 수작을 부린 이유다.
일행이 몸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순순히 제물이 되게 만들기 위해.
카앙!
카아아앙!
강설은 가만히 그들의 충돌을 지켜보았다.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자, 서서히 전투의 윤곽이 드러났다.
“크허억… 허억….”
“흐흐흐… 죽고 싶으면 계속해라.”
“어차피 물러나면 보르고가 죽이겠지.”
“그건 맞네. 그럼 어서 죽어라.”
정말 웃긴 상황이지만, 두 무리의 충돌로 살아남는 인원은 아무도 없다. 역시나, 눈앞의 상황을 보니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제물들은 살아남지.’
첫 번째 캐릭터였던 스노우맨은 박살 난 마차에서 마력을 운용해 몸을 회복하는 선택지를 골라 현장에서 도주했다.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리고 두 번째 캐릭터는 다른 선택지를 골랐지.’
강설은 그들의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그곳으로 다가갔다.
“허억… 허어어억… 보르고냐?”
두 눈을 잃은 쿠조가 그곳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검은 피가 그의 전신에 낭자했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
“아니, 이 냄새… 스노우맨이군. 나, 날 살려줘.”
“너는 이미 죽었다.”
“크히히히… 맞아. 피를 이만큼 흘렸는데… 어떻게 살겠어. 이봐, 재밌는 얘기 해 줄까?”
선택지가 떠올랐다.
[아덴의 본명은 쿠조였습니다. 죽어가는 그가 흥미로운 얘기를 꺼내려 합니다.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1. 얘기? 무슨 얘기?
2. 필요 없어.
3. 우리를 쫓던 자들은 누구지?
4. 문신은 어떤 의미가 있지?
5. [필요 : 협박] 전부 다 말해라.
……
“필요 없어.”
“하! 하하하! 그럼 이것만 말해주지. 곧 이곳에 인간 같지도 않은 덩치 큰 괴물 하나가 당도할 거야. 그럼 어차피 죽… 이봐?”
더듬, 더듬.
강설은 숨을 헐떡이는 쿠조의 품을 뒤졌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것들을 강제로 꺼냈다.
[어떤 유적의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유적의 해석본을 획득했습니다.]
강설은 지도를 흘끗 살피고 해석본을 확인했다.
유적에 있어서 어쩌면 지도만큼 중요한 게 해석본이었으니까.
‘이런….’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정도면 해석본은 불쏘시개로 쓰는 게 딱 좋겠군.’
해석본의 내용은 강설이 알고 있는 내용과 비슷했지만 상세하게 살펴보면 전혀 다른 줄기로 해석하고 있었다.
즉, 그의 기억이 틀렸든, 해석본이 틀렸든 둘 중 하나일 텐데 강설은 자신의 기억을 더 신뢰했다.
“큭… 크하하하하!”
강설의 행동에 쿠조가 미친 듯이 웃었다.
그는 마치 예언가라도 된 양 강설의 앞날에 저주를 퍼부었다.
“그래, 유적의 보물이 탐이 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쿨럭… 유적은 이미 보르고에게 찍혔어.”
“그래서?”
지도를 획득하자 강설에게 선택지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지도를 보고 유적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대삼림의 부근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지도를 다시 쿠조에게 돌려주고 살 방법을 알아낸다.
2. 이곳에 남아 보르고를 기다린다.
3. 지도를 돌려준 후 노비라로 도망친다.
4. 대삼림으로 향한다.
……
이 중에서 강설이 내릴 선택은 뻔했다.
쿠조는 죽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너도, 결국은 나처럼 욕망에 굴복할 거라고.”
그는 이미 숨을 거둔 쿠조에게 답했다.
“아니, 나는 욕망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