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32
제231화
강설과 설홍, 그리고 천주는 요천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오는 내내 느낀 건데,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는가?”
“이상하군요. 요천은 현지 사람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많이 방문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설홍과 천주가 저들끼리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강설은 방의 점검을 끝마쳤다. 그리고 그들의 의문에 정답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 건… 아마도 그 타지에서 방문하는 이유 때문인 것 아닙니까?”
“아!”
“듣고 보니, 그렇겠군요.”
요천의 가장 큰 관광자원이자 지역의 자금이 수챗구멍처럼 모여드는 곳.
아마도 전사의 심장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꿀꺽…
설홍이 침을 꿀꺽 삼켰다.
요천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기에 요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전사의 심장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용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그곳에 방문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잠깐의 고민이 이어졌다.
“이번 용쟁이 전사의 심장과 관련된 일이니 미리 조사해볼 필요는 있겠죠.”
강설이 이렇게 말하자, 설홍이 옳거니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좋구나! 모든 일은 정보 수집이 기본이지! 천주! 천주도 가자!”
“저, 저도 말입니까?”
“응! 요천에 왔으면 전사의 심장은 꼭 가봐야 하잖아!”
“하지만….”
“가보자, 어서!”
“…알겠습니다.”
숙소를 잡았기에 다행히 천주의 사람만 한 보따리는 함께하지 않을 수 있었다.
* * *
전사의 심장은 요천의 한가운데 떡하니 있었다. 심지어 그 위치가 요천의 행정을 담당하는 토호의 행정청보다도 좋았다.
마치 투기장이 세워진 후, 그 주변에 도시가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전사의 심장이 요천의 심장이고 뭐 그런 거지….’
강설은 전사의 심장으로 향하면서 두근대기보다는 오래된 감정을 떠올리게 되었다.
언제나, 그의 말의 흔적을 찾아 그곳을 방문할 때는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었다. 아련하기도 하고 잊고 있던 후회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매몰되어 잠시 현실을 뒤로하고 있을 때, 설홍이 앞을 가리켰다.
“세, 세상에나… 보이는가?”
“…보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요천 사람이 전부 모인 것처럼, 투기장은 외부에서부터 소란스러웠다.
“비켜! 길 막지 말고!”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그럼 댁은 내가 누구인 줄 아쇼?”
“저리 꺼져! 난 표가 있다고!”
사방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설조차도 그 번잡함에 놀랄 정도였는데 설홍은 오죽하겠는가.
“어, 어떡해야 하지?”
“설홍 님?”
“천주! 못 들어갈 거 같은데 우리….”
강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입장이 진행 중이라 번잡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마 곧 우르르 들어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을 겁니다.”
“흠흠… 그런 거였군.”
과연, 강설의 말대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갔다. 매표를 담당하는 구역은 잘게 쪼개져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해 다양한 곳에서 표를 팔고 있는 듯했다.
보통 관람 스포츠라 하면 암표상을 빼놓을 수가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전사의 심장에서 암표를 파는 미치광이는 없겠지.’
요천은 특수 도시다.
투기장에 의한, 투기장을 위한 특수 도시.
칸도 그 특수성을 인정해 중앙 정부에 반하지만 않으면 다소의 과격한 행동도 용인해 왔다. 어쩌면 전사의 심장은 그런 정부의 아량에 기대어 대폭 성장한 걸지도.
팽창하는 자금과 문화는 많은 날파리를 꼬이게 했다. 소위 승냥이들 같은 무리가.
그때마다 요천의 관리가 아닌, 오히려 전사의 심장이 앞장서서 그들을 짓뭉개 왔다. 말하자면 지역 조폭, 혹은 마피아나 카르텔 같은 세력이 요천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특히나 자신의 검투사를 정복자로 만든 후원자는 투기장 운영의 모든 것을 얻게 되는데, 이는 전사의 심장이 탄생한 이후의 근본이나 마찬가지였다.
– 할 말이 있다면, 무기를 들어라.
오로지 투쟁으로 자신을 증명한 정복자와 그를 만들어낸 후원자, 즉 투기장 운영자는 요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
‘아마 현재의 곽성 또한 그러겠지.’
요천에서 곽성을 함부로 건들면 위험했다.
용쟁이라는 경쟁에서 밀려나 실시간으로 무능함을 증명하고 있는 하위권 용화들 따위는 그의 목을 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용쟁의 규칙 때문에 곽성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없을 거다.’
용쟁의 중요한 규칙 중 한 가지.
– 용쟁 기간 동안, 용화는 용화가 아닐 것이다.
용화는 칸의 황제, 즉 홍천의 핏줄이다.
그가 자식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용화가 귀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건 아니었다.
황족은, 황족이다.
용화에게 해를 입힐 시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단, 용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용화에게 그 어떤 해를 입혀도 용쟁 기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오히려 용화가 정체를 숨기고 다녀야 할 판국이었다.
물론, 아직 용화에게 대놓고 상해를 입힌 자는 없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예단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난번 시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한 용화도 나왔다고 하니 말이지….’
권력에 반감을 가지는 자들은 늘 있기 마련이니 용화는 소나기에 젖을 수도 있었다.
“비싸!”
“설홍 님….”
“표, 표가 너무 비싸잖아? 무슨 표가 이렇게 비싸?”
천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굳이 안까지 보지 않아도 됩니다. 설홍 님만이라도….”
“그럴 필요 없습니다.”
천주와 설홍은 가진 돈이 요천에 와서 바닥났다. 애초에 그들이 어떤 생산 활동을 해온 것도 아니었으니, 가진 돈도 넉넉하지 않았고.
그들과는 달리, 강설은 가진 돈이 넉넉하다 못해 넘쳐흘렀다.
이미 한참 전에 환전까지 마쳐놨으니, 푯값에 벌벌 떨 이유가 없었다.
“투권이 아닌 단순 관람권이기에 그래도 싼 편입니다.”
“…갚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갚지 않아도 됩니다.”
“갚을 것이다. 그렇게 배웠다.”
설홍의 고집은 어찌 보면 어미의 부재 탓이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거나 은혜를 입게 되면 사시나무 떨듯 못 견디게 되어 반드시 갚는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벗끼리는 갚지 않아도 됩니다.”
“……정말인가?”
“진정한 벗 사이에는 은혜도, 빚도 없으니까요.”
그 말에 설홍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호, 혹시 그럼 저 꼬치도….”
“얼마든지 드셔도 됩니다.”
“천주 것도….”
“어이쿠! 저는 괜찮습니다, 설홍 님!”
“천주 님도 드시죠.”
“허, 허흠… 요천의 닭이 육질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셋이 닭꼬치를 하나씩 입에 물고 행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스윽…
강설이 두 사람의 머리에 면사를 씌웠다.
혹시라도 정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니, 다음에는 특별석에 앉도록 하죠.”
“아….”
“그리고, 저는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끄덕…
설홍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강설이 이곳에 오기 전 미리 언질을 주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확히 30분이 지난 뒤, 천주와 설홍은 똑같은 장면을 보고 입을 벌리게 된다.
“이, 이게 뭐야….”
“왜….”
이어지는 진행자의 크나큰 외침.
– 의문의 참가자 강설! 어… 그러니까, 특이한 승리네요. 당일 참가로 알려져 있는데….
천주와 설홍의 눈이 마주쳤다.
“왜 저기 있어?”
“왜 저기 있는 겁니까?”
상황은 30분 전으로 되돌아간다.
“무연고 당일 참가의 경우, 경기 일정이 배려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또한, 힘의 계측이 선행되지 않았기에 이로 인해 투쟁의 등급 또한 무작위로….”
“혈투.”
“…예?”
“혈투로 해주십시오.”
“…혈투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계십니까?”
강설은 애초부터 전사의 심장에 검투사로 참가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리고 지금 그 절차를 밟고 있었고.
‘곽성의 승부욕을 끌어내기 위해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가 검투사로서 흥행하는 것이 곽성의 이목을 끄는 첫 번째 행동일 것이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무제한 체급, 혈투.
체급이 제각각인 탓에 그 인재 풀도 매우 방대했다. 더군다나, 살인까지도 허용되는 그 과격한 룰 탓에 전사의 심장의 백미로 꼽히는 종목이었다.
사실상 전사의 심장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이 혈투를 보러온 사람들이었다.
“…당일 일정이 지금 잡혔습니다.”
강설은 접수원이 샐쭉한 표정으로 넘겨준 종이를 받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연달아 3번이나 경기를 치릅니까?”
“미리 설명을 드렸잖습니까?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검투사들의 자리밖에 남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그렇게 일정이 짜여졌으니….”
“…알겠습니다.”
사실, 별 상관은 없었다.
‘빨리 끝나고 좋은 건가?’
강설은 곧이어 시작될 자신의 경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규정집을 바라보았다.
“하하….”
규정집에는 간결한 규칙만 적혀 있었고, 그 사실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말 그대로 치고받고 싸우라는 거군. 죽어도 상관없고.’
동양의 투기장은 온갖 음양사와 무당, 그리고 주술사와 도사까지 참여하여 경기장을 조성한다. 가상의 자연환경을 투기장 내에 조성했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실제 환경과 거의 똑같았다.
20여 분이 흐르고.
“강설! 강설!”
“여기 있습니다.”
“심장에 올라라, 네 차례다.”
“예.”
“죽지 마라. 어제도 시체를 치워서 기분이 더럽다고. 뒈질 거면 내가 비번인 날 뒈져.”
“참고하겠습니다.”
“흥! 무기는?”
강설이 양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허무맹랑한 놈이군. 제기랄,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 거냐?”
– 이어서 당일 참가로 혈투에 합류한…
“쳇, 어서 나가!”
강설이 어두운 복도를 걸어 빛이 번쩍이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뭐야, 저 새끼!”
“아하하하하! 바로 뒤지겠네. 투권! 투권을 사야겠어!”
“저 자식이 죽는 데 걸어야지.”
과거, 콜로세움에 섰던 전사들이 이러했을까.
온갖 고함과 모욕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전투가 두렵지는 않았으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약간 불편했다.
강설은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 선 검투사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월도를 어깨에 걸친 후 턱을 한껏 치켜올린 근육질의 남성이 서 있었다.
“뭐냐, 너?”
“…….”
“대답하기 싫으면 말고.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어.”
진행자의 목소리가 전사의 심장에 울려 퍼졌다.
– 이번 혈투는 가히 역대급입니다! 수많은 별이 욕망을 위해 분전 중인 가운데, 쟁쟁한 자들이 즐비한 혈투에서 무려 3연승을 기록 중인 흉비! 그의 월도에 목이 베인 검투사가 무려 3명이죠?
3연승 중인데 3명의 목을 베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설명이었다.
“와아아아아! 흉비! 이번에도 부탁한다!”
“흉비! 너한테 걸었어! 다음 정복자는 너야!”
“지면 죽일 거야!”
– 그만큼 흉비가 잔혹하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에 맞서는… 어… 당일 참가로 다른 종목도 아닌 무려 혈투에 뛰어든 사나이! 이 미친 짓만으로도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죠? 강설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게 아니라 설명할 거리가 없을 것이다. 따로 공개한 내력이나 정보가 없을 테니까.
“…….”
“……누구?”
“아니, 그래서 누군데?”
“우우우! 뒤져라! 모가지가 분리돼라!”
“얼굴은 그래도 꽤….”
“사내새끼가 반반하게 생겨서 뭐에 쓰겠어! 죽여라, 흉비!”
관객 반응이 흉비와 크게 대비되었다.
‘기대도 안 했다만….’
– 자!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콰직…
콰지직…
스으으으으…
하얀 연기와 함께 땅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도사와 주술사들이 벌인 짓이다. 그래봤자 그리 높이는 높지 않았지만, 연무대 밑에 자욱하게 연기가 깔리자 제법 그럴싸했다.
“뒤져라.”
휘리릭-!
[흉비가 들개 창법 : 송곳니 난무를 사용합니다.]
[창의 예리도가 크게 상승하며 절단된 부위의 출혈이 증가합니다.]
휘리릭-!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우웅!
월도가 휘둘러질 때마다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강설이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기 때문.
그것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강설이 간신히 피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아하하하! 제법 하잖아!”
“흉비, 죽여! 뭐 해!”
강설은 첫 탐색전에서 흉비의 실력을 파악했다.
‘약해.’
그가 전사의 심장에 몸담았던 시기의 혈투와는 그 수준이 달라진 것일까? 강설은 조금 실망했다.
물론, 일은 이편이 훨씬 쉬웠다.
‘바로 끝낼 수 있지만….’
그래서는 곽성의 흥미를 끄는 것이 한참이나 걸릴 것이다. 정해진 기한 안에 투기장이 칸의 품으로 돌아와야 하기에 효율 좋게 움직여야 했다.
콰가가각-!
흉비의 월도가 연무장 바닥을 후려치자 두부 썰 듯 날이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애초에 바닥을 베고 싶었을 리가 없을 테니 당연히 강설이 피한 것이다.
“읏….”
원래였다면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강설이 틈을 노리고 일격을 가한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났을 테니까.
하지만.
휘릭-!
월도를 회수하는 흉비.
그는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뭐 하는 짓이냐?”
“보시다시피.”
“…죽여주마.”
훙훙훙훙-!
강설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음을 깨달은 흉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흉비가 들개 창법 : 목줄 뜯기를 사용합니다.]
[창의 회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후아아앙-!
마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듯한 소음과 함께 주변에 돌 부스러기가 흩날렸다.
창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강설을 노렸다.
팟-!
파아앗!
강설은 그래도 아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물론 여유를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행여 한 번이라도 저 눈먼 공격에 당한다면 내장을 다 쏟아낼 것이니 조심하며 움직였다.
“이이이이이익!”
흉비는 밑천을 거진 다 드러내면서까지 강설을 노렸지만, 전혀 닿지 못했다.
무려 5분 동안이나.
“뭐, 뭐야?”
“흉비?”
“시간 아깝게 뭐 하는 거야? 어서 죽이라고!”
관객들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무렵, 강설이 입을 열었다.
“시간 됐다.”
“뭐…?”
흉비는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었지만, 낙관하고 있었다.
어쨌든, 공세는 이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이 뒤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강설이 그의 코앞에 서 있었다.
무려 날뛰는 창날을 피해서.
쿠우우웅…
“우우웁….”
몸이 붕 뜨는 게 느껴졌다.
강설의 공격에 당한 순간, 흉비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다.
무술이나 혹은 무예에서 밀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순수한 힘에서 차이가 났다.
‘이게 무슨….’
흉비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다.
콰직….
그 한 번의 공격에 연기가 일렁이는 연무대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
“흉비가 졌어?”
“이건 사기야!”
강설이 눈을 돌려 설홍이 있는 자리를 확인했다. 그녀는 닭꼬치의 양념을 입에 묻힌 채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아마도 혹시 몰라 조금 나눠준 돈으로 꼬치 몇 개를 더 사 먹은 모양이었다.
아무튼, 강설이 거둔 첫 번째 승리.
– 의문의 참가자 강설! 어… 그러니까, 특이한 승리네요. 당일 참가로 알려져 있는데….
“에이… 시시하게….”
“짜고 친 거 아니야?”
“흉비가 영 맥을 못 추던데….”
“그래도 다음 경기가 추상이니 추상은 믿을 만하지.”
“보니까 저 강설이라는 놈 3경기를 연달아 치른다던데?”
“3경기는 무슨. 추상 때문에 전신의 뼈가 다 부서져서 내려올 텐데.”
15분 후.
– 추상이 연무대 밑으로 추락하면서 강설이 또 한 번 승리합니다! 강설! 이변을 일으키고 있군요! 추상은 혈투에서 잔뼈가 굵은….
“아니, 사기라니까?”
“내 투권! 내 투권! 저 잡놈 새끼가 내 투권을….”
“추상! 안 죽었어? 비켜! 아직 안 죽었으면 내가 죽일 거야!”
“강설인지 뭔지…. 아까랑 똑같이 싸우던데,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얼핏 느낌이….”
“에이, 우연이지.”
15분 후.
– 성주가 패배합니다. 이로써… 음… 강설은 강적들을 상대로 3연승의 쾌거를 이룹니다! 지켜볼 점은 그의 매우 특이한 전투 방식인데요….
“아니, 씨팔! 오늘 진짜 왜 이래!”
“3번 속은 놈이 어딨어! 여기 있다, 이 새끼들아!”
“당일 참가 아직 받아주나? 저 새끼 배를 쑤셔놔야겠어!”
관중들이 수군거렸다.
그들도 이쯤 되면 알아차려야 했다.
“이번에도다.”
“이번에도 정확히 5분에 끝을 냈어.”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이거 꼭….”
“…설마?”
그들의 의심에 신빙성을 더해줄, 사회자의 말이 쏟아졌다.
– 압도적인 실력의 격차를 보이며 정확히 5분에 끝을 낸다. 오늘 모인 여러분! 모두 이 한 문장에서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으셨습니까?
“어… 그러고 보니….”
“맞아! 5분… 그, 그거다!”
– 촌음(寸陰)의 악마! 대산(大山)이 환생이라도 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에게 내미는 도전장일까요! 강설은 지금, 생전 대산의 행보와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를 존경했던 수많은 검투사, 그러나 그 어떤 검투사도 오늘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 만일 그를 따라 하려 한 것이라면 강설은 정말이지 완벽한 모사꾼이로군요!
그 어떤 상대라도 5분 동안 싸우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던 검투사. 상대가 약하다면 최대한 많은 것을 내보일 수 있게, 상대가 강하다면 지루하지 않게 모두 5분이라는 시간에 맞추어 끝을 냈던 무패의 사나이.
강설은 연무대를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따라 한다니… 너무하네….”
이날 모인 이들은 모두 전사의 심장의 전설로 남은, 대산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내가 대산인데.”
전사의 심장을 가장 오랜 기간 제패했던 정복자 대산은, 강설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