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71
제270화
강설과 헤어진 후, 황금 신상이 안내한 길을 향해 달려가는 치우와 설홍 그리고 미아와 혜명.
“이쪽이야!”
치우가 앞서나가며 길잡이 역할을 했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앞에 놓인 길은 굽이굽이 꺾여 들어가 점차 복잡해졌다.
또한, 와탈라의 가르침을 깨우치지 못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이정표들이 이곳저곳에 박혀있었다.
혜명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그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뒤에 남겨놓은 강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 앞으로 나아가, 혜명.
– …넌?
– 여기 남는다.
– 어째서?
– 난 이미 얻었어.
강설의 수수께끼 같은 말.
‘강설….’
혜명은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발길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의 가치관과 반대되는 지금의 이 행동이.
“…혜명?”
“왜 그래?”
그는 침통한 듯이 말했다.
“이것이 옳은지 모르겠어.”
“…….”
“강설을 남겨두고 온 게, 그에게 희생을 강요한 것만 같아서.”
설홍이 앞서 달리며 답했다.
“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뭐?”
“그가 해내지 못하면, 이곳의 누구도 해낼 수 없어.”
* * *
그림자 공간에서 카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전히 쌩쌩하군요, 쟈마드.
– 그래, 꽤 오래 쉬었더니 기운이 넘쳐서 말이야.
강설은 이것저것 쟈마드의 뒤바뀐 정보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같은 인물이 맞아?’
보통 소환수의 등급이 올라갈 때, 많은 부분이 바뀐다기보다는 중요한 부분이 바뀌곤 했다. 근원력이 파생된다든지 검술의 성장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든지 같은.
그런데, 지금 쟈마드가 불멸이 되어 변화된 부분들은 앞선 변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이었다.
‘설마, 이것도 허무의 힘인가?’
시간적인 여유만 있었다면 하나하나 낱낱이, 그 변화를 머릿속에 새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적은 그것을 잠자코 지켜봐 줄 친절한 존재가 아니었다.
귀신 3 장군 중 하나인 그슨대였다.
– 굳이 긴 대화는 필요 없겠지.
드드드드드드드…
그슨대의 몸에서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으지지직…
[그슨대가 절기 : 만 개의 손을 사용합니다.]
[피조물 : 저주받은 손이 재사용 대기시간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재생됩니다. 단, 재생될 때마다 20%의 마력이 추가로 소모됩니다.]
“좁구나.”
콰아아아아아앙-!
복도가 순식간에 터져나갔고, 이곳에 들어오기 전 마주했던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넓을수록 저쪽이 유리한데.’
그슨대는 본신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지금보다 훨씬 거대해질 수도 있었다.
넓은 공간이 있다면 그 이점을 살릴 수 있을 터, 반면 강설에게는 넓은 공간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
아무리 거대한 쟈마드라고 한들 그슨대보다 거대하진 않았으니까.
훙…
훙… 훙…
그슨대의 손이 공중에 순식간에 수십 개가 떠올랐다.
쟈마드가 그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 제법 먹음직스러운 놈을 준비해뒀구나, 강설.
그리고는 내면의 울림을 통해 강설에게 말했다.
‘동화되어라, 강설. 우선은 이해가 먼저다.’
‘동화?’
‘그래, 놈이 생각보다 허술하면 네가 나설 필요도 없을 거다. 내게 통제권을 넘기고 넌 그동안 내 기운에 익숙해져라.’
쟈마드의 말을 거부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좋아.’
스으으으…
밤까마귀의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불멸의 존재와 밤까마귀 형상을 유지합니다.]
[절기 : 밤까마귀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강설이 그슨대를 노려보았다.
[그슨대]
등급 : 불멸
추정 레벨 : 45~50
악룡 화그무에게는 그의 명을 충실히 수행할 3명의 귀신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시대를 공포에 떨게 하며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 되었습니다. 그러나, 화그무가 홍천에게 패하며 3 장군의 귀신 군단도 와해 되었습니다.
3 장군 중 한 명인 어둑시니가 용제 홍천에게 봉인을 당하며 그슨대와 두억시니의 소식 또한 더는 들려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잊히는 듯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그슨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기본 능력 : [지속 : 무통], [지속 : 지배자의 권위], [지속 : 고압적인 정신체] [귀압 3], [명령 : 짓누르기 4], [명령 : 휙 3], [명령 : 짝 3], [명령 : 쾅], [명령 : 포개기 5], [명령 : 손가락 약속 1], [명령 : 깍지 2]
특수 능력 : [절기 : 만 개의 손], [절기 : 한정된 모순], [절기 : 천수관음(千手觀音)]
어둑시니와 비슷한 레벨 대.
하나, 기존의 평가에 따르면 그슨대는 어둑시니보다 강한 귀신이었다.
‘그리고 힘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으니… 쉽지 않겠어.’
후우우우우우웅…
순간, 그슨대로부터 이상한 기운이 흩뿌려졌다.
마치 은하수를 하늘에 흘리듯, 깜깜한 공간에 무언가가 반짝였다.
– 영역이군.
“그걸 알아챘으니 이미 늦었다는 것도 눈치챘겠지?”
– 흥….
스으으으으…
검사, 혹은 무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영역. 그슨대는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금 독특하게 개조했다.
드드득…
부유하는 잔재들이 마치 의지라도 있는 것처럼 주변으로 비켜났다.
‘놈의 주특기다.’
염동력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도 아니면 공간 개입력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슨대는 그 힘을 이용해 공격해온다.
거기에 정신체라는 특수한 형상까지 더해져 상대하는 이들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이래서 상성이 좋지 않다고 했던 건데.’
강설은 지금껏 나름 정직한 능력들로 상대를 쓰러트려 왔다.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상대보다 나은 점을 무기로 하여 착실하게.
이런 유형은 그슨대라는 변칙적인 존재에게 힘을 쓰기 어려웠다.
‘와탈라의 힘을 깨우친 혜명이 아니고서는… 아니지, 혜명도 광야령을 이용했으니.’
그슨대가 일반적인 힘겨루기로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나의 미지에 온 것을 환영하마.”
그가 이죽거리며 쟈마드를 비웃었다.
쟈마드가 강설에게 물었다.
‘놈에 대해 알고 있나?’
‘물리적인 힘이 그다지 통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거칠어 보이는데.’
‘바로 봤어. 맞아.’
‘요컨대… 얍삽한 녀석이라는 거군.’
강설이 쟈마드를 걱정하며 말했다.
‘쟈마드, 놈은….’
‘거기서 보기나 해라, 강설.’
씨익…
쟈마드가 웃었다.
‘이 몸의 달라진 모습을 말이지.’
짝-!
쟈마드가 손뼉을 치자, 허공에 두 개의 해골이 떠올랐다.
[다중 근원을 사용합니다.]
[2가지 이상의 근원력을 사용합니다.]
[사용하는 근원의 효율이 10% 하락합니다.]
낯익은 것이, 쟈마드가 허무를 넘어올 때 팔뚝에 차고 있던 고리에 장식된 해골 중 일부인 것 같았다.
딱딱딱…
해골 머리의 이마에는 시초의 뼈에 새겨진 문양 중 일부가 똑같이 새겨져 있었다.
– 맛보기만 보여주지, 귀신.
“전력을 내도 모자랄 텐데?”
– 아쉬워하지 마.
해골이 입을 열어 문장을 쏟아냈다.
【불바다가 일어나리라….】
[유황의 근원력이 작용합니다.]
[근원력 : 들불을 사용합니다.]
[들불은 유황의 근원력이 끊어지기 전까지 계속해서 확장합니다.]
[시전자는 들불의 피해에 면역입니다.]
[들불은 막대한 열기와 연기를 만들어냅니다.]
[열기에 닿는 적에게 상태 이상 : 화상을 높은 확률로 부여합니다. 화상은 초당 현재 체력의 1%의 피해를 주며 3초간 지속됩니다.]
[일정 확률로 상태 이상 : 화상이, 지속시간이 끝난 후에 상태 이상 : 작열로 변화합니다. 작열은 초당 최대 체력의 1%의 피해를 주며 5초간 지속됩니다.]
[들불의 규모에 따라 추가 효과가 생겨납니다.]
제법 특이한 능력.
많은 적에게 둘러싸였을 때나 적의 유형이 대형일 경우 효과적인 능력처럼 보였다.
“흥… 닿지 않으면 그만이다.”
– 그럴 수 있을까?
딱딱딱…
두 번째 해골.
【벼락이 정화하리라.】
[벼락의 근원력이 작용합니다.]
[근원력 : 낙뢰를 사용합니다.]
[낙뢰는 벼락의 근원력이 끊어지기 전까지 계속해서 전장에 떨어집니다.]
[시전자는 낙뢰의 피해에 면역입니다.]
[낙뢰는 벼락의 인장이 새겨진 위치에 떨어집니다. 벼락의 인장은 일정 주기마다 적이 위치한 지면에 새겨집니다.]
[벼락의 인장이 발동하는 데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장에 벼락이 떨어진다고?’
벼락의 피해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슨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까.
결국, 결과는 붙어봐야 알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싸움이 시작됐다.
[그슨대가 명령 : 쾅을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손이 지정된 대상을 타격합니다.]
으직…
주먹으로 변한 손이 일제히 강설을 향해 쏟아졌다.
쿠구구구구궁…
일제히 쏟아지는 주먹들.
그리고 밤까마귀는 그 공세에 파묻혔다.
“…어디지?”
그슨대가 갸웃했다.
밤까마귀의 기운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슨대는 쟈마드와 강설이 절대로 이번 일격에 당할 만한 자가 아니라 생각했다.
[악몽을 사용합니다.]
[최근 피해가 피조물에게 이전됩니다.]
푸드드드득…
까마귀들이 날아올랐다.
“위험했잖아.”
– 네가 피했으니 된 거겠지, 우린 한 몸이니까. 그 정도는 해낼 줄 알았다.
“…….”
이중인격처럼 혼자 떠들어대는 강설.
‘…피조물들이 되돌아왔어.’
자연히 증식된 수많은 까마귀가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륵-!
방금 강설이 있던 곳을 짓누른 손들은 모두 들불에 타들어가 재만 남았다.
– 그래도 조금 줄였군.
스으으으으…
들불이 만들어낸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밤까마귀.
그슨대가 쟈마드를 비웃었다.
“반항하는 수준이 일차원적이군.”
– 이제 다차원적인 공격이 기다리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아, 귀신.
그슨대의 감각이 공간을 훑었다.
바보같이 이곳에서 모습을 숨기는 것만으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예상한 주술사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다.
“거기구나!”
[그슨대가 명령 : 깍지를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손이 깍지를 껴 피해량이 합쳐집니다.]
[그슨대가 명령 : 쾅을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손이 지정된 대상을 타격합니다.]
콰아아아아앙-!
팟!
콰아아앙-!
팟!
발견과 즉시 공격이 이뤄졌지만, 밤까마귀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단순히 시선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군.”
들불의 연기는 시선을 가리는 효과도 있지만, 확장하면 회피율이 대폭 증가한다.
회피율 관련 옵션을 덕지덕지 가지고 있는 강설에겐 최상의 방어기술이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그슨대가 손짓했다.
후우우웅…
[그슨대가 명령 : 포개기를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손이 포개어지며 대상을 짓누릅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엔 아예 밀착해서 도망칠 구역을 봉쇄하는 그슨대.
콰아아아앙!
콰아앙!
그런데, 밤까마귀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콰르르르르르르릉-!
낙뢰가 밤까마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파지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 주위로 모여들었던 그슨대의 저주받은 손이 모두 새까맣게 그을려 잿가루가 되었다.
벼락의 인장 위에서 씨익 웃고 있는 쟈마드. 명백한 도발이었다.
“날 도발해도 소용없다. 네 패배는 결정되었다.”
– …어째서?
“네 공격은 내게 닿지 않는다.”
– 흐응….
쟈마드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슨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강설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쟈마드, 방법이 있는 거야?’
‘적당히는, 근데 놈에게 접촉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접촉할 방법?’
‘그래,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하기만 하면 타격을 줄 수 있어.’
‘그럼 혹시 이런 방법도 되나?’
강설은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쟈마드에게 일러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에 쟈마드는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 아아… 그럴듯하군. 그럼 그걸로 가지.
자신을 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쟈마드의 모습에, 그슨대는 조금 동요했다.
“슬슬 짜증이 나는구나.”
[그슨대가 명령 : 휙을 사용합니다.]
[내던져진 투사체는 저주받은 손의 공격력과 비례한 피해를 주며 적중시 효과가 적용됩니다.]
휙!
휘이익!
휘이이이익!
이곳에 널린 게 유적의 잔해였으니, 그슨대는 마력의 안배를 위해 방법을 바꿔 유적의 잔해를 밤까마귀에게 내던졌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콰앙!
제법 수월하게 피해낼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문제는 손과 달리 잔해는 끝도 없이 쏟아진다는 것이었다.
투둑…
더군다나 파편까지 튀는 것을 감안하면, 완전 회피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치익…
자잘한 파편에 몇 번 공격을 허용한 쟈마드.
“…잡았다.”
– 뭐?
[그슨대가 명령 : 손가락 약속을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손에 한 번이라도 접촉한 상대를 짧은 시간 구속합니다.]
[상태 이상 : 속박에 빠집니다.]
[고해성사가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
[마지막 상태 이상인 상태 이상 : 속박이 그슨대에게 전염됩니다.]
“…뭣?”
팟-!
쟈마드는 그 틈을 이용해 다시 빠져나가려 했으나, 구속된 순간 이미 또 다른 파편에 얻어맞았다.
[그슨대가 명령 : 손가락 약속을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손에 한 번이라도 접촉한 상대를 짧은 시간 구속합니다.]
[상태 이상 : 속박에 빠집니다.]
이번엔 고해성사가 발동하지 않았다.
‘한번 구속되면 죽음이라 이거군.’
강설이 어처구니없는 공격 패턴에 혀를 찼지만, 좌절하진 않았다.
쟈마드에겐 아직 사용할 패가 많이 남아있는 듯했다.
후우웅…
날아오는 거대한 암석 파편.
딱딱딱…
쟈마드의 세 번째 해골이 등장했다.
짝-!
쟈마드가 손뼉을 쳤다.
[환상수 소환 : 그림자 늑대가 발동합니다.]
[지속 : 깜짝 출현이 발동합니다.]
[행복한 코코가 쟈마드의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 나와라, 늑대야.
찌지지직…
터업-!
공간을 찢고 나온 시커먼 생명체가 산 문양이 새겨진 해골을 한입에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