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28
제327화
“멈춰! 두코코! 멈춰줘!”
“시끄러워! 다구구가 배가 고파서 힘을 못 쓰는 거잖아!”
으직…
으지지직…
두더지 수십 마리가 저 괴물의 아가리로 들어갔다. 그 광경이 사뭇 기괴했다.
“크우우우우… 크우우우….”
다구구의 크기는 이제 강설 일행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쩌적…
쩌저저저적…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이봐 두더지, 여기는 얼음 위라고….”
콰아아아아아아앙-!
강설과 브론, 그리고 두코코와 다구구를 포함한 두더지들이 협곡 밑으로 추락했다.
쿠지지지직!
“아아악!”
쿠지지지지지직!
“으윽….”
바닥에 떨어지자, 곧장 다음 바닥이 깨져나가는 과정이 이어졌다.
콰지지직!
콰지지지지직!
“저 뚱뚱한 녀석에게 떨어져라!”
“좋은 생각이야!”
“무, 무슨 짓이냐!”
씨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숨결의 무덤 가장 깊숙한 곳으로 떨어지는 그들. 밤까마귀와 브론은 잔뜩 거대해진 다구구의 배를 발판 삼아 추락의 충격을 흡수했다.
휘리리릭…
치이이…
재주를 넘으며 물러나는 브론과 밤까마귀.
“제길! 어서 녀석들을 먹어 치워, 다구구!”
“크우우우우… 크우우우우….”
브론이 잠시 두코코를 바라보다가 멈칫했다.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라앉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엔, 얼어붙은 빙하아귀의 군대가 있었다.
전투를 치르던 도중이었던 듯, 생생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강설과 쟈마드가 물었다.
“모두 어딜 보고 있던 거지?”
“…나.”
“…….”
“저기에 내가 있었다.”
브론과 밤까마귀가 멀리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는 사이, 다구구가 두더지들을 계속해서 잡아먹고 있었다.
“이리와! 이 녀석들아! 이기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저리 가!”
“끼이이익!”
두더지의 저열함이 잘 드러나는 광경이었다.
브론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품에서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꺼냈다.
푸른 수정, 이곳에 오기 전 마드리아가 건네준 것이다.
콰자작-!
휘오오오오오오…
“일어나라, 전사들이여. 내가… 돌아왔으니…까….”
……
그러나 마드리아의 주술을 사용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브론.”
“…그래.”
“실패다.”
“……그런 것 같군.”
꺼어어억…
다구구가 트림을 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커다란 뭔가가 된 다구구는 알아서 두더지 병사들을 처치하고는 더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다른 두더지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끽… 끼이익!”
“다구구 무서워….”
두코코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듯, 브론을 조롱했다.
“킥킥키이이익! 뭘 기대한 거냐? 응? 트롤! 킥킥킥… 바보냐고, 너!”
“그래, 바보였군. …모두 돌아올 줄 알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이리자드 님께서는 이미 그때보다도 훨씬 위대한 존재가 되셨다! 나는 이리자드 님의 충실한 종! 너희를 다구구의 입속에 처넣어….”
브론은 두코코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이곳의 공기와 온도가 그를 오래전의 싸움으로 데려갔기에.
– 그만! 뭘 하려는 거냐, 브론! 멈춰! 아직….
– 이 방법밖에는 없다. 벌써 내 주술이 대부분 잠식됐어. 이대로라면 우리 모두 이리자드에게 몸을 빼앗길 거다.
– 죽으면 돼! 죽는 건 무섭지 않아!
– 맞아, 죽는 건 무섭지 않아. 하지만… 모든 게 끝나버린다. 우리는 지성을 빼앗긴 채 놈의 꼭두각시가 되겠지.
– …어쩔 생각이냐?
– 이리자드를 꺾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이 필요해. 언젠가 반드시… 부족의 누군가가 우리를 깨우러 올 거다. 그때까지만… 잠들어 있어라, 전사들이여.
– …반드시냐?
– 빙하아귀를 믿어라. 빙하아귀는 절대로 지지 않아.
– 아니, 난 그런 건 믿지 않아.
빙하아귀의 전사장 스콜라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소멸해가는 브론의 귓가에 전해졌다.
– 네 판단을 믿겠다. 늘 그렇듯이.
파아아아아앙-!
밤까마귀가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팟-!
치이이…
미끄러지며 자세를 재차 잡았지만, 공격을 막아낸 팔꿈치가 아려왔다.
“브론,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그래.”
스콜라의 부릅뜬 눈을 잠시 바라보던 브론에게서 기이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촤르륵…
물살 소리.
“…브론?”
“킥키키키킥! 실패자! 실패자! 얌전히 목을 내놓아! 두코코는 칭찬을 받아야 해!”
촤르르륵…
촤르르르르륵…
꼭, 파도 소리처럼 들리는 뭔가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건….’
– 위험하다, 강설.
브론이 벌인 일이었다.
강설과 쟈마드마저 당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포의 힘이 그에게로 모여들고 있었다.
소리는 있되, 풍경은 그대로였다.
“이, 이상하네… 무슨 소리지?”
“그래, 이상할 거다. 다들 헤엄은 좀 칠 줄 아나?”
“헤엄?”
브론이 양손을 수평으로 뻗고 손바닥을 하늘로 향했다.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물에 빠져 죽어라.”
[브론이 절기 : 폭포 주술 : 홍수를 사용합니다.]
[대량의 물이 공간을 채웁니다.]
[모든 폭포의 주술이 물속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론의 주변에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끽! 끼이이이이이익!”
“물, 물이야!”
“살려줘! 살려줘! 물이 싫어!”
“무서워, 물!”
속절없이 홍수에 휩쓸리는 두더지들.
그건 두코코와 다구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숨결의 무덤 최심부답게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 물은 순식간에 두코코의 숨구멍 근처까지 차올랐다.
“끼이이익!”
그나마 외곽에 자리했던 두더지들은 제 살길을 찾아 도망갔지만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다구구와 그 위에 올라탄 두코코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두코코는 위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의 시야에 저 멀리, 부빙(浮氷)에 올라와 있는 밤까마귀가 잡혔다.
강설과 쟈마드가 임기응변으로 홍수에 대비한 것이다.
두코코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주술을 사용해 부빙을 형성하려 했다.
파츠츠즛…
“어? 이게….”
파츠즈즛…
그의 주술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했다.
브론이 씨익 웃었다.
그의 웃음을 본 두코코는 이 모든 게 브론의 짓이라는 걸 알아챘다.
스으으으…
콱-!
브론이 손을 꽉 움켜쥐자, 물 안에서 화살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다구구의 몸에 틀어박혔다.
픽!
피피피픽!
금방 그들이 떠올라 있는 자리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키이이이이이이이!”
“다구구! 발버둥 치지 마라! 이러면….”
“키이이이! 키이이이이!”
“놔, 놔아아아! 너 설마….”
까드드드득…
다구구가 두코코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최후의 식탐이었을까.
[간악한 두코코를 처치했습니다.]
부빙에 올라와 있는 강설에게 떠오르는 메시지.
꼬르르륵…
그리고 그보다는 한참 후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메시지.
[식탐 많은 다구구를 처치했습니다.]
촤아아아아아…
물 위에 누워 가만히 위를 바라보고 있는 브론에게 밤까마귀가 부빙을 움직여 다가갔다.
촤아아아아아…
물은 계속해서 차올랐다.
이미 두더지들은 전무 수몰했고 이 이상 힘을 사용하는 건 과했다.
“멈춰라, 브론.”
“아, 그렇지.”
스으으으…
팽팽하게 차올랐던 주술력이 다시금 잦아들었다. 이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그 침묵을 지켜보았다.
“꼴사나웠을까?”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꼴사나웠다.”
“큭큭! 역시! 그래도 화를 참지 못하겠단 말이지.”
“누구에게 화가 난 거냐?”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너무 보기 좋게 실패했지? 멋대로 금술을 펼치고는 후일을 대비한다느니 하면서 말이야.”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신랄한 평가네.”
밤까마귀가 괴로워하는 브론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걸어 볼 만한 단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모두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을 거다.”
“…….”
강설과 쟈마드는 이곳에 얼어붙은 병력들의 면면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곳을 바라보고, 하나의 가능성을 본 얼굴들. 그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 빙상이 되어버린 지금도 전해졌다.
“날 믿는다고 했는데… 보답하지 못했다.”
“모든 믿음에 보답이 있었다면, 세상은 좀 더 살 만했을 거다.”
“큭큭큭… 그렇겠지? 그냥… 흔한 일이겠지?”
“돌아가자, 브론. 다음을 준비해야 해.”
촤르륵…
브론이 부빙 위로 올라오며 말했다.
“그래, 여기서 무너질 생각은 없어.”
“다음 계획이 있나?”
“물론! 이번 계획보다 근거가 빈약한 계획이긴 하지만.”
“이번 계획보다 빈약한 근거라면 그건 못 써먹는 게 아니냐?”
“하하하,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들어봐, 이다음은….”
보글…
뜬금없이 기포가 지저호에 올라왔다.
브론과 밤까마귀는 그대로 대화를 멈추었다.
“징그러운 녀석들… 아직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니.”
“두더지는 물을 싫어하는 것 같던데.”
“큭큭… 대부분 헤엄을 못 치니까.”
보글…
두 번째 기포.
이제 둘은 이 기포가 두더지가 내뱉은 숨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브론….”
“아… 그래….”
그들은 물을 들여다보았다.
쩌적…
쩌저적…
지저호의 바닥 깊숙한 곳에서부터 서리가 끼며 계단이 만들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걸음이었다.
수중을 누군가 걸어 올라왔다.
“…얼어붙는다, 이거.”
“…….”
촤아아아악…
마침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거한.
“하아아… 하아아….”
물을 빠져나와 그 위를 걷는 존재.
놀랍게도 걸음마다 부빙이 형성되어 그는 물에 빠지지 않았다.
쩌저적…
쩌저적…
그의 한 손에는 무언가 들려있었다.
익사한 두더지의 사체였다.
까드드득…
그는 엄니를 사용해 우악스럽게 두더지의 살을 잡아 뜯었다.
으적…
으적…
그가, 브론과 눈이 마주쳤다.
“어이, 여기 웬 얼빠진 애송이가 있다.”
촤아아악…
마찬가지로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또 다른 존재. 앞선 이와는 달리 복색이 정갈했다. 신기하게도 옷은 단 한 방울도 젖지 않았다.
“정말이냐?”
“그래, 여기 이놈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겠군.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우선 죽인 다음에 물어볼까?”
“스콜라 이 멍청한 자식! 죽으면 대답을 못 하잖아. 대답을 들은 후에 죽여야지.”
“아, 그렇군.”
쿵…
쿵…
브론에게 다가오는 스콜라.
그가 엉성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늘렸다 줄였다 했다.
“여기에 눈썹이 이렇게, 눈매가 이렇고… 코가 이렇게 생긴….”
“…….”
“그래, 꼭 너같이 생긴 늙은이를 못 봤나? 수염이 꽤 인상적일 텐데.”
브론이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흐음… 안타깝게도 못 봤는데.”
“그렇군… 이상한 일이야… 그럼 다시 묻지.”
스콜라가 브론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브론이냐?”
그 순간.
쩌저적…
쩌저저저저저저적…
지저호가 얼어붙기 시작하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빙판 위로 빙하아귀의 정예병들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브론이 답했다.
“그래, 죽음을 넘어 되돌아왔다.”
“…터무니없군. 분명 끝이라 생각했는데….”
“전쟁이다, 스콜라.”
“상대는?”
“이리자드.”
“놈은 늙어 죽지 않은 거냐?”
“그럴 리가.”
과거 이리자드를 쓰러트리기 위해 나섰던 빙하아귀의 전쟁 영웅들이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것, 참 다행이군….”
스콜라가 뒤돌아 소리쳤다.
“전쟁이랍신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사장 스콜라가 세력 : 빙하아귀에 합류합니다.]
[대주술사 타무르가 세력 : 빙하아귀에 합류합니다.]
[대전사 티오메트가 세력 : 빙하아귀에 합류합니다.]
[대전사 아그나가 세력 : 빙하아귀에 합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