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81
제380화
퉤!
가면 밖으로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는 자매. 어둠살이의 주먹을 맞고서도 멀쩡히 몸을 움직였다.
“소환사치고는 제법이야.”
“그러게, 깜짝 놀랐어.”
“장막이 꽤 공을 들였어.”
스으으으…
양쪽으로 나뉘는 벨리안과 벨드레.
전투는 계속될 것이다.
팟-!
파아아앗-!
어둠살이를 소환한 이상, 나도 운신이 자유로워졌다. 유림은 방금 공격을 막아낸 여파 때문인지, 나서지 못했다.
나와 어둠살이, 둘이서 잠시 저들을 막아내야 했다.
‘유림 다음은 내 차례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유림은 잠시 뒤틀린 기운을 정비하고 가세할 것이다. 그럼 전세는 우리에게 넘어오겠지.
‘내가 2명분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처음인 실전.
심장 고동은 전혀 빨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피는 뜨거워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파아아앗-!
“흠….”
어둠살이가 언니 쪽에게 따라붙었다.
그 큰 덩치로도 꽤 날렵했기에 벨드레 입장에서는 철벽처럼 느껴질 것이다.
‘문제는 동생 쪽이다.’
동생 쪽이 조금 처진다고 판단했지만, 익히고 있는 검술이 달랐기에 명확한 비교는 될 수 없을지도.
후우우우우웅-!
진동하는 검.
일단은 상대도 내 힘을 모르기에 약하게 탐색전을 겸해 약하게 뻗어온 공격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상대의 검술을 가늠해야 했다.
훅…
신형을 밑으로 꺼트린 후, 주먹으로 검면을 올려 쳤다.
따아아아아앙-!
‘정확했는데….’
꽤 정확한 타격이었으나, 진동하는 검의 특성 때문인지 소리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술?”
소환사인 내가 맨몸 전투로 나서니 벨리안 쪽도 당황했다. 가면 속 얼굴도 정말로 놀란 얼굴이 되었을까.
‘알 게 뭐야.’
내게 검과 비견할 만한 거리를 가진 무기는 발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투에서는 발을 최대한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강한 검사들에게 회수가 어려운 발을 뻗는 건, 도리어 패착이 될 수도 있었다.
– 발은 확실할 때 뻗어야 한다.
나의 또 다른 스승인 토키가 한 말이다.
쒜에에엑-!
쒜에에에에엑-!
베는 동작은 다행히 보였다.
– 네가 맨몸인 이상, 검수와의 싸움은 늘 두려움을 동반한다. 네가 싸우는 건 검이 아니고 두려움이다.
그 말이 맞았다.
검은 날카롭고, 인간의 살은 연약하다.
베이면 치명상.
– 그러나, 인간의 정신은 검보다 단단하다. 믿어라.
꿀꺽…
‘믿는다, 나를.’
내가 몰두한 시간을.
후우웅…
쒜에에에엑-!
진동하며 사선으로 공격해오는 검.
교묘한 걸음으로, 내가 움직이던 방향을 틀어막았다.
‘그렇다면….’
[그림자 늘리기를 사용합니다.]
[한 걸음 내의 위치로 이동합니다.]
단거리 이동.
전투 중에 이런 묘기를 활용할 수 있는 건 실패하고 실패했기 때문이다.
“호!”
하지만, 벨리안은 노련한 검수.
사정권에서 벗어나자마자 마치 한 동작처럼 느껴지도록 검을 회수해 손바닥으로 손잡이를 받치고 앞으로 내찔러왔다.
이건, 피할 수 없다.
정면으로 오는 공격.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 그렇게 많은 힘이 실려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찔리면 죽는다.
그 사실이 불길한 상상을 떠올리게 했다.
저 진동하는 검에 꿰뚫려, 나는 죽는다.
– 소년, 너는 흐름을 읽을 줄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알 거야. 네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믿어라. 너만은 믿어줘야 해.
잡아야 해.
‘아니….’
– 네가 노력한 시간을 무시하지 마라. 흐름을 따라가.
‘잡는다!’
파아아아아앙-!
“…뭣?”
“잡았다!”
양 손바닥 사이에 검을 끼운 채로 단단하게 힘을 줬다.
끼기긱…
벨드레가 검날을 회전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려 할 때, 나는 다음 수를 준비했다.
몸을 기울여 오른발을 잡아당겼다.
마치 대포를 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스르륵…
‘확실할 때….’
공기의 저항조차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상상한다. 내겐 날개가 있다.
할 수 있다.
‘뻗는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허공 차기를 사용합니다.]
[허공 차기에 적중당한 대상은 3분간 입는 모든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빠지지직…
“크아아아아악!”
검을 놓친 채로 나가떨어지는 벨리안.
기회였다.
“벨리안!”
여기서 그녀를 죽인다면, 벨드레를 생포하는 것도 수월할 것이다.
“하아아아-!”
나는 그녀에게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가면에서 공포를 느낀 짐승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러나 곧, 시선이 내가 아닌 뒤편으로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해….’
갑자기 느껴지는 섬찟한 감각.
그리고 정보원이 남겼던 3가지 의심 중, 첫 번째 의심이 떠올랐다.
– 놀란 얼굴은 자매야. 알려져 있기로는 둘이지. 그런데… 사실을 셋일지도 몰라. 애초부터 진짜 자매도 아니고 말이지.
지금 누군가, 내 뒤에 서 있다.
‘위험….’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낙법을 펼쳤다.
[루시아가 방혈검(放血劍)을 사용합니다.]
[방혈검이 상처를 입히면 대상에게 막대한 출혈을 일으킵니다.]
피로 그어진 궤적.
촤아아아아아악-!
다행히, 바닥을 구르며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그다음 이어지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겠지.
‘아니, 이쪽도 준비하고 있었다.’
카아아아아앙-!
치이이이이…
유림이 새로 나타난 놀란 얼굴의 검을 막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셋이라니, 너무 음흉하잖아.”
뿌드득…
“루시아라고 해. 내 이름을 기억하는 녀석들은 전부 죽었어.”
루시아…
그녀의 이름 역시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았다.
“언니! 조금 더 빨리 나서지!”
“장막의 새끼 까마귀 발톱이 얼마나 매서운지 잠시 본 거야.”
투둑…
몸을 털며 일어나는 벨리안.
“나는 이제, 이 녀석 말고 다른 녀석을 상대할래! 너무 답답해!”
어둠살이를 넘지 못한 벨드레가 괜히 심통을 부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 구색을 맞춘 세 자매.
저 구성이 아마도 그들을 얼굴들의 간부까지 오르게 한 힘일 것이다.
‘우리도 3명이긴 한데….’
어둠살이를 완성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세 녀석을 전부 상대할 방법은 없었다.
1년쯤 뒤에 만났다면, 정말로 손쉽게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겠지만.
스르륵…
세 자매가 각기 우리를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며 퍼졌다.
조용히 유림에게 속삭였다.
“셋을 떨어트려 놔야 해. 아까 봤지?”
“응, 그 검….”
유림의 기운을 크게 상하게 한 검.
둘이서 사용한 그 검을 셋이서 사용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노출되면 이번엔 치명상이다.
“문제는… 저 녀석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점이지.”
“…….”
어둠살이는 압도적인 힘을 가졌기에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목적은 어둠살이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를 쓰러트리는 것이지.
고로, 이번 전투의 열쇠는 나도 어둠살이도 아니었다.
유림이었다.
“유림, 이번엔 아까와 반대야. 내가 시간을 끌고 네가 날 구하러 와줘.”
“…내가?”
“할 수 있지?”
유림은 내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
끄덕…
“응! 해볼게!”
파아아아앗-!
살인을 꾸미는 원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루시아는 어둠살이에게, 벨리안은 유림에게, 벨드레가 나와 맞붙었다.
휘릭…
‘더 노련해.’
벨드레는 확실히 벨리안보다 노련했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을 넘어서, 상대의 대응을 예상하고 복안을 숨겨두었다.
‘하지만… 보인다.’
파아아악-!
가죽 갑옷의 말단을 스쳐 지나가는 벨드레의 검.
콰아아앙…
그 기운에 정면으로 부딪친 땅거죽이 오히려 터져나갔다.
확산하는 검.
찌르기를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참격은 오히려 진동검보다도 실린 힘이 약했다.
‘찔러올 때….’
휘릭…
지금이다.
이때 공격을….
‘아니!’
벨드레는 찌르는 자세 그대로 앞으로 쏘아져 나를 지나쳤다. 자칫하면 내게 반격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반격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촤아아아악-!
반대편에서 핏빛 기운이 일렁이는 검을 휘두르는 루시아가 참격을 쏘아 보냈다.
상대가 바뀌었다.
유림의 상대도 벨리안에서 벨드레가 되었다.
“윽….”
셋이 각기 다른 검술, 다른 체형, 다른 움직임을 가졌다는 점을 이용해 우리를 교란했다.
전력 질주를 하는 순간처럼, 대응하기 바빴다.
“대단한 걸,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야. 얼굴들엔 관심 없어?”
“없어!”
“단호한 점도 좋아.”
피이익-!
검이 얼굴을 스쳤다.
피가 울컥 배어 나오려 하자, 그 부위에 어둠을 덮어씌워 막았다.
“…정말 탐나는데?”
적한테 칭찬을 듣기 위해 수련한 것이 아니었다.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서였다.
파아아앙-!
쒜에에에에에엑-!
……
빙빙 돈다.
녀석들이 순번을 바꿔가며 나와 유림을 괴롭혔다. 동시에 세 가지 검술을 상대해야 하니, 손발이 점점 어지러워지려 했다.
감각에 의존해서 대응한 지도 조금 시간이 흘렀다. 예상과는 달리, 순환이 우리를 옥죄어 왔다.
‘토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토키는 내가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조언한 적이 있었다.
– 단순하게 생각해라, 소년.
그의 말을 떠올리던 중, 이질적인 문장이 섞여들었다.
– 요리로는 더는 가르칠 게 없어. 나머지는 숙련된다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을 터.
‘…어?’
– 하하,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아.
‘…토키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으윽….’
역시나, 두통이 찾아왔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떠올려야 했다.
토키의 가르침을.
그의 말을 금처럼 떠받드는 나는, 토키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했다.
– 노사께서는 네 힘을 마법에 한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네게 붙은 거고. 그래, 질문이 뭐였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싸워야 할 때는요? 적들이 많을 때는?
– 소년, 너는 남들보다 압도적인 구석이 하나 있다. 공간을 바라보는 시야지.
흐름.
시야.
– 파도를 타, 흔들리지 않을 거야. 네 감각은 꽤 정확하다.
보인다.
전장이.
한순간이라도 실수하면 피로 얼룩질 처절한 싸움터가.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듯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숨이 느껴졌다.
파바박-!
내가 양팔을 부지런히 움직여 방어하는 모습도.
카아아앙-!
“윽….”
유림이 반격을 찔러넣는 모습도.
마치 오랜 시간 공들여 짜 맞춘 연극처럼 파도쳤다.
‘흐름….’
느껴진다.
이 균일한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순간이.
휘릭-!
찌르기!
벨드레의 찌르기.
휘오오오…
‘지금!’
몸을 눕듯이 허리를 뒤로 꺾어 발을 찼다. 발은 확실할 때만.
파아아아아아앙-!
“크아악!”
벨드레가 튕겨 나가자 화들짝 놀란 루시아가 어둠살이를 무시하고 건너오려 했다.
짜아아악-!
[검은 꽃을 사용합니다.]
[그림자 손이 연격을 가합니다. 공격 한 번의 피해량은 그림자 손과 동일하며 같은 대상에게 적중 시 연격마다 20%의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
어둠살이의 허벅지에서 검은 꽃이 피었다.
콰가가가가가각-!
“크으윽….”
지원은 무산됐다.
내가 노리는 건 벨드레가 아니다.
“유림!”
“응!”
지겹도록 연습했던 대형.
유림이 자세를 틀어 오른쪽을 점했다.
달려들던 나는 왼쪽을.
마치 까마귀의 좌익과 우익처럼.
늘 하던 대로.
파바바박-!
“아아아악!”
검은 막았지만, 그림자 손이 그녀에게 짓쳐들었다.
‘성공….’
그때.
짜아아악-!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가 이어진 피를 사용합니다.]
[계약을 맺은 근방의 대상을 현재 위치로 소환합니다.]
휘릭…
동시에 벨리안과 벨드레가 사라졌다.
“…….”
공격은 실패.
상대도 하수가 아니었다.
“새끼 까마귀 둘이 생각보다 강하군.”
“저 소환수부터 쓰러트려야 하는 거 아니야?”
“단단해. 쉽지 않아.”
“저 남자애, 움직임이 자꾸 좋아져. 좋지 않은데.”
“여자애가 더 문제야.”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느꼈지? 저 여자애, 우리 검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도둑고양이가….”
내가 장기전에 자신 있었던 이유.
나는 싸움에 익숙해지고, 유림은 그들의 움직임을 꿰뚫는다.
길어질수록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
그런데,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놀란 얼굴들에게서 위험한 냄새를 맡았다.
파아아앗-!
재순환.
동그란 수레바퀴가 다시 돌아가려는 그때, 그들이 돌연, 한 점으로 모였다.
목표는 유림이었다.
나도, 어둠살이도 반응이 늦었다.
[벨리안이 진동검(振動劍)을 사용합니다.]
[검이 진동하며 방어를 어렵게 합니다.]
[벨드레가 확산검(擴散劍)을 사용합니다.]
[검에 부여된 효과가 점차 범위를 넓히며 확산합니다.]
[루시아가 방혈검(放血劍)을 사용합니다.]
[방혈검이 상처를 입히면 대상에게 막대한 출혈을 일으킵니다.]
……
세 가지 검이 동시에 찔러오자, 각기 다른 색의 기운이 와류를 형성했다.
유림은, 절대로 막을 수 없다.
“안 돼! 유림!”
찌지지직…
세 가지 검이 교차하는 순간,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게 느리게 보였다.
그와 함께 엄청난 두통이 찾아왔다.
마치,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갑작스럽게 선택지가 떠올랐다.
[유림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포기하면 어둠살이가 적들을 일시에 쓰러트릴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유림을 구한다.
2. 어둠살이에게 적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
‘이게 무슨….’
당혹스러웠지만, 따로 적응할 시간을 만들 수는 없었다.
칼자루를 쥔 것은 나다.
유림을 희생해 저들을 죽일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유림을 구할 수도 있었다.
선택해야 했다.
‘…선택은 무슨.’
처음부터 선택지는 하나였다.
짜아아악-!
정지된 세상이 깨져나갔다.
“어둠살이!”
파아아아앙-!
내 외침과 동시에 어둠살이가 펑하고 터졌다.
[어둠살이를 희생해 먹구름을 만들어냅니다.]
[먹구름은 일시적으로 어둠살이의 생명력에 비례한 보호막을 형성합니다.]
후우우우웅…
빠지지지지지지직-!
그들의 검은, 먹구름에 막혀 상쇄되었다.
“꺄아아악-!”
튕겨 나오는 유림을 받아든 나는 인상을 썼다.
“어쩌나? 덩치가 사라져서 이젠, 수가 안 맞네?”
보인다.
가면 너머의 비웃음이.
저들은 내게 선택을 강제했고, 결국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갔다.
팽팽하던 싸움이 졸지에 기울어졌다.
“미안해, 설… 나 때문에.”
유림은 내게 미안해했다.
아니다, 저들이 더 강할 뿐이다.
저벅…
“울어보든가, 까마귀야. 까악! 하고 말이지.”
까아…
까아아아…
“…뭐?”
정말로 울었다.
정말로 까마귀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까마귀 소리를 저렇게 똑같이 흉내 낼 수 없었다.
유림이 발작하듯 몸을 굳혔다.
“까마귀 소리… 까마귀 소리야, 설아!”
푸드드득…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유림의 어깨에 앉았다.
콕!
콕!
“아야….”
까마귀는 부리로 유림의 머리를 쪼았다.
마치 혼내는 듯한 모양새.
루시아가 어둠을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냐?”
“표식, 봤습니다. 성급한 면은 아직 고치지 못했군요.”
“…….”
“유림.”
검은 망토.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스승님!”
“오랜만입니다, 유림.”
루시아가 유림에게 다가온 남자를 보고 물었다.
“네가 큰 까마귀냐?”
큰 까마귀.
장막의 주인을 제외하고 장막에서 가장 강한 자.
유림의 스승.
“제가 유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