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80
제379화
굉음의 근원은 놈들 중 한 명이 객잔에 어울리지 않는 철퇴를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스륵…
그러나 노력이 애석하게도 횡보하며 손쉽게 그 공격을 피해낸 유림.
‘첫 실전… 이라고 해야 하나?’
상대의 기세에서 이미 전력 차를 실감했다.
우리 쪽이 압도적 우세.
그렇다면… 조금 과감한 수를 써도 될 것이다.
스릉-!
쉬이익-!
뽑혀 나오는 병장기들.
재빨리 유림의 어깨를 잡아끌어 방 안으로 들였다.
“어엇-!”
유림은 충분히 반응할 수 있었지만, 괜히 쑥스러워하는 척했다.
콰앙-!
문을 당겨 세게 닫았다.
“이이! 이 자식이!”
곧장 문을 내려찍는 철퇴.
콰직…
당연하게도 나무로 된 문짝은 그 공격에 처참하게 찢겨졌다.
하지만, 문이 닫힌 그 잠깐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다.
짜아아악-!
손바닥을 부딪치자, 어둠이 피어올랐다.
휘오오오…
“어어어….”
아니, 정확하게는 그림자 손의 다발이었다.
[검은 꽃을 사용합니다.]
[그림자 손이 연격을 가합니다. 공격 한 번의 피해량은 그림자 손과 동일하며 같은 대상에게 적중 시 연격마다 20%의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두두두두두두두-!
재빨리 회피하는 녀석들.
부질없는 노력이다.
휘리릭-!
빠아아악-!
“어엇!”
“크아아아악-!”
퍼어어어억!
“아아아악-!”
그림자는 얼마든지 구부러지니까.
검은 꽃이 쫓아가 그들을 때려눕혔다.
뼈가 부러진 건지 방어한 팔이 기괴하게 꺾인 채로 쓰러져 있는 녀석들.
동정심은 사치다.
“설아, 그만.”
“그래.”
유림이 나를 말렸다.
압도적인 격차가 있는 상대에게 굳이 심력을 쏟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장막의 내부 평가로는 우리의 힘이 얼굴들의 간부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실전의 변수.
“이… 개자식들이….”
유림이 발출한 그림자로 손목이 묶인 방의 주인. 우리는 그의 정보가 필요했다.
“말은 똑바로 하자고, 우리가 먼저 건드린 거 아니야. 저쪽이 먼저지.”
“……리안 때문에 온 거냐?”
“그래, 알지?”
“알다마다, 한동안 그 녀석이 식사할 때 숟가락을 몇 번 왕복하는지 하루에 볼일을 몇 번 보는지까지 지켜봤으니까.”
“그를 미행했군.”
“그게 의뢰였어.”
“의뢰….”
이들은 그리 대단치 않은 정보 조직의 일원이었다. 방금 경험한 이들의 무력이 변변치 않다고 해서 정보 수집 능력까지 처지는 건 아니었다.
“일단 저 녀석들부터 어떻게 좀 해줄래? 너무 끙끙대는데.”
“아.”
요즘 자주 깜빡깜빡한다.
‘두통의 영향인가.’
유림이 대신 나서 그들을 정리했다. 정리라고 해 봐야 빈방에 대충 때려 넣고 객잔 주인에게 알리는 것뿐이지만.
나도 문이 없어진 지금 이 방 대신 빈방 문을 열고 들어가 붙잡은 녀석을 신문(訊問)했다.
“리안이 장막인지는 우리도 나중에 안 사실이야. 녀석이 장막이라는 걸 알았을 때 손 떼기는 이미 너무 늦었어.”
“늦었다니?”
“이미 의뢰인에게 정보를 전달한 후였거든.”
“흐음….”
“믿어줘, 정말이야! 장막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 일, 맡지도 않았을 거야!”
장막은 외부인들에겐 극악무도한 녀석들로 소문이 나 있었다.
아마 우리 존재를 누군가 흠집 내려 한 것이겠지만, 비탄은 그 수작을 이렇게 일축했다.
– 움직이기 그편이 더 편하잖아! 내버려 두자!
확실히, 실감하는 참이다.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입 모양만 봐도 벌벌 떠는 모습이라니….
묘한 쾌감이 일었다.
그럼,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했다.
“의뢰인은?”
“…가면을 쓴 자매였어.”
“자매… 자매라….”
가면.
자매.
“똑같은 가면이었어?”
“…맞아.”
놀란 얼굴.
그녀들이다.
얼굴들이 장막의 외부 활동 인원인 리안을 노린 듯하다.
‘실종이 아니라 납치겠군. 혹은… 살해든가.’
이야기를 듣는 유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이곳에 오기 전 들은 말로는, 그녀가 리안과는 어렸을 적 종종 어울렸다고 했다. 그러니 소식을 듣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녀를 지켜보는 나도 괴로웠다.
유림은 나에게 작은 새다.
그녀가 하는 어떤 행동도 안쓰럽고 마음이 쓰였다. 이유는 모른다.
“우리가 선금으로 받은 건 약속한 금액의 절반이야. 제대로 정보를 넘겼으니 이제 남은 절반을 받겠지.”
“…큭큭.”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도 알고 있다.
“알아, 녀석들이 얼굴들이라는 것도… 가면 죽을 거라는 것도. 잔금은커녕 목숨을 빼앗기지나 않으면 다행일 거야.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어. 뒤처리를 위해 쫓아올 테니까.”
생각보다는 머리를 쓸 줄 아는 자였다.
“그래서 일부러 우리에게 네 정체를 노출한 거군.”
“장막이 소문만큼의 실력을 지닌 건 거짓이 아니지만, 그들의 행보는 거짓된 면이 많다는 걸 알고 있거든. 얼굴들에게 벗어나려면, 장막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도 말이야.”
“우리가 장막의 어둠에 관한 정보를 넘긴 널 살려둘 거라 판단한 거야? 그건 좀 오판 같은데.”
“아니, 난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거든. 네 얼굴을 본 순간 확신했어. 우린 살아남을 수 있어.”
“…어째서?”
이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나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
씨익…
남자가 웃었다.
“말이 통할 것 같거든.”
“…대화로 좋게 해결할 생각이신가?”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잔금을 건네받을 장소, 알려주지.”
“당연한 소리를.”
“근데, 나도 한 가지 확인해야겠어. 너희가 그 녀석들을 제거할 수 있겠어? 보아하니 장막의 신출내기들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의심해도 된다.
얼굴들의 악명에 비하면,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우리들이다.
“방법은 있어.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우리 쪽은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근데 고작 그것뿐이냐?”
“당연히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지. 너희들이 그 지긋지긋한 가면들을 떨쳐내 주려면 말이야. 솔직히 우리는 너희들을 응원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다른 정보를 넘겨주지.”
“다른 정보?”
“리안이 장막임을 알게 되면서 우리도 이것저것 많이 조사했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야.”
“무엇에 대해?”
“얼굴들.”
얼굴들에 대한 정보.
이건 꽤 관심이 갔다.
‘자신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남자의 손가락 3개가 펴졌다.
“3가지 정보를 모두 넘기지. 얼굴들을 죽이고 우릴 벗어나게 해줘.”
“결정하는 건 정보를 듣고 난 다음이다.”
“그래, 하지만 거절할 수 없을걸. 3가지 정보 다 네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야.”
남자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간지럽다는 느낌보다는 말 하나하나 소름이 끼쳤다.
그 내용이 하나같이 위험했기에.
“…확실한 거야?”
“확실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어. 다만, 신빙성이 높지.”
확신했으면, 오히려 의심했을 것이다.
“모든 정보는 참고할 수단일 뿐이야.”
“정보를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한쪽만 파헤치면 답이 없는 법이지. 큰 그림을 그렸을 뿐이야. 운 좋게 얻어걸린 거고.”
녀석에게서 넘겨받은 3가지 단서.
난 그에게 말했다.
“넌 자유다.”
“이것 봐, 말이 통하잖아.”
* * *
며칠 후 밤이 되어, 아주 으슥한 숲속에서 밀회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놀란 얼굴들에게 목이 베여 이승을 하직할 예정이었던 정보원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대신, 나와 유림이 와 있었다.
“으… 춥네. 가까이 붙어 있자, 설아.”
“그래.”
나무 위에서 서로를 향해 기댔다.
곧,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긴장을 풀어두는 것이 좋겠지.
‘첫 상대가 얼굴들이라니.’
놀란 얼굴은 특이하게도 한 명이 아니었다.
자매였다.
전투력은 다른 얼굴들에 비해 처진다고 하지만, 그들이 뭉치면 그만큼의 힘을 발휘한다고.
스르르륵…
마치 땅거미가 몰려오듯 조용히 다가오는 소리.
‘…왔다.’
유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림이 심호흡을 하고 마주 끄덕였다.
슥…
‘…어?’
휙…
녀석이 발걸음을 돌려 되돌아간다.
유림이 먼저 신호를 줬기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녀석들을 쫓느냐, 이곳에서 대기하느냐다.
각각의 이유는 존재했다.
간단하게, 녀석들을 지금 쫓지 않으면 리안과 얼굴들의 행방을 놓칠 우려가 있었다. 물론, 다른 장소까지 끌어들여 우리를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했지만.
이곳에서 기다리는 선택지는, 확실하게 안전하다.
‘지원이 오기로 했으니까.’
이번 일을 위해 외부 활동 인원 한 명이 지원을 오기로 했다. 유림과도 교분이 있는 듯했고.
무려, 장막에서 지낸 어린 시절 그 사람에게 검술을 배웠다고 한다.
유림의 검술은 탄탄했다.
아마 그 사람의 영향을 받았겠지.
“어쩌지? 이미 기별은 이쪽으로 오고 계신다고 남기셨는데….”
본능적으로 사건의 흐름을 쫓는 내 감각이 경고했다.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다고.
“표식을 남기자.”
“표식? 우리끼리 쫓자고?”
“시간이 없어. 왜, 힘들 것 같아?”
유림을 존중한다.
전투의 주축은 그녀였으니, 그녀가 거부하면 당연히 다시 생각해 볼 문제.
“좋아! 강설, 네 생각이라면! 무조건 좋아!”
진짜 문제는 유림은 내 의견을 하늘처럼 떠받든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삶을 몇 번이고 구했기에.
쉬식-!
나무에 표식을 남긴 후에 곧장 쫓았다. 눈치를 챈 녀석들이니 대충 도주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도 추적 속도를 높였다.
팟-!
파아아앗-!
유림은 나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런데도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건 아마도 나를 배려한 거겠지.
파바바밧-!
우리는 동시에 멈춰 섰다.
“이래서 장막 애들은 재미가 없어. 너희들, 장막이지? 어떻게 알고 나타난 거야?”
어둠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은 가면을 쓴 여인 둘이 등장했다.
툭툭…
조금 낮은 목소리의 여인이 검집을 두들겼다.
“기껏 잔금을 준비해왔는데, 녀석들이 가로챌 모양이야.”
“어쩔 수 없지… 쟤들에게라도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
잔금이 곧 목을 베겠다는 의미였으니, 경고 혹은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다.
‘…익숙해? 아니, 낯설지 않아?’
여인들의 목소리.
몸짓.
작은 버릇.
그 모든 게 낯설지 않았다.
“이름….”
“…뭐?”
“이름이 뭐야?”
“뭐라는 거지, 얘?”
“몰라, 소꿉놀이하는 거야? 우리 이름이 궁금한가 본데?”
언니 쪽이 답했다.
“뭐, 말해주지. 어차피 버린 이름들인데. 난 벨드레. 내가 언니야.”
“벨리안. 동생이지. 킥… 이런 걸 왜 알려줘야 해?”
“그럼 이제 죽여도 되지?”
벨드레, 벨리안.
‘맞아… 들어본 것 같아.’
…설아.
“설아!”
“아… 응.”
“…싸워야겠지?”
유림이 손을 떨며 말했다.
그녀는 전투를 치르기 전, 심하게 긴장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유림이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아그라스에게 붙잡힌 이유도 바로 이 버릇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그녀일 뿐.
스윽…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떨지 마.”
“…….”
“내가 있잖아.”
마법의 주문이다.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스으으으으…
그녀는 거짓말처럼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마치, 바닷속에 몸을 맡기는 것처럼.
파앗!
스르으응!
스르응!
발작하듯 검을 뽑는 놀란 얼굴.
“무슨….”
“언니도 느꼈어?”
유림의 기세가 변했다.
‘오히려 긴장해야 해. 실전이다.’
오히려 문제는 나였다.
유림의 반응이 정상적이라고 느껴지는 게, 나는 오히려 긴장되지 않았다.
단 하나도.
전장에 서는 것이 굉장히 익숙했다.
전장을 지휘하고 승리 공식을 궁리하는 게.
머릿속에 악보가 펼쳐진다.
악기의 구성, 소리의 단단함, 화음의 축적.
전장의 모든 것이 울려 퍼진다.
디딘 보폭, 기수식의 완성도, 심장의 고조.
“동생 쪽이 처진다.”
끄덕….
유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충돌.
짜아아아악-!
[어둠의 종을 사용합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망령을 소환합니다.]
[망령은 주변 지형을 파괴하는 데 능합니다.]
[망령은 소환사의 능력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휘오오오오…
그림자 망령, 어둠의 종이 소환되자, 자매가 검에서 빛을 뿜었다.
스으으으으응…
진동하는 검.
“유림… 알지?”
“응, 시간을 벌게.”
우리가 완성한 승리 공식.
유림은 그것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파아아앙-!
유림이 돌개바람처럼 튀어 나갔다.
자매가 흩어지기 전에 그들을 묶어둘 속셈이다.
“어딜!”
타아아아앙-!
타아아앙!
두 번의 충돌.
유림은 그 충돌에서 남들보다 수십, 수백 배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거기서 승패가 판가름 난다.
카가가각!
벨드레와 검을 교차하고…
파아아아아앙-!
달려드는 벨리안을 걷어찼다.
“큭….”
‘됐어!’
한 번 막아냈다는 건, 수천 번을 거듭해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유림은 그런 아이다.
‘그렇다면 나는….’
짜아아악-!
[확장하는 어둠을 사용합니다.]
[일대가 급격히 어두워집니다.]
……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마법.
나는 소환사인 동시에 격투가이며, 마법사였다.
확장하는 어둠은 보통,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줘 적당한 규모의 전투에 적합했다.
이런 자잘한 규모의 싸움에는 효과에 비해 마력 소모만 커 별로 쓸모가 없었는데, 한 가지 사용법을 만들어냈다.
휘오오오오오…
바로 먹이다.
소환한 어둠의 종이 어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숫자를 거꾸로 셌다.
30부터 내려간다.
‘30초다, 유림. 완벽한 승리까지.’
내가 전투에 곧장 가담하는 건, 그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승리의 방법은 아니었다.
“…뭐지?”
“…저쪽부터 손 쓸게.”
어둠의 종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놀란 얼굴 자매가 황급히 대응했다.
그러자, 유림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참격.
“크으윽….”
“…뭐야?”
바닥에 직선으로 선이 그였다.
유림의 발 바로 앞에.
“못 넘어와, 절대로.”
“…짜릿한데?”
“이쪽도 진심으로 가야겠어.”
휘릭-!
휘릭-!
자매의 검술이 기묘해졌다.
둘이 곧 하나처럼 움직였다.
유림도 그것을 느꼈는지, 눈을 감지 않고 집중했다.
10.
충돌은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앙-!
“막았네?”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봐!”
[벨리안이 진동검(振動劍)을 사용합니다.]
[검이 진동하며 방어를 어렵게 합니다.]
[벨드레가 확산검(擴散劍)을 사용합니다.]
[검에 부여된 효과가 점차 범위를 넓히며 확산합니다.]
……
각기 다른 검.
5.
유림은 그들의 수작을 눈치챘다.
휘오오오오오…
기운을 끌어올려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걸렸어!”
따아아앙-!
벨리안과 벨드레의 검이 유림의 검에 포개어졌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근처 나무들이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유림의 검에서부터 뒤로 전해졌다.
찌지지직…
유림의 얼굴에 잔 상처가 생겨나고 그녀의 팔이 덜덜 떨렸다.
1….
하지만, 견뎌냈다.
“허억… 허억….”
“끝났어, 이제 손 하나 까딱 못 할… 언니?”
“잠깐… 그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뭐?”
짜아아악-!
나는 유림의 뒤에서 그녀를 지탱했다.
그리고 준비한 수를 꺼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고민한 결과.
나는 묘하게 익숙한 길을 따라갔다.
그곳의 문을 두드릴 때면 지독한 두통에 시달렸지만, 계속해서 두드렸다.
그곳에, 답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곳은… 보물창고였다.
휘오오오오…
[어둠의 종이 충분한 어둠을 충전했습니다.]
[어둠살이를 소환합니다.]
[어둠살이의 전투력은 소환에 사용된 어둠의 양과 소환사의 능력치에 비례합니다.]
점차 거대해지는 어둠.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인.
“…이게 뭐야.”
“이런 건….”
유림이 배시시 웃었다.
전투 구도를 이렇게 끌고 가는 건 그녀가 자신 있어 하고 또 원했기 때문이다.
꼭,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처럼 자신을 구해준다나.
후우우웅…
어둠살이의 주먹이 뒤로 당겨졌다가 앞으로 튕겨졌다.
파아아아아아앙-!
우지지직…
“커허어어억….”
놀란 얼굴 자매는 주먹을 방어해 담긴 힘을 줄였지만, 결국 나무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쿨럭… 이런 힘은… 이런 건….”
언니 쪽에서 때마침, 받아치기 좋은 말을 내뱉어 주었다.
그래, 나는 다시 태어났다.
지옥에서 버텨온 나날들을 떨쳐내기 위해.
“이건 힘이 아니야.”
“…힘이 아니라니?”
토키가 나를 지옥에서 꺼내주던 날, 해주었던 말.
“어둠을 끌어안은 장막의 신념이다.”
나는 장막의 까마귀.
이제 나에게도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날개가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