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43
제442화
“영원불멸… 영원불멸….”
“영원불멸… 영원불멸….”
신도들이 입을 모아 한마음 한뜻으로 중얼거렸다. 인형은 아닌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제단 앞에 늘어서서 상황이 진전되기만을 기다렸다.
저벅…
저벅…
하얀 안대로 눈을 가린 젊은 여자가 신도들에게 이끌려 제단 가까이에 도달했다.
안대로 눈을 가린 여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마치 지금 겪는 일이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벅…
저벅…
영생교는 불사 사후에 4개의 지파로 쪼개졌고 각기 뼈, 그림자, 피, 살점으로 나뉘었다.
이 중, 피의 지파는 각 지파가 쪼개지는 과정에서 궤멸 수준의 피해를 받았기에 그 원형만 남았다.
그런데도 피의 지파에서 영입한 새로운 수장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 세가 밀림에도 다른 지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지금, 각 지파의 수장들이 귀한 천으로 둘러싼 단지를 들고 제단으로 향했다.
“큭큭큭… 실로 고대하던 순간이군.”
“…….”
“그분께서 돌아오시면, 이 세상도 참으로 볼만하겠군요.”
“젊은 사람은 좋겠어. 나는 앞으로 그분의 치세를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엄살 피우지 말아요, 말은 그렇게 해도 매일 밤, 정욕에 가득 차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데.”
“이런! 거기까지 소문이 났나? 하하하하!”
달그락…
그들의 수다를 들었는지, 단지의 뚜껑이 조금 흔들렸다.
“이크… 조용히 해야겠어요.”
“다들 들었겠지? 조용히들 하시게!”
신도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적막한 정적만이 감도는 가운데, 제물이 될 여성이 제단 가까이 접근했다.
얼굴의 절반을 붕대로 가린 브리아가 말했다.
“실로이, 너라는 나무가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브리아 님… 두려워요.”
“두려워할 것 없다. 그분은 상냥하시며 또한 완벽하시다. 너의 영혼은 차디찬 세계를 헤맬 일 없이 그분의 위대함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게 될 것이다.”
“괴로울까요?”
“전혀, 잠이 드는 것뿐이다.”
실로이라는 여인의 눈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드러난 이목구비만으로도 그녀가 세상에 다시 없을 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윽…
실로이는 제단에 정자세로 누웠다.
강설에게 한 차례 좌절을 맛본, 그러나 그 끔찍한 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브리아가 의식을 주관했다.
“실로이의 육체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탐하는 육체입니다.”
그녀는 차분하게, 지금 제단에 누운 이가 어떤 몸을 가졌는지에 대해 말했다.
“영생교는 그간, 많은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무한히 재생하는 살과 피. 마물보다도 강인한 뼈, 부조화를 일으키지 않을 균형까지. 우리는 슈로를 잃었으나, 실로이를 얻었습니다.”
브리아의 연설에 주목하는 신도들.
휘오오오…
“실로이는 영생교의 불꽃입니다. 불사께서 떠나신 후, 침묵하며 쌓아온 인고의 시간이며 우리의 다짐입니다.”
치직…
치지지직…
실로이의 몸이 붕 떠올랐다.
그녀는 이미 잠에 빠진 듯, 축 늘어진 채로 의식을 치렀다.
“그녀를 당신께 바칩니다. 마침내, 여기 재래하소서.”
파지지지지지지직-!
검은 불꽃과 번개가 제단 주변에 휘몰아쳤다.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피의 지파 수장인 흑기사만이 의식을 꺼림칙한 눈길로 바라볼 뿐이었다.
“불사, 탈리아드여.”
콰르르르르릉-!
검은 번개가 실로이의 가슴 정중앙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곧, 검은 불길에 휩싸였다.
화르르륵-!
“영원불멸… 영원불멸….”
“영원불멸… 영원불멸….”
신도들이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고자 입 맞추어 목소리를 높였다.
“영원불멸! 영원불멸!”
그 거센 외침에 따라, 불길이 더욱 커졌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실로이의 몸은 바싹 구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녹아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초인적인 육체는 그러한 모든 것을 견뎌냈다.
브리아를 비롯한 지파의 수장들이 의식의 마지막을 외쳤다.
“오직, 단 하나의 삶만이 영원토록 계속되리라!”
휘오오오오오오오…
불길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탈리아드가 환상 절기 : 영생(永生)을 사용합니다.]
[막대한 양의 사기와 의식을 견딜 만큼의 육체가 필요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매우 깁니다.]
……
사그라든 불길 속에서, 안대가 사라진 실로이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무언가, 가릴 것을.”
실로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녀의 음성이 아닌 듯했다.
여성임에도 중성적인 느낌의 목소리.
스윽…
귀한 천으로 만든 로브는, 간단하게 둘러 입는 것만으로도 실로이의 몸을 완벽하게 가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끼게 했다.
아니, 정확히는 위엄일지도.
실로이가 눈을 떴다.
휘오오오오오…
연보라빛의 안광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다.
“오오! 불사이시여!”
“불사이시여!”
실로이 아니, 탈리아드는 고개를 조아리는 신도들을 잠시 쳐다보고는 그대로 건물 안으로 되돌아갔다.
지파의 수장들은 그인지 그녀인지 아직 호칭을 정하지 못한 이를 따라 들어갔다.
탈리아드는 해골로 조각된 왕좌를 매만지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되었군.”
“불사이시여, 기다림이 고되었습니다.”
“이 늙은이! 불사 님을 다시 뵙게 되니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군요.”
“주책은 여전하군.”
탈리아드는 해골 왕좌에 털썩 앉았다.
얇은 천 하나를 둘러멨을 뿐인데, 이곳에 있는 어떤 이보다도 단단해 보였다.
브리아는 고개를 처박은 채로 물었다.
“불사이시여, 준비한 육체는 마음에….”
“성에 차지 않는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죄송합니다. 준비하던 남성체는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그만….”
우르의 불꽃에 새까맣게 타버린 슈로의 얘기였다.
“뭐, 내가 조금 신경을 쓰면 될 일이다.”
“불사이시여….”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군. 말하도록.”
브리아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이루고자 하셨던 일은….”
“…….”
“호, 혹… 무례한 의문이었다면 질문을 무르겠습니다.”
“아니,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지.”
탈리아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실패.”
“…예?”
“푸하하하하! 실패했지 뭐야? 그것도 굉장히 볼썽사납게. 아마 너희들이 봤으면 눈을 돌렸을걸.”
불사의 경박한 어조.
그의 어조는 명확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그랬다.
제왕이 말하는 듯하다가 어린아이가, 혹은 광대가 말하는 것처럼 휙휙 변모했다.
그렇기에 누구도 그의 속을 알 수 없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또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그렇다면….”
“이 일엔 생각보다 많은 게 얽혀 있는 듯한데… 하나씩 건드려 봐야지. 그보다, 세가 많이 줄었군.”
“죄송합니다… 이탈을 막지 못한 건 저희의 불찰입니다.”
“뭐, 됐어. 어중이떠중이들이야 금방 또 불어나니까.”
불사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정리했다.
“너희 모두… 약하구나.”
“…….”
“과거에도 이랬던가? 지금은 너무도 나약하게 느껴지는군.”
“…죄송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괜찮아. 어차피 내가 부활한 이상 크게 맡길 일은 없을 테니까.”
“예….”
“사신들은 어딨지?”
영생교의 사신.
불사 직속의 권속들.
그 수는 셋이며, 하나같이 일기당천의 위력을 자랑했었다.
“불사께서 떠나시자, 모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현명하군. 위치는 파악해뒀나?”
“둘은 파악했으나, 하나는 행적이 묘연합니다.”
“숨어봐야 찾을 수 있으니 괜찮아. 그럼 사신들을 찾아야 하고… 또… 이런, 허무는 도둑맞았군.”
브리아가 고개를 처박으며 사죄했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다시 빼앗아 오면 돼.”
“…예.”
무엇이 이리 긍정적인지 불사는 시종일관 괜찮다고 말했다.
“너희들,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지?”
“…네?”
“답해. 영생교를 창시한 불사 탈리아드란 어떤 인물이었냐고.”
“그, 그야….”
“솔직하게 답해야 할 거야. 거짓을 섞는다면 이번엔 괜찮지 않을 거니까.”
황당한 질문이 어째서 가장 중요한 안건이 된 건지 알 수 없는 수장들은 불사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기사, 너부터 말해봐.”
흑기사는 유일하게 불사가 죽기 전에 만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나는 널 모른다.”
“그럼 만나 본 소감은?”
“…속을 알 수 없는 자.”
“큭… 맞는 거 같네. 자, 다른 사람들은?”
흑기사가 운을 떼자 다들 말했다.
“공명정대하시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신 분입니다.”
“음….”
“목표를 위해서 수단을 선택하시는 분입니다.”
“그랬었지?”
“선도 아니시며, 악도 아니십니다.”
“그것도 맞아, 그랬었지.”
불사가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잘 들어, 불사 탈리아드는 이 순간부터….”
탈리아드의 연보랏빛 안광이 음산함을 흘렸다.
“악이다.”
“…….”
“그런 의미에서 시급히 향할 곳이 있어.”
“그곳이 어디입니까?”
“낡은 시대가 끝을 맺는 곳.”
그가 향하는 곳.
“북부다.”
* * *
북부로 향하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이미 그곳을 여행 중인 일행.
“그레고리, 그레고리, 그레고리!”
“…뭐 하는 거예요?”
“안 죽는군. 맹약의 일부가 허물어졌어.”
그레고리라는 이름을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게 된 지안은 싱글벙글 웃으며 유적을 빠져나갔다.
“의회 놈들이 가끔,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 준다면 이 답답함이 가실 텐데.”
강설이 지안에게 물었다.
“다음은 어디로 향해야 하지?”
“놈들의 시체를 뒤져봤는데, 이런 게 나오더라고.”
부스럭하며 등장한 종이.
그곳엔 단언의 조각과 합쳐질 다른 조각이 있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
“영험한 산, 호루스. 여기야.”
“…함정일까?”
“조금 수상쩍긴 한데… 사실 다음 조각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어. 가야만 해.”
신디오가 말했다.
“호루스라면… 데키족이 있는 곳이잖아요?”
“맞아.”
진을 추종하는 케시이족과는 또 다른 부족 데키.
사실 비통치 구역의 원주민들은 인종이 같으나 그들의 원류가 워낙 다르기에 아예 다른 취급을 받았다.
“데키 부족이라면… 영령을 섬겼었죠?”
“그래, 반신들이지. 어째서 온전한 신을 놔두고 하자 있는 반신을 섬기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 얘기… 데키족 앞에서 할 생각은 아니죠?”
“나도 눈치는 있어.”
신디오가 걱정했다.
“데키족은 이방인 배척이 심한데… 거기다가 상당히 호전적인 걸로 알고 있어요. 꼭 가야만 할까요?”
강설이 말했다.
“안 그래도 호루스에 중요한 일로 들러야 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강설은 이미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호루스에 들를 생각이었다.
‘탄시아의 꿈에 나타난 큰 사슴… 호루스의 그 녀석이 맞겠지.’
지안이 뒷짐 지며 말했다.
“자, 그럼 바로 출발해볼까?”
“아니, 바로는 출발 못 해.”
“…왜?”
강설이 유적 입구를 가리켰다.
커다란 그늘이 유적 앞을 가리고 있었다.
“…밤인가?”
유적을 빠져나온 강설 일행이, 그늘이 되어준 자와 인사했다.
“…여기서 기다린 거야?”
“뚱뚱이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들을 이곳까지 안내해준 오우거, 뼈갈갈이.
녀석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짓말쟁이들은?”
순간, 오우거들이 받아들일 만한 무언가를 챙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지안과 신디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툭…
그때 강설이 던진 작은 주머니가 뼈갈갈이의 손에 안착했다.
“확인해 봐.”
뼈갈갈이가 주머니를 툭 건드려 내용물을 쏟아내게 했다.
그 안에서 뭔가가 우수수 떨어졌다.
“손가락이다! 맞다! 다 죽였구나! 너희, 약속 지켰다!”
“우욱… 손가락이요?”
신디오가 질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안은 도리어 그를 칭찬했다.
“하하하하! 그편이 가장 확실하지. 머리를 잘라오는 것보다는 덜 잔인하면서도… 어차피 시체들이잖아? 적이고.”
“그렇지만….”
“이상만 늘어놓다간, 오우거 뱃속에서 철학 서적을 편찬하겠지.”
“좋은 지적이네요. 받아들이죠.”
강설이 뼈갈갈이에게 말했다.
“우린 약속을 지켰다. 그럼….”
“잠까아안!”
쿵…
쿵…
뼈갈갈이의 손이 바닥에 닿았다.
올라타라는 신호.
강설이 고개를 갸웃하자, 뼈갈갈이가 말했다.
“뚱뚱이가 데려오라고 했다!”
“…어째서?”
“만찬이다! 대만찬회를 열 거다! 너희도 데려오라고 했다!”
“…싫다면?”
순간, 뼈갈갈이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그리고 시선 또한 주변을 가늠하고 있었고.
‘혼자가 아니군.’
강설은 트리엄에서 오우거에게 대적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잘 알고 있었다.
“거절하면, 입에 넣어서 데려오라고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차례차례 뼈갈갈이의 손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초로 트리엄의 지배자, 뚱뚱이의 대만찬회에 초대받았습니다.]
[최초 업적 ‘나도 먹으면 어쩌지’를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대만찬회 손님」을 얻습니다.]
“또, 도시락 바구니일 줄이야.”
“이제는 안녕이라 생각했는데.”
모두가 도시락 바구니에 타자, 뼈갈갈이는 강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를 건넸다.
“뚱뚱이, 선물 준다!”
“선물?”
“작은 물건, 남는다! 너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