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6
제45화
강설은 차근차근 글을 읽어나갔다.
(New)[‘속보’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노비라에 비공개 상륙.]
지금 점수 창 눌러서 확인해 봐라. 한여명 노비라로 넘어온 듯; 게 섯거라 헤카! 한여명이 간다!
– 한여명 어서 오고~
– 한여명이라니! 버르장머리 없이! 한여명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 한여명이 왔다고? 살았다!
– 노비라 재밌게 돌아가네 ㅋㅋ
(New)[‘한여명좋아’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오늘부로 나는 한여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오늘부터 지지 관계를 벗어나
한여명과 나는 한몸으로 일체된다
한여명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 한여명 아직 콩고리에 있다고 합니다. 글 내려 주세요.
– 뭐 시팔? 그럼 비공개는 누군데?
– 모릅니다. 콩고리 말고 다른 데서 흘러들어온 굇수겠죠.
– 고점들은 싸이코패스가 많다던데… 더 위험한 거 아니냐? 한여명은 약간 정의의 사도 냄새 풍기던데.
– 카더라만 ㅈㄴ 도네
다행히, 비공개인 강설을 한여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혼선을 야기했기에 그의 정체는 노출되지 않았다.
공개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사소한 시비에 얽힐 우려가 있었다.
지금 노비라의 상황만 놓고 보아도 그랬다.
사람들이 노비라에 유입된 비공개가 유적 사냥꾼의 거대 파벌인 헤카와 맞서주기를 바라는 것을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강설은 몇 가지 정보를 더 확인하고 모험가 협회를 떠났다.
그는 이번 한 달간 묵게 될 숙소를 신중하게 골랐다.
“예? 취사가 가능한 방 말입니까?”
“없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마침 별채가 비어있기는 합니다. 대신 숙박비가 좀 셉니다.”
“그건 상관없습니다.”
갈로타의 혓바닥 같은 보물의 입찰금만 없을 뿐이지, 지금 강설은 꽤 부자라 할 만큼 금전적으로 여유로웠다.
짤랑-!
“안쪽 별채를 쓰시죠.”
“감사합니다.”
숙소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적당한 크기의 별채가 나왔다. 일반 숙소에서 묵는 것에 비해 하룻밤에 10배 이상의 금액을 뱉어야 하는 장소였다.
물론, 그에게 있어 그게 큰 의미를 가지진 않았지만.
* * *
다음 날, 강설은 노비라의 정보 길드를 이용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얻고자 했던 정보는 차오의 정보였지만, 그녀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말씀하신 다른 정보는 저희에게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설은 일정량의 금액을 지불하고 얻은 정보를 확인했다.
– 경매에 올라온 보물 갈로타의 혓바닥은 이번 유적 원정에 다녀온 파벌 중 하나에서 흘러나온 것이 확실.
‘역시 유적 사냥꾼들에게서 흘러나온 거군.’
그는 재빨리 다음 정보를 읽어나갔다.
– 유적 사냥꾼 파벌의 한 축이자 그림자 소환사이기도 한 키보가 손을 댄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음. 정확한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신빙성이 있는 정보. 아니라면 헤카의 지속적인 도발에도 키보 측이 대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
‘호오….’
– 키보가 내부 정보망을 이용해 어떤 물건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
강설이 턱을 괴고 종이를 불태웠다.
돈이 아깝지 않은 정보들이었다.
‘정황상, 키보가 보물에 손을 댔다가 독에 중독된 거군.’
보물이지만, 거의 흉물이나 마찬가지인 무기가 갈로타의 혓바닥이었다.
‘아마도 찾고 있다는 물건은 그림자 독의 해독제일 거고….’
강설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합쳐져 몇 가지 계획으로 분화되었다.
‘좋아, 일단 그렇게 움직이는 게 탈이 없겠어.’
노선을 확실하게 정한 강설은 경매장으로 향했다.
“보물이 하나 더 늘었어!”
“빌어먹을,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놀랍지도 않네.”
“누굴까?”
“뭐가?”
“갈로타의 혓바닥이랑 같은 세력일까?”
“그건 알 수 없지.”
강설이 경매장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상인들을 관찰하다가 그에게 다가온 리타를 확인하고는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리타.”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소식이 궁금해서요.”
“저런… 전해드릴 소식은 딱히 없는데… 일단 들어가시죠.”
경매장 관리인 리타가 강설을 독립된 공간에서 맞이했다. 그녀는 강설을 바라보며 차를 내었다.
“드세요.”
“사양하겠습니다.”
“목이 타실 텐데요.”
“아무거나 얻어먹거나 마시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직업병입니다.”
“어쩜… 뭐, 제가 관리하는 분 중에는 종종 그런 분들이 계시죠.”
리타는 노련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아직 쉐이즈의 은총을 입찰한 사람은 없어요, 스노우맨 님.”
“그렇습니까.”
“가격을 조금이라도 내리시는 게….”
“아뇨. 가격은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교환이라면 모를까.”
“…교환?”
리타의 표정은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상인처럼 변했다.
“교환이라… 염두에 두고 계신 물건이 있으신가요?”
“비슷한 값어치의 물건이라면 생각해볼 만하겠죠.”
지금 이 큰 경매장에 매물로 올라온 보물은 단 2개.
강설의 쉐이즈의 은총, 그리고 주인이 키보로 추정되는 갈로타의 혓바닥이었다.
이 의미를 모를 리가 없는 리타는 눈을 내리깔고 입을 살짝 벌렸다가 손을 깍지 꼈다.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라 그녀도 모르게 긴장한 것이다.
“하면… 비슷한 입찰가에 올라와 있는 갈로타의 혓바닥은 어떠신가요?”
“갈로타의 혓바닥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겠네요.”
리타의 눈빛이 일순 변했다.
“…제가 한번 추진해볼까요?”
“보물의 주인을 아십니까?”
여기서 보물은 갈로타의 혓바닥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분도 제가 맡고 있어서요.”
“그분이라면….”
“죄송해요. 그분의 이름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오히려 리타의 이러한 태도는 강설의 신뢰를 이끌었다. 누군가 강설의 정체를 물을 때 그녀는 같은 대답으로 대응할 테니까.
“그러면 어떻게 접촉하라는 말씀입니까?”
“제가 먼저 그분께 의사를 말씀드리고 그분이 결정하실 문제인 것 같네요.”
“다른 방법은?”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인 것 같은데요?”
강설이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생각도요.”
“연락드릴 일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리타는 강설이 떠난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비밀스러운 공간의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얼굴에 칼자국이 난 남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강설은 별채로 되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바쁘게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좀 있었다.
스윽…
그는 품에서 검은 꽃을 꺼내 들었다.
광기의 상인 쟈넷과 거래했던 물품이다.
아직 이것을 사용할 만큼 매력적인 소환수를 찾지 못한 데다가 가공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료는 대부분 모였는데….’
검은 꽃을 가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재료가 필요했다.
강설은 그중 대부분을 모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재료가 있었다.
‘피해망상의 젤라틴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지.’
워낙 특이한 재료라 남부에서 꽤 큰 편에 속하는 노비라의 경매장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찾았다 하더라도 비싼 가격이 큰 부담이었을 거고.
이런 희귀한 재료들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재료의 희소성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생산지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도 있었다.
강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피해망상의 젤라틴은 정반대인 북부에서 자생하는 동물의 뼈나 껍데기에서 추출하는 것이었다.
즉, 입수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
‘하필, 해독제의 재료도 남쪽과는 떨어진 곳에서 나오는 게 문제야.’
그림자 독의 해독제도 문제가 있었다.
강설이 예상한 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어쩌면 갈로타의 혓바닥은 그의 손아귀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만일, 그렇게 되었을 때 그림자 독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했다.
‘해독제는 협상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해독제 역시 재료가 필요했다.
그 재료는 북부에서 자생하는 독요초의 잎을 빻아 만들어진 가루였고, 결국 이것도 남부에서 구하기는 몹시 어렵다는 소리였다.
“뭐 하나 쉽게 풀리는 게 없네.”
강설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악귀 문양이 그려진 종이, 쟈넷이 건넨 광기 상점의 초대장이었다.
– 이렇게 아무 때나 들이닥치는 건 불쾌할 수 있으니까요. 광기로 물건을 구매하길 원하실 때, 그 초대장을 찢으시면 됩니다.
“어쩔 수 없나….”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은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고민의 씨앗이 된 그림자 꽃을 구했던 것도 광기 상점이었으니 그보다 덜 희귀한 이번 재료쯤은 그곳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찌이이익…
종이가 찢어졌다.
금세, 강설에게 견딜 수 없는 수마가 몰려왔다.
밤은 깊었고, 강설은 별채의 안락의자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다 서서히 잠에 빠졌다.
스으으…
잠에 빠진다고 해서 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꿈을 꾸기 위해선 잠에 빠져야만 했다.
* * *
그렇다.
강설은 정말 오랜만에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도 자각몽을.
‘제대로 찾아왔네.’
자각몽은 그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제는 딱히 신기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그저 지병과도 같은 일상.
천상에서의 일을 떨쳐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처럼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수집한 광기에 누군가 관심을 드러냅니다.]
[광기의 상인이 다수 등장합니다.]
‘쟈넷인가… 아니, 다수라고?’
주위는 안개 깔린 숲을 거니는 것처럼 눈을 뜨고 있어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스산한 기운과 함께 연기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들’이었지만.
그들 중 누군가 소리 내어 강설을 찾았다.
“스노우맨, 반갑습니다.”
“당신들은 광기 상인입니까?”
“예, 일전에 한 번 저희 중 한 명이 찾아뵀었지요.”
“…쟈넷.”
“흘흘흘, 그 친구를 아직도 기억하시다니. 기억력이 좋은 편이군요.”
“같이 온 건가요?”
“글쎄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강설은 묘한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략 10명 가까운 인원이 그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다만, 그 모습이 실루엣뿐이었기에 누군가의 정체를 짐작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왜입니까?”
“거래의 공정함을 위해서입니다.”
“공정함?”
“스노우맨, 당신은 고작해야 병합에 휘말린 개인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모든 광기 상인이 탐을 낼 만한 광기가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 말은?”
“누구라도 당신과 거래를 트고 싶어 한다는 말이죠. 당신이 첫 거래의 상대였던 쟈넷을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도 당신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확실히.”
광기 상인들의 논리는 틀리지 않았다.
상인이 거래에 있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것과 별개로 거래의 대상자는 사적인 감정을 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한 번 거래를 튼 상인과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심리였으니까.
“그럼, 난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아무것도, 그저 전과 다를 바 없이 우리는 당신에게 물건을 소개해드릴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마음에 든다면, 정당한 광기를 지불하고 가져가시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난….”
“압니다, 쟈넷과 어떤 약속을 맺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건 공정한 거래가 아니지요. 실제로 그 약속으로 인해 쟈넷에게 제재가 가해졌습니다.”
하긴, 쟈넷과 했던 약속은 다른 상인들에게 있어 편법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로 인해 문제 삼아도 쟈넷은 할 말이 없었을 것이고.
“그런데, 제 광기가 지금 얼마나 모인 겁니까?”
“1만 3천 정도 모였군요.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1만 3천.
검은 꽃을 3,000 광기에 샀으니 그때보다 훨씬 여유로울 것이다.
“그럼, 물건을 보여주시죠.”
“얼마든지….”
“그럼, 나부터 보여줄까?”
다소 건방진 상인이 먼저 안개의 장막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촤르륵…
수십 가지 물건이 쏟아졌다.
“자, 두 눈 씻고 잘 보라고. 이것부터 설명하지. 이 물건은 말이야….”
“잠깐.”
“응?”
“난 몇십 개나 되는 물건을 살펴볼 생각은 없습니다.”
“응? 그러면?”
“내게 가장 필요한 물건들만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괜히 피로해지긴 싫습니다.”
광기의 상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살 만한 물건은 정해져 있고 10명이나 되는 인원의 물건을 전부 살펴보는 건 확실히 비효율적이었다.
“그럼 이것과 그리고… 이것만 소개하지.”
상인은 코끼리 귀걸이와 번쩍이는 갑옷을 소개했다.
“이 귀걸이는 하루에 한 번 근력을 폭발시켜 엄청난 힘을 쓸 수 있게 해주지.”
“부작용은?”
“그건….”
“부작용은?”
“끔찍한 근육통이 찾아와.”
자기가 말하고도 멋쩍었는지 상인과 강설 사이에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저 갑옷은?”
“아, 이건 자신 있어. 이 갑옷은 말이야….”
대충 꿀 같은 내용으로 가득 찬 그의 달콤한 말들.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들은 강설은 그에게 말했다.
“갑옷은 최근에 얻었습니다.”
“어? 그래? 그러면 다른….”
“괜찮습니다. 나에게 물건을 보여주실 분이 또 있습니까?”
강설의 물건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상인들은 잠시 나서기를 망설이다 저마다 자신 있는 물건을 내세우며 차례차례 강설에게 설명했다.
“이 가고일은….”
“그야말로 천상의 보구나 다름없지.”
“이걸 놓치면 큰 손해나 다름없어.”
“1만 광기로 이만한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 인간.”
“네 광기를 전부 넘긴다면 이 물건은 네 것이다.”
강설은 전부 듣기 싫었다.
강력한 소환수, 엄청난 보구, 강력한 마법을 담은 스크롤 등.
상인들이 소개하는 물건들은 강설도 알고 있는 물건들이었고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지만, 값어치에 비해 비싼 가격과 더불어 강설에게 필요치 않은 물건이라 구매가 망설여졌다.
날개가 있는 이에게 지느러미가 필요 없듯이, 지금은 필요한 물건을 찾는 게 최우선이었다.
‘전부 내 광기를 빼먹을 생각뿐이군.’
마지막 차례의 광기 상인이 손을 휘적였다.
그의 손에 앞선 순서의 물건들보다 초라해 보이는 물건 2개가 얹어졌다.
상인은 다른 상인들과는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건을 통해 말을 하고 있었다.
물건은 푸르딩딩하고 납작한 형질의 무언가와 녹색의 분말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살펴보던 강설이 말했다.
“쟈넷, 당신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