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76
제75화
푸화아아아악!
아타락의 몸이 유황 호수에 떨어지며 만들어낸 파도.
아타락의 몸이 어찌나 거대한지, 유황에 사체가 유황에 다 잠기지도 않았다.
탁.
카렌은 아타락의 사체 위에 균형 있게 안착했다.
다행히 강설과 쟈마드도 아타락의 사체에 근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그녀의 사체 위로 이동했다.
“후… 어땠어? 나 좀 멋졌나?”
“당연한 일을 하고 좋아하지 마라, 요정.”
“이상, 멀뚱멀뚱 구경한 트롤의 질투였습니다.”
“…상성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지상이라면 내가 나섰을 거야.”
“누구는 날개라도 달렸나? 뭐, 아무튼 질투는 피곤해.”
‘카렌쨩’님이 광기를 5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믿고 있었다고 ㅠㅠ 역시 피는 못 속여!]
– 속보) 카렌 덕후들 코피 터져… 과다 출혈로 응급실 포화 상태.
– 얍얍! 이게 바로 본고장의 불맛이다! 어떠냐!
– 아타락 : (코찡)몬트라 녀석들은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거냐…
– (30년 후) 스노우맨은 아직도 보상을 고르지 못했다.
‘이봐, 아인슈타인’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왜 학회를 시작하지 않는 거지? 아,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카렌 교수가 아직 오지 않았군.]
– 카교수님의 보고도 못 따라 하는 가르침!
– 아끼는 팬티를 오늘 잃었다.
– 제정신이냐고 스노우맨 크루!
– 팩트) 쟈마드와 스노우맨은 피해 다니기 바빴다.
– 일은 원래 막내가 하는 법이야. 선임은 책임만 지면 돼 ㅋㅋㅋ
– 뉴스) 스노우맨 구단, “카렌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시청자들이 카렌의 활약에 환호했다.
기사이면서 검을 뽑지 못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이던 그 카렌이 아타락을 거의 홀로 때려잡다시피 하자, 그들은 이때다 싶어 광기를 마구 후원했다.
‘이시각, 최대 난제’님이 광기를 4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몬트라는 대체 어떻게 멸망한 것일까?]
– ㅆㅇㅈ ㅋㅋㅋ 저런 카렌이 있는데 멸망한 제국이 있다고요?
– 어렵다, 어려워… 저는 기권하겠습니다.
– 나는 아는데.
– 헐? 뭔데?
– 바보들아, 저거 그거잖아. 그 머였더라, 어휴! 암튼 그거. 이 바보들!
– 미친놈인가?
– 그냥 우리보고 바보라고 하고 싶은 거네 ㅋㅋㅋ
– 우리가 또 바보는 맞긴 해.
‘카렌님, 사랑합니다.’님이 광기를 3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저랑… 사….]
– 짝!
– 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는데
– 나도 알 것 같아.
– 카렌! 우린 그녀의 시대에 살고 있다.
– 진심 쟈마드랑 토크쇼도 훌륭하고 실력도 출중해!
– 사실 후자는 관심 없고 전자가 더 좋아.
– ㄹㅇ ㅋㅋㅋ
강설 일행의 그리 감동적이지 않은 재회.
강설은 카렌에게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미안, 검이 녹았네.”
“어쩔 수 없지.”
카렌의 검은 홍련참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날 부분이 통째로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힘이긴 했으니까.’
아타락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모르겠지만, 카렌과 싸우며 지속적으로 상처 입기도 했고 쿠파 또한 그것을 도왔으니 아무리 그녀라도 버틸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보다, 안 챙겨?”
“챙겨야지.”
강설이 품에서 병을 꺼내, 아타락의 피를 담기 시작했다. 다른 유황 거미들과는 달리, 아타락의 피는 뜨겁지 않았다.
주르륵…
피가 약병들에 나뉘어 들어갔다.
워낙 거대한 덩치답게 피도 양이 꽤 되었다.
[아나킨드리아의 마지막 자손의 정혈을 획득했습니다.]
[제한 시간이 종료되거나 보상을 선택하면, 모험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툭.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보물 상자가 생겨났다.
아타락을 처치하고 그녀의 피를 획득하자 모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쟈마드가 그것을 번쩍 들었다.
“내가 들지.”
“그래, 그거라도 하셔야지.”
“흥! 다음에는 나설 일 없을 줄 알아, 요정. 그때 가서 보자고.”
– 스노우맨은 기쁘다.
– 자기들이 알아서 경쟁해주니, 가만히 뒤에 서서 엣헴 거리기만 하면 된다.
– ㄹㅇ 소환사가 개꿀이었네 ㅋㅋ 다른 직업들은 지금도 갈려 나가고 있는데.
– 난이도는 여기가 제일 높지 ㅋㅋㅋ 아타락 꼬라지 보니까 인간 트럭으로 와도 다 뒤졌겠다.
부글… 부글…
치이이이…
유황의 호수에 잠긴 아타락의 사체가 어쩐지 점점 가라앉았다. 그것을 느낀 쟈마드가 말했다.
“가라앉는군. 뼈만 남기 싫으면 움직여야겠어.”
“그래, 나가자. 주인.”
원하는 걸 이뤘으니, 이제 되돌아가야 마땅하다.
쿠파가 지금껏 강설 일행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야성이란 것은 언제고 고삐를 벗어날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강설의 발은 떨어지지 않았고 그는 계속해서 쿠파를 보고 있었다.
“왜 그래?”
“곤란… 해하는 것 같다.”
“누가, 쟤가?”
“그래.”
쿠루룩!
쿠루루우욱!
푸드덕대며 연신 아타락의 거미집을 떠날 줄 모르는 쿠파.
강설은 가만히 쿠파를 관찰했다.
푸드덕… 푸드덕…
아까부터 천정을 선회하던 쿠파는 지금, 뭔가를 발견했는지 한쪽 구석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쿠루룩!
쿠루루룩!
‘혹시?’
강설은 쿠파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 건지 짐작했다.
“쿠파!”
쿠룩?
이제껏 대답이 없던 쿠파가 강설의 부름에 되돌아봤다. 그 굳건한 부리와 눈빛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꿀꺽…
“도와줄게! 이리 와!”
– 제정신이 아니군요, 휴먼.
– 본인이 드루이드인 줄 아는 소환사 ㅋㅋ
– 스노우맨은 야생의 부름을 사용하였다! 결과는 대실패! 스노우맨은 야생의 부름이란 능력이 없었다고 한다!
쿠루룩!
쿠파가 강설을 향해 날아왔다.
슥-
카렌과 쟈마드가 혹여, 쿠파가 그를 공격할까 막아섰다.
후웅…
후우웅…
다행히, 그 행동은 기우에 그쳤다.
쿠파가 아타락의 사체 위에서 물끄러미 강설을 바라보기만 했다.
쿠룩?
역한 냄새와 그리 잘나지 않은 생김새.
쿠파는 시체 매의 특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슥-
강설은 자신도 모르게 쿠파의 부리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쿠파는 그 행동을 보고 경계하며 소리 내었다.
쿠루룩!
“주인! 위험하잖아, 대체 뭐 하는 거야?”
카렌이 강설의 이해 못 할 행동에 당황했지만, 강설은 굽히지 않았다.
슥-
“이런….”
이번엔, 쿠파가 다가와 강설의 손에 부리 끝을 내어주었다.
슥슥…
– 충격! 사실 드루이드였던 것으로 밝혀져…
– 너, 너 이거 템퍼링이야!
– 진짜 드루라고?
쿠파는 강설을 위험하지 않은 인간으로 인식한 듯했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아. 오히려….’
친구.
친구처럼 여기는 게 아닐까.
강설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돌아서는 쿠파를 바라봤다.
쿠루룩!
올라타라는 눈치.
쿠파의 덩치는 정말이지 거대해 강설 일행을 모두 등에 태우고도 한참이나 남았다.
“맙소사… 내가 이 자식의 등에 타다니.”
“믿기지 않는군. 우릴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꽉 잡아.”
“어, 어어?”
후우우우웅-!
쿠파가 날아올라, 아까부터 미련을 못 버리던 위치로 그들을 데려갔다. 그곳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고치가 있었다.
카렌이 물었다.
“고치?”
“응.”
“고치는 왜?”
“챙기라는 것 같은데?”
쿠루욱!
카렌이 위태위태한 자세로 고치를 뜯었다.
투둑… 툭…
워낙 오래되었기에, 접착력은 아까의 거미줄보다 형편없었다.
“됐어! 고정했어!”
모험자용 도구로 쿠파의 등에 고치를 단단히 고정한 카렌이 말했다.
“출발!”
툭툭.
카렌이 쿠파의 등을 토닥이자, 쿠파가 바닥을 향해 쇄도했다.
“어, 어어?”
후우웅!
쿠파는 그 부리로 아타락의 사체를 한 움큼 베어 문 뒤, 다시 비상했다.
[쿠파가 특수 능력 : 시체 먹기를 사용합니다.]
[잠시 후, 시체에 담긴 힘을 일정량 흡수합니다.]
쿠룩!
기분 좋은 울음으로 화답한 쿠파는 그대로 공동을 빠져나갔다.
쒜에에에에엑-!
“으으, 떨어진다! 떨어져!”
“꽉 잡아! 올라간다!”
쿠파가 바람의 흐름을 느끼는 건지, 지저호 어딘가에 나 있는 통로를 통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좌우, 상하로 멋대로 꺾이는 통로를 쿠파는 헤매지 않고 완벽하게 찾아갔다.
“허억… 헉….”
“어디로 가는 거지?”
마침내.
후우우우우우웅-!
지하수와 함께 아래로 내리꽂던 쿠파가 출구가 보이자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어?”
후우웅…
[업적 ‘내게도 날개가 있다면’을 달성합니다.]
[칭호 「새」를 얻습니다.]
– 업적 개꿀!
– 이거 어뷰징임 ㅡㅡ 쿠파가 업적 뚫어줌
– 쿠파 자꾸 보니 귀엽다… 내가 잘못 본 건가?
– 어?
– 잘못 본 거네.
후우우웅…
그늘 협곡의 탁 트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강설 일행은 쿠파의 등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았다.
“죽여주는군.”
“크! 새도 멋을 아는구나!”
– 그대로! 그대로 멈춰라! 캡처 좀 하게.
– 아재요… 클립 따면 되는데…
– 앗…
– 아앗…
포식자가 내려다보는 그늘 협곡의 모습이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후우웅…
감상은 거기까지.
쿠파는 다시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일행은 말없이, 쿠파의 등에 자리한 채 아래를 확인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협곡에서 보낸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 다 왔나 봐.”
“…이런 곳이 있었군.”
스윽.
안전하게 착륙한 강설 일행.
쿠파가 강설 일행을 내려놓은 곳은 굉장히 특이한 장소였다.
협곡에서 보기 드물게, 꽃과 수풀이 자라난 지형.
물론 얼마 안 가 다시 황폐한 토지가 드러났지만, 적어도 이곳만큼은 멀쩡했다.
“여기 왜….”
강설은 그 이유를 짐작했다.
카렌이 조심히 내려놓은 저 고치가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일 테니까.
쿠루룩…
쿠룩…
쿠파는 고치를 부리로 살포시 들어, 꽃밭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찌이익…
그것을 찢었다.
“…사람?”
“아니, 시체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체액을 전부 빨린 채 말라버린 누군가의 시체였다.
쿠루우욱…
쿠룩…
쿠파가 시체에 부리를 비볐다.
강설은 쿠파가 슬퍼한다고 생각했다.
쿠파는 눈을 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체와의 재회를 만끽했다.
“…주인이었나?”
“하긴, 저만한 새가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있다는 게 이상하긴 했다.”
“그거… 안타깝네.”
“동감이다.”
카렌과 쟈마드가 쿠파의 모습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강설이 쿠파에게 다가갔다.
쿠룩…
“…키리?”
쿠룩?
“그 사람, 키리 맞지?”
쿠파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강설을 바라보았다.
이 영물은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했다.
강설이 키리의 앞에 무릎 꿇었다.
꽃들이 그의 무릎을 따라 살짝 목을 눕혔다.
“미안합니다, 키리.”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답을 할 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
아주 오래전부터.
“편히 쉬시길. 쿠파는 보다시피 늠름하게 성장했습니다.”
쿠룩…
그 순간.
[‘키리’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윽….”
질리악 이후로, 한동안 찾지 못했던 그의 조각, 키리의 기억들이 강설을 찾아왔다.
기억의 시점은, 강설의 전지적인 시점이 아니라 키리로서의 시점이었다.
그는 아주 작은 쿠파를 보고 있었다.
그의 파티원들은 모두 잠들었고, 그만 홀로 쿠파와 모닥불에 앉아 있었다.
타닥…
– 쿠파, 있잖아.
쿠룩…
– 졸려?
쿠루룩! 쿠룩!
– 하하! 조용히 해, 다들 깨겠어.
쿠룩…
키리는 쿠파가 비범하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알고 있었다. 사람의 말을 이렇게 잘 알아듣는 새라니.
– 속상하지? 다들 널 싫어하니까.
쿠루룩…
– 쿠파의 냄새는 먹이의 양분을 흡수하면서 나는 거라 어쩔 수 없는데, 다들 몰라주네?
쿠룩.
작은 쿠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 쿠파, 괜찮아.
쿠룩?
– 내가 괜찮다고 말해줄게. 쿠파는 괜찮아.
쿠루욱…
누군가 한 명쯤, 괜찮다고 말해줄 이.
쿠파는 마치 키리의 말에 감격한 듯 그의 손가락에 몸을 비볐다.
– 쿠파는 언젠가, 나보다 더 커다래질 거잖아.
쿠룩!
– 그래서, 날 등에 태우고 저기! 저 멀리까지 날게 할 거잖아.
쿠파가 가슴을 내밀었다.
자신 있다는 듯이.
쿠루룩!
–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릴게.
키리의 기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강설은 그렇게 전승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스르륵…
하지만, 기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뭐지?’
이 시점.
몸이 작아진 것 같았다.
쿠룩! 쿠루룩!
땅을 파고 기어 나온 거미가 잠과 독에 취한 일행을 끌고 가는 모습. 그중에는 키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쿠룩!
퍼억!
온 힘을 다해 거미에게 부딪혔지만, 머리만 핑핑 돌 뿐 거미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건… 쿠파의 기억이다.’
어째서 쿠파의 기억까지 끌고 들어와 진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쿠파의 기억이었다.
쿠파는, 키리를 데리고 구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거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약하고, 작았으니까.
땅이 덮이고, 키리는 사라졌다.
강설에게 쿠파가 느꼈던 감정이 휘몰아쳤다.
쿠파가 이후로 협곡에서 보냈던 나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사냥하고, 먹고, 추격하고.
긴 세월 동안 쿠파가 한 행동은 그것뿐이었다.
오직 키리를 되찾기 위해.
하지만, 키리는 이렇게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쿠파가 이렇게 커다랗게 성장했는데도, 부리는 단단해지고 발톱은 날카로워졌는데도.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쿠파가 느끼는 슬픔이 강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끄으아아아!”
누군가의 기억을 엿본다는 건, 특히나 죽은 자의 기억을 엿본다는 건 언제나 그를 괴롭게 했다.
기억은 그것으로 끝이 났고, 강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키리’의 유지(遺志)를 이어받았습니다.]
[죽은 이의 능력을 전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