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05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05화
롤랑가로스 (2) – 부풀려지다
#. 2016년 6월 1일
#-1. 프랑스, 파리
#-2. 스타드 롤랑가로스
#-3. 코트 4
【“쥬어, 세트, 매치, 치치파스. 세트 점수 2-1….”】
독일의 다니엘 알트마이어(Daniel Altmeier)를 맞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뜻밖의 저조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첫 세트를 빼앗긴 후 내리 두 개의 세트를 가져가며 얼핏 기량을 증명한 듯했으나, 아버지 아포스톨로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그는 경기력이 나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6:3으로 승리한 마지막 세트는 4:6으로 세트를 빼앗긴 첫 번째 세트보다 경기 시각이 9분 더 길었다.
회복에 나선 스테파노스는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지적하는 쪽은 아포스톨로스다.
“도대체 경기력이 그게 뭐냐?”
“…상대가 잘했어요.”
“잘해? 하! 천만에! 2세트가 너와 그 녀석의 차이를 보여주는 세트였어! 그런 식으로 쉽게 마무리했어야지!”
“….”
아포스톨로스가 보기에도, 그의 아들은 확실히 최근 몇 달 정체되어 있었다.
그것은 성장 자체의 문제기보단, 정신 자세에 있었다.
복식 경기만 봐도 그 차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테니스 파트너이자 친구이기도 한 에스토니아의 케네스 라시마와 함께할 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그 무엇도 두려운 것 없는 사람처럼 플레이했다.
그러나 단식에 나서면 들쑥날쑥해졌다.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고 있었기에, 아포스톨로스는 아들의 개선을 하려 노력했고 최근 석 달은 그 성과가 보이는 듯했다.
지난 4월과 5월엔, 이탈리아에서 열린 두 개의 퓨처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것이다.
주니어 투어에서도 참가하는 대회마다 최소 8강에 오르는 등,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 사이에선 강자로 온전하게 인정받는 모습 역시도 보여주었다.
한데, 프랑스에 온 이후가 갑자기 망가졌다.
다시 조급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아직도 그 아이를 신경 쓰는 거냐?”
자신의 질문에 스테파노스는 눈을 피하며 아니라고 했지만, 아포스톨로스는 거짓말이란 것을 단번이 알아챘다.
“그 아이를 신경 쓰다 대회를 망쳤어.”
“신경 안 써요.”
“거짓말인 거 안다.”
“….”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할 셈이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도 알고 있었다.
코트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진, 신우주에 관한 부분은 신경을 끄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했다.
소셜미디어 세계와 단절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4월 11일부터 시작되었던 ITF 퓨처스 이탈리 F6 ‘산타마르게리따 디 뿔라’에 참가했을 때였다.
당시 테니스계는 마이클 창의 기록을 깨뜨린 소년에게 엄청난 관심을 쏟아부었고, 신우주가 뒤이어 참가하는 ‘ATP 챌린저 토리노’ 소식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ITF 홈페이지를 제외하면 자신의 우승과 관련된 소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느낀 상대적인 박탈감.
이후 펼쳐진 ITF 퓨처스 이탈리 F10에선 어떻게 우승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분노한 상태에서 뛰었다.
약 한 달에 걸쳐졌던 격정의 파도.
그것이 모두 휘발되고 스테파노스에게 남아 있었던 건, 결단코 가볍지 않은 신우주를 향한 열등감이었다.
‘왜 너만 앞서 나가는 건데?’
분명 처음엔 자신보다 한참 뒤에 있었다.
주니어는커녕, 비공식 대회조차 없었던 신우주다.
첫인상도 이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코트를 만지는 소년.”]당시 무하토글루 테니스 아카데미의 사람들은 신우주를 그렇게 불렀고, 전 세계 모든 테니스 선수들이 원하는 코치 파트리크 무하토글루는 자신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눈빛을 보여줬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과도 같은 탐욕과 그 속에 교묘히 감추어진 타오르는 열망.
어떠한 이들은 억만금을 줘서라도 얻고 싶은 기회를 가볍게 차버린 신우주를 보며,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리석었던 쪽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
프로 테니스 선수라지만 아직 만 17세.
경쟁에 수반되는 질투를 참기 어렵다.
* * *
#. 오후 12시 50분
#-1. 연습 센터
전날 경기로 몸이 완전히 풀렸다.
식단과 휴식도 잘해서, 컨디션이 좋은 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또 좋은 게 하나 있다.
“잘하고 오렴.”
“네!”
지금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신 데니스 삼촌이 바쁘신 와중에도 롤랑가로스를 찾아주신 것이다.
거의 두 달 만에 봐서 너무 반가웠다.
든든한 기분도 들었다.
바스코와 란코 코치님과 함께 롤랑가로스 투어에 나선 데니스 삼촌과 헤어진 후, 난 오늘도 연습 센터를 찾았다.
오늘은 입구에서 패스 검사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나와 비슷한 시간대에 경기하는 선수들이 보였다.
대부분이 한 번 정도는 본 적 있는 얼굴이다.
그중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안녕.”
“응. 안녕.”
“난 펠릭스라고 해.”
“오제-알리아심. 알아. 나는….”
“잠깐, 잠깐. 지금 이곳에서 너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
확실히, 모두가 날 흘긋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중 몇 명은 살짝 공격적이었다.
데니스 샤포발로프.
미트 발쿠스.
미오미르 케크마노비치.
전부 이전 다른 주니어 대회에서 보았던 사람들이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익숙하게 그런 시선을 흘려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쭉 겪은 일이다.
동양인이 테니스장에는 왜?
동양인이 테니스를 해?
최소 테니스에서는 동양인을 흑인으로 바꿔도 된다.
그래서 난 펠릭스가 좀 반갑게 느껴졌다.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나도. DM도 하고 그러자.”
“그래도 돼?”
“물론.”
환하게 웃어 보인 펠리스가 악수를 하며 코트 연습을 위해 떠났고, 나는 곧바로 코치님들과 함께 이동해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안드레이 코치님이 곁으로 와 이야기를 꺼냈다.
“너한테 도발적인 시선을 보낸 애들 말인데….”
“엊그제 말씀하신 그거죠?”
“응. 신경 쓸 것 없어.”
“제가 그런 성격이던가요?”
“하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신 이야기라는 건 안다.
그리고 난 정말로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다.
메종-라피트를 떠나 파리로 왔던 날, 마르스 광장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갔을 때 안드레이 코치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넌, 앞으로 아이들의 타깃이 될 거야.”]최소한 주니어 단계에선, 나를 꺾는 게 롤랑가로스 우승보다 더 큰 화제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모두가 날 상대하길 바라고, 또 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라고도 말이다.
안드레이 코치님은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셨다.
상대의 그런 열망을 반대로 써먹자고.
어제도 난 그렇게 했었다.
“어디 보자… 오늘은 코트 훈련이 좀 겹칠 수 있어.”
“문제없어요.”
“그래.”
매치를 치르는 주니어 선수가 많은 만큼, 연습용 코트에서의 훈련은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앞뒤로 15분 정도가 겹쳤다.
투어에선 흔한 일이다.
탕!
“….”
코트로 나서자, 두 명의 여자아이가 보였다.
필리프 코치님이 다시 일정표를 봤다.
“어라, 한 명이어야 하는데.”
“누군데요?”
“남아 있어야 하는 애는 에밀리아나 아랑고. 콜롬비아 애야.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가! 이제는 그만 나와!”
“?”
비어 있는 좌석 한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필리프 코치님과 나는 거기로 고개를 돌렸다.
한 남자분이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저건 어느 나라 말이래?
“폴란드어겠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스페인어는 확실하게 아니니까. 그리고 금방 이가라고 했어. 이가 슈비온텍. 훈련을 끝냈어야 하는 애야.”
“….”
소리를 지른 남자분 쪽을 바라본 흰색 모자를 쓴 여자아이가 인상을 살짝 찌푸린 상태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팔을 살짝 들어 올린 여자아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했고, 이후 살짝 좌절한 듯한 모습으로 벤치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훈련을 더 하고 싶었던 걸까?
그야, 모두가 마찬가지다.
오늘처럼 사람이 많아 훈련장을 쪼개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그럼, 우리도 몸을 풀자.”
“네.”
실내에서 몸은 전부 풀어두었기에, 바로 라켓을 챙겨서 코트를 향해 걸었다.
그러는 동안 짐을 챙긴 여자아이가 코트를 떠났는데, 내게 꽤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 건 아닐 텐데.
곧바로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며, 나는 서브부터 훈련하기 위해 한쪽 코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반대편에 있던 여자아이도 서브 위치에 섰다.
이런 식이면, 5분 정도는 훈련이 겹쳐도 된다.
어차피 서브 훈련은 두 명이서도 가능하니까.
타앙!
탕!
타앙!
탕!
훈련하는 동안, 자꾸 반대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먼저 웃길래, 나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게 5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를 본 여자아이가 총총걸음으로 움직여 가방을 챙겼다.
그게 조금 귀엽게 보이긴 했다.
에밀리아나라고 했나?
이후 난 곧바로 훈련에 집중했고,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을 때 관중석에 앉은 아까 그 여자아이를 볼 수 있었다.
이가 슈비온텍(Iga Świątek).
지금도 여전히 시선이 따갑다.
왜지?
“후우- 알 게 뭐야.”
정말로 알 게 뭐냐 싶어, 난 다시 라켓을 움직였다.
탕!
.
.
탕!
* * *
#. 오후 3시 10분
#-1. 스타드 롤랑가로스
#-2. 코트 3
▷ SET 1
3 : 신우주(4)
0 : 루이스 베셀스
소문이란 늘 과장되기 마련이다.
관중석에 앉은 폴란드 소녀, 이가 슈비온텍은 처음 신우주에 관해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너무 호들갑이라고.
이는 소녀의 성격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가 슈비온텍은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본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Il est temps, joueur prêt.”】
(타임, 플레이어 레디)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통, 통, 통.
통, 통, 통.
신우주가 토스한 볼이 높게 떠오르고, 이내 휘둘러진 라켓이 맞은 테니스공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구석 깊숙한 곳으로 퉁겨져 움직인다.
발을 살짝 이동해 본 루이스 베셀스(Louis Wessels)는 리턴을 포기하곤 바로 애드(Ad)코트로 이동했다.
루이스 베셀스가 가진 196㎝의 큰 키과 기다란 팔은 오늘, 신우주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가 슈피온텍은 표정을 주목했다.
잔뜩 기에 눌린 얼굴을 하고 있다.
‘벌써 꺾였어.’
생각보다 시시한 매치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 중일 때, 이가 슈비온텍의 곁으로 그녀의 아버지가 다가왔다.
토마슈 슈비온텍(Tomasz Świątek)은 폴란드 대표로서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쿼드러플 스컬 종목에 참가했던 전(前) 조정 국가대표 선수다.
그는 자신의 딸들이 경쟁력 있는 운동선수로 성장하길 원했고, 성공 가능성을 잘 통제하도록 팀 스포츠보다는 개인 스포츠에 몸담는 것을 선호했다.
처음엔 두 딸은 수영선수로 시작했지만, 언니 아가타가 테니스로 종목을 전환하자 자연스레 이가도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그중 먼저 재능을 드러낸 쪽은 동생인 이가였고, 조금 더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토마슈는 딸을 폴란드 최고의 테니스 아카데미로 보내 훈련을 하게 했다.
다행히 이가는 곧바로 실력을 발휘, 만 13세부터 주니어 서킷에 참여하기 시작해 성과를 만들었다.
“뭐야? 벌써 3:0이라고?”
“상대가 너무 약해요.”
“흠- 어디 보자꾸나.”
“….”
이가 슈피온텍은 어렸을 때부터 경쟁적이었다.
늘 언니를 꺾고 싶어 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성격 탓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건방지다는 이유로 또래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가는 더 본인에게 집중했다.
60초의 쉬는 시간 독서를 하는 습관도 생겼다.
테니스 경기 중의 독서.
쉽지 않은 얘기다.
“네가 웬일로 먼저 남자아이 이름을 얘기해서 좋아하는 애라도 생긴 줄 알았더니….”
“아뇨. 전 관심 없어요.”
“쓰으으읍. 하아-”
운동을 관두고 학업에 집중한 후 부쩍 밝아진 첫째 딸을 볼 때마다, 토마슈 슈비온텍은 자신이 너무 딸들을 몰아붙였던 것은 아닌지를 걱정했다.
책과 록 음악, 고양이.
그리고 테니스.
이 네 가지 외의 것들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가는 어지간한 남자아이보다도 더 경쟁적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롤랑가로스에 참가하기 전 대뜸 신우주란 소년의 이름을 말하길래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테니스에 도움이 된다며 경기를 보자고 했다.
탕!
“워….”
【“르 쥬어, 우주.”】
불과 4분 만에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가져가는 신우주의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감탄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가요, 아빠.”
“응? 더 안 보고?”
“상대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안 돼요.”
“이런. 어렵게 표를 구했는데. 알겠다.”
자리를 털며 일어서기 전, 토마슈 슈비온텍은 한 번 더 신우주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수준이 낮다라….’
수준 차를 논하기엔, 루이스 베셀스의 나이가 신우주보다 두 살 더 많았다.
주니어 레벨에서 나이가 상당히 중요하단 사실을 아는 토마슈로선, 롤랑가로스에 출전할 만큼의 선수와 압도적인 격차를 내는 신우주가 대단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딸도 마찬가지다.
이가 슈비온텍은 2001년생이다.
전날이 생일이라 막 만 15세가 되었는데, 그동안은 만 14세로서 자신보다 몇 살이나 많은 이들을 꺾고 다녔다.
그렇게 보면 이가 역시 대단했다.
“아빠!”
“그, 그래! 지금 가마!”
황급히 짐을 챙겨 일어서는 토마슈 슈비온텍.
그는 지금 성심성의껏 딸을 뒷받침하고 있다.
* * *
▷ MATCH SET(32강)
6 6 : 신우주
0 2 : 루이스 베셀스
.
.
두 번째 세트에서 살짝 집중력이 느슨해졌다.
그래서 두 개의 게임 포인트를 내줬다.
“헤이! 우주다!”
“우주-!”
롤랑가로스는 훈련장과 경기장을 오갈 때마다 우리를 카트에 태우고 데려다준다.
선수들만 해당하는 이야기고, 코치님들은 아니다.
그래서 좀 미안했지만, 이것도 전통이란다.
“우주–!!”
롤랑가로스란 표현은 대회를 뜻하기도 하지만, 세 개의 메인 코트를 포함한 총 20개의 코트를 가지고 있는 투어가 펼쳐지는 이 부지 전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코트를 떠나 롤랑가로스를 카트로 지나는 동안,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도 화답을 보냈다.
“도착했어요.”
“메르시.”
“당신.”
“?”
“주니어 선수 같지 않게, 인기가 엄청나네요. 보통 주니어 선수들을 태우면, 사람들은 흘끗 보면서 그냥 지나가거든요.”
“하하. 그런가요?”
“엄청나요. 그럼. 저는 이만.”
오늘 게이트를 지나 연습 코트로 향하는 길엔, 몰려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카트에 타지 않고 움직여야 할 때는 세 명의 경호원분들이 함께했는데, 나 말고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인기가 있거나 하다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더 심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걸까?
“우주!”
“어? 삼촌?”
사이클을 타는 장소로 이동했을 땐, 데니스 삼촌도 거기 계셨다.
패스는 어떻게 얻으신 거지?
그러자, 삼촌이 슬쩍 윙크했다.
“요령만 잘 부리면, 세상엔 안 되는 일이 없단다.”
“삼촌은 정말 마법사세요. 그거 아시죠?”
“하핫! 그렇고말고!”
머신 위에 앉아 발을 움직이고 있을 때, 필리프 코치님이 내게 초콜릿 우유를 줬고 난 그걸 받아 마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 상대에 관한 거다.
“프랑스 아이야. 왼손잡이고.”
“그럼 내일은 에이스 코치님인가요?”
“그래. 난 바로 플레이어 박스로 가.”
“네. 알겠어요.”
내일은 왼손잡이 선수와의 대결이라서, 안드레이 코치님을 대신해 에이스 코치님과 이곳으로 올 것 같다.
“그나저나, 컨디션이 정말 좋구나.”
“그런가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곳 사람들은 네가 빵집을 차릴지도 모른다고 말해.”
“빵집요? 그거 재미있네요.”
테니스에서 빵집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실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6:0으로 끝난 경기는 베이글(Bagle).
6:1 경기는 브레드스틱(Bread stick).
어쩌다 보니 둘 다 빵에 비유하고 있어서, 6:0이나 6:1으로 세트를 끝내는 경기가 많은 선수에게 [“○○ 투어에서 빵집을 차렸다.”]란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난 6:0과 6:1이 각각 하나씩이었다.
그것만으론 빵집이 되기엔 모자라다.
그래서 ‘차릴지도 모른다’라고 한 거겠지.
특별하게 의식하고 있진 않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아직 매치가 남아 있긴 하지만….”
“?”
“시드를 받은 선수들이 많이 떨어졌더구나. 너도 방심하지 말고 계속 집중하렴.”
아, 그렇지 참.
나도 시드였지.
솔직히 말하면 시드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겠다.
그저 매 경기에 집중해 최선을 다할 뿐.
시드는 내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윙-
윙-
윙-
사이클 머신이 돌아가는 소리.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사람들의 대화와 유쾌한 웃음소리가 매치에서 오는 피로를 씻어주고 있다.
* * *
※ (공지) 매치 시각과 장소 변경
대상 매치 : 신우주 vs 코랭탕 무테
기존 : 낮 12시 코트 6
변경 : 오후 3시 코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