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24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24화
2016 윔블던 (2) – 웜업
#. 2016년 6월 22일
#-1. 잉글랜드, 런던
#-2. 윔블던 올 잉글랜드 클럽
#-3. 연습용 코트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 윔블던 예선은 이틀 차에도 인파로 붐비고 있다.
정오부터 시작된 매치는 별다른 문제 없이 각 코트에서 치러졌고, 매치의 두 번째 세트가 펼쳐질 즈음 윔블던 연습 코트에 한 무리가 등장했다.
두 명의 선수.
두 명의 코치.
여러 명의 스태프.
분명 각기 다른 팀인 것이 분명했지만, 이들은 어째서인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우선은 스트레칭부터였다.
“꼭 올라와. 그리고 나랑 붙어야지.”
“왜 네가 무조건 오늘 이기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게 될 거니까.”
“꺼져. 나도 오늘 무조건 이길 거야.”
“할 수 있어?”
“물론. 걔도 무적은 아니라고.”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y Lublev).
다닐 메드베데프(Danil Medvedev).
한 살 터울의 두 남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테니스를 해온 친구 사이다.
친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ATP 랭킹도 203위와 228위로 가깝게 붙어 있었는데, 카렌 카차노프(Karen Kachanov)와 함께 러시아 테니스의 미래로 꼽히고 있다.
친구의 앞에서 기죽고 싶지 않았던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약간의 허세를 부렸지만, 부담감을 떨칠 순 없다.
“쉽진 않을 거야. 그렇지?”
테니스 지능과 멘탈리티가 친구의 약점임을 잘 알고 있었던 메드베데프가 장난을 멈추면서 격려를 보냈다.
처음부터 위축된 상태로 매치에 들어서게 되면, 본래 실력의 절반도 발휘되지 않는다. 그래서 메드베데프는 최대한 루블료프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최근 약간 정체되는 기미를 보여주곤 있었지만, 루블료프의 포핸드는 언제든 업셋(Upset)을 만들 수 있는 무기였다.
“겨우 윔블던에 섰잖아. 후회 없이 해봐.”
“그래. 그래야겠어. 고마워, 다닐.”
“뭘. 실은 그것보단 지고 난 뒤에 네 꼴사나운 울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거든? 차라리 이기고 건방 떠는 게 낫다 이 말이야.”
“뭐?! 죽을래?”
“큭큭큭.”
정신적으로 압박이 큰 테니스 투어에서,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었다.
물론 나이가 들어 더 성숙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되겠지만, 스물 언저리인 두 사람에겐 서로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 또한 이를 인정한다.
혼자였다면, 걱정만 앞세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멸이란 결말로 직행했을 게 틀림없다.
지금보다도 더 어렸을 때부터 멘탈리티를 지적받아 오긴 했지만, 고쳐야 할 부분을 알고 있음에도 그걸 바꾸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타인이기에 쉽게 말하는 것일 뿐.
그들 또한 마찬가지다.
“네 포핸드를 믿어, 안드레이. 그게 네 장기니까.”
“응. 그럴 거야.”
본격적으로 라켓을 쥐고 훈련에 나서기 시작한 안드레이 루블료프와 다닐 메드베데프.
그리고 이들과 조금 떨어진 다른 연습용 코트에선, 전날 매치 후 10분 동안 팬들에게 둘러싸였던 신우주가 마찬가지로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탕!
.
.
탕!
“어제보다 더 나은데?”
“그래도 아직 모자라요.”
“그럼 조금씩 더 올려보자고.”
“당연하죠.”
오직 본선 진출만을 바라보고 있는 신우주.
상대보단 본인의 테니스를 더 신경 쓰는 현재다.
* * *
#. 오후 2시 30분
#-1. 코트 14
▷ MATCH 27
0 0 : [113위] 신우주
0 0 : [203위] 안드레이 루블료프
어제에 이어 같은 코트에서 뛰게 됐다.
좋기도 한데, 아쉽기도 했다.
기왕 윔블던에 온 거, 최대한 많은 코트를 경험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내 기분이다.
하지만 불평하는 건 아니다.
“두 선수는 이리 와주세요!”
오늘은 스페인 출신의 심판분이라고 들었다.
앞으로 걸어가, 먼저 인사를 나눈다.
심판분과 악수를 교환했고, 다음은 상대였다.
이름이 안드레이 루블료프라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땐, 어라? 화가랑 이름이 같네?
라고 생각했다.
블록을 조립하는 일 말고도 독서나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윔블던이 끝나면 대영박물관과 트래펄가 광장의 국립미술관을 방문해 보려고 한다.
기왕이면, 최대한 그 시일이 늦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내 윔블던이 늦게 끝난다는 거니까.
빠르면 그것대로 서운할 것 같다.
어쩌면 변덕이 생겨서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부터 동전 던지기를 하죠. 앞? 뒤?”
“저는 앞으로 할게요.”
“전 상관없어요.”
“좋아요. 그럼, 이쪽이 앞. 그리고 당신이 뒤예요.”
동전 던지기의 결과는 뒤였다.
오늘도 리턴 게임 먼저다.
먼저 서브를 가져가는 것이 크게 중요한 날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쉽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바로 베이스라인으로 가 연습을 시작한다.
볼을 띄워 서브를 앞으로 보낸다.
타앙-!
흐음.
조금 짧은가?
살짝 영점 조절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타앙-!
.
(앤드류 캐슬) – 윔블던 TV 펀디츠
“아주 훌륭한 날 아닙니까? 얼마나 멋진지를 보자고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엔터테이닝입니다. 이런 환상적인 날씨 아래에서 테니스계의 밝은 미래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입니다. 예선전에 참가하는 16, 17, 18살의 선수들은 훨씬 어렸을 때부터 윔블던을 꿈꿨을 겁니다. 그들 역시 이런 날씨와 완벽한 환경 속에서 테니스를 한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를 느낄 겁니다.”
.
【“One Minute.”】
심판이 1분 남았다는 콜(Call)을 해왔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서브를 보낸 후 벤치로 돌아와 앉았다.
볼 퍼슨이 다가와 곧장 초록색 양산을 씌워줬다.
“고생하시네요.”
“…감사합니다.”
“팔 아프시면 양산을 저한테 주셔도 돼요.”
“괘, 괜찮습니다. 제 일인걸요.”
볼 퍼슨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 말을 더 걸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건 확실히 좀 불편했다.
윔블던이면 이런 쪽에 투자 좀 하지.
아무리 예선전이라지만 볼 퍼슨에게 양산을 들게 만드는 대신, 의자 뒤에 접이식 파라솔을 설치하는 게 어땠을까 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건데.
이것도 전통인 걸까?
【“타임. 플레이어 레디.”】
하지만 그래도 이 코트 14는 마음에 든다.
고개를 들면 어제 날 압도했던 센터 코트가 보였고, 양쪽에 있는 관중석 중 서쪽에 있는 것의 뒤로 팬들이 오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제도 그렇고 펜스에 서서 매치를 지켜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것은 오직 코트 14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시끄러워서 방해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허락된 곳 외에는 휴대전화를 무조건 꺼두어야 하는 윔블던의 전통 덕분에 팬들이 거기 있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만약 코트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켜고 있는 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즉시 쫓겨나고 평생 윔블던 출입이 금지된다.
그리고 또 잉글랜드인들 사이에선 이 코트 14가 신성시된다고도 했는데, 몇 년 전 처음으로 윔블던 올 테니스 클럽을 찾은 여왕님이 7분간 머물렀기 때문이란다.
마지막은 이해는 했지만, 공감은 어려웠다.
【“퍼스트 세트. 서브, 루블레프. 레디.”】
확실히 영어권은 이름을 제멋대로 부른다.
루블레프가 아니라 루블료픈데.
스페인분이긴 했지만, 어쨌든 영어로 말해주는 상대의 이름은 발음이 틀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젠 모든 정신을 시합에 집중한다.
상대는 아직 멀뚱히 서 있다.
【“플레이.”】
통.
통.
루틴이 짧다.
그냥 두 번 바닥에 볼을 튕긴 게 전부다.
호흡을 약간 빠르게 해야 할 것 같다.
타앙-!
.
“폴트!!”
첫 번째 서브는 일단 폴트(Fault)였다.
세컨드 서브.
탕!
어?
난 반사적으로 라켓을 휘둘렀다.
탕!
짝짝짝짝짝.
【“러브, 피프틴.”】
조금 전에 왜 놀랐냐면, 전해져 온 킥(Kick)서브가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안드레이 코치님과 리턴 포인트를 만드는 훈련을 할 때 받았던 딱 그 느낌이었다.
실수인가?
그렇겠지?
일단 좀 더 두고 보려고 한다.
강한 포핸드를 가진 선수답지 않게 서브가 조금 약하다고 들었는데, 그것까지 고려하더라도 조금 전에 받았던 세컨드 서브는 생각보다도 더 느리고 약했다.
애드(Ad)코트.
난 다시 서브를 기다렸다.
통,
통.
타앙-!
퍼스트 서브는 나쁘진 않았지만, 잔디코트에서 강점을 발휘할 만한 느낌은 아니었다.
어렵지 않게 리턴한 볼은 가운데로 향했다.
바로, 포핸드 샷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으!”
탕-!
짧은 그런팅(Grunting)과 함께 전해져 온 상대의 포핸드는 확실히 강했다.
제대로 된 백핸드로 받아치지는 못할 것 같았는데, 그래서 난 라켓을 아래로 툭 떨어뜨리는 슬라이스(Slice)를 선택했다.
볼은 직선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으!”
탕-!
【“피프틴 올.”】
확실히, 포핸드로는 강한 샷이 가능한 것 같다.
순수 위력으론 서브보다 나은 느낌이다.
이런 확실한 상대의 무기는 늘 까다로웠지만, 이미 비슷한 유형과 매치를 몇 번 치러본 터라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상대할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통.
통.
“우아-!”
타앙-!
듀스(Deuce)코트.
퍼스트 서브.
나는 막아낸다는 느낌으로 블록(Block)해 내, 루블료프의 백핸드 방향으로 리턴을 보냈다.
전략의 밑그림은 그려두었지만, 그것을 완성하려면 일단 상대가 이런저런 상황에 어떠한 식으로 반응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백핸드 방향으로 길게 넘어간 내 리턴에, 루블료프는 슬라이스(Slice)로 대답했다.
탕.
굳이 여기에서 벌써 슬라이스를?
그렇다고 어프로치(Approach)도 아니었다.
단순하게 길게 날아오는 슬라이스 샷.
난 바로 스텝을 밟았다.
몸통을 열어 포핸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바로.
탕!
【“피프틴, 써티.”】
한 번 더 같은 방향을 택해 보낸 나의 포핸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했던 루블료프는 반응하지 못했다.
반대로 뛰면 포핸드니, 그걸 원했나 보다.
다시 서브.
통.
통.
“우아-!”
타앙-!
.
“폴트!!”
또 한 번 퍼스트 서브가 라인을 벗어났고, 아까의 세컨드 서브가 실수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나는 곧장 상대를 흔들 방법을 선택했다.
볼이 토스됨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탕!
아까의 세컨드 서브는 실수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굉장히 평범한 세컨드 서브가 들어왔다.
미리 발을 앞으로 옮겨두었던 나는 라켓을 아래로 내렸고, 하프발리 형태로 받아쳐 네트 앞쪽에 떨어지는 샷을 만들었다.
상대는 달리려다, 금세 포기를 했다.
“와-”
짝짝짝짝.
어차피 달려봤자였을 거다.
판단이 좋은 걸까?
포기가 빠른 걸까?
일단은 이 부분도 생각해 보려고 한다.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
끝낼 수 있으면 좋을 건데.
자세를 낮추고 서브를 기다렸다.
“우아-!”
타앙-!
이번엔 포핸드 방향으로 서브가 들어왔고, 바로 반응해 앨리라인 쪽으로 움직인 나는 팔을 쭉 뻗어서 받아냈다.
느리게 넘어간 리턴이긴 했지만, 상대는 굳이 추가로 더 스텝을 옮겨서 포핸드 자세를 취했다.
굳이?
이제 첫 게임이긴 했지만, 그래도 샷을 몇 번 주고받았는데 난 아직도 상대의 제대로 된 백핸드 샷을 보지 못했다.
탕!
오픈(Open) 코트로 강한 포핸드가 들어온다.
나는 달렸고, 몸을 틀어 백핸드로 받아냈다.
하지만 아까 리턴처럼 이번도 스트레치다.
볼이 길게 떨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행히도, 그렇게 됐다.
공격할 기회라고 생각해 네트 앞으로 다가와 있던 루블료프가 황급히 베이스라인 쪽으로 달려 나가며 라켓을 휘두른다.
마찬가지로 포핸드였지만, 뒤로 물러나면서 가져간 스트로크라 강하게 넘어 오지는 않았다. 물론 저런 동작에서 샷을 한 것치곤 빠른 편이기는 했다.
연습으로 만든 강한 포핸드보단, 타고난 부분들이 모여 강한 포핸드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네트를 넘어 짧게 떨어지는 볼.
이젠 나의 공격 차례다.
흘끗 바라본 루블료프는 생각보다 베이스라인에서 더 떨어져 있다.
강한 샷을 예측한 포지셔닝이다.
굳이,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탕.
앞으로 달려 나오며 포핸드 위너를 처리할 것처럼 하다, 나는 동작을 바꿔 다시 샷을 네트 넘어 앞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루블료프는 곧장 옆으로 걸었다.
벤치로 걸어가는 것이다.
【“게임, 우주.”】
짝짝짝짝짝.
첫 번째 게임을 끝내고 난 뒤, 나는 벤치에 앉아서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략 뼈대에 살을 붙였다.
계속 백핸드로 샷을 보내고.
네트 앞으로 뛰게 만든다.
아까 보니까 발은 빠른 것 같았는데, 두 번이나 끝까지 달려볼 시도조차 하지 않고 발을 멈췄다.
판단보단 포기가 빠른 것 같다.
그러나 상대가 정신적으로 지칠 때까지 몰아붙여, 샷이 아니라 매치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겠다. 매치 초반부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좋겠다.
최종적으론, 체력을 아끼는 게 될 테니까.
【“타임. 플레이어, 레디.”】
심판의 콜을 들으며,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 SET 1 종료
1 : 안드레이 루블료프
6 : 신우주
생각보다 꽤 큰 격차가 느껴진 첫 번째 세트였다.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코치 페르난도 비센테(Fernando Vicente)가 근심에 잠긴 이유다.
올해 3월 루블료프의 코칭 요청을 수락했을 때, 페르난도 비센테는 멘탈리티가 가장 큰 문제란 것을 알았다.
루블료프는 자신감이 매우 부족했다.
거기에 약간의 소심함도 있었다.
보통 이런 성격들은 자신의 약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하는데, 본인의 단점이 자신을 무너뜨릴 거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그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의 약점과 마주해야 부족한 자신감을 채울 수 있다.
“하아-”
나직이 한숨을 내쉰 페르난도 비센테가 곁에 있는 다른 코치와 대화를 나눈다.
그는 우선, 상황이 매우 나쁨을 인정했다.
루블료프 본인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또 상성도 아주 좋지 못했다.
“안드레이는 영리한 적에게 약해.”
“약점이 너무 뚜렷하니까요.”
인상을 찌푸린 페르난도 비센테는 옳은 말이라 생각했다.
영리한 테니스 선수는 약점을 잘 파고들 줄 안다.
오늘 신우주는 의도적으로 루블료프의 백핸드 방향으로 많은 샷을 보냈는데, 어떻게든 그걸 포핸드로 처리하려고 하다가 스트로크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졌다.
특히 게임 포인트가 1:4가 된 이후에는 자랑하던 포핸드 샷에서도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스윗 스팟으로 타격하지 못해, 샷 자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일이 자주 발생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그것이 가뜩이나 심리적으로 불안하던 루블료프의 전의(戰意)를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졌단 사실이었다.
과연 루블료프가 120초 만에 달라질 수 있을까?
페르난도 비센테는 냉정히 힘들다고 생각했다.
설사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신우주의 현재 폼과 실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잘 싸워도 4:6 정도가 최고치였다.
‘어떻게 15살이.’
테니스 업계에서 신우주의 이름과 나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겪어보게 되면 감탄하거나 놀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치 몇 수 아래의 선수를 상대하기라도 하듯 다채로운 방법으로 루블료프의 날개를 하나하나 꺾어가는 모습은, 십 년 이상을 뛴 베테랑을 보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루블료프가 제풀에 잘 고꾸라진다는 것도 알았는지, 게임 포인트를 허락한 이후엔 더 철저히 네트플레이를 했다.
베이스라인 근처에서보다 네트 앞에서 루블료프가 훨씬 취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린 판단이었을 거다.
인(In) 게임 내에서의 전략 수정 속도.
무엇보다.
‘그 방향성.’
아무리 상대를 잘 분석해도 코트와 컨디션 그리고 게임의 진행 상황에 따라, 테니스는 매번 같은 상대를 만나더라도 매번 다른 방식으로 경기가 풀려 나간다.
서브가 좋은 날과 네트플레이가 좋은 날의 플레이가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테니스의 전력 분석은 중요도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왼손인지 오른손인지.
백핸드를 한 손 혹은 양손으로 치는지.
베이스라인에서 강한지.
네트플레이는 어떤지.
대략 이 정도만 알면, 사실상 크게 할 것이 없다.
처음 예선전 드로(Draw)를 확인한 이후 신우주를 2회전에서 만날 것을 생각하고 철저히 분석해 나선 오늘만 보더라도, 전력 분석의 비중을 알 수 있다.
결국, 테니스는 선수가 하는 것.
주변의 도움은 한계가 명확하다.
【“타임. 플레이어 레디. 세컨드 세트. 서브. 우주…”】
눈 깜빡할 사이에 흘러간 120초.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코치들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그저 하늘에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
“으아-!!”
타앙-!!
.
【“피프틴, 러브.”】
그것은 신우주가 상대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버릴 요량으로 선택한 134마일(약 215.7㎞/h)의 강력한 서브에 바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
.
▷ GAME SET
1 0 : 안드레이 루블료프
6 6 : 신우주
* * *
[신우주가 2016 윔블던 두 번째 베이글 게임을 만들어내며,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2:0으로 제압했다. – WTM].
.
[‘빵집 오픈!’ : 신우주, 러시아의 유망주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단 48분 만에 요리하며 윔블던 예선 결승 진출. 이번 윔블던 예선 가장 짧은 매치를 만들어. – 코리아테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