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28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28화
2016 윔블던 (6)
#. 2016년 6월 26일(드로 발표 1시간 전)
#-1. 잉글랜드, 런던
#-2. 윔블던 올 테니스 클럽
치열했던 예선이 끝나고 난 뒤, ‘진짜’ 그랜드슬램 대회를 앞둔 윔블던에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잔디코트 관리의 최고로 평가받는 이들이 투어 기간 매치가 펼쳐질 19개의 코트 관리에 들어갔고, 주최 측은 잠시 뒤에 발표될 드로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평화로웠던 윔블던 올 테니스 클럽을 분주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바로, 애든버러 공작의 영애(令愛)가 ‘직접’ 신우주의 매치를 관전할 수 있는지를 문의해 온 것이다.
예외가 없는 윔블던.
하지만 왕가에는 늘 예외였다.
“코트 18이야.”
“왕가의 사람들을 그곳에 앉힐 순 없어.”
“하지만 일정상 그럼….”
“그래. 세레나를 18번으로 보내야 해.”
“말도 안 돼.”
시간상 드로나 정해놓은 매치 순서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 한 번도 정해진 발표 시각을 어긴 적이 없었던 윔블던이기에, 그런 전통을 올해도 유지해 나가는 일은 대회의 명성에 집착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본래 No. 01 코트에서 매치를 치르기로 했던 세레나 윌리엄스를 18번 코트로 보내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녀가 작년 윔블던 챔피언이라는 사실이었는데, 제아무리 1라운드 경기라곤 하나 전년도 챔피언을 18번 코트에서 뛰게 했다는 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만약 ATP 마스터스 250 대회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이듬해 투어 개최 자격을 박탈당할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여긴 윔블던이다.
“어쩔 수 없어. 왕녀가 우선이지.”
“그래. 사실, 18번 코트도 나쁘지 않고.”
“주 코트를 빼면 관중도 제일 많잖아.”
“그래,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불과 몇 분 전까지 18번 코트는 왕녀를 앉히기엔 부족하다고 말했으면서, 금세 이들은 태도를 바꿔 자신들의 결정에 합리화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클럽에 있는 19개의 잔디코트 중 18번이 붙은 이곳은 최대 782명이 입장할 수 있다.
이들의 말대로 작은 규모의 코트 중에서는 가장 많은 관중이 입장할 수 있었지만, 워낙 구석진 곳에 있는 관계로 선수들 사이에선 주차장이란 멸칭으로 불렸다.
심지어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헬리콥터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는데, 전 챔피언에 대한 예우가 아니긴 했다.
“뭐, 애초부터 코트 1을 전부 채울 수는 없었을 거니까.”
“미국인들이나 세레나에 열광하는 거지.”
“우리의 판단이 옳아.”
“그렇고말고.”
본인들의 입으로 수없이 강조해 온 전통과 역사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도 쉽게 바뀌고 난 후, 이들은 죄책감을 덜기 위해 세레나 윌리엄스를 비방하는 길을 택했다.
애초부터 세레나 윌리엄스를 센터 코트가 아닌 코트 1에 배정한 이유도, 그녀가 ‘외견적으로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윔블던 관계자들 모두가 부정하며 [“우린 그저 공평할 뿐이다.”]라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ATP/WTA 선수로 뛰어온 이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과거부터 윔블던은 투어의 예선 단계에서, ‘보편적으로 예쁜 선수’들을 센터 코트에서 뛰게 했다.
이유는 방송 중계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윔블던도 본선 첫날 센터 코트 매치에, 2번 시드인 가르비녜 무구루사와 예쁜 외모로 인기가 높은 카미랄 조르지(Camila Giorgi)의 경기를 배정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것이 윔블던뿐만이 아니라, 다른 그랜드슬램을 포함한 ATP 마스터스 투어 상위 레벨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란 것이다.
상업적 이득을 추구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예우를 받아야 할 챔피언들이 홀대받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테니스계의 어두운 그림자.
그것을 오늘 윔블던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이런 어두운 그림자가 결과적으로 테니스의 인기 성장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나저나, 이 꼬마는 복 받았군.”
“그러게. 윔블던 본선 첫 데뷔가 1번 코트라니.”
“그것 모두, 공주님의 덕분이지.”
“운 좋은 녀석.”
한 시간 뒤 전 세계에 발표된 2016 윔블던 본서 드로(Draw)엔, 이런 남모를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 * *
#. 1시간 10분 뒤
#-1. 잉글랜드, 런던
#-2. TNU의 임대 주택
윔블던 드로를 확인한 TNU의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 기분을 느끼고 있다.
첫 번째 매치인 128강전의 상대가 리투아니아 테니스의 희망 리카르다스 베랑키스(Ričardas Berankis)라는 부분은 만족할 만한 대진이었다.
어차피 본선 참가자 중 대다수가 신우주보다 랭킹이 높은 상대였고, 비(非)시드 선수 중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선수들을 피하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상대는 정말 나쁘지 않았다.
부지런한 카운터 펀처 유형.
175㎝의 단신 선수다.
현재 ATP 랭킹은 53위로 신우주보다 60계단 높았지만, 강한 샷이 없는 유형의 한계를 고스란히 반영하듯 잔디코트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최근 4년 다양한 레벨의 잔디코트 투어에서 뛰며 7승 12패의 전적을 보였는데, 순위를 생각하면 결코 좋은 수치가 아니었다.
실제로 TNU는 1회전에서 만나고픈 상대 중 하나로 베랑키스를 생각했었고, 현실이 되자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하지만 바로 두 번째 매치 상대를 확인한 순간, TNU의 이마를 두들기거나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했다.
드로의 특성상, 2회전에서 무조건 시드 선수는 만난다.
문제는 그 상대가 누구냐는 거다.
그런데 하필이면.
“로저 페더러라니.”
“대체 누가 드로를 한 거야?”
“멍청한 잉글랜드 녀석들.”
물론 이변이 발생하여 매치 상대가 바뀔 수도 있겠지만, 확률상 신우주는 2회전에서 로저 페더러를 만나게 된다.
가장 화려했던 시기가 지나고 2010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 누구도 로저 페더러가 현존하는 최고 중 하나가 아니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근래의 부진도 마일리지 누적에 따른 부상으로 인한 것이었고, 여전히 본인이 가진 ‘최고령 마스터스 시리즈 남자 단식 우승’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 나가고 있다.
ATP 통산 1,000승.
그랜드슬램 본선 300승.
외에도 수없이 많은 위대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는 엄청나게 커다란 벽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
“그 양반, 무릎이 지금 정상이 아니지 않나요?”
“들리는 말론 정상 때의 절반 정도라더군.”
본래 가지고 있는 허리 부상에 이어, 올해 초 로저 페더러는 호주 오픈 이후에 딸들을 욕실에서 목욕시키다 무릎 반월판이 크게 찢어지고 말았다.
미국에서 수술을 받고 약 두 달 동안 재활 기간을 가져야 했는데, 지금도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닌 상태다.
페더러의 주치의는 자신의 고객이 투어에 참가할 때마다, 미디어를 통해 [“이러다 평생 테니스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이야기를 내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못 말리는 테니스광을 반년간 쉬게 해주는 사람에게 상금을 줄 것.”]이라며, 농담이 아닌 진심임을 강조했다.
“그 정도면 좀 쉬지….”
“누가 아니래.”
드로 확인 후에 연신 한숨을 내쉬는 바스코와 란코 형제를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낙담했던 안드레이가 기운을 내기로 한다.
언젠가는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었다.
높은 레벨에서 뛰다 보면 자연히 Big 3와 함께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매치가 잡히기도 할 수 있었다.
“이젠 푸념은 그만하자고.”
“그치만요….”
“로저가 없었다면, 스탠 바브린카였을 거야. 그렇다면 과연 상황이 더 나아졌을까?”
“…그건 아니죠.”
“그래. 그럼 됐어.”
이미 벌어진 일이다.
투정한다고 하여 상황이 변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주는 낮잠을 자고 있나?”
“그러고 보니… 조용한데요?”
“그러게요. 바로 내려올 줄 알았는데.”
“내가 한번 올라가 보겠어.”
약 두 시간 뒤 신우주의 부모님이 런던에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자고 있다면 깨워서 준비를 시켜야 했다.
낙담한 세 명의 코치를 남겨두고 계단을 오른 안드레이 시미치는 가장 안쪽에 있는 신우주의 방으로 다가섰을 때, 뭔가 쿵쿵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거기에 섞인 다른 소리도 있었는데, 빠르게 걸음을 옮긴 안드레이는 신우주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들었던 소리는 더 크고 또렷하게 바뀌었다.
문을 살짝 밀어서 여는 안드레이.
그런 그가 본 것은.
“우, 우주야?”
“코치님!!”
침대 위에서 방방 뛰고 있는 신우주였다.
“드로 보셨어요?!”
“그, 그래. 잠깐 진정하렴. 도대체 왜 그러니?”
“로저 페더러예요!! 제가 드디어! 로저 페더러 선수랑 경기하게 되었다고요!! 너-무 신나요!! 저, 어쩌죠?!”
전혀 뜻밖에도, 소년은 드로 때문에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에 그만, 안드레이는 웃음을 터뜨린다.
드로 발표 후 낙담하고 두려워했던 자신들이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줄곧 그랬지만, 신우주는 때때로 주변의 어른들을 부끄럽게 느끼도록 만들곤 했다.
‘이런. 우리가 바보 같았어.’
어린 소년이 그 스스로 끊임없이 속도를 냈다.
처음엔 그저 거기에 연료를 부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레이스(Race)에 나선 순간부터 소년은 말도 안 되는 속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고, 거기에 올라타 있는 자신들은 최초에 품었던 목적을 잊게 되었다.
대체 언제부터 포인트와 상금에 집착했단 말인가?
중요한 건, 이 소년의 테니스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지난 6년을 투자했다.
“저 조금만 더 뛰어도 되죠?”
“그래. 그렇게 하렴.”
다치지 않게 조심하란 말을 잊지 않은 안드레이 시미치가 신우주의 방을 나서 다시 1층으로 내려온다.
조금 전 식탁에 있던 모습 그대로 앉아있던 코치들은 소년의 상태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완벽해.”
“네?”
“늘 부족했던 건 우리였어. 드로는 잊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우주가 테니스를 더 즐기도록 돕는 거야. 그게 우리가 팀을 구성한 이유고, 우리가 어른으로서 우주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이야.”
“갑자기 그게 무슨….”
의아해하는 코치들의 앞에서, 안드레이는 피식 웃었다.
소년은 지금 우상을 만난 기쁨에 취해 있다.
그 순수함에 큰 반성을 하게 된다.
손뼉을 크게 한 번 두드린 안드레이는 코치들을 일으켜 세웠고,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첫 상대인 리카르다스 베랑키스의 정보를 최대한 모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인 얀코 팁사레베치다.
“얀코. 네 대진 확인을 깜빡했지 뭐야.”
-그럴 줄 알았지. 쥘 시몽이야.
“나쁘지 않네.”
-…젠장 첫 매치부터 시드를 만난 걸 투정이나 하려고 했는데, 그 나쁘지 않단 말에도 반박을 못 하겠어.
“하하.”
-우주는 어때?
계속해서 샨도스 론 테니스 클럽에서 훈련을 이어온 얀코 팁사레비치 역시, 오늘 밤 이곳에 합류한다.
데니스 포포비치에 신우주의 부모까지 더해질 예정이라, 처음으로 제대로 된 팀 전체가 모이는 날이었다.
그런 만큼 드로가 좋았다면 더 기뻤을 거란 얀코 팁사레비치의 말에, 조금 전에 보았던 신우주의 얼굴이 떠오른 안드레이 시미치는 이렇게 말을 했다.
“Похлепан отац има лопове за децу.”
–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우주는 괜찮다고.”
안드레이가 얀코에게 전한 말은 세르비아의 속담이다.
뜻은, ‘탐욕스러운 부모는 아이에겐 도둑이다.’
어린 신우주에 어른들의 목표를 어느새 끼워 맞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안드레이는, 갑자기 이 문구가 생각이나 친구에게 속담을 전달했다.
잠시 생각하던 얀코는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녁에 이야기를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딸깍.
그렇게 주방에 홀로 남게 된 안드레이.
그는 이제, 완전히 여유로워졌다.
* * *
#. 같은 시각
#-1. 잉글랜드, 런던
#-2. 모(某) 임대 주택
총 7개의 방과 4개의 욕실.
수영장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자쿠지.
큰 뒷마당과 그에 딸린 트램펄린.
주당 17,500유로(약 2,200만 원)의 임대료가 드는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의 이 임대 주택은 윔블던 기간, 노박 조코비치와 그의 가족을 포함한 팀이 머물게 된 공간이다.
호주 오픈에 이어 롤랑가로스마저 우승하며, 꿈에 그리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노박 조코비치.
그는 남은 두 개의 그랜드슬램 우승으로, 내친김에 캘린더 그랜드슬램 역시도 바라보고 있다.
“드로는 괜찮게 뽑힌 것 같아.”
“누가 됐든 상관없어.”
“그렇겠지.”
트레드밀에 올라 걷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는 윔블던 첫 경기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제임스 워드(James Ward)를 만난다.
국적은 당연히 잉글랜드.
모두가 이것이 대회 흥행을 위한 윔블던 측의 장난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해 최고의 선수에게 자국 와일드카드 선수를 붙이는 건, 과거부터 흔하게 있었던 일이다. 밀어주는 선수를 붙이진 않고, 희생양이 될 적당한 선수를 찾곤 했다.
만에 하나 이변이라도 일으킨다면 그건 그것대로 화제가 되고, 패한다고 해도 자국 선수의 출전에 몰입한 팬들이 더욱 큰 환호성을 보내기 때문이다.
다른 그랜드슬램 대회는 이런 성향이 거의 없었는데, 유독 윔블던은 이런 보여주기식 문화에 집착했다.
“후우-”
“자. 이거 마셔.”
“그래.”
트레이너가 내민 희석한 비타민 워터로 목을 축인 노박 조코비치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태블릿을 집어 든다.
그러곤, 윔블던 드로를 확인했다.
‘…3번 섹션이군.’
노박 조코비치가 확인한 건, 자신의 드로가 아닌 신우주가 배치되어 있는 위치였다.
그는 곧, 로저 페더러가 상대라는 걸 확인했다.
조코비치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기왕이면, 자신이 만났으면 했다.
“헤이, 노박!”
“뭐?!”
“오믈렛 좀 줄까?”
“맘대로 해!”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던 노박 조코비치.
그가 조용한 곳을 찾아서 움직인다.
아내는 아들 스테파넥과 침실에서 잠들어 있었고, 이 넓은 저택에서 방해받지 않을 공간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곧, 조코비치는 만족할 만한 위치를 찾아냈다.
“….”
비록 변기 위이기는 했지만,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화장실만큼 방해받지 않는 곳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다시 태블릿 화면을 켰다.
‘넌 지금까지 장난치지 않고 올라왔어.’
노박 조코비치의 개인 태블릿 안에는 신우주와 관련된 기사들이 가득했다.
비단 신우주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남은 Big 3를 포함하며, 앤디 머리/스탠 바브린카/밀로시 라오니치 등과 같은 위협적인 경쟁자들의 기사가 담긴 폴더도 따로 있었다.
이들의 인터뷰나 분석 기사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노박 조코비치는 오래전부터 이 같은 일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 신우주가 가장 어렸다.
동시에 가장 무명(無名)이었다.
하지만 노박 조코비치는 본능적으로 신우주가 자신의 경쟁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프랑스에서 만났을 때부터.
자신의 테니스 철학으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양손 테니스 때문에 신우주를 부정했지만, 소년의 재능 자체는 순수한 마음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신우주를 신경 쓰고, 소년에 관한 소식을 태블릿에 저장했다.
‘앞으로도 그걸 계속한다면, 널 인정할 수도 있지.’
지금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던 그 날.
조코비치는 양손 테니스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건 서커스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막상 프로에 데뷔한 이후 신우주는 오른손 하나만으로 테니스를 해왔고, 결국 그것으로 여기까지 왔다.
1월 프로 데뷔.
6월 윔블던 본선.
거기에 와일드카드도 아니다.
심지어 동양인.
한 명의 테니스인이자 또 선배로서 응원하고픈 이유가 많은 신우주였기에, 노박 조코비치는 앞으로도 이 소년이 진심으로 테니스를 마주하길 원했다.
그래야.
‘꺾는 맛이 있을 테니까.’
광대를 상대로 승리해도 전혀 기쁘지 않다.
하지만 광대 짓을 멈춘다면, 최고의 도전자다.
이런 노박 조코비치의 마음은 윔블던에서 자신이 아닌 로저 페더러를 만날 수도 있게 된 상황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서 진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윔블던 본선 전날.
이제 주사위는 전부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