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39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39화
엘 도라도(El Dorado)
▷ GAME SET(32강)
2 2 : 카야 고레(7)
6 6 : 신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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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ME SET(16강)
2 2 : 크리스토스 안토노풀로스(12)
6 6 : 신우주
***
#. 2015년 11월 11일
#-1. 이스라엘, 하이파
#-2. 하이파 테니스 센터
주니어 투어 Grade 4 대회가 첫 출발 지점이라면, Grade 3 대회는 첫 단계를 통과한 이들에게 프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준다.
더욱이 그것이 비(非)미국에서 치러지는 투어라면, 파행 운영의 이유가 되는 기권과 같은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실제로 이번 ‘아담 버그만 추모 국제 주니어 토너먼트’에도 기권하여 참가를 포기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진심이고.
모두가 열심이다.
대학 진학을 위한 미국의 시스템이 테니스를 망치고 있단 사실을 새삼 실감하며, 안드레이 시미치는 긴 막대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오독.
맛은 꽤 괜찮았다.
아니, 아주 좋았다.
처음엔 달콤한 초코였고, 그다음은 고소한 맛이었다.
오늘 오전 신우주는 안드레이를 포함한 TNU의 사람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한국의 재미있는 날을 깜빡하고 있었다며 긴 막대 과자가 든 빨간색 통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매치, 단쿠!”】
대회 6일 차에 펼쳐진 8강전 첫 경기가 끝났다.
승자는 루마니아 출신의 유망주다.
블라드 안드레이 단쿠(Vlad Anrei Dancu).
만약 신우주가 준결승에 진출한다면, 상대해야 할 선수이기도 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현대 테니스에 가장 흔한 오른손잡이 투핸드 백핸더다.
오독.
‘흠- 평범하군.’
안드레이가 본 단쿠의 실력은 특별하진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Grade 3 참가 선수들이 그렇듯, 기본기가 매우 잘 잡혀 있으며 풀타임 ATP 프로로 나아가기까지 껍데기 하나 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걸 깨트린다면 챌린저부터 시작하여 ATP 랭킹 경쟁에 뛰어들 것이고, 아니라면 미국의 주니어 투어에 참가해 미국 대학 진학을 노리거나 유럽의 테니스 코치가 될 것이다.
물론 미국 대학에 진학해도 테니스 코치가 될 확률이 높지만, 보수를 생각하면 전자를 택할 확률이 높다.
테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스트링 혁명’ 이후, 미국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유럽인 테니스 코치를 자신들의 영토에 뿌리내리게 만들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15분 동안 코트 정비가 있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단계인 8강전부터는 ‘하이파 테니스 센터’의 코트 중 두 개만을 사용한다.
경기는 대진표의 가장 양 끝에 있는 네 명의 선수부터 시작하며, 그다음으로 가운데에 있는 네 명의 선수가 경기를 치른다. 중간에 있는 신우주는 이다음이다.
오독.
과자 하나를 더 입으로 가져가며, 안드레이는 준비를 끝냈을 신우주를 확인하기 위해 라커로 향했다.
불편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네마냐 플라브시치가 함께일 땐, 안드레이는 늘 신우주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분을 다른 코치들에게 맡겨두고 상대 선수를 관찰할 수밖에 없다.
물론 팀에는 바스코라는 전력 분석관이 있었지만, 어쨌든 자신도 상대 선수를 먼저 관찰해야 했다.
오독.
함께 경기를 지켜본 바스코가 똑같은 과자 하나를 씹으며 안드레이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도 그걸 하게 둘 거예요?”
“글쎄. 그건 우주의 마음이지.”
“뭐, 그렇긴 한데.”
“왜 그러지?”
“제가 듣기론, 프랑스의 녀석들이 지금 매우 열이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DTN 말이에요.”
“……첫 경기 때문에?”
“네. 그렇겠죠. 아시잖아요? 그 멍청이들.”
“…….”
흔히 축구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클레르퐁텐’은 사실, 프랑스가 투자하길 바라는 모든 엘리트 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그중엔 테니스도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 프랑스는 바로 이 부분에서 은근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유럽을 통틀어서도 분명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그들이 자랑할 수 있는 테니스 선수가 전부 오픈(Open) 시대 전의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다.
수잔느 헝글렌(Suzanne Renglen).
르네 라코스트(Rene Lacoste).
앙리 쿠셰(Henry Cochet).
모두 189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에 활약한 테니스 선수이며, 이들의 뒤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야니크 노아(Yannck Noah)도 그의 아들 때문에 더 유명세를 얻었다.
요아킴 노아(Joakim Noah).
NBA에서 뛰는 농구 선수다.
어쨌든 이럴 정도로 프랑스의 테니스는 투자 대비 성과가 좋지 못했는데,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클레르퐁텐’ 내의 테니스 부서는 다른 종목에게 멸시를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 유망주의 등장에 열광했고, 그중 하나가 위고 가스통이었으나 이번 대회 본선 첫 번째 경기에서 신우주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이를 느낄 때마다 안드레이 시미치는 꼭 프랑스의 테니스가 중국의 축구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투자는 엄청나지만, 성과는 없다.
그런데 본인들이 최고인 줄 안다.
“저는 그 멍청이들이 기고만장한 걸 보기 싫어요.”
“하하. 괜한 걱정이야.”
“정말요?”
“그래.”
본선 첫 번째 경기가 끝난 뒤, 신우주는 본인의 왼손 백핸드가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는 것을 걱정했다.
이는 주로 스탠 바브린카에게서 배웠던 각도 깊은 샷(Shot)에 관한 것이었으며, 굳이 걱정할 것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왼손 백핸드가 미묘하게 흔들린다는 부분을 신경 썼고, 그래서 32강과 16강에서 충분히 포핸드로 때릴 수 있는 샷을 백핸드로 가져갔다.
이틀 동안 빼앗긴 8개의 게임포인트 경기에서가 그랬는데, 상대에 일정 포인트를 준 이후부턴 제대로 집중했다.
연습을 가장했던 실전.
신우주가 가진 특유의 친절함 속에 감춰진 철저한 기만(欺瞞)을 알고 있었던 바스코는 소년의 여유를 걱정했다.
“우주.”
“네.”
“준비는 됐니?”
“네. 백핸드의 감도 잡았어요.”
“그럼 이제 백핸드는 괜찮니?”
“어제부터 쭉 그랬어요.”
“그래. 멋지구나.”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인 안드레이가 바스코를 돌아봤다. 그러자 Team New Universe의 전력 분석관은 어깨를 으쓱였다.
다시 고개를 돌린 안드레이가 신우주를 본다.
그러곤 소년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을 기억해?”
“오른손. 양손 백핸드. 아마, 복식 선수.”
“정답이야. 그럼 네 대책은?”
“제 머릿속에요.”
“정답이야. 그러다 혹시 우리의 예상이 틀리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테니스를 하는 것.”
“그리고 실전에선?”
“오만은 패배의 친구다.”
“완벽해.”
안드레이와 플라브시치가 줄곧 소년의 친절함을 허락해 왔던 건, 그것이 투어와 상관없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연습과 실전을 구분하는 부분은 개인 스포츠인 테니스에선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함께 떠들면서 훈련할 사람도 없고, 자신의 고됨을 토로할 동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계에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선수의 본성을 존중하는 것은 필수였다.
만약 신우주가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투어가 아닌 상황에서 마음껏 발휘하도록 만들어 많은 친구를 사귀도록 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 투어의 상황에서 느슨함을 끊을 수 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우주는 본격적이 투어를 시작한 이후, 상대에게 골든(Golden)을 선사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더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데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소년은 끊임없이 상대를 기만한다.
그 끝에서 상대가 떠안는 건 굴욕이다.
어떠한 누군가는 신우주가 너무 착하고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안드레이는 누구보다 이 소년이 잔인하단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도, 안드레이는 그런 부분을 기대한다.
“Лет’с Го!!!”
(Let’s Go!!!)
신우주가 라커룸에서 나서기 전, 안드레이는 언제나처럼 크게 한번 소리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이동했다.
* * *
【“게임, 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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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T 2
0 1 : 단 아데드(4)
6 4 : 신우주
심판이 콜(Call)을 하고, 완벽했던 포핸드가 자신의 선수 진영에 떨어지는 것을 본 프랑스인들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위고 가스통이 32강전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가 있었지만, 투어 8강전에 세 명의 자국 선수를 진출시킨 DTN(프랑스 국립기술감독)은 자신이 있었다.
앞서 펼쳐진 32강과 16강 경기에서 신우주는 백핸드의 불안정함을 드러냈고, 이를 공략해야 한다고 믿은 DTN은 그들의 선수에게 전술을 직접 지시했다.
그런데.
“백핸드가 약했던 게 맞아?”
“우연 아닐까?”
“우연? 지금 점수를 봐! 이게 우연 같아?”
“…….”
오늘 신우주는 본인의 백핸드를 노리고 보냈던 단 아데드(Dan Added)의 모든 샷을 제대로 받아쳤다.
심지어 어떠한 것은 불가능했던 각도로 들어갔는데, 이들은 자연스럽게 스탠 바브린카 특유의 원핸드 백핸드샷을 떠올리게 되었다.
조금 전 경기를 결정지은 샷도 그랬다.
앵글샷에 가까운 원암 백핸드.
이건 분명 바브린카의 기술이다.
“동요하고 있네요.”
“내가 말했잖아. 괜찮을 거라니까.”
프랑스인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 매우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보던 안드레이에게 바스코가 머리를 긁적이며 믿기 어렵단 목소리를 내뱉는다.
“실전에서 그걸 잡는 게 가능해요?”
“가능하지. 로저, 노박, 라파엘. 다들 그렇게 하잖아.”
“하지만 그들은 최고잖아요.”
“뭐, 우주도 그런가 보지.”
“…….”
다시 한번, 바스코의 말문이 막힌다.
‘지금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고요, 안드레이.’
ATP 투어를 보다 보면, 종종 토너먼트 첫 번째 경기에서 고전하는 상위 랭커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 그들은 업셋(Upset)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상위 랭커를 꺾은 하위 랭커에 열광하지만, 실제로 그것 대부분은 실패한 매니지먼트와 컨디션 관리에 있다.
투어 일정을 잘못 잡아 팀이 선수의 컨디션을 망쳤거나, 아니면 선수가 여러 이유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다.
하지만 ATP Top 10 레벨로 평가받는 선수들은, 그러한 실수를 빠르게 만회하고 실력을 본래 궤도로 끌어올리는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랜드슬램 본선 1회전에서 가장 고전했던 선수가 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신우주는 겨우 14살이다.
심지어 두 번째 주니어 투어 참가다.
그런데 안드레이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신우주가 흔들린 백핸드를 잡아가는 과정을 3대장에 비유했다. 문제는 바스코 스스로도 달리 이해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투어를 참가하면 연습은 힘들다.
경기가 매일매일 있기 때문이다.
대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팀은 선수가 시합 때 100%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회복, 히팅.
회복, 히팅.
이런 과정에서 선수가 본인의 흔들린 샷(Shot)을 회복할 방법은 오직 실전뿐이다. 그런데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선수가 실전을 연습처럼 활용할 수 있겠나?
애초부터 대회에 진지하지 않거나 탈락을 예감하고 포기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럴 수 있는 선수는 0.1%도 되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바스코는 전율하는 것이다.
안드레이 역시 이를 알고 있다.
“내가 영어로 한마디 할게.”
“?”
“Welcome to New Universe.”
“…….”
신세계로의 합류.
바스코 토미치는 첨으로, 자신이 어떠한 선수를 매니지하는 팀에 포함되었는 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이런 그의 어깨를 형제가 두드린다.
“조금 늦었네, 형.”
“란코.”
“음, 있잖아.”
“…….”
“우린 지금, 엘 도라도를 막 움켜쥔 거야.”
엘 도라도(El Dorado).
이것은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황금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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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ME SET(8강)
0 1 : 단 아데드(4)
6 6 : 신우주
* * *
▷ GAME SET(4강)
6 6 : 신우주
2 1 : 블라드 안드레이 단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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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ME SET(결승)
6 6 : 신우주
2 2 : 콘스탕 드 라 바세티에르(10)
포인트 합계 : 본선 참가 2.5 + 우승 100
2015 주니어 포인트 총합 : 163
2015 주니어 랭킹 : 615위(↑ 1,259)
* * *
※ 2015 이덕희배 주니어 국제 테니스 챔피언십
-> 신우주 탈락
-> 사유 : 협회 직원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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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TA의 참가 신청서 제출
-> 제출처 : 미국 ITA
-> 참가 희망 투어 : 오렌지 볼
-> 등급 : Grade A
-> 진행 상황 : 검토 중
* * *
#. 2015년 11월 18일
#-1. 서울특별시 용산구
#-2. 코리아 테니스 본사
대한민국에서 테니스는 의외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과거부터 생활 체육으로서 인기가 높았고, 심지어 최근에는 축구 동호인의 숫자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그래서 더 스타의 탄생에 목이 말랐는데,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코리아 테니스’다.
1992년 1월 창간된 이래, ‘코리아 테니스’는 전 세계의 주요 소식을 한국 테니스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현재는 저변을 확대하는 고마운 미디어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열혈(熱血)로 소문난 남자가 있었는데, 테니스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는 한규범이 그 주인공이다.
일명, 미친개.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저어, 그게…… 선수가 소속이 세르비아라…….
“세르비아고 나발이고! 아니, 어떻게 이름이랑 국적도 확인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겁니까? 네?! 지금 장난해요?”
매년 가을/겨울에 열리는 ‘이덕희 컵’은 한국에서 주최되는 주니어 투어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귀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주니어 챔피언십’ 다음 가는 대회이며, 대한민국의 테니스 팬들이 자국 유망주와 해외 유망주를 비교할 수 있는 관전의 장이기도 했다.
올해도 대한민국은 홍성찬을 비롯해, 정윤성/오찬영과 같은 유망주에게 시드를 부여한 상황이었다.
외에도 많은 대한민국 주니어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접수를 관리하던 사람들 쪽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왔다.
주니어 랭킹과 소속만 보고 한국인이 아니라고 착각한 직원 하나가, 서류 심사에서 신우주를 탈락 처리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직원은 ‘한국 테니스 협회(이하 KTA)’에 이를 보고했고, 이를 전달받은 경기위원회장 김준호가 평소 친분이 있던 한규범에게 내용을 문의했다.
이것이 이틀 전의 일이었고,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소년을 확인한 한규범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TTA!”
-네?
“TTA 몰라요? TTA?!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세르비아 최고의 테니스 아카데미! 거기 최고 선수가 그쪽에서 지금 탈락시킨 선수인데! 아니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런데 고작 랭킹 615위고…….
“고작 615위? 고자악?!”
-아니, 한 프로. 그러지 말고.
“내가 지금 안 그러게 생겼어!! 어?! 아니! 말은 바른 말이지! 다른 애들이야, 투어 몇 개를 뛰었어? 최소 스물에서 서른 개 아냐? 안 그래요?”
곧 개최될 ‘이덕희 컵’에서 시드를 받은 한국 유망주들은 전부 Top 15에 진입해 있다.
1번 시드를 받은 홍성찬이 4위에 올라 있으며, 정윤성은 7위이고 오찬영은 12위였다. 그리고 대회와 동명인 이덕희는 21위로 주니어 레벨에서는 상위권 선수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주니어 선수들은 대부분 인근 지역의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포인트를 획득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쌓은 포인트로 상위권에 오른다.
그러나 실상은 경쟁력 부족과 밀어주기와 같은 폐단의 혜택을 본 것인데,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매년 4월 펼쳐지는 ‘주니어 마스터스’와 해를 정리하는 ‘오렌지 볼’이다.
실제로 유럽의 테니스 전문가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 두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나마 대한민국 출신의 선수들이 8강까지는 오르며 힘을 내었지만, 매번 현실의 벽에 부딪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끝을 맺었다.
올해도 한국은 ‘2015 주니어 마스터스’에 세 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8강에 오른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
한규범이 매우 화를 내는 이유다.
비록 Grade 4와 Grade 3 대회라지만, 신우주는 어떠한 선수에게도 세트 포인트를 내어주지 않으며 전승(全勝)으로 가볍게 두 개의 주니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심지어 최근 Grade 3 대회는 나름 전도유망하다는 유럽 유망주가 참가한 대회였다.
한데 그런 선수를 다른 것도 아니고 접수 직원의 실수로 인해 대회 참가를 반려했다.
나름대로 일 잘하고 비리도 적다고 알려진 KTA지만, 아직은 변방에 가까운 이들이다 보니 아마추어나 할 법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 끊어!”
쾅!
회사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은 한규범이 길게 숨을 내쉰다.
“후우-”
사실 이렇게까지 화낼 거리는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이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가 대한민국 테니스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잠시 뒤 감정을 진정시킨 한규범이 곧장 키보드에 손을 뻗어 신우주에 관한 내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오는 건 거의 없다.
‘트위터가 전분가?’
지난달 ‘위치타 폴스 ITF 2015’ 때 올라온 해시태그를 확인한 한규범이 마우스를 옮겨 커서를 가져간다.
딸깍.
그러나 나오는 영상은 너무 짧다.
그마저도 화질이 깨졌다.
“에이, 씨팔.”
답답함에 담배를 무는 한규범.
하지만 불은 지피지 않는다.
‘신우주. 도대체 넌 누구지?’
협회 직원의 실수로 알려지게 된 신우주의 이름.
소년의 명성은 이상한 방식으로도 확장 중이다.
* * *
※ 주니어 오렌지 볼 협회
-> 참가 허락 : 신우주
-> 단계 : 16인이 다투는 예선
-> 대회 일정 : 2015년 12월 5일~2015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