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71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71화
Capri Watch Cup – 감추기 싸움 (3)
(김승호) – KBC 스포츠 뉴스9 아나운서
“정현 이후 국제무대에서 주춤했던 대한민국 테니스에 정말 반가운 유망주가 등장했습니다. 얼마 전 호주오픈 주니어 소년 단식 부분에서 우승한 신우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자세한 소식, 기다림 기자가 전달합니다.”
(기다림) – KBC 스포츠 뉴스9 리포터
“한국 시각으로 오늘 오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펼쳐진 ATP 챌린저 투어. 카프리 와치 컵 32강전에서의 신우주 선숩니다. 아직 만 15세에 불과한 신우주의 상대는 세계랭킹 260위의 살바토레 카루소. 1992년생으로 신우주보다 8살이나 많은 베테랑입니다. 〔생생한 현장음 : ‘매치, 우주.’〕 대한민국 최연소 ATP 챌린저 승리. 얼마 전 대한민국 최초 그랜드슬램 주니어 부분에서 우승을 기록한 데 이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데 성공합니다. 〔중계방송 : 제가 저 미소에 반해서 팬이 되었습니다.〕 출중한 테니스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벌써 많은 팬을 만들고 있는 이 어린 선수에게, 국제적인 주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기록을 써 내려갈지, 대한민국 테니스의 기록들이 신우주에 의해 하나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KBC 뉴스, 기다림입니다.”
***
#. 2016년 4월 6일
#-1. 이탈리아, 나폴리
#-2. 나폴리 테니스 클럽, 코트 카를로 디`아발로스
전날 치르지 못한 세 개의 32강전 매치가 모두 끝난 후,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점심시간을 지나 카프리 와치 컵 16강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늘은 메인 코트에서 세 경기, 그리고 그랜드스탠드에서 한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본래라면 가장 큰 주목은 메인 코트에서 치러지는 경기에 쏟아져야 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건 그랜드스탠드다.
“만석입니다.”
“만석?”
“네. 유료로 판매된 티켓이 전부 매진되었습니다.”
“맘마미아··· 회장님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
“그럼요. 이미 거기에 계신걸요.”
“뭐?”
“어제 전화가 와서 티켓을 달라고 하셨어요. 공짜로 받긴 싫다면서 돈도 주셨고요. 보실래요?”
“···.”
전날 안젤로 비냐기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주는 직원을 보며, 투어 진행을 총감독한 촐로 세리오(Zolo Serio)는 어이가 가볍게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비냐기가 테니스광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관심을 긍정적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이탈리아 테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현명하고 모범적인 비냐기의 태도는 많은 이가 그를 존경하도록 만들었다.
회장이 된 이후엔 지금과 같은 돌발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몇 년 만에 이런 모습을 보니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촐로 세리오는 전날 신우주의 테니스를 보지 못했다.
메인 코트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소문은 들었다.
‘30살처럼 플레이하는 15살이랬지.’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테니스 역시 오래 할수록 이해가 깊어진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 ‘이해’라는 영역이 다른 종목보다 훨씬 더 승패에 깊이 관여한다는 부분이다.
아무리 훌륭한 툴(Tool)을 지녔어도, 테니스란 종목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면 자신보다 모든 것에 뒤떨어지는 상대에 패배하는 일이 흔했다.
이러한 점에서 비춰볼 때, [“30살처럼 플레이하는 15살”]은 테니스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카루소를 꺾었지.’
카루소는 나름 명성을 갖췄다.
이탈리아 선수들만을 두고 집계했을 때 ATP 랭킹 15위에 오른 중견이었고, 약한 서브를 감출 수 있어 장점을 잘 발휘되는 클레이코트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투어에서도 최소 16강.
길게는 8강까지 내다봤었다.
‘천상 8강에서나 보겠군,’
업무상 메인 코트를 이탈할 수 없었던 촐로는 일정을 확인하고선 8강전이나 되어야 신우주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신우주가 오늘 만날 상대는 8번 시드다.
미르자 바시치(Mirza Basic).
현시점 보스니아 출신 테니스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녔으며, 올해 25살로 신체적인 부분에도 정점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샷을 깊숙하게 보낼 줄 알며, 코트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기술 역시도 가졌다.
퍼스트 서브의 평균 구속도 120마일(약 193.1km/h)로, ATP 마스터스 레벨의 선수들과 비슷했다.
ATP 랭킹 역시 130위.
살바토레 카루소보다 정확히 130계단 위에 있는 선수이며, 보통 챌린저 중에서도 130위 안에 포함된 선수들을 준(俊) 마스터 레벨급 선수라고 평가한다.
깜짝 승리를 기록하며 테니스 팬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하긴 했지만, 촐로 세리오는 그 기세가 다음 단계로는 이어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카프리 와치 컵 16강전의 막이 오른다.
***
#. 오후 02시 53분
#-1. 나폴리 테니스 클럽, 그랜드스탠드 코트
▷ 매치 시작 7분 전
0 0 : 신우주
0 0 : 미르자 바시치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는 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마도, 가장 강한 상대일 거다.
어젯밤 코치님들과 가졌던 미팅 자리에서 그걸 알았다.
내 질문을 교묘히 빗겨 가셨기 때문이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셨던 것 같다.
잠을 푹 자라고.
하지만 조금 전, 안드레이 코치님이 내 앞으로 와 모든 걸 말해주셨다.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와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되고, 여유를 두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밀어붙이라고 하셨다. 원한다면 양손을 써도 좋다고도.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걱정되기보다는 매치가 얼른 시작하기를 기대하게 됐다.
어제도 너무 즐겁고 좋았는데.
오늘은 더 즐거울 것 같다.
똑똑똑.
딸깍.
“준비됐나요?”
“네.”
노크하고 문을 연 사람에게 나는 준비가 끝났다고 답하며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지난달 나이키는 머물던 호텔로 새로운 유니폼과 신발 등을 보내줬다.
아, 그리고.
‘바볼랏’은 내가 거절했다.
라켓의 반발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론, 내 테니스를 할 수 없다.
“와아-!”
“신우주 파이티잉-!”
“오늘도 이기자아!”
“휘이익!”
관중석엔 오늘도 많은 한국분이 찾아오셨다.
어제 알았는데, 전부 나폴리 교민분들이란다.
일부는 가까운 지역에서 거주 중이라고 했다.
아까 오전에 연습할 때 찾아온 분들과는 사진도 찍었고, 쑥스럽지만 사인도 전부 해드렸었다.
.
(송민희) – JTBS 캐스터
“드디어 등장합니다. 신우주 선수. 오늘도 어김없이 밝은 표정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밝게 웃을 수가 있는 거죠? 아. 보는 제 마음이 다 정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김정배) – JTBS 해설위원
“벌써 많은 팬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쓰-읍. 하지만 오늘은 조금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미르자 바시치. 세계랭킹 130위에 올라있고, 아마 지금까지 신우주가 상대했던 선수 중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유형일 겁니다.”
.
가방을 내려다 두며 생각한다.
투어가 너무 재밌다고 말이다.
여행과 훈련.
TTA의 코치님들을 만난 이후 해왔던 것들을 계속 이어나가면서도, 많은 이들을 만나 매치를 치르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꿈만 같다.
“그럼 간단히 설명할게요.”
“···.”
“···.”
심판분께서 매치에 관한 정보들을 이야기한다.
어제 들었던 것과 큰 차이는 없다.
곧, 동전 던지기가 시작됐다.
“어딜 하시겠어요?”
“제가 앞을 하죠.”
“그럼 당신이 뒨데, 괜찮나요?”
“네.”
먼저 선택권을 받으면 늘 앞을 말했지만, 지금처럼 상대가 먼저 앞을 가져가면 난 별말 없이 뒤를 택했다.
누가 먼저 서버(Server)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뒤. 뒤가 나왔네요.”
“서버를 할게요.”
“네, 좋아요. 그럼 준비하세요.”
동전 던지기 결과 나왔고, 난 안드레이 코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가기 위해 서브를 가져왔다.
베이스라인에 서서, 상대와 가볍게 몸을 푼다.
탕.
탕.
샷이 묵직하다.
가볍게 받아치는 것 같은데, 꽤 울림이 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 발리.
그리고 스매시.
마지막으로 서브.
타앙-!
“···.”
퍼스트 서브의 속도가 상당해 보인다.
어제 보았던 것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왜 아침에 리턴 훈련을 했는지 알 것 같다.
느린 서브를 보다가 갑자기 이런 빠른 서브를 마주하게 되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럼, 나도.
“흐읍.”
먼저 볼을 1시 방향으로 띄워 올리고, 머리 위 12시 방향에 거의 다다랐을 때 라켓을 움직였다.
트로피 포지션에서 라켓 헤드가 등 뒤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만들었고, 이런 중력에 힘에 회전력을 더한다는 느낌으로 스윙을 가져갔다.
“으아!”
타앙-!
모처럼의 그런팅(Grunting).
지금까지 난 소리를 잘 지르지 않았다.
거기까지 힘을 쓰진 않아도 됐으니까.
내 나름 남겨둔 여유였던 셈이다.
투어에서 만났던 몇몇 사람들은 내게 왜 그런팅을 하지 않느냐며, 그래야 힘을 더 쓸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나도 소리를 질러야 더 힘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팅을 하게 되면, 코어가 수축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체가 고정되기 때문이다.
어떠한 연구는 그런팅을 하게 되었을 때, 약 5.0% 정도의 구속 상승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른 연구는 그런팅이 테니스 선수의 반응 속도를 0.03초 느리게 만들고, 베이스라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결과적으로 15cm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소리를 질렀을 때 뭔가 힘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지금의 서브처럼.
퉁!
구속이 얼마나 나왔는지는 모른다.
여긴 구속 측정기가 없다.
그렇지만 조금 빨랐던 것 같다.
상대가 서브로 기선제압을 해오려는 것 같길래, 나도 그런팅을 내며 강한 서브를 보내려고 했던 것뿐이다.
옆으로 떨어지는 서브를 본 상대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래서 나도 미소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잠깐이지만, 코트가 조금 따뜻해진 것 같다.
【“연습 종료. 플레이어 위치로.”】
연습을 끝내고, 벤치로 와 마지막 점검을 한다.
신발 끈은 잘 묶여 있다.
라켓의 스트링도 탄탄했다.
그래서 난 라켓을 옆에 놓아두고 땀을 닦은 후, 물과 비타민 워터를 1:1 비율로 섞은 음료로 목을 축였다.
“후우-”
심장이 두근거린다.
긴장한 건 아니다.
손가락 끝이 따끔거렸고, 목이 좀 간지럽다.
다리를 조금 떨다가, 먼저 일어섰다.
【“플레이어, 레디.”】
짝짝짝짝짝짝.
자리에서 일어나 베이스라인으로 향하는 내내,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꼭 호주오픈의 느낌이다.
.
(송민희)
“코트로 들어서는 양 선수에게 박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제도 그랬지만, 챌린저 투어치곤 상당히 분위기가 좋습니다.”
.
어떠한 챌린지 투어는 관객이 열이 채 안 된댔다.
그런 대회에서는 선수들도 힘이 나지 않을 거다.
【“우주. 서비스 레디.”】
어제 잠들기 전, 나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미르자 바시치의 영상을 봤다.
몰랐는데, 호주오픈에 참가했었다.
128강을 통과했고, 64강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강한 상대다.
경험도 나보다 훨씬 많다.
분명 여러 선수를 만나봤을 거다.
통, 통, 통.
통, 통, 통.
볼을 코트에 퉁기는 동안, 여러 생각을 했다.
본 거라곤 2분 47초짜리 영상이 전부다.
그것만으론 상대를 파악할 순 없다.
그렇지만, 몇 번이나 돌려보며 작은 무언가라도 알아내려고 했다.
“···.”
토스.
난 볼을 먼저 1시로 띄워 올렸지만, 12시 방향으로 꺾이게끔 하지는 않았다.
그런팅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력은 다한다.
지금 내가 선택한 최선은, 상대를 흔드는 것.
탕-!
센터 마크 오른쪽에서 출발해 상대 코트 앨리 라인으로 떨어지는 슬라이스(Slice) 서브를 가져갔다.
상대가 중심에서 살짝 백핸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도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였다.
변주(變奏).
나는 이런 것이 좋다.
적을 속이고 또 기만하고 싶다.
안드레이 코치님은 그래서 내가 틀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테니스를 한다고.
움찔했지만, 상대는 라켓을 가져간다.
탕.
슬라이스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겠지만, 리턴에 성공하긴 했어도 제대로 된 샷을 보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슬라이스로 처리된 포핸드 샷은 느리고 완만하게 내 코트로 넘어왔다.
서브&발리 느낌으로 네트로 뛰었던 나.
간단하게 첫 포인트를 가져간다.
탕.
방향만 살짝 꺾은 발리가 텅 빈 위치에 떨어지고, 난 주먹을 불끈 쥐며 뒤로 돌아섰다.
【“피프틴, 러브.”】
시작이 무척 괜찮다.
.
(송민희)
“나이스 발리. 피프틴 러브. 지금도 보면 미르자 바시치 선수의 허를 찌르는 서브&발리였습니다.”
(김정배)
“어떻게 저 선수가 15살입니까? 퍼스트 서브를 슬라이스로 보내놓고, 바로 네트로 달려들어 쉬운 발리 포인트를 따냈습니다. 자신보다 랭킹이 한참 위에 있는 선수를 앞에다 놓아두고, 매치 첫 서브에서 저런 선택을 한다는 게···. 저라면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거든요? 하여간에. 범상치 않은 선숩니다.”
.
상대가 강하면.
만약 나보다 더 테니스를 잘 한다면.
그럼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항상 그 해답이 내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통, 통, 통.
통, 통, 통.
수도 없이 해왔던 시뮬레이션.
상상 속에서 나는 로저 페더러/노박 조코비치/라파엘 나달/앤디 머리 같은 선수와 수백 번도 더 매치를 치러봤다.
영상으로만 보고 멋대로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상상한 거라서 정확하진 않겠지만, 내가 겪었던 패배들 속에서 늘 뭔가를 배우고 또 발견했다고 믿고 있다.
두 번째 서브.
이번엔 플랫이다.
그런팅도 할 거다.
“으읍! 으아!”
타앙-!
애드(Ad) 코트에서의 서브는 센터 서비스 라인을 따라서 길게 보냈다.
상대는 잘 반응해 포핸드로 짧게 넘겼고, 받아친 백핸드를 먼저 과감하게 다운 더 라인으로 전환했다. 먼저 수를 써서 랠리를 포핸드로 바꾼 거다.
일단 여기서 메모 하나.
이 순간을 기억했다.
상대의 약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핸드 랠리가 불편해 빠르게 포핸드 랠리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하는 거라면, 난 이를 반드시 활용해 내게 유리한 무기로 바꾸어야 한다.
테니스는 늘 이렇다.
약점은 감추고.
때론 강점도 감춘다.
가장 잘 숨겨둬야 하는 건 감정이다.
더 많은 것을 꽁꽁 잘 감춰둘수록, 테니스는 그 사람에게 승리를 조금 더 가까운 곳에다 놓아둔다.
넘어온 다운 더 라인을 포핸드로.
조금 깊게 넘겨보았다.
탕!
나쁘지 않은 샷.
만족스러울 정도로 깊진 않았으나, 알맞게 떨어졌고 톱 스핀도 잘 걸려서 높게 잘 튕겨 올라갔다.
그런데.
탕!
발을 움직이면서 휘두른 상대의 런닝 포핸드가, 내가 보낸 샷보다 한참 더 깊숙한 각도로 네트를 넘어오더니 앨리 라인 바로 안쪽을 맞고 코트 밖으로 빠져나갔다.
평범한 랠리를 예상했던 난 포지셔닝을 정석적인 위치에다 놓아두었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샷에 대처할 수 없었다.
아까의 다운 더 라인.
지금의 포핸드.
두 가지 모두 매우 과감했던 샷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있는 걸까?
이것도 메모해두려 한다.
다시 듀스(Deuce)위치로.
아까는 슬라이스로 득점을 했었다.
이번에도 그게 통할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걸 의식하고 있을 거라는 것.
통, 통, 통.
통, 통, 통.
상대의 머리가 막 복잡해졌을 때.
난 그때 휘젓는 게 좋았다.
슬라이스를 의식했다면 아마 한두 발 옆.
“···.”
눈대중으로 어림잡은 것이긴 했지만, 난 상대의 리턴 위치가 아까보다 조금 더 앨리 라인에 치우쳐졌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센터 마크?
아니면 허를 찔러서 다시 앨리 라인?
둘 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음부터, 방향은 정해뒀다.
그런팅을 동반한 서브.
타앙-!
강하게 보낸 플랫 서브가 향하고 있는 위치는 좌우가 아닌 상대가 서 있는 몸통 방향이다.
바닥에 퉁긴 볼은 클레이 코트의 특성에 따라 조금 더 높은 지점까지 튀어 오른다.
상대는 불편한 자세가 됐고, 양팔을 몸통에 붙여둔 상태로 최대한의 스윙 메커니즘을 가져가려고 해보지만 리턴 된 볼은 네트에 맞고 떨어져 내렸다.
【“써티, 피프틴.”】
짝짝짝짝짝.
가운데를 노린 게 정답이었다.
정면은 늘 허를 찌르는 데 좋다.
이제 다시 애드로.
아깐 여기에서 실점했었다.
서비스 게임은 꼭 잡고 가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의 포인트가 중요했다.
상대는 아까 백핸드 랠리를 바로 포핸드로 바꿨다.
일단, 그것을 공략해 보려고 한다.
랠리를 조금 이어가 볼 생각이다.
“으아!”
타앙!
백핸드 방향으로 보낸 플랫 서브.
상대는 일단 백핸드로 받아쳤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 백핸드.
각도는 최대한 깊게.
애매하게 떨어지면 포핸드로 전환할 수도 있고 아까처럼 다운 더 라인으로 공격해 올 수도 있었기에, 일단 랠리가 이어지도록 깊숙한 위치에 떨어지는 데 집중했다.
미르자 바시치의 백핸드는 강한 톱스핀이 걸린다.
양손으로 컨티넨탈과 세미-웨스턴 그립을 잡았을 때 이런 구질이 나온다.
손목이 약하거나 백핸드 타점을 잘 잡지 못할 때, 그 부분을 채우려고 많이 선택하는 그립이다.
각도가 깊어지고 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프로치(Approach)샷을 가져가는 게 어려워서 상대의 실수에 득점을 기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아마도 이게, 포핸드로 바꾼 이유일 거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렇게 가야 한다.
탕!
조금씩이지만, 불편해하는 게 보였다.
결국엔 먼저, 슬라이스로 전환했다.
양손을 놓고 한 손으로 라켓을 잡았는데, 슬라이스를 할 거라고 알려주는 것이라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슬라이스.
탕.
좀처럼 랠리 양상이 변할 것 같지 않자, 상대는 슬라이스를 그대로 양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난도의 샷인지라, 실수가 나왔다.
탁.
다시 네트에 걸리는 볼.
연속해서 득점에 성공했다.
【“포티, 피프틴. 우주. 게임포인트.”】
첫 번째 게임이 끝나기 전에 발견한 약점 하나.
여기에서부터, 난 시작해볼 생각이다.
.
.
▷ SET 1
1 : 신우주
0 : 미르자 바시치